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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일을 잘하라고!”

최재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러면 서연이도 더 잘해줄 거야.”

‘네?’

최연준은 한참 동안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

“너 왜 그래? 왜 자꾸만 그렇게 멍하니 있어?”

최재원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최연준을 째려보았다. 자신이 직접 배양한 후계자가 이젠 잘생긴 얼굴 말고는 머리가 텅텅 비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최연준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네 와이프가 힘들지 않게 네가 일을 많이 하라고. 우리 서연이는 경위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매달 너에게 용돈을 준다며? 네가 열심히 일하면 서연이도 알아서 용돈을 올려줄 거야.”

말문이 막힌 최연준은 강서연을 멍하니 쳐다보았고 강서연은 배꼽 빠져라 웃었다.

‘결국에는 와이프를 위해 일만 하라는 거잖아요. 알았어요...’

어차피 평생의 근로 계약을 체결했으니 복종하는 수밖에.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연준은 강서연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입가에 새어 나온 미소가 어찌나 달콤한지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었다.

날이 점점 저물어갔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윤정재는 떠나기 전 남양에서 가져온 영양제와 약을 최연준에게 건네면서 블랙 카드 한 장도 몰래 건넸다.

최연준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네 장모에게 절대 들켜선 안 돼.”

윤정재는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튼... 나도 그리 여유로운 건 아니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이것만으로도 최연준은 충분히 감동했다. 어쨌거나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이니 말이다. 모든 금액을 윤정재가 부담하니 이젠 담배도 마음껏 피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장인어른밖에 없다니까.’

최연준은 흥분한 나머지 목청 높여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아이고, 놀라라...”

화들짝 놀란 윤정재는 하마터면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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