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1640 챕터

제151화

“현수 씨, 여기는 저번에 저를 구해줬던 최연희 양.”“연희 양, 이분은...”“저 알아요!”한 손으로 강서연의 목을 감싸 안은 채 최연희는 최연준을 보며 웃었다.“남편분이시죠? 구현수 씨!”“형부, 안녕하세요!”최연준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현수 씨?”강서연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연희 양이 인사하잖아요!”“음.”최연준은 최연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한마디를 한 후 뒤돌아 주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강서연은 혹여 최연희가 난처해할까 걱정되었다.“연희 양, 죄송해요.”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저의 남편이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어요.” 최진혁은 최연준을 어릴 적부터 ‘얌생이’ 라고 불렀고 최상 가에서는 ‘냉혈한’, ‘고집불통’ 이라고 했다.그런 사람이 어쩌다 강서연한테는 이토록 다정할 수 있는가?아무래도 오빠가 여심을 잡는 기술이 남다른 게 분명했다!강서연은 최연희에게 버블티 한잔을 내려주었고, 남편에게 오븐 시간 체크를 부탁한 뒤 마당을 청소하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에서는 버터 향이 풍겼다. 최연희는 살금살금 주방으로 가서 그를 깜짝 놀래켜 주려 했다. 그러나 최연준이 먼저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깜짝 놀란 최연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하... 오빠.”최연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말했다.“오빠라니, 형부라고 불러야지.”최연희는 혀를 내두르며 헛웃음을 지었고 그는 정색해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그게...”최연희는 당황스러웠다.“난 단지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왔을 뿐이야! 더욱이 서연 언니의 초대로 온 거고!”“얌전히 밥만 먹고 가!”최연준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강서연 앞에서는 말조심하고! 알겠지?”“당연하지!”최연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오빠 동생인데 설마 일을 그르치겠어? 오빠는 구현수고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거야! 맞지? 그보다... 베리 쿠키는 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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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최연준도 입 모양으로 대꾸했다.“너 혼날래?”최연희는 웃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먹고 있던 베리 쿠키 부스러기가 사방에 떨어졌다.강서연은 꽃에 물을 주러 마당으로 나갔고 최연준은 정색한 채 동생 옆으로 와서 말했다.“다 먹고 청소하도록!”최연희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허겁지겁 입안의 과자를 삼키고는 달갑지 않았지만 결국엔 그의 기에 눌려 순순히 빗자루를 들었다.“오빠, 참 대단한 거 같아.”그녀는 청소하면서도 잊지 않고 놀려댔다.“이러다 국민남편 타이틀까지 다 차지하겠어?”최연준은 힐끗 째려보았다.최연희는 히죽 웃었고 청소를 마치고 나서는 나머지 쿠키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최연준은 무심하게 물었다.“누구 주려고?”그녀는 마음속으로 움찔한 나머지 쿠키봉지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오빠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다. 숨기려 해도 끝내 들켜버렸다.“그게...”최연희는 머리를 쥐어 짜내어 변명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다시 한 번 최연준에게 덜미를 잡혔다.“혼자 먹을 건 아닐 테고!”한참이나 그 자리에 얼어 붙어있던 그녀는 더는 숨길 수 없을 것 같아 이실직고하였다.“인지석한테 맛 좀 보게 가져다주려고.”‘인지석? 또 그 자인가?’최연준의 눈은 한껏 매서워졌고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얼마 전 동생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도 그녀는 인지석과 함께 강주로 왔다고 했다.그때는 인지석이 누구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시간 지나 보니 인지석의 할아버지 때부터 최씨 가문의 집사였다. 그들은 주로 청소 같은 잡일을 도맡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어찌 동생의 마음에 들었을까?최연준은 담담하게 물었다.“그 사람 아직도 안 갔어?”“당연하지! 나 혼자 강주에 있는데 걱정돼서 어떻게 가!”“그 사람이, 걱정한다고?”“음... 그래!”최연희는 당황한 기색이 묻어났다.“원래 나 지키려고 온 거야.”“먼 길 떠나는데 많은 경호원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잔디 깎는 사람을 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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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최연준은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그녀는 연신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열여덟 살이 어때서... 열여덟 살에 연애하지 말란 법이 어딨어? 오빠 열여덟 살에는 임나연이 얼마나 따라 다녔는데!”“그 입 다물어!”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최연준의 기세에 실내에는 정적이 흘렀다.주위가 어찌나 조용했던지 최연희의 귀에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그녀는 불안함에 머리를 푹 숙이고 입술만 깨물며 한마디도 못 하고 서 있었다.이때 강서연이 임우정과 신석훈을 데리고 왔다. 그 뒤에는 유찬혁도 있었다.그들은 모두 개업식을 축하하러 왔다.최연희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로 그들을 반겼다.그는 가게 사장님답게 예의 있는 인사말을 그들과 주고받았다.강서연은 작은 새처럼 최연준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임우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문뜩 정신을 차린 강서연은 삐죽대고는 곧장 카운터로 달려갔다.“매일 보는데도 모자라?”임우정이 따라와 말했다.“현수 씨가 이번 일은 잘한 결정인 것 같아, 다시 보게 됐다니까! 아무튼, 밖에서 여기저기서 사고 치지 않고 너에게만 신경 쓴다면, 난 제부로 인정해!”“됐네요!”강서연은 웃으며 메뉴판을 건넸다.“뭐 마실래요?”“난 괜찮아! 다들 모였어?”“찬이가 오늘 학원에 가는 날이라 끝나고 올 거예요. 다른 분들은... 아마 이미 도착했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유찬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때마침 울린 핸드폰 벨 소리에 그는 밝게 웃으며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향했다.상대는 배경원이었다.“찬혁아, 연준이 형 너무한 거 아니야?”전화를 받자마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배경원이다.“내가 못 갈 곳도 아니고! 개업식같은 큰 행사에 나더러 오지 말라니...”유찬혁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다독여 주었다.“네가 이해해, 그러게 누가 서연 씨한테 변태 취급 받으래? 교통사고도 그렇고! 서연 씨가 너를 보자마자 놀라 도망가면 어쩌려고!”시무룩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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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배경원은 힘껏 눈을 비비며 머리를 흔들었다.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저 부랑자가...잠깐 그의 앞을 지나갔지만, 눈매며 이목구비며 분명히 최연준과 똑같이 닮아있었다.“경원아! 배경원!”유찬혁이 전화기 너머로 부르고 있었다.“너 물에 빠진 건 아니지?”배경원은 인기척도 없었고 전화도 끄지 않은 채로 멍하게 그를 따라갔다. 그 사람은 누군가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근처의 길이 익숙한 듯 얼마 가지 않아 도망치고 없었다.배경원은 선 자리에서 온몸이 굳고 손발이 차가워 났다. 온천 리조트와 명황산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그 가운데는 공공구역이라 최씨 가문의 세력범위 밖이었다. 하지만 방금은 배경원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경호원도 데려오지 않았던 터라 그를 따라 잡기도 어려웠다.쓰레기를 뒤지던 부랑자는 온데간데없었다.“여보세요!”유찬혁은 전화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경원아, 무슨 일이야?”“아, 아무것도 아니야.”배경원은 숨을 들이쉬며 진정했다.“급한 일 있어서, 이제 다시 얘기할게!”유찬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 사람이 이성 아니면 무슨 급한 일이 있단 말인가? 상당한 미인을 마주친 게 틀림없어 보였다.배경원은 리조트에 돌아오자마자 부하들을 불렀다.“여기 치안이 너무 안 좋아.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 못 봤어?”몇몇 부하들은 서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그 중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도련님, 양쪽의 최씨 가문의 구역을 제외하면 가운데 바닷가는 공공구역인데 그 구역 말씀입니까?”배경원이 다리를 ‘탁’ 치며 말했다.“그쪽은 저희가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빨리 말해!”부하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소문에 의하면 석방한 지 얼마 안 된 범인이 이 근처 일대를 돌고 있다고 합니다. 직업이 없어 쓰레기를 주워서 살고 있고 몇몇 유람객들이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실눈을 한 그의 눈에는 많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감시 카메라 돌려. 모든 사각지대 하나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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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최연준은 허탈했지만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연신 그녀를 뒤돌아보며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강서연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그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큰 결심을 한 그는 결국 최연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뗐다.다들 한창 떠들썩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는 흠칫했다.“현... 현수 씨.”임우정은 주변 분위기를 훑어보고는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최연준의 표정은 너무도 엄숙했다. 몸도 뻣뻣하게 굳은 채로 그 자리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그러다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커피숍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강서연이 급히 와 보니 모두가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최연희와 유찬혁은 의자에서 굴러내릴 뻔했다.강서연이 구현수를 쳐다보자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왔고 안색은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워낙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사람한테 웃으라니,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손님 접대는 불가능해 보여 강서연은 난감했다.“그만들 웃어요!”그가 혹여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을까, 강서연은 팔을 끌어안으며 체면을 세워주려 노력했다. “현수 씨가 무뚝뚝해 보여서 그렇지, 뭐든 처음이 있는데 이만하면 잘하고 있잖아요!”“현수 씨, 방금 아주 잘 웃었어요! 계속 화이팅!”넋 놓고 있던 최연준이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임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강서연의 어깨에 살포시 얹으며 말했다.“그럼, 너의 슈퍼맨 남편은 못하는 게 없는 이 가게 명물이라니까!”“당연하죠!”강서연이 그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현수 씨만 있으면 가게가 나날이 좋아질 거라고요!”“그럼!”신석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우리의 앞날도 꽃길만 걸을 거라고요!”“맞아요!”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꽃길을 걸으려면 새 식구가 필요하지 않겠어?”“우정 언니...”강서연의 얼굴이 붉어졌다.“뭐 부끄러운 일이라고! 중요한 일이지, 그래서 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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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최연준은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육경섭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비웃듯이 말했다.“현수야, 여기 전세금이랑 인테리어가 꽤 비싸 보이네? 이 큰돈이 어디서 났을까?”“신경 끄세요.”최연준은 차갑게 대꾸했다.“내가 그래도 감방에서 동생처럼 잘 챙겨 줬잖아!”육경섭은 잘난 체하며 말했다.“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해, 형으로서 동생 힘든 꼴을 지켜볼 수 없지!”“괜찮아요, 사양할게요.”“출세했네? 현수야, 소문이 사실은 아니지? 네가 와이프 덕에 먹고산다며?”육경섭은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뒤에 서 있는 강서연에게 가 있었다.주먹을 불끈 쥔 최연준의 팔에는 선명한 핏줄이 보였다.“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세요.”이때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한 쌍의 똘똘한 눈망울을 가진 강서연이 최연준 앞으로 다가섰다.어떤 일에서든 앞장서지 않던 그녀지만 누군가 남편을 저격한다면 그녀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경섭 씨, 이 가게는 남편이 저한테 선물로 준 것이고 저희는 돈도 부족하지 않아요! 저희 남편 너무나 착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벌어오는 수입은 다 저한테 맡기고요. 제 눈에는 현수 씨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편이거든요! 그러니 앞으로 말조심하세요, 사람 보는 안목이 참 없네요!”육경섭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그러고는 눈앞의 여인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한참을 지나 육경섭은 어색한 기침 소리를 내며 또박또박 말했다.“아가씨, 내가 안목이 없는 게 아니고 당신 남편이 정말 별로라서 그래! 허, 당신 남편이 무엇 때문에 감방에 가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육경섭!”임우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육경섭을 노려보며 말했다.“여긴 당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야! 당장 나가!”움찔한 육경섭은 천천히 뒤돌아서며 선글라스를 벗었다.8년 동안 알고 지냈던 그녀지만 지금은 그가 아는 그녀가 아니었고 두 사람의 눈에서는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육경섭은 입꼬리를 삐죽거리며 억지로 웃었다.“우정아, 여전하네?”임우정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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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강서연은 최연준을 힐끗 보고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담담한 표정을 한 최연준이 한발 나서서 말했다.“오늘은 매진되어 재료가 없어요, 커피 드시려면 내일 오세요!”“커피가 없으면 디저트라도 괜찮아!”육경섭은 테이블 위의 쿠키 한 조각을 집어 들며 말했다.그러나 최연준이 한발 앞서 접시들을 치우고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 보았다.어리둥절해 하던 육경섭이 순간 무서운 눈으로 최연준의 손을 잡으려 했고, 최연준은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피한 뒤 되레 그의 손목을 잡았다.두 사람의 대치 속에 분위기는 팽팽해져 주위의 십여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나서려 했다.강서연은 식은땀이 절로 났다.육경섭이 주먹을 휘두르자 최연준이 손으로 막아 힘껏 잡았다. 금방이라도 얼어 붙을 것처럼 차가워 보였다. 육경섭은 그의 기세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경섭 씨.”최연준은 농담 섞인 말투로 한자 한자 말했다.“복싱을 하고 싶으면 제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오세요, 얼마든지 상대해 드리죠! 하지만 보시다시피 커피숍의 개업식날이라 소란 피우지 않으셨으면 해요, 어차피 다들내 상대도 안 되겠지만!”육경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최연준의 손등으로 시선을 돌렸다.구현수의 손등에는 화상 자국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손등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육경섭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일어나 손을 뿌리쳤다.강서연이 최연준 곁으로 달려와 경계하는 눈빛으로 육경섭을 바라보았다.“하, 와이프 사랑 듬뿍 받아서 좋겠네!”육경섭은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서연 씨 정도의 미인이라면 그 누구든 이놈보다 낫지 않겠어요? 저의 부하 중에도 인물값 하는 애들이 많은데, 소개해 드릴까요?”“당신...”강서연이 화가 나 입을 열려던 찰나 임우정이 한발 앞서 묵직하게 뺨을 갈겼다!“우정 언니...”“당장 꺼져.”임우정은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꺼져!”십여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서자 육경섭은 말리는 손짓을 했다.그는 맞은 쪽 뺨을 어루만졌다. 불타듯 뜨거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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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육경섭은 차에 앉아 에어컨을 가장 낮은 온도에 맞춰 놓았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그는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엄지로 힘껏 눌러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감방에 들어가는 날부터 임우정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보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녀가 구현수와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는 두려웠다.구현수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절대로 그 변태가 그녀를 해치게 놓아둘 수는 없었다!누군가 그녀에게 위협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막론하고 처리하려 했다.그래서 구현수에게 계속 찾아와 괴롭혔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그는 절대로 구현수가 아니었다!부하가 전화를 끊고 한껏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경섭 형님, 오성 쪽에서 받은 소식인데... 구현수가 아직 살아있답니다.”“사실이야?”“네.”그가 머리를 끄덕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강서연의 남편은 누구지?아무래도 강서연은 자신과 결혼한 사람이 구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구현수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육경섭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걷듯이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경섭 형님, 저 사람이 구현수가 아니라면 저희가 손떼도 되지 않겠습니까?”“그렇게 하지.”육경섭이 목소리 낮춰 말했다.“상관없는 사람들이면 이쯤에서 손떼도 되겠어, 그런데 너희들 그자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그게...”“됐어!”부하가 난감하게 쳐다보자 육경섭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전화 진동소리가 났다.부하가 가져다주자 전화 화면에 뜬 ‘최지한’ 세글자가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처음에는 최지한과 접촉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직 그가 강주에서는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터라 그 어느 쪽도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때문에 최씨 가문이 방패막이가 되어준다면, 앞으로 오성이나 강주에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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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육경섭은 잠깐 머뭇거리고는 말했다.“도련님은 누구를 처리하고 싶으실까요?”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최지한이 조심스레 말했다.“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 최연준!”육경섭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만나서 얘기하게 시간 나면 오성으로 와!”...강서연은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임우정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자니 코끝이 시려왔다. 강서연이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임우정은 집에 돌아와서부터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방안에 자신을 가두었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우정 언니, 배 안 고파요?”강서연은 온갖 방법을 써서라도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했다.“밖에 석훈 씨와 현수 씨가 있는데 뭐라도 먹을 것을 가져다 달라고 할까요?”임우정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서연도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가 알고 있는 임우정이라면 바다 갈매기처럼 시원하고도 자유분방했고 그 어떤 어려움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지금은...한참 뒤, 임우정은 숨을 크게 내쉬고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그리고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서연아.”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정말 미안해...”“나한테 뭐가 미안해요!”강서연은 이어 말했다.“행패를 부린 건 육경섭이잖아요! 언니가 초대한 것도 아니고!”“그렇지만 나랑도 엮인 일이잖아!”“우정 언니.”강서연이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그 말은 육경섭이 언니 때문에 온 거란 말이에요? 내가 볼 땐 아니에요, 그 사람은 현수 씨 때문에 온 거예요! 전에 그 사람이... 감방에 있을 때부터 현수 씨한테 앙심을 품었대요.”“아, 그래?”임우정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서연아, 내가 전에는 네가 너무 아까워서 여러 가지로 현수 씨를 배척했는데. 돌이켜보면 내 전 남자친구도 현수 씨와 다를 게 없었어!”“우정 언니...”“경섭이가 감방에 가게 된 건 다 나 때문이야.”임우정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녀의 모습에 강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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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육경섭은 임우정을 지키기 위하여 고의 상해죄로 8년 징역형을 받았다.대학 시절, 임우정은 수없이 감옥에 가서 면회를 시도했지만, 기다린 그녀 앞에는 늘 교도관이 서 있었다.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라는 차가운 말과 함께 말이다.마지막 한 번은 그녀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제안을 받았을 때였다. 임우정은 육경섭과 이 기쁨을 제일 먼저 나누고 싶었고 면회하러 갔다.그녀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면회실 밖에서 기다렸고 철문이 무겁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육경섭이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투명한 유리창 뒤로 그가 보이자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없이 울었다.“울지 마. 나 같은 놈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말고.”육경섭이 감방에 들어간 뒤로 그녀에게 했던 첫마디이자 마지막 한마디였다. 말을 마친뒤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일어서서 문 뒤로 걸어 나갔다.임우정은 그들을 가로 막은 유리창을 미친듯이 두드렸고 교도관은 그런 그녀를 막아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말을 전해 왔다. 교도관은 엄숙하게 그녀에게 말했다.“육경섭 재소자가 당신한테 더는 찾아오지 말고 밖에서 마주치더라도 모르는 척 지나쳐달라고 전합니다.”임우정은 순간 멍해졌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그렇게 그녀가 떠난 뒤, 육경섭은 감옥에서 크게 병을 앓았고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 임우정의 따뜻한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조직 보스의 음침한 표정이 자꾸 그의 눈앞을 가로 막았다.“육경섭, 평생 지켜준다 했으니, 너가 한 말 지켜야 돼, 알았지!”“경섭아, 이번 물건 반출 성공하기만 하면 삼십 프로 떼줄게!”“육경섭, 나 오성에서 대학교 다니고 싶어. 오성에서 일자리를 찾으면 안 되나? 그러면 우리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는데!”“아, 맞다! 경섭이 너한테 여자친구가 있지? 경섭아, 이번 일 네가 못하면 다른 사람 찾아서 하면 돼. 그런데 밑에 놈들은 그냥 헛수고 시키면 안 되겠지? 네 여자친구를 찾아서 밖에 친구들이랑 같이 놀게 해야겠어. 그걸로 만족시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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