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1635 챕터

제121화

“강유빈!” “그만, 그만!”주원효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고 강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만 가세요. 오늘 저는 강유빈 씨 하고만 계약 얘기를 나눌 거예요.”강유빈은 예쁘게 웃어 보이며 주원효와 같이 미팅 실로 움직였고, 그 와중에 잊지 않고 강서연에게 경멸에 찬 눈빛을 아낌없이 보냈다.그때는 강서연도 너무 마음이 상하고 억울했지만, 널브러진 서류를 하나하나 주워 담고 절벅거리는 발로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그러고 나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그 주원효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강유빈도 그와 계약을 다 하고 나서 주원효의 회사가 겉만 번지르르한, 속은 텅 빈 페이퍼 컴퍼니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유빈은 강명원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에 계약을 촉구했고 아예 계약금 일부까지 입금했다고 했다. 그 결정 하나 때문에 강진이 수십억을 허공에 날리게 된 셈이다.그 얘기를 전해 들은 강서연은 한참이나 정신을 못차렸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처음이라.그녀는 믿기 힘든 그 얘기를 구현수에게 말해 주었다.“사실 나 그때 한 번 더 설득하고 쟁취하려고도 했었어요. 주원효 그 사람이 꺼내든 조건이 너무 좋은 조건이었어요. 거의 거저먹는 거였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약간은 의심해 볼 만도 했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갑자기 들이닥친 행운은 불행의 씨앗일지도 모른다고 어른들이 그랬는데...”구현수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 앞으로 당신도 공짜라면 한 번 더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여서 결정해야 해.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진 않으니까.”“그러고 보면, 이번 일은 유빈 언니가 내 앞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어요. 아니면 그 수억을 날려 먹은 게 나였을 수도 있는데.”강서연도 은근히 속이 시원한 듯 해 보였다.‘바보, 그게 당신이 될 수가 없지.'구현수의 얼굴에 미소가 더 깊어졌다.‘강유빈이 타깃인 계획적인 일에, 다른 사람이 당할 일은 없지.’다행히 위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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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연준 형, 형? 형! 듣고 있어요?”배경원은 연속 몇 번이고 구현수를 불렀고, 구현수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가벼운 기침으로 대응했다.배경원은 그런 구현수를 놀려대며 말했다.“형님, 나는요, ‘혼이 빠졌다’ 는 게 뭔지 지금 알았잖아요! 전화기 너머로도 형의 시선이 우리 형수한테서 떨어지지 않는 게 느껴지네요.”구현수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배경원, 요즘 몸이 쑤시면 말해, 그렇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배경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감히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이튿날, 임우정은 강진 빌딩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강유빈을 만났다.“유빈 씨.”임우정은 웃으며 계약 해지 협의서를 꺼내 들었다.“사전에 비서를 통해서 연락했었죠. 여기 유빈 씨 사인만 비었어요. 하시죠.”강유빈은 원래도 안색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거의 일그러뜨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녀가 가짜 싱가포르 인간에게 수십억을 사기당한 뒤로, 강진은 업계 비웃음거리가 되어 있었다.강명원은 어디를 가도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 화를 강유빈한테 풀었다. 이사회에서 호되게 꾸짖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맡고 있던 여러 수익 나는 사업도 다시 회수했다. 집안에서도 강유빈은 전전긍긍하며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살았다.이젠 호정 무역도 흐르는 형세에 따라 다른 회사들처럼 이번 기회에 강진과 관계를 청산하려고 계약 파기를 하러 왔던 거였다.강유빈은 이를 악물고 웃는 얼굴의 임우정을 보며 사인펜을 움켜쥐고 어렵게 서명했다.임우정은 체크해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감사해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삼일 안에 귀사에서 계약 해지서를 받아 보실 수 있겠고요, 유빈 씨 협조해 줘서 고마워요. 식사는 제가 살게요!”강유빈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사양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나 아직 밥을 얻어먹을 정도는 아니니깐요!”“이렇게 도와주는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임우정은 자진해서 계산하고 돌아와서 강유빈을 향해 동방예의지국의 미소를 보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강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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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그 그림 같은 장면만 보면 그녀들의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수 있을 정도였다.임우정은 눈썹을 찡그렸고 속은 은근히 불편했다.“에이, 우정 씨만 절친이고 간 쓸개 다 빼주면 뭐 해요. 정작 상대방은 좋은 걸 딴 사람이랑 나누는데! 우정 씨, 저기 강서연이랑 옆에 친구가 누군지 모르죠? 오성에 최상그룹 막내딸 최연희예요. 저번에 우리 집에서 자선 파티 열었을 때도 연희 양이랑 서연이가 서로 팔짱을 끼고 와서는 절친이라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서연이가 당최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참!”강유빈은 일부러 목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말을 했다.“우정 씨의 절친한 친구는 이제 저렇게 높은데 연줄을 댔으니, 당신을 예전만큼 생각이나 할까요? 참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죠. 씁쓸하네요.”강유빈은 임우정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속을 뒤집어 놓고 자리를 떴다.임우정의 눈길은 강서연과 최연희를 계속 쫓아갔다. 솔직히 그녀도 약간은 질투가 솟구쳤다. 아이스크림 가게 역시 그녀가 강서연한테 자주 사줬던 단골 가게였다.여자들 사이의 우정은 때로 사랑보다 더 미묘하고 더 쉽게 부서졌다. 나는 너를 절친이라고 대하는데, 너는 나를 그저 친구라고 생각할 때, 좋은 걸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즐길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질투가 임우정의 뇌리로 퍼져갔다.그리고 임우정의 주의력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의 최연희에게 더 많이 꽂혀 있었다....오후 회사. 강서연과 임우정은 탕비실에서 마주쳤고 강서연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반면 임우정은 그저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강서연은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타서 건네주면서 조용히 그녀에게 물었다.“언니, 무슨 일 있어요?”임우정은 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점심에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직접 말해줬다.“우리를 봤다고요? 봤으면 부르지, 왜 안 불렀어요? 원래 같이 가려고 언니 부르려고 했는데, 자리에 없더라고요.”강서연은 눈웃음을 보이면서 순진한 모습으로 말했다.“그럼 됐어. 설명 안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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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임우정 그녀 역시도 본인이 생각이 많은 거면 좋겠다. 하지만 한 번 보면 기억하는 습관은 학교 때부터 익힌 자기 기술이고, 또 얼굴 인식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라 마스크를 썼다 한들 눈매는 변할 수 없기에 틀림없었다.임우정은 생각할수록 찝찝하여 목소리를 낮추며 강서연한테 당부했다.“아무튼, 서연이 너 잘 눈여겨봐 둬. 최상의 막내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표현했다.“내 말은... 사람을 대할 때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심하라고!”“그렇긴 한데요, 언니.”강서연은 한참 머뭇머뭇하다가 말을 이었다.“만약 가짜 최상의 막내딸이라면, 나한테 무슨 목적이 있다고 접근했을까요? 게다가 지난번 자선 파티는 특별히 최연희 양을 위해 마련되었던 거고, 유빈 언니가 직접 신원을 밝혀줬는데. 나를 속인다고 해도 강진 사람들을 갖고 놀 수야 없지 않을까요?”“너의 그 유빈 언니의 정보력을 아직도 그대로 믿냐?”임우정은 실소하며 말했다.“유빈 씨가 사람 잘못 본 게 전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사기꾼한테 당했지.”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이 없었다.“서연아, 난 정말 널 위해 하는 소리야.”임우정은 성격이 시원해서 말도 숨김이 없었다.“서연이 너는 사람이 착하고, 진실하고 정말 다 좋은데, 융통성이 없어. 아무리 최연희 그 사람이 너를 구해 줬다고 해서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간 쓸개 다 빼주지 않아도 된다고.”임우정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너랑 현수 씨와의 관계에서도 그래. 남편이긴 하지만 마음을 통째로 남김없이 다 주지는 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니까,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너부터 잘 챙겨. 만에 하나 결혼에 있어 문제라도 생기면 너만 뼈도 못 추릴 수 있어. 그때 가서 혼자서도 잘 버티려면 그래야 해.”“우정 언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강서연은 눈을 번쩍 치켜올려 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송곳같이 느껴져 임우정의 얼굴이 빨개질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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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임우정은 힘겹게 발을 움직여 걸어 봤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고통이 하늘을 찔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미 오후였고 산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등산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신감에 넘친 그녀가 하필이면 오늘 사람이 안 다니는 외진 길을 타서 이 사달이 났다.꼴 좋게 이대로 산에 갇히게 생겼다. 그녀는 서둘러 배낭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역시나 신호는 잡히질 않았다.다시 용기를 내 움직임을 시도했지만,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아도 일어서기가 힘들었다.임우정은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귀신조차 안 보이는 이 외진 곳에서 해가 지면서 어렴풋이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그녀는 머리부터 신경이 곤두섰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핸드폰을 껐다 켰다여러 번, 신호는 도통 잡히지 않았고 유일하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핸드폰마저도 배터리가 다 되어갔다.임우정은 다리를 끌며 땅바닥에서 포복으로 움직여 나갔다. 최대한 야생동물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최대한 소리를 작게 내면서. 하지만 방향도 분간이 안 되는 이곳에서 혼자 힘으로 산을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고 그녀는 절망을 금할 수 없었다.바로 그때, 가쁜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녀는 급히 숨죽였고, 소름 돋을 정도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녀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겁에 질렸고 곧이어 누군가의 손이 그녀 앞에 놓였다. 가늘고 굴곡이 분명한 흰 피부에 이쁘장한 손이었다.임우정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온화한 눈빛과 마주했다.“당신?”그녀는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심... 심 의사 양반?”“왜요? 너무 의외라 반갑죠?”신석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 옆에 앉더니 그녀의 다친 발을 만졌다.임우정은 낮게 외쳤다“아! 아파... 아파요!”“힘 풀어요.”신석훈은 몇 번 만져보더니 감을 잡았다.“뼈마디가 어긋났네요. 뼈가 부서지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지금 제자리로 돌려놓을게요, 바로 좋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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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임우정의 마음은 쿵 하고 내려앉은 듯 먹먹했다.이런 이상하지만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감정이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진 뒤로 한 번도 없었다.임우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도 모르게 신석훈을 밀쳐냈지만, 그녀의 손은 그에게 더욱 꽉 잡혔다.“당신...”신석훈은 무심한 듯 조용히 설명했다.“아직 상처가 있어서 걷기가 불편할 거예요. 그래도 고집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임우정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가늘고 흰 남자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수술칼을 사용하던 손이어서 깨끗하고 아름다웠다.게다가 신석훈이란 사람은 점잖고 잘생기고 매너까지 몸에 배어있었다.오늘 이 사람이 신처럼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산속에 갇혀 아직도 절망 속에 있을 게 뻔했다.생각에 잠겼던 임우정은 발목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 넘어질 뻔했다.“조심해요!”신석훈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부축했다.그는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그 위의 먼지를 털어내고 임우정을 살며시 앉혔다.신석훈은 그녀의 양말을 벗기고 자세히 관찰했다.“좀 더 부은 것 같네. 내려가면 우리 병원에 먼저 가서 치료받는 게 좋겠어요.”“네, 감사해요.”임우정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고 갑자기 뭐가 떠올랐는지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저를 어떻게 찾아온 거예요?”신석훈은 손으로 얼굴을 긁적이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산기슭에 가까워졌는지 신호가 잡혔다. 임우정은 살짝 의아했다가 그의 핸드폰의 인스타그램 맨 위에 그녀가 산을 오르기 전에 올렸던 사진이 떠 있는 게 보였다.“여기서 봤어요. 그리고 사진 밑에 위치가 있길래 따라와 봤죠.”신석훈은 조용히 말했다.“따라 왔... 따라와서 뭐 하게요?”“여자 혼자서 이런 외진 산을 타는 게 안전하지 못 해요.”임우정은 살짝 마음이 설렜다.신석훈은 그녀를 향해 웃고 나서 몸을 낮춰 등을 내밀었다.“업혀요!”“왜요?”“길이 좋지 않으니까, 제가 업을게요.”임우정은 한순간 그 사람에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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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서연아. 이건...”“식기 전에 빨리 먹어요.”강서연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라면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고 전에 몇 번 말해줬는데.”임우정은 코끝이 찡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서연은 그녀를 쭉 지켜보다가 더 참지 못하고 히죽히죽 웃어버렸다.“내가 처음으로 도시락을 해준 것도 아닌데, 이게 눈물이 나올 상황이에요?”임우정은 입안의 밥을 꿀꺽 넘기고 붉어진 눈으로 강서연을 바라보며 말을 할 듯 말 듯 하다가 끝내는 세 글자를 뱉었다.“미안해.”강서연은 마음이 찌릿했다.임우정이 자존심이 얼마나 센 사람인지, 누구랑 싸워도 지지 않을 뿐더러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녀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임우정이 그녀를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사실 그날은 그냥 친구 사이에 흔한 말다툼이었을 뿐, 이렇게 심각할 필요까지 없었다.강서연은 웃으며 임우정의 손을 잡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형제끼리도 싸우고 그러는데 우리가 길게 싸울 필요가 있겠어요?”“그래!”임우정도 시름을 놓고 웃었다.“서연아, 그래도 네가 만든 돈가스가 제일 맛있어!”“그러니까 라면은 적게 먹고 내가 도시락 쌀 때 언니 것도 같이 싸 올게요.”“헤헤...”임우정은 고운 치아를 다 내보이며 웃었다. 그녀는 몇 숟가락 더 들고 나서 손을 들어 맹세하였다. 얻어먹는 자는 감사할 줄 알았다.“서연아, 내가 다시는 현수 씨 나쁜 말을 하지 않을게. 맹세할게! 이제부터 현수 씨는 나의 제부로 모실게. 모든 일에서 두 사람의 편을 들게!”강서연은 그녀의 모습이 기가 차고 웃겼다. 그녀를 한참 지켜보다가 박장대소를 하였다.“그런데 말이 나와서 말인데. 왜 내 남편이 그렇게 눈에 거슬렸어요?”“그런 게 아니라...”임우정은 머쓱해서 웃었다.“그냥 난 네가 아까워서, 너의 짝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나 봐. 너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 믿었어!”“현수 씨, 좋아요.”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그래, 너만 좋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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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구현수는 자상한 미소를 띠고 품 안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강서연은 귀엽게 그의 품 안에서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아니면 우리가 좀 도와줄까요?”“도와준다고?”구현수은 이런 일은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되물었고 그녀는 진지하게 답했다.“신 의사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함께 하지 못했을 거잖아요. 우리도 그분께 감사해야 해요! 이번에 우리가 도와 우정 언니와 잘 되게 하면 너무 완벽할 것 같아요.”구현수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고 눈빛은 어둡고 깊었다.그는 그녀보다 더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이런 일에 아무 생각 없이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게다가 임우정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또 신석훈은 그에게 있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되었다.하지만 강서연은 이미 신나서 오작교를 하고 싶어 했고 구현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서연은 고양이처럼 귀엽게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현수 씨. 나 좋은 수가 떠올랐어요. 우리 넷이 같이 여행가요. 저랑 우정 언니도 마침 휴가가 있고, 놀러 가고 싶었던 곳도 있어요.”그녀는 신나서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었다.아주 아름다운 온천 민박이었다. 오성의 외각에 위치한 명황산의 최상 빌라와 마주하고 있는 곳이었다. 강서연이 진작부터 가보고 싶어서 소장했던 곳이라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니 두 눈에서 빛이 어렸다.“왜 여기야?”구현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곳을 좋아해?”“여기 엄청나게 이름 있어요!”강서연은 흥분해서 설명했다.“검색해 보면 온천 민박 중에 여기가 평점이 제일 높아요. 주말은 육 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한대요. 평일에 휴가 내서 가면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을 거예요. 조용하고 놀기도 좋고.”“당신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구현수는 가볍게 웃었다. 보아하니 그녀가 여기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만에 하나 그녀가 이 민박의 진짜 주인이 최연준인 걸 알게 되면 그래도 좋아할까?강서연은 그의 얼굴색이 이상한 걸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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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같이 여행하는 거 현수 씨 아이디어 아니죠?”신석훈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맞아요. 강서연 아이디어예요.”구현수는 낮게 말했다.“서연이가 석훈 씨와 우정 씨가 잘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같이 여행 가자고 제안했죠. 둘이 얘기를 많이 나눴으면 해서.”“서연 씨가 애썼네요.”신석훈은 웃으며 주위를 살폈다.“이곳 정말 좋네요. 그런데 좀 이상해요.”“왜요?”“내가 찾아봤는데 민박집이 엄청 유명하던데. 오기 전에 사람들로 붐빌 거로 생각했는데 우리밖에 없네요? 주말 아니라도 너무 조용하지 않아요?”구현수는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했다. 오기 전에 그는 이곳을 비워두게 했고 당연히 사람이 보일 리가 없었다.“하하, 보아하니 여기 경영 제대로 못 해서 망하는 거 아닐까 싶네요.”말문이 막힌 구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뒤집었다.“사람이 많은 게 좋아요?”신석훈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사람은 그래도 떠들썩한 데가 좋은가 봐요. 하하. 밥 먹으러 가도 가게가 사람이 적으면 나는 절대로 안 들어가요, 핫한 데 가서 줄을 설지라도.”구현수는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칠성급 호텔도 사람이 적은데, 아무나 먹을 수가 없잖아요?”“허허, 이 사람이 ...”신석훈은 말문이 막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앞전에 밤낮없이 보살펴 목숨을 구해줬었건만 사람 민망하게 말이다.“둘이 뒤에서 뭐 하기에 그렇게 천천히 와요?”앞에서 강서연의 달달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구현수가 바라보니 강서연이 그를 향해 힘차게 손 흔들고 있었다. 강서연과 임우정이 서 있는데 뭔가 다른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았다.구현수는 눈빛이 바로 변하더니 경각을 높였다.‘이미 이곳을 통으로 빌려서 사람이 들어왔을 리가 없는데 이게 웬일이지?’“현수 씨, 빨리 와요!”강서연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여기 할머니가 손금을 봐준대요!”구현수는 흠칫했다.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절이 있기는 했다. 일부 스님이나 도사들이 여기를 지나다니는 것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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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그 말에 강서연의 머리가 하얘졌다.당혹스러워하던 그녀가 할머니한테 물으려다 곁의 구현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고 눈빛은 더없이 매서워서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강서연은 그와 깍지 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할머니도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인지 못 하시는 나이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예상 밖으로 할머니의 귀가 밝아 듣고는 헤벌쭉 웃었다.“아가씨가 마음씨가 참 좋아, 좋은 사람은 좋은 일이 따를 거야.”“할머니 고마워요.”강서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저희 남편이 좀 과묵한 데다 부리부리한 외모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지만 그래도 더없이 자상해요.”“허, 아가씨 궁합을 보고 싶은 게지?”강서연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할머니는 손금을 힐끗 보고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빨간 끈 두 줄을 꺼냈다.능수능란한 손재간으로 벼 이삭 같은 매듭에 빚는 동심결마다 정갈한 방울까지 더해 맑고 쟁쟁한 소리가 났다.“이 팔찌를 손목에 착용하거라.”할머니는 한자 한자 타이르듯 말했다.“방울이 울리면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미간을 찌푸린 신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런 용한 물건이면 휴대 전화도 필요 없겠네요!”어리둥절해 있던 강서연은 돌아서 환한 얼굴로 할머니를 향했다.“할머니, 남편이랑 저는 오래오래 같이 있을 거라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너희 언젠가는 떨어질 거야.”순간 하얗게 질려버린 강서연은 구현수의 손을 꼭 잡았다.“하지만...”할머니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언젠가는 둘이 꼭 행복한 날이 올 거야.”강서연은 그제야 미간이 풀렸고 작은 보조개가 얼굴에 달려있었다.구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실눈을 떠서 쳐다보고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리를 떴다.“허! 이 할머니가 정말!”신석훈이 끼어들어 말했다.“나이 들어서 어떻게 되신 거 아니야? 그래도 마지막 말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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