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라고!”최재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그러면 서연이도 더 잘해줄 거야.”‘네?’최연준은 한참 동안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너 왜 그래? 왜 자꾸만 그렇게 멍하니 있어?”최재원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최연준을 째려보았다. 자신이 직접 배양한 후계자가 이젠 잘생긴 얼굴 말고는 머리가 텅텅 비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할아버지.”최연준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네 와이프가 힘들지 않게 네가 일을 많이 하라고. 우리 서연이는 경위가 없는 사람은 아니야. 매달 너에게 용돈을 준다며? 네가 열심히 일하면 서연이도 알아서 용돈을 올려줄 거야.”말문이 막힌 최연준은 강서연을 멍하니 쳐다보았고 강서연은 배꼽 빠져라 웃었다.‘결국에는 와이프를 위해 일만 하라는 거잖아요. 알았어요...’어차피 평생의 근로 계약을 체결했으니 복종하는 수밖에.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다.최연준은 강서연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입가에 새어 나온 미소가 어찌나 달콤한지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었다.날이 점점 저물어갔다. 그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윤정재는 떠나기 전 남양에서 가져온 영양제와 약을 최연준에게 건네면서 블랙 카드 한 장도 몰래 건넸다.최연준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네 장모에게 절대 들켜선 안 돼.”윤정재는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무튼... 나도 그리 여유로운 건 아니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이것만으로도 최연준은 충분히 감동했다. 어쨌거나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이니 말이다. 모든 금액을 윤정재가 부담하니 이젠 담배도 마음껏 피울 수 있게 되었다...‘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장인어른밖에 없다니까.’최연준은 흥분한 나머지 목청 높여 인사했다.“고맙습니다, 장인어른.”“아이고, 놀라라...”화들짝 놀란 윤정재는 하마터면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최연준이 피식 웃었다.‘거참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강서연은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윤문희는 윤정재 옆으로 다가가더니 손목의 어느 한 혈 자리를 꽉 눌렀다...“으악!”윤정재는 이미지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카드 몇 장이나 더 있어요?”“세 장.”“전부 다 내놓아요.”윤문희의 한마디에 윤정재는 숨겼던 비상금을 전부 꺼냈다. 그러고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아까 그 블랙 카드를 다시 최연준에게 건넸다.“장모님, 이건...”최연준은 망설이며 차마 받질 못했다. 괜히 받았다가 더 혼나는 건 아닌지...“괜찮아. 이건 내가 주는 거니까 받아도 돼.”윤문희는 최연준과 강서연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번갈아 보았다.“내 딸도 허락할 거야. 그렇지?”강서연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엄마가 사위를 예뻐해서 주는 건데 당연히 문제없죠.”“그래. 그러니까 받아.”최연준은 그제야 시름 놓고 카드를 받고는 히죽 웃었다.윤정재는 뚱냥이를 안은 채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뚱냥이도 그를 동정하는지 연신 야옹 하고 울었다.‘내 팔자 왜 이래? 따르는 주인마다 하나같이 다 거지야. 이래서 맛있는 걸 얻어먹을 수나 있겠어? 어휴...’뚱냥이와 함께 멀어져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강서연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아빠는 최연준이 강서연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엄마에게 잘해줬다. 강서연은 진심으로 기뻤다.“여보, 밖이 추우니까 문 앞에 너무 오래 서 있지 마.”최연준은 그녀에게 얇은 카디건을 걸쳐주며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다그쳤다.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집 전화가 울렸다.방한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도련님, 사모님, 요즘 우리 애들이 연희 아가씨를 따라다니고 있는데 확실히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고 어떤 수상한 사람을 만난다고 하네요...”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이내 다시 물었다.“혹시 인지석인가요?”방한서가 잠깐
강서연은 최연준을 끌어안고 가슴팍에 살포시 기댔다. 그의 힘이 넘치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따뜻해졌다.“당신이 연희 아가씨 책가방에 도청 장치를 넣은 걸 아가씨는 알고 있어요?”“몰라.”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알게 해서도 안 돼.”“여보...”강서연이 달콤하게 웃었다.“우리 정말 잘 통한다니까요. 어쩜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요?”“응?”강서연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웃기만 하다가 가방에서 USB 같은 작은 물건을 꺼내 컴퓨터에 꽂았다. 그 모습에 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이게 뭐야?”“도청 장치와 비슷한 거예요.”강서연이 고개를 돌렸다.“남양 군대 쪽 특유의 통신 장비인데 휴대 전화의 내용을 조사할 수 있어요. 이 장비는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까 일단 기다려봐요. 곧 소식이 들릴 거예요. 음... 오늘 밤은 아니고 내일 아침이면 소식이 있을 거예요.”최연준의 관심은 마지막 한마디에 있는 게 아니라 남양 군대라는 소리에 멈칫했다.윤씨 가문이 남양에서의 지위가 엄청나다고 하던데 진짜로 군부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면 윤씨네 공주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건 남양 군부대를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건가?최연준은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예전에 낡은 집에서 결혼할 때는 그저 연약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여왕이었다. 최연준이 정말로 여왕의 남자가 되었다.“여보, 내가 얘기하고 있잖아요. 들었어요?”“응, 그래...”최연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씩 웃었다.“들었어.”“할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당신 요즘 쩍하면 정신을 딴 데 팔더라고요.”“내가 그랬어?”최연준은 허리를 곧게 펴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아 참, 여보. 이건 언제 준비했어?”“석진 오빠가 가져다줬어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도 좋은 자원으로 바꿨죠.”“무슨 좋은 걸 줬는데?”“보미 씨의 다음 작품요. 보미 씨가 누굴 선택하든 우리
“이... 이게 다 뭐야?”강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최연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윽한 두 눈에 싸늘함이 스쳐 지나갔다.사진마다 최연희가 노출이 심한 나시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배경은 기괴한 술집과 클럽이었다.게다가 몸을 비틀면서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중요한 부위를 일부러 드러내려는 것 같았다. 주변에 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전부 다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그런 사진들이었다.사진을 점점 뒤로 넘기는 최연준의 두 눈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여보, 이건 절대 연희 아가씨가 아닐 거예요...”강서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지금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여자들 사진을 가져다가 악의적으로 편집하는 사람이 많아요.”최연준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AI 기술로 얼굴을 바꿀 뿐만 아니라 표정도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 중에도 주연상을 탄 남녀 배우의 신작이라고 제목을 달긴 했지만 사실은 기술로 얼굴을 바꾼 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연예계에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이러한 피해를 보고 소송까지 진행했었다.“여보, 이 사진들 전부 인지석이 연희 아가씨에게 보낸 거예요.”강서연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그들이 조사했던 번호와 같은 번호였다.교활한 인지석은 매번 다른 번호로 최연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가 방심한 건지, 아니면 너무 자신감이 넘친 탓인지 여러 개 번호의 마지막 숫자가 다 이어진 숫자였다.최연준은 주먹을 꽉 쥐었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통신 기록에 사진만 있는 게 아니라 최연희와 인지석이 주고받은 메시지도 있었다.「연희야, 넌 내 옆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그 의사가 널 구해주려고 그러는 것 같아? 아니야. 허, 지금 수능 준비하고 있지? 네 실력으로는 절대 못 붙어. 문제를 아무리 풀어도 소용없다고. 수능에서 떨어지면 그 의사도 다시는 널 쳐다보지 않을 거야.」「너에게는 최씨 가문 딸이라는 타이틀밖에 없어. 이것마저 없다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강서연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인지석을 직접 죽이지 않아도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아요.”“응.”최연준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강서연은 통신 기록을 계속하여 훑어보았다. 최근 것뿐만 아니라 예전 것도 뒤져보았다.최연희가 인지석을 마음에 뒀을 때 두 사람은 매일 연락을 주고받았다. 인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최연희를 정신적으로 통제하면서 자신감을 망가뜨렸고 두려움에 떨게 했다.내용을 훑어보던 강서연은 너무도 화가 나 치가 떨릴 정도였다.최연희와 인지석의 대화 중에 인지석이 최연희에게 마약을 몰래 술집에 가져다 놓으라는 내용도 있었다.“경원이가 그 술집 지분을 갖고 있어.”최연준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술집에서 마약이 발견된다면 배씨 가문도 연루되겠지.”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이렇게까지 하는 목적이 배씨 가문을 해하기 위해서라고요?”“응.”최연준의 안색이 잔뜩 굳어졌다.인지석은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최연희에게 접근했다. 최연희를 정신적으로 통제하면서 남에게 말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예전에는 최연준이 너무 방심했다. 인지석이 그저 잔디나 깎는 평범한 집사인 줄 알았기에 최연희와 연애를 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여보, 이 번호 좀 봐봐요.”뜻밖에도 인지석의 몇 개 번호와 다른 번호를 강서연이 발견했는데 왠지 모르게 익숙하기도 했다.강서연은 휴대 전화를 꺼내 찾아보았다. 휴대 전화에 최씨 빌라 전체 직원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었는데 확인 결과 원흥의 번호였다.그녀는 계속 밑으로 내려가며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보았다. 원흥과 최연희의 문자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고 매번 위치만 보냈다. 마지막 문자에서 원흥은 최연희에게 물건을 줄 테니까 늘 만나던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약속한 날짜가 바로 내일이었다.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강서연과 최연
최연준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웃었다. 안주인인 그녀의 말을 들어야지, 뭐 어쩌겠는가? 안주인이 되려면 안주인의 포스와 카리스마가 넘쳐야 한다.그는 강서연을 품에 안고 커다란 손으로 등을 토닥였다.“그럼 나와 약속해.”최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원흥에게 정체가 들켜서 물건도 가질 수 없게 되면 절대 원흥과 목숨 걸고 싸워선 안 돼...”“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지킬게요.”최연준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가서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고.”...이튿날, 강서연은 밀크티와 딸기 에그 타르트를 만들어서 성수 별장으로 갔다.최연희는 방안에만 있었다. 도우미가 강서연에게 최연희가 요 며칠 기분이 계속 별로인 것 같다고 알려줬다.“신 선생님은 의학 세미나에 참석하러 강주로 가셨고 큰 어르신과 사모님은 해외 시장의 일을 처리하러 출국하셨어요...”“그러니까 요 며칠 연희 아가씨가 계속 혼자 집에 있었단 말이에요.”강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건 아니에요.”도우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아가씨는 대부분 시간 방에서 공부했고 가끔 사촌 언니와 동생들이 오면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최씨 가문에는 친척이 많아 최연희와 같은 또래인 사촌 언니와 동생도 많았다. 평소 다들 친하게 지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복잡한 일이 많아 최연희도 별로 놀 기분이 아니었다.강서연이 방문을 두드리자 한참 후에 최연희가 방문을 열었다.전보다 한결 초췌해졌고 눈 밑의 다크서클도 짙어진 게 보는 사람이 다 마음이 아팠다.“언니.”최연희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아가씨가 공부 열심히 하나 보러 왔죠.”강서연은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수험생 전용 디저트도 가져다주려고 왔어요.”그녀가 들고 있는 음식을 본 최연희의 두 눈이 평소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그저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강서연은 주머니를 상 위에 내려놓고 밀크티와
최연희는 손을 뻗어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손을 반쯤 뻗어 허공에 멈출 때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졌다.강서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도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점점 흐릿해지고 미약해져 결국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져서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강서연은 그녀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소파에 눕히고 베개와 담요를 더해줬다.나가기 전에 하인에게 당부했다.“연희 아가씨가 좀 피곤해서 잠이 들었어요. 문 앞에서 잘 지키시고 가끔 들어가서 감기 걸리지 않게 이불을 덮어 주세요.”최연준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강서연은 자기 남편을 보자마자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연희 아가씨에게 이런 짓을 해서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수면제만 조금 섞어서 괜찮을 거야.”최연준은 부드럽게 위로했다.“한숨 자고 나서 다시 깨어날 때면 모든 일이 지나갈 거야.”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은 원흥과 약속한 주소로 재빨리 출발했다.약속한 장소는 사실 최상 빌라의 한 외진 마당이다. 집사 숙소와는 거리가 있어 평소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해가 질 무렵이면 이곳도 다른 곳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최연준은 일찍이 사람을 데리고 사방에 매복해 있었고 강서연은 그 잎사귀 한 점 없는 오동나무 아래 홀로 서 있었다.그녀는 모자를 쓰고 꽁꽁 싸매고 있어서 멀리서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정말 최연희와 다를 바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흥도 도착했다.강서연은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졌고 뒤돌아보지 않았다.원흥의 살짝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물건은 여기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죠?”강서연은 잠시 멈칫하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조용히 녹음 버튼을 눌렀다.“아이고, 연희 아가씨!”원흥은 인내심이 없었다.“지석 형님께서 다 말해 주지 않았어요?”강서연은 여전히 그를 등지고 힘껏 고개를 저었다.“연희 아가씨.”원흥은 수상쩍게 좌우를 살피다가 한 발짝 앞으
원흥은 성수 별장의 지하실에 던져졌다. 최연준은 센터에 앉아 있고 사방은 무표정한 얼굴의 보디가드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원흥은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면서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셋째... 도련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 물건은 아가씨가 달라고 하신 거지 제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최연준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그가 말도 하기 전에 옆에 있던 보디가드가 원흥의 가슴을 발로 세게 차버렸다.원흥은 울고불고하며 아파서 피를 토할 뻔했다.“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는 억지를 부렸다.“저를 가두는 건 법을 어기는 겁니다...”“너도 법을 알고 있었다니?”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차갑게 그를 응시하고 하는 말이 얼음 칼처럼 날카로웠다.“최씨 가문에는 내가 법이야!”원흥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왔는데 피비린내가 끝없는 공포감을 품고 밧줄처럼 그의 목을 힘껏 졸랐다.최연준은 그와 여기서 오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강서연에게 이런 더러운 광경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눅눅하고 으슬으슬한 지하실에 오지 못하게 하고 위층에 있으라고 했다.최연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방한서에게 눈빛으로 원 집사를 데리고 오라고 명했다.얼마 안 돼서 원흥은 낮고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도련님...”“네가 사실을 말하지 않으니 네 삼촌이랑 오붓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줄게.”최연준은 냉소했다.“원 집사는 너를 친자식처럼 키웠는데 지금 둘에게 많은 시간을 줄 테니 한번 만나 봐.”원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는 어려서부터 부모가 없었는데 원 집사가 줄곧 그를 곁에 데리고 있었으며, 후에 그를 최씨 가문에 취직시켜 줬다.그는 시종일관 이 삼촌의 양육 은혜를 감사히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그에게 보답하고 싶어 했다.그러나 인재가 넘쳐나는 최씨 가문에서 그는 출중한 학벌도 없고, 뛰어난 일 처리 능력도 없어 중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또 평생을 성수 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