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31 - Chapter 140

1635 Chapters

제131화

그녀가 팔지를 치우려고 하자 구현수가 뺏어서 주머니에 넣었다.“당신...”“너랑 나 하나씩 갖고 있어야지. 그 할머니가 그러셨잖아. 혹시라도 서로 헤어지면 안 되니까...”“퉤퉤퉤. 헤어지는 일은 없어요!”강서연은 두려웠다. 할머니가 얘기하실 때 신경도 안 썼는데 구현수의 입에서 ‘헤어진다’ 라는 말을 들으니 특별히 예민해진 그녀였다.“바보.”낮고 허스키한 구현수의 목소리 속에는 다정함이 있었다.“헤어진다고 한들 내가 놔주지 않을 거야!”“그럼요!”강서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신석훈과 임우정은 동시에 웃음이 났다.그렇게 돌아다니던 네 사람은 민박집을 찾았고 가게 점장이 직접 마중 나와 민박의 가장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안내했다.식당에 발을 들이자 신석훈과 임우정은 입이 떡 벌어졌다. 여기가 정녕 말로만 듣던 반년 월급을 팔아서야 겨우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의화루인가? 강서연이 여기를 어떻게 예약한 거지!“점장님. 잘못 찾아온 거 아니죠?”강서연도 의아해하며 물었다.“인터넷으로 예약할 때는 기본 세트라고...”“맞아요. 여깁니다.”점장이 공손하게 손뼉을 치자 훈련받은 웨이터들이 저마다 산해진미를 그들 앞에 대령했다.눈이 휘둥그레진 강서연은 숨죽이고 있었다.사진으로만 봐왔던 의화루의 메인 요리들이 한 상을 가득 채웠다. 이 한상차림만 해도 그녀가 충분히 빈털터리가 되고도 남을만한 가격이었다!“점장님!”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강서연 씨. 예약하신 게 기본 세트가 맞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저희 가게에서 민박에 주숙하신 손님 중 행운고객을 선정하여 초호화 세트로 업그레이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첨된 번호가 바로 강서연 씨의 예약 번호입니다!”“정말요?”실제로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는 일이 있단 말인가!신석훈과 임우정은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갔다. 두 사람은 꿈을 꾸는 것 같아 마주 보았다.“진짜로? 운이 너무 따라주잖아요!”임우정은 흥분된 목소리로 주위를 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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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둥근 식탁에 모두가 모여앉았다.차려진 음식들은 맛과 향 그리고 색감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져 정교한 사기그릇에 담겨있어 저마다 최상의 화려함을 자랑했다.풍성함에 눈이 휘둥그레진 신석훈은 약을 탔는지 의심도 없이 다급하게 먹으려고 들었다.임우정은 웃으며 말했다.“이러다 은행카드 비밀번호도 순순히 불러드리겠어요?”“마음대로 하라고 그래요! 어차피 은행카드에 얼마 없기도 하고 이 한상차림 살 돈도 없어 다 먹으면 그만이니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에요!”신석훈은 중얼거렸다.“역시 신 의사님이 계산이 빨라요.”“저 못지 않으면서요!”신석훈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나보다 많이 먹잖아요!”말하면서 젓가락으로 신석훈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강서연과 구현수는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서로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사랑스러움이 묻어있었다.“여러분. 모든 요리가 다 나왔습니다.”점장은 직원들을 불러 생선탕을 대령했다.“이건 쏘가리탕입니다. 명황산 아래 시냇물에서만 자라는 물고기는 신선하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느끼하지도 않아 탕으로 드시기 제일 적합합니다.”그들은 앞에 있는 수프 그릇을 쳐다봤다.역시나 싱그럽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쏘가리는 진하게 고아져 간이 잘되었고 복숭아 꽃잎으로 장식을 해서 로맨틱함을 한층 더했다.강서연은 습관적으로 물고기 눈알을 구현수에게 집어줬다.어릴 적 어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늘 그녀와 윤찬에게 생선요리를 해줬는데 요리가 다 되면 어머니는 항상 생선 눈알을 하나씩 나눠주곤 했다.생선 눈알은 눈을 맑게 해줘서 생선 중 가장 귀한 부위라고 어머니가 말씀해주셨다.강서연은 웃으며 구현수를 바라보았다.한쪽에서 지켜보던 임우정은 질투가 났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휴. 다른 집 남편은 사모님이 생선 눈알도 집어주면서 끔찍이 여긴다는데.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부럽다 부러워!”“질투하세요?”신석훈이 놀려댔다.“여기 생선 많잖아요! 드시고 싶으면 집어 드시면 되죠!”볼 빨개진 강서연은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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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괜찮아.”훌쩍이던 그녀는 억지로 웃으며 어깨의 손을 토닥거렸다.“우정 언니.”강서연은 무언가를 말하려 머뭇거리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얼른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혼자 담아두지 말고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나한테 얘기하고요. 얘기하고 나면 훨씬 나아져요. 딱히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더 안 물을게요.”“서연아. 나...”임우정은 말하려다 다시 삼켰다.한참 후에야 다시 천천히 말을 꺼냈다.“나 석훈 씨한테 비하면 많이 부족한 거 같아.”“네?”“내가 부족한 것 같다고.”임우정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나... 전에 그 사람이랑...”더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강서연은 무슨 일인지 눈치로 알 수가 있었다.임우정은 늘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이지만 남녀 사이 문제에서는 진지한 모습에 강서연도 조금 놀랐다.하지만 얼마나 사랑했기에 여자가 자신을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강서연은 흠칫 놀라 그녀의 손을 잡아 꾹꾹 눌렀다.“우정 언니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의 일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숨겨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 사람과 정말로 사랑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일만 없었더라면 아직까지도 같이 있었을 거잖아요. 맞죠?”임우정은 조용히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없었다.“우정 언니. 왜서 신 의사님을 안 받아줬는지 이해가 돼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고 언니 마음속에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가 없는 거죠.”“서연아...”임우정은 울먹이며 말했다.강서연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아기 안아주듯 흐느끼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솔직히 난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때가 언제인데 이 정도 과거야 누구나 있는 거고 이젠 이런 건 일도 아니라고요. 신석훈 씨는 신경도 안쓸걸요?”“정말?”임우정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서연이 이런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물론이죠.”강서연은 이어 말했다.“현수 씨가 그러는데 여자가 순결을 지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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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그녀는 문뜩 모래밭을 걸어보고 싶었다.강서연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구현수는 온밤 잠을 설쳤다.이제는 강서연이 곁에 없으면 잠에 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강서연과 임우정이 절친 사이라 두 사람의 수다에 끼어들어 방해하면 속 좁은 사람으로 몰릴까 봐 말도 못 꺼냈었다.그래서 어젯밤에는 침대서 여기저기 뒹굴며 화풀이를 했었다. 눈은 방울보다 더 커져서는 속으로 수백 번이고 신석훈을 욕했었다.이번 여행은 누구를 위한 여행이란 말인가?!하지만 신석훈은 임우정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이토록 손쉽게 저버렸으니 말이다. 신석훈의 코를 고는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옆방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구현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슬슬 밝아지자 잠깐 눈붙여 안정을 취하려 했다.그 순간 방의 전화가 울렸다.“셋째 도련님. 서연 씨가 혼자 밖으로 나갔습니다.”“뭐?”그는 깜짝 놀랐다.“어디로 갔는데?”“아침 일찍 바닷가로 향해 저희 쪽에서 따라붙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저희 개인 바닷가가 아닌 공공구역이라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만 발견될까 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구현수는 실눈을 떴다.‘바닷가?’거기 경치가 좋지만 최씨 가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그곳은 여행객들도 거의 없는 데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구현수는 경계태세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짝 따라붙어.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책임을 단단히 묻겠어!”전화기 너머로 전전긍긍하다 다급하게 수긍했다.바닷가에 온 강서연은 슬리퍼를 한 쪽에 벗어두고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밭을 걷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바닷냄새를 몰고 머리카락을 스쳤다. 멀리에서는 바닷새가 날아다녔고 수평선에서 해가 서서히 떠올라 수면을 벌겋게 물들였다.강서연이 도시에서는 감상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갑자기 휴대 전화를 잊고 못 챙겨온 걸 한없이 후회했다.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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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당... 당신.”한순간 한 줄기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부랑자는 그녀를 힐긋 쳐다보고는 머리를 흔들며 입으로 중얼대더니 쓰레기 꾸러미를 들고 냅다 도망갔다.강서연은 뒤따라 쫓아갔지만 몇 걸음 못 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거친 숨을 내쉬었다.그 얼굴...너무나도 구현수와 닮아 있었다.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강서연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손발이 차갑게 저렸다.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채로 그녀는 이미 민박집 앞에 와 있었다. 앞에는 구현수가 나와 있었고 어깨에 손을 얹자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멍하니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구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상냥하게 물었다.그제야 정신이 든 강서연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그녀의 눈앞에 또렷한 턱선과 깔끔한 이목구비가 나타났고, 농염한 남성미가 내뿜어져 왔다. 이런 현수 씨를 어찌 부랑자와 비교하겠는가!방금은 실성을 했는지 헛것을 본 게 분명했다. 강서연은 자책하면서 저절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도대체 왜 그래?”구현수는 방금보다 더 상냥하게 물었다.강서연은 그와 깍지를 낀 채로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었다.그녀의 손은 놀랍도록 차가워 구현수는 되레 걱정되었다.“아침부터 어디로 간 거야? 사면이 바다인 데다 바람도 세고 오성은 점심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에는 기온이 떨어져. 이렇게 얇게 입고 나가더니 감기 걸린 거 아니야?”커다란 손이 그녀의 이마에 닿자 강서연은 애교 섞인 말투로 잡아 내렸다.“나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구현수는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유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서연은 갑자기 방금의 웃음거리가 생각나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피식 웃었다.이 웃음이 구현수의 눈에는 온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여보.”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는 매력적인 저음으로 말했다.“명색이 신혼여행인데 어제는 왜 날 독수공방하게 만들었을까.”“그래서. 기분 나빴어요?”그녀는 작은 여우처럼 올려다보았다.“그럴 리가.”그는 실눈을 뜨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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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정말이에요?”강서연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벤트를 한 건 그 사람들인데 우리만 운이 좋았네요!”“그러니까 말이야.”구현수가 덤덤하게 웃었다.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흐뭇했다.“현수 씨랑 결혼한 후로 내 운이 수직 상승한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순조롭게 잘 풀린다니까요.”그녀는 발뒤꿈치를 들고 그의 볼을 두 손으로 잡더니 쪽하고 입맞춤했다.“현수 씨는 정말 복덩어리예요!”구현수는 잠깐 멈칫하다가 그녀의 코끝을 톡 치며 가볍게 웃었다.“먼저 가서 먹어.”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화장실 갔다가 바로 갈게.”“알았어요.”강서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그럼 나 먼저 우정 언니랑 심 의사님 찾으러 갈게요. 얼른 와야 해요.”“알았어.”강서연이 폴짝폴짝 뛰며 방을 나간 순간 구현수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는 테이블 위의 전화기로 번호를 꾹꾹 눌러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아침 서연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서연 씨는 계속 바닷가에서 놀았고 저희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 쓰레기통 그쪽에서...”부하가 말을 얼버무렸고 구현수가 버럭 화를 냈다.“말해!”“거기서 노숙자랑 부딪혔어요.”‘노숙자? 무슨 일은 없었겠지?’구현수는 마음이 움찔했다.“다행히 노숙자는 서연 씨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노숙자가 떠난 후에 서연 씨가 계속 노숙자가 간 방향을 쳐다보는 거예요. 아마 십여 분 정도 움직이지도 않고 지켜봤을 거예요.”‘놀라서 그랬나?’구현수의 뇌리를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서연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몇몇 건달들이 문 앞에서 그녀를 희롱했을 땐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달려들기도 했었다.그리고 지난번 식사 자리가 끝난 후 배경원이 그녀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다고 오해했을 때도 운전기사의 목을 조르고 차에서 뛰어내린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이토록 용감하고 강한 여자가 고작 노숙자 때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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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사진들 전부 윤문희의 사진이었다.정신 요양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조금 특별했다. 환자 대부분이 면역력이 낮아 환자 가족들이 외부 세균이나 독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걸 막기 위해 요즘 규정을 새로 수정했다.환자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면회가 가능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요양원에서 전문가가 직접 보살핀다고 한다.강서연은 더는 전처럼 언제든지 어머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여 신석훈은 시간이 여유로울 때마다 그녀 어머니의 사진을 종종 찍어 요양원에서 잘 지낸다고 알려주곤 했다.“아주머니 잘 지내고 계세요.”신석훈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아주머니를 돌보는 간호사가 그러는데 요즘 대화할 때나 야외 활동을 할 때나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대요. 저도 아주머니 차트도 보고 담당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요즘 복용하는 약도 절반 줄었대요.”“정말이에요?”강서연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었다.신석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지만 전 그냥 이쪽에 잠깐 배우러 온 의사라 직권이 별로 없어서 아주머니를 자주 보러 가진 못해요. 안 그러면 서연 씨도 아주머니 상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죠.”“그런 말씀 말아요.”강서연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저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심 의사님, 정말 너무 고마워요.”“별말씀을요.”신석훈이 입술을 적셨다.“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전데요.”“저한테 고맙다고요?”신석훈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저 요즘 우정 씨랑 자주 데이트도 하고 그랬어요... 하하, 서연 씨가 저에 대한 좋은 얘기 많이 해준 거 맞죠? 고마워요, 서연 씨!”강서연은 진심으로 기뻤고 또 임우정이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임우정이 왜 그녀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은 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다 신 의사님의 정성이죠. 우정 언니가 신 의사님의 진심에 감동한 거예요.”“만약 서연 씨가 지난번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저랑 우정 씨도 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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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와, 대박이에요, 대박!”신석훈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느 관중들 못지않게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건 물론이고 목청 높이 응원하기도 했다.“그렇지! 훅을 날리란 말이야... 그래!”현장의 환호성이 귀청이 떨어질 만큼 쩌렁쩌렁했다. 또다시 구현수의 제자가 경기 승리를 거두었다.“서연 씨, 오늘 경기 모두 현수 씨의 제자들이 이긴다면 상금도 엄청 많이 받겠네요?”그의 질문에 강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래요.”임우정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그럼 석훈 씨도 업종 바꿀래요? 의사 말고 복싱 코치할래요?”“그것도 나름 괜찮은 생각이에요!”신석훈이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관중들 좀 봐봐요. 다들 티켓을 구매하고 온 사람들이잖아요. 복싱 선수는 지든 이기든 출전 수당이 있으니까, 코치는 당연히 더 많이 받겠죠.”“석훈 씨, 요즘 돈독이 올랐어요?”임우정이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물으니, 신석훈이 일부러 한숨을 내쉬었다.“어휴, 돈독이 안 오르면 어떻게 장가가요.”“뭐라고요?”신석훈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임우정도 웃으며 그를 때리려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강서연은 그녀의 안색이 확 굳은 걸 바로 알아챘다.“언니, 왜 그래요?”임우정은 아무 말 없이 그저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면서 몸도 부들부들 떨었다.강서연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링과 멀지 않은 곳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인파 속을 뚫고 비상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람한 체구에 뒷모습만 봐도 엄청 살벌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가슴이 움찔한 그녀는 임우정의 표정을 보자마자 뭔가 깨달은 듯했다...그때 임우정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디 가요?”강서연도 따라나섰다. 임우정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황급히 그 사람을 뒤쫓아갔다. 두 사람은 불빛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경기장의 백스테이지로 왔다.강서연이 숨을 헐떡이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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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저기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강서연이 소리를 지르며 남편 앞을 막아섰다.“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남자의 두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당신 남편한테 물어봐. 예전에 어떻게 날 깍듯하게 모셨는지... 하하, 내가 재떨이가 필요할 때면 두 손으로 받쳐 들곤 했어. 쟤 손바닥이 내 재떨이였거든.”“당신...”“이봐, 당신이 좋은 남자한테 시집간 줄 알았어?”남자가 아래위로 훑어보는 시선에 강서연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하하, 쟤는 맨 밑바닥에 있는 양아치야. 감방에서도 맨날 무시나 당하던 사람을 뭐가 좋다고 그리 감싸는 건데?”남자가 코웃음을 쳤다.“구현수, 너 아주 여자 복이 많다?”“그만하지 못해요?”강서연도 소리를 질렀고 전혀 밀리지 않았다.“당신이 누구든 여기는 공공장소예요. 계속 내 남편한테 무리하게 굴었다간 경비원 부를 거예요!”남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구현수, 넌 여전히 못났구나? 아직도 여자 뒤에 숨을 줄밖에 몰라?”“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바로 헐레벌떡 뒤따라온 신석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임우정 걱정에 그녀 옆에 다가갔다. 그런데 채 다가가기도 전에 임우정이 옆으로 슬쩍 피하더니 일부러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신석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때 그 남자가 코웃음을 치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강서연은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구현수의 몸에, 담뱃재에 덴 자국은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니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다.임우정은 넋이라도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남자가 나가자, 그녀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남자가 나간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우정 씨...”신석훈은 그런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마음이 뭔가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찢어질 듯이 아파 말을 잇지 못했다....임우정은 체육장 문 앞까지 쫓아갔다.멀리서부터 고급 자동차 십여 대가 천천히 달려오고 있는 걸 보았다. 수십 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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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조금 전에 만난 구현수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전에 감방에 있을 땐 맨날 얻어맞기만 하던 구현수였는데 아까는 어찌나 날카롭고 싸늘한지 그 역시도 움찔했다.‘게다가 결혼까지 해서 와이프도 있어? 하하, 멀쩡한 여자라면 피해도 모자랄 판에, 누가 걔한테 시집가겠어!’“조사할 때 조심해. 새어나가지 않게.”육경섭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형, 구현수 와이프랑 임우정 씨가 가까운 사이인 것 같던데...”“걔 와이프까지 조사해!”육경섭의 눈빛이 흉악스럽기 그지없었다.“대체 어떤 여장부인지, 두 부부가 무슨 꿍꿍이인 건지 잘 알아봐야겠어!”...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후 강서연은 구현수가 씻을 목욕물을 받아서 따끈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욕조 옆에 웅크리고 앉아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구현수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힘들게 안 주물러도 돼. 가서 일찍 쉬어. 씻고 금방 들어갈게.”“하나도 안 힘들어요.”강서연은 그를 보며 계속 고집스럽게 마사지해 주었다.그런데 구현수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마사지하지 말라고 한 건 꾹꾹 누르는 힘이 마사지가 아니라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섬섬옥수로 마치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 그의 몸을 터치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다...구현수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코끝에 땀방울이 맺혔다. 잔머리가 자연스럽게 내려와 귀밑에 붙은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당장이라도 욕조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구현수가 씩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던 그때 강서연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다른 생각 하지 말아요. 나 오늘은 안 돼요.”강서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계속 팔 마사지를 해주었다. 순간 김이 샌 구현수는 욕조 안에서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마사지를 받았다.“남자들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없어요?”구현수가 생각에 잠겼다.‘난 다른 남자랑 달라. 네 앞에서만 이런다고.’그녀의 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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