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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김유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최연준이 눈짓을 보내자 옆에 있던 도우미들이 재빨리 다가와 식탁 위의 음식을 전부 거둔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까 문 앞에서 들었어. 처음 오는데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이 음식을 가져왔다고?”

최연준은 김유정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김유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인사하러 오는데 이런 걸 가져왔어?”

최연준이 코웃음을 쳤다.

“삼촌과 외숙모는 너에게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의도 안 가르쳐줬어?”

김유정이 흠칫했다.

“오빠...”

“비록 네가 삼촌의 친자식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김씨 가문에서 자랐어.”

최연준은 그녀를 무뚝뚝하게 보며 말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가서 어른들께 여쭤봐. 이번에 나와 네 새언니라서 다행이지, 다음번에 다른 집을 방문할 때도 이런 실례를 범하면 김씨 가문 전체가 너 때문에 피해를 보고 웃음거리가 될 거야.”

김유정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고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집사님.”

최연준이 차갑게 분부했다.

“손님 좀 배웅해요.”

고급 오피스룩 차림의 남자 집사와 여자 집사가 웃으며 다가와 김유정을 예의 바르게 배웅했다.

김유정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돌아서려던 그때 최연준이 야채죽을 그릇에 담아서 강서연에게 조금씩 먹여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강서연의 발그스름한 두 볼이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다.

김유정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두 주먹을 꽉 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 대문을 뛰쳐나갔다.

강서연이 배불리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오전 아홉 시가 다 되었다.

“아직도 안 가요?”

그녀가 최연준을 보며 물었다.

“오늘 회사에 일이 없어요?”

최연준이 피식 웃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게 회사 일이지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엄마가 이미 회사에 나가서 난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래도 얼른 가봐요. 어머님이 힘드시겠어요.”

강서연은 그의 넥타이를 꼼꼼하게 정리해 준 후 양복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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