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1665 챕터

제611화

“아빠?”강서연은 윤정재가 카메라 앞에서 눈을 뒤집고 입을 삐죽거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연신 몇 번이나 불렀다.“아빠, 무슨 생각을 하세요?”“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윤정재는 정신을 차리고 헤헤 웃었다.“서연아, 그 상처는 빨리 나으려면 네가 자주 씻겨줘야 해!”“네?”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상처는 물에 닿으면 안 되잖아요?”최연준은 침상에 기대어 안색이 어두웠고 윤정재의 말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당연하지.”윤정재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당연히 일반 물로 씻으면 안 되지.”“그래요...”“과산화수소를 써야 해!”강서연은 열심히 듣고는 과산화수소를 종이에 적었다.“서연아...”윤정재가 계속하여 말했다.“과산화수소는 염증을 없애고 살균하는 거라서 상처를 깨끗이 씻어내는 데 특히 효과가 있어. 꼭 100퍼센트 농도를 사용해야 해, 들었어? 잘 소독하고 상처를 잘 씻어야 빨리 낫지! 농도는 반드시 100퍼센트, 기억하지? 아이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문희에게 머리를 한 대 맞았다.최연준은 화면으로 다가가 봤다.윤정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억울한 듯 볼을 부풀린 채 옆에 있는 윤문희를 보며 속삭였다.“지금 통화하고 있잖아... 영상통화여서 딸이 다 보고 있어!”윤문희는 기가 막히며 웃었다.“서연아, 아빠 말 듣지 마! 과산화수소는 살균은 되지만 농도는 그렇게 높으면 안 돼! 너 정말 시키는 대로 하면 최 서방이 아파 죽을 거야. 그건 알코올보다 더 독한 거야!”“쉿...”윤정재는 조급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저리 가요!”윤문희는 그를 밀어냈다.“서연아, 윤제 그룹에 치료하는 약이 있어서 내일 내가 보내줄게... 음, 윤제 그룹 전용기로 보내면 내일 도착할 수 있어!”“네!”강서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최연준도 웃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시 장모님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빠는 말이에요.”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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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최연준은 그 두 사람을 몇 번 보더니 답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보아하니 그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때 강서연의 맑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신 의사님과 유 변호사님이세요? 빨리 들어와서 앉으세요!”최연준은 그제야 어두운 얼굴로 비켜섰다.강서연은 두 사람과 고개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가 과일을 썰었다.신석훈과 유찬혁은 모두 눈치가 빠른 사람이어서 얼굴이 빨개진 그녀의 모습을 한 번 보고, 또 기분이 언짢은 최연준의 표정을 보니 바로 알아차려 웃음을 참지 못했다.예전에 나쁜 사람 몫은 항상 배경원과 방한서였는데 그들 두 사람에게도 이런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최연준은 신석훈을 바라보며 물었고 그 검은 얼굴에는 글자가 쓰였다.‘중요한 발견이 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신석훈은 입술을 핥고 검사 결과 보고서를 한 부 꺼냈고 위에는 각종 수치가 적혀 있어 오래 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최연준은 각종 데이터에 강한 면역력과 강력한 논리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잠시 본 뒤 문제점을 발견했다.“이 수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거죠?”“네, 맞아요.”신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최지한이 요즘 해원 별장에 갇혀 있는데 내가 슬그머니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최지한의 표정이 매우 이상했고 정신을 잃으면 미친 듯이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원흥이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을 때 몰래 무엇인가 주사를 놓아주는 것을 발견했어요.”최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은 차가웠다.“최씨 가문 의료진들은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최지한이 장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힘이 없어도 선뜻 건드리지 못하고 이 일에 대해 눈감아 주고 있어요.”최연준이 그에게 물었다.“이 보고서는 어떻게 얻은 거예요?”“기회를 봐서 의료진으로 분장하고 해원 별장에 잠입해서 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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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원흥의 모든 배경 자료를 상세하게 조사해주세요. 그리고 원흥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감시하세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서자 세 남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특히 최연준이 너무 쳐다봐서 강서연은 조금 의아해하며 걸어가서 그의 얼굴을 좌우로 바라보았다. “여보, 왜 그래요?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최연준이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신이 내 대사를 모두 뺏어갔어!”강서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신석훈도 웃었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정말 부부상이 되는 것 같아요!”“맞아요.”강서연도 농담했다.“연희 씨도 석훈 씨와 오래 있더니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에이, 저와 연희는 달라요!”신석훈이 웃으며 진지하게 해명했다.“연희는 동생이어서 우리 둘은 기껏해야 남매상이에요!”“그게...”강서연만 말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최연준도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석훈 씨!”강서연이 급하게 그에게 눈짓을 했다.“어떻게 아직도 연희 씨를 여동생으로 생각해요?”하지만 눈치 없는 신석훈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여전히 진지하게 대답했다.“나와 연준 씨는 형제잖아요! 연준 씨의 동생은 당연히 내 동생이죠! 연준 씨, 서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연희가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오성 의대에 합격하는 것은 절대 문제가 안 됩니다! 오늘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연희에게 시험지 두 장을 더 풀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했어요...”“석훈 씨.”최연준의 얼굴은 어두웠다.“그만 돌아가세요.”“네?”“집에 가도 된다니까요!”“왜... 왜요?”신석훈은 어안이 벙벙했다.‘태도가 너무 빨리 변하잖아!’강서연은 몰래 웃으며 조금 전에 중얼거리는 신석훈의 모습은 정말 당승을 닮았다고 생각했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당승과 비슷하다고 느꼈다.일편단심으로 사업에 열중하여 여자에게 접근하지 않고 완고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다.하지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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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최연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얼른 풀어주고 다시 강서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서연아, 또 다른 반응은 없어?”“글쎄...”강서연이 다시 기억을 돌이켜보며 고개를 저었다.“없는 것 같아요.”“휴!”최연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긴장한 얼굴에는 마침내 한 가닥 미소가 드러났다.“없으니 다행이야!”“네?”“내 말은...”최연준은 눈썹을 움직였다.“반응이 없으면 임신이 아니잖아!”“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어요.”신석훈은 금테 안경을 밀면서 전문가의 모습으로 설명했다.“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임신 반응도 똑같지는 않아요. 어떤 사람은 많이 먹고 많이 자고 구토 반응이 없어요.”“석훈 씨.”최연준은 그를 째려보았다.“오늘 말이 너무 많네요.”신석훈은 어이가 없어 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사실 최연준의 마음은 극도로 모순적이었다. 어른들의 입을 틀어막을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강서연과의 둘만의 시간을 아이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특히 꿈에서 나온 아기를 생각하면... 그는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유찬혁은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기 시작했다.“연준 씨, 이렇게 합시다.”신석훈이 제안했다.“이따가 주변 약국에 가서 서연 씨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사다 주고 내일 아침에 내 진료소에 오세요. 내가 자세히 검사해 볼게요.”“맞아요.”유찬혁도 찬성했다.“우리가 여기서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니 그래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나는... 아닌 것 같아.”최연준은 두 번의 기침을 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당황하고 있었다.한 명이 더 나타나 아내를 두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유찬혁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고 신석훈과 함께 에덴을 떠났고 그들 둘은 상가의 길목에서 헤어졌다.신석훈은 진료소에서 야간 근무를 해야 해서 인사를 하고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유찬혁이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고 상가가 한창 떠들썩할 때였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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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그녀의 몸에서는 약간의 술 냄새가 났고 청아한 향수 냄새와 뒤섞여 색다른 운치가 있었다. 그녀는 아주 즐겁게 마신 것 같았고 예쁜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며 마치 보석 같았다.유찬혁은 할 말이 없어 돌아서려는데 주아가 목청을 높여 말했다.“얘들아, 빨리 와. 유 변호사님이 오셨어.”유찬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순간 어안이 벙벙했는데 한순간에 10여 명의 여배우들이 술집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모두 평소 TV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유찬혁은 당황하여 잘 서 있지도 못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여배우들에게 둘러싸였다. 다들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정신을 놓았고 유찬혁을 보자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유 변호사님!”“어머, 정말 유 변호사님이시군요!”“비 연예계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너희들 모두 나와 다투면 안 돼. 유 변호사님은 내 것이야!”유찬혁의 이마는 땀 범벅이 되었다.“이보세요, 아가씨.”“오빠, 이렇게 오빠를 만지는 게 불법인가요?”“찬혁 씨, 나도 만질 테니 찬혁 씨도 나에게 정당방위를 하는 게 어때요?”“하하하...”유찬혁은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랐다. 아까 분명히 문 앞까지 갔는데 다시 여배우들에게 끌려왔다.다들 너무 열정적이다!그는 양손으로 가슴 앞을 막으면서 웃으며 항복했다.이때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여배우들은 순간 얌전해졌고 유찬혁의 가슴 근육을 만지던 손도 내렸다.곽보미도 술을 많이 마셔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고 몸이 휘청거리다가 겨우 일어섰다.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사라지지 않았고 눈빛에는 견고함과 싸늘함을 띠고 있었으며 입꼬리를 밑으로 내렸다.“무엇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여배우이고 연기 대상도 받은 사람입니다! 특수직업 종사자가 아닙니다. 알겠죠? 다들 이렇게 쩔쩔매면 되겠어요?”여배우들은 하하호호 모두 그녀의 말솜씨에 반했다.곽보미가 손을 흔들자 다들 각자의 룸으로 돌아갔다.유찬혁은 벽에 기대어 여배우들이 멀리 떠나가는 것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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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유찬혁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스쳤다.“안 그럼 내가...”그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곽보미는 대장부처럼 가슴을 두드렸다.“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너는... 걱정 말고 돌아가!”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불빛으로 들어갔고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자신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남자의 눈에서 한 가닥의 걱정하는 마음을 본 것 같았다...그가 방금 하지 못한 말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어주겠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곽보미는 머리를 힘껏 흔들며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자기한테 말했다.겨우 유찬혁을 마음에서 뽑아냈는데 다시 심을 수는 없다.곽보미는 그가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의 마음속에는 틀림없이 성설연만 있을 것이다.곽보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주아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고 술집에서 때때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여배우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이곳을 대형 예능 현장처럼 만들었다.하지만 아무리 대형 예능이라도 이렇게 많은 스타를 동시에 섭외할 수는 없을 것 같다.유찬혁은 가볍게 웃으며 지켜봤다. 곽보미는 호소력이 있었고 그런 호소력은 그녀의 독특한 인격 매력에서 나왔다.부정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사람들은 후광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유찬혁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바텐더 두 명이 소곤거리다가 그가 최씨 가문에 큰 공을 세운 그 유명한 변호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을 만들어 그의 앞에 가져다주었다.“유 변호사님 죄송해요.”잘생긴 남자가 미안하게 말했다.“오늘 여기 대절되어 이거밖에 안 남았어요.”유찬혁은 웃으며 술을 받아왔다.“유 변호사님도 곽 감독이 초대해서 왔나요?”“아니요.”유찬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여기서 보미를 기다리는 게 방해가 되진 않겠죠?”“괜찮습니다. 사진만 찍지 말아 주세요!”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술을 마시며 사람들 사이로 곽보미를 바라보는데 시선이 모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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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안녕, 아직 안 갔어요?”주아는 예쁜 보라색 모피 망토를 걸치고 안에는 은색 슬립 드레스가 반짝반짝 빛나며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유찬혁은 잔을 들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고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주아는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다가 갑자기 시원한 웃음소리를 냈다.유찬혁은 어안이 벙벙했다.“주아 씨,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에요...”주아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말했다.“갑자기 곽 감독이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느낌 있게 잘 생겨서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유찬혁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사실 주아가 말하는 것도 꽤 일리가 있다. 최연준보다는 그가 한 수 아래지만 최연준과는 다른 부류에 속한다.최연준은 사람들을 호소할 수 있는 그런 강한 포스와 항상 차가운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반면 유찬혁은 친화력이 좋아 최연준의 각진 모습보다는 선이 부드럽고 또 유명한 변호사로서 나름대로 박학다식한 기질을 지니고 있어 온몸에 신사적인 우아함을 풍기고 있다.이런 남자를 만나면 어느 여자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가!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곽 감독만 아니었으면 나는 진작에 당신을 꼬셨을 텐데... 내 손바닥 안에서 도망 못 가게 할 수 있어요! 변호사님은 정말 내 이상형에 딱 맞는 남자예요!”“그건...”유찬혁이 어색해하며 웃었다.‘잠깐! 방금 뭐라고 했지? 곽보미를 봐서?’유찬혁은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고 한 박자를 놓친 것 같아 숨이 미세하게 멎기까지 했다.“유 변호사님, 정말 느끼는 게 없어요?”주아는 외계인을 보는 것처럼 그를 바라보았다.“곽 감독이 당신에 대한 마음은 정말 하늘과 땅도 다 알고 있어요! 전에는... 성설연 그 계집애만 계속 감싸고 있었잖아요. 정말...”주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유찬혁이 잘생긴 얼굴을 가진 게 다행이지 안 그러면 진짜 그를 두드려 팰 수도 있다.유찬혁은 마음이 복잡했고 한동안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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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곽보미는 자신이 취한 나머지 환각이라도 본 줄 알았다.‘이건 그냥 아름다운 꿈이겠지? 깨고 나면 또 처량한 현실을 마주해야겠는데 그럴 바엔 이 꿈을 빨리 깨는 게 나아.’곽보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해져오는 고통에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유찬혁을 힘껏 밀어버리고 똑바로 서 있으려 애를 썼다.“괜찮아, 정말. 다른 바쁜 일이 있는 거 알아.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갈 수 있긴 뭘 갈 수 있다고 그래? 왜 거절하는 건데?”유찬혁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도 술을 조금 마신 바람에 어떤 말은 술기운을 빌려서 한 말이었다.“보미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어. 나...”“그 손 놓으시죠?”문 쪽에서 누군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찬혁과 곽보미는 동시에 멈칫했다. 어두운 불빛 사이로 기다란 윤곽이 나타났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곧이어 어떤 힘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 바람에 곽보미는 그 사람의 곁으로 잡아당겨졌다.“유 변호사님, 지금 그런 소리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석진 씨.”곽보미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그를 불렀다.유찬혁은 뭐라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주먹만 불끈 쥐었다.“오늘 보미 씨와 약속했어요. 회식이 끝난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요.”나석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그러니 변호사님은 걱정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세요. 제가 보미 씨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나석진은 곽보미에게 눈짓을 보낸 후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곽보미의 마음속에 옅은 슬픔이 밀려왔다. 마치 파도가 모래사장을 치듯 가슴이 조금씩 아팠다.그녀는 자신의 강한 의지력으로 이 꿈에서 깰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외부의 힘을 빌렸다.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찬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영원히 멈춰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쳐다보는 나석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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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최연준과 강서연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유찬혁과 나석진이 로비의 의자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고 가운데 낀 곽보미가 난감한 기색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강서연을 발견한 순간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후다닥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최연준은 어리둥절해하며 유찬혁을 째려보았다.“변호사가 쌈박질을 해?”유찬혁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개를 돌렸다. 술기운이 올라오니 창피한 짓도 서슴없이 했다.평소 경찰서에 와서 사람을 데려가는 건 늘 그의 일이었는데 오늘은 최연준이 다른 변호사와 함께 그를 데리러 왔다.최씨 가문 변호사 군단의 일 처리 효율이 아주 높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절차를 끝내버렸다.몇몇 변호사들은 유찬혁을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그러고는 최연준과 인사를 나눈 후에 경찰서를 나섰다.강서연도 이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곽보미를 위로하고는 재빨리 나석진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펴보았다.“다행히 괜찮네요.”강서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얼굴을 다치진 않아서 스케줄은 문제없겠어요.”“뭐?”나석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서연아, 이 오빠가 다른 데 다쳤는지는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걱정하는 거야?”“당연하죠.”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오빠 얼굴이 비싼 얼굴이잖아요. 회사에서 비즈니스 행사를 얼마나 많이 잡았는데 참석하지 않으면 위약금이 엄청나단 말이에요. 그리고 유 변호사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알아요. 절대 오빠가 다칠 정도로 때릴 분이 아니에요.”“허!”나석진은 유찬혁을 힐끗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최연준은 원칙을 따져야 하는 이 중요한 상황에서 당연히 친구의 편을 들 리가 없었다. 다짜고짜 유찬혁의 머리를 때리며 째려보았다.강서연이 임신한 바람에 가뜩이나 우울한데 유찬혁이 때마침 사고까지 쳤다.“얼른 가자. 계속 창피하게 여기에 있을 거야?”최연준이 째려보자 유찬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서연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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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때 곽보미가 나서서 호통쳤다.“두 사람 약 잘못 먹었어요?”나석진과 유찬혁은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며 뭐라 얘기하려다가 다시 눈짓을 주고받고는 꾹 참았다. 이런 상황에 누가 먼저 입을 열었다간 괜히 불똥이 더 튈 게 뻔했다.“됐어요. 여기서 그만 싸워요.”곽보미는 두 사람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면서 손을 흔들었다.“얼른 가요, 얼른.”“알았어요.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나석진이 한발 먼저 그녀 옆에 섰다. 그 모습에 유찬혁은 잠깐 멈칫했다.‘난 왜 하필 이럴 때 반응이 이렇게 늦은 거야?’“보미야, 내가 데려다줄게.”유찬혁이 웃으며 말했다.“경찰서에서 밤새 고생하느라 아침도 못 먹었잖아. 일단 아침부터 먹으러 가자... 학교 앞에 있던 그 죽집 어때? 네가 예전에 좋아했잖아.”나석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유치하긴. 지금 두 사람의 추억으로 날 이기겠다, 이거지?’“변호사님은 아무래도 먼저 사무실로 가서 에이스 변호사의 이미지부터 회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어쨌거나 변호사 바닥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어젯밤의 위대한 공적이 한순간에 쫙 퍼져나가면 어떡해요?”“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유찬혁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변호사 업계는 연예계와 달라서 이깟 작은 일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아요. 허, 다들 바쁘고 또 머리를 써야 돈을 벌거든요. 누구처럼 얼굴만 믿는 게 아니라.”“네, 그렇군요.”나석진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바쁘신 분이니 보미 씨는 제가 데려다줄게요. 보미 씨와 먼저 호텔에 가서 뭐 좀 먹으면서... 대본에 관한 것도 상의 좀 하고요.”“아 참!”곽보미도 그제야 문득 떠올랐다.“보충해야 할 신이 있다고 얘기했었죠? 하지만 어떤 앵글로 할지, 어떻게 편집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그럼 천천히 생각해요.”나석진이 우쭐거리며 웃었다.“어차피 오늘 스케줄도 없어서 종일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석진 씨, 아무리 그래도...”유찬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석진은 곽보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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