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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곽보미는 자신이 취한 나머지 환각이라도 본 줄 알았다.

‘이건 그냥 아름다운 꿈이겠지? 깨고 나면 또 처량한 현실을 마주해야겠는데 그럴 바엔 이 꿈을 빨리 깨는 게 나아.’

곽보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해져오는 고통에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유찬혁을 힘껏 밀어버리고 똑바로 서 있으려 애를 썼다.

“괜찮아, 정말. 다른 바쁜 일이 있는 거 알아.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

“갈 수 있긴 뭘 갈 수 있다고 그래? 왜 거절하는 건데?”

유찬혁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도 술을 조금 마신 바람에 어떤 말은 술기운을 빌려서 한 말이었다.

“보미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어. 나...”

“그 손 놓으시죠?”

문 쪽에서 누군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찬혁과 곽보미는 동시에 멈칫했다. 어두운 불빛 사이로 기다란 윤곽이 나타났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곧이어 어떤 힘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 바람에 곽보미는 그 사람의 곁으로 잡아당겨졌다.

“유 변호사님, 지금 그런 소리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석진 씨.”

곽보미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그를 불렀다.

유찬혁은 뭐라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주먹만 불끈 쥐었다.

“오늘 보미 씨와 약속했어요. 회식이 끝난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요.”

나석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러니 변호사님은 걱정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세요. 제가 보미 씨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나석진은 곽보미에게 눈짓을 보낸 후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곽보미의 마음속에 옅은 슬픔이 밀려왔다. 마치 파도가 모래사장을 치듯 가슴이 조금씩 아팠다.

그녀는 자신의 강한 의지력으로 이 꿈에서 깰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외부의 힘을 빌렸다.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유찬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영원히 멈춰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쳐다보는 나석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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