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41 - Chapter 150

1640 Chapters

제141화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진동음과 함께 메일이 도착하자 그는 바로 자료를 확인했다.역시 최연준의 예상대로 육경섭과 진짜 구현수 사이, 과거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맞았다.“연준 도련님.”방한서가 계속 말을 이었다.“육경섭은 18살에 특수 상해죄로 감옥에 들어가 10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모범수가 되어서 2년 적게 살고 가석방되었어요. 요 2년 동안 강주 일대에서 조폭 패거리를 관리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더라고요. 그런데 소문에는 육경섭이 지금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몇몇 두목 사이를 이간질하고 몰래 뒤에서 처리해서 조폭 두목이 됐대요. 지금 육경섭 밑에 적지 않은 술집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다 간판일 뿐이고 사실은 불법 밀거래를 하고 있답니다.”구현수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예전에, 감방에 있을 때는 어땠는데?”방한서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감방에 있을 땐 그래도 나름 두목이었어요. 죄수들도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데 육경섭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해서 들어온 죄수는 1등급이라 다른 죄수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했대요. 그리고 구현수 같은 강간범은 가장 무시당하는 죄수래요.”“뭐?”최연준은 그가 빌려 쓴 신분의 구현수 인생이 이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냥 패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건달이었다며?”방한서가 씁쓸하게 웃었다.“도련님, 일반 건달이었다면 감방을 그렇게 여러 번이나 갔다 왔겠어요?”최연준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문질렀다.“구현수는 상습범이에요. 강간당한 여자 중에 가장 어린 나이가 16살 밖에 안 된대요...”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뱉었다.‘더러운 인간!’이런 인간은 육경섭뿐만 아니라 최연준도 혐오하긴 마찬가지였다.구현수가 이미 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도련님, 육경섭이라는 사람 최대한 멀리하세요. 그 사람 지금 세력이 최상과는 비할 바가 안 되지만 그래도 조폭 쪽이라 우리랑은 아예 달라요. 혹시라도...”“응. 나도 알아.”그는 방한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9
Read more

제142화

“이 늦은 밤에... 볼 뉴스가 있어요?”“다 지나간 뉴스야. 심심할 땐 가끔 들어가서 보거든.”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잠이 덜 깨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최연준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 만약 강서연이 한 달에 한 번 걸리는 마법에 걸리지 않았더라면...최연준은 심호흡하며 그 생각을 떨쳐내려 애를 썼다. 요즘 야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서 정말 큰 일이다.“여보.”강서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나 할 얘기 있어요.”“뭔데?”“아빠가 나한테 강진 그룹으로 들어오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월급도 이쪽보다 3배는 많아서 엄마 병원비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요.”최연준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 늙은 여우 같은 강명원의 말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절대 그리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당신 생각은 어때?”“나요?”모든 걸 꿰뚫어 본 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아빠가 좋은 뜻으로 나더러 돌아오라고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적부터 아빠의 책임을 져 본 적 없는 사람인지라, 갑자기 강진에 와서 일하라는 건 너무 이상해요.”최연준의 찌푸렸던 미간도 그제야 느슨해지면서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누구보다 똑똑한 와이프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그들의 꿍꿍이에 놀아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깟 권력에 눈멀어서 아빠는 절대 놓지 않으려 해요.”강서연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얼마 전에 아빠가 거슬려 하는 짓을 유빈 언니가 했거든요. 이번에 나한테 돌아오라고 한 건 그 집에 강유빈 말고 나라는 딸이 하나 더 있다고 언니한테 경고하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이건 좀 더 나쁜 생각이지만...”강서연이 몸을 웅크리고 앉아 턱을 무릎 위에 받친 채 커다란 두 눈을 깜빡였다.“나랑 유빈 언니가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걸 옆에서 보면서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흥, 아빠는 그저 날 이용해서 강유빈을 견제하고 싶을 뿐이에요.”최연준이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9
Read more

제143화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보는 강서연의 표정이 덤덤하기만 했다.“내 결정은 거절이에요.”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최연준의 예상을 조금 넘어선 대답이었지만 그녀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었다.“난 어릴 적부터 남들과 조금 다른 가정에서 자랐어요.”강서연은 그에게 기댄 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갔다.“아빠는 없기만 못했고 정신이 오락가락한 엄마에 남동생까지 챙겨야 했어요. 게다가 이쪽에서는 양연 아줌마와 강유빈의 갖은 괴롭힘과 치욕을 견뎌야 했고요. 강씨 가문이 나한테 준 게 뭐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나한테 그 어떤 따스함도 준 적이 없는 집인데 인제 와서 강진 그룹에 힘을 보태고 싶진 않아요.”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난 이젠 현수 씨 아내예요. 더는 강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리고 아빠가 날 불러들인 목적이 불순하잖아요. 아빠한테 이용당하고 싶지 않아요.”강서연이 그의 허리춤을 꼭 껴안았다.“여보... 난 그냥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우리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최연준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어도 이런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을지는 알고 있었다.최씨 가문도 겉으로는 화려하고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보다 더 콩가루 집안은 없을 것이다.그녀가 속상해하는 게 마음 아팠지만 반드시 그들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왜냐하면 이게 바로 생존 법칙이니까.그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서연아, 난 그렇게 생각 안 해.”“네?”“네가 강씨 가문과 관계를 끊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혈연관계라는 건 평생 바꿀 수도 없고 네가 관계를 끊고 싶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반짝거리는 그녀의 두 눈이 어두워졌다.“우리 엄마 생각해 본 적 있어요?”그녀가 어두운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연준은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그윽하게 내려다보았다.“네 아빠가 장모님한테 몹쓸 짓을 한 바람에 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9
Read more

제144화

검은 캡 모자 밑으로 험상궂은 얼굴이 드러났고 사악한 눈빛에 오만함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자연스럽게 인사했다.“경섭 씨.”“뭐?”그의 태도에 육경섭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방금 경섭 씨라고 불렀어?”최연준이 덤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타고난 차가운 분위기에 그와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위압감을 느꼈고 육경섭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안감이 밀려왔고 예전과 다른 모습에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예전에 맨날 내 심부름만 할 때 어떤 꼴이었는지 다 잊었지?”그가 최연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흥, 그때는 형님 형님 하면서 굽신거리더니 이젠 교양이 있는 척하네?”하지만 육경섭의 손이 최연준의 어깨에 닿은 순간 최연준이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육경섭은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하도 꽉 잡힌 바람에 꿈쩍할 수도 없었다.육경섭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구현수! 뭐 하는 짓이야!”최연준이 싸늘하게 웃더니 그의 손목을 확 비틀었다.순간 밀려온 엄청난 고통에 육경섭은 얼굴까지 시뻘게졌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최연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경섭 씨, 말을 가려서 하시죠.”최연준이 또박또박 말했다.“과거에 내가 아무리 못나도 그건 다 지나간 일입니다. 선비는 헤어졌다 사흘이 지나면 다시 눈을 비비고 보아야 한다는 말, 못 들어봤어요?”“구현수...”“설령 예전에 당신의 하찮은 심부름을 했다고 해도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다시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때려 박혔다. 육경섭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굳어졌다.최연준이 꽉 잡고 있던 손목을 풀며 날카롭게 노려보자 육경섭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그는 멀어져가는 최연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9
Read more

제145화

“그럼 큰아가씨는 완전히 세력을 잃은 건가요?”“그건 아직 몰라요... 아무튼 지난번에 큰아가씨가 수십억 사기를 당한 일로 회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어요. 하긴, 그런 머리로 이 큰 그룹을 어떻게 관리하겠어요.”뭇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강서연의 귓가에 전해졌다. 그녀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했다.구현수가 그녀에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무슨 일이 있어도 덤덤하게 대해야 한다고. 침착할수록 더 좋은 대책이 떠오른다고 했다. 사람은 당황할 때 이성을 가장 쉽게 잃는 법이니까.남편 생각에 강서연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고 안색도 아주 편해졌다.이사회가 제시간에 맞춰 시작됐다.강명원은 이사회에서 강서연을 간단하게 소개한 후 맡을 업무를 안배했다. 주주들은 전부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고 강명원의 결정에 토도 달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강서연을 환영했다.어쨌거나 아직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었다.이사회가 끝난 후 사람들이 회의실을 나섰고 강서연은 회사 사무 환경을 둘러볼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녀가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강서연!”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다짜고짜 따귀 한대가 날아왔다. 순간 머리가 멍했고 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쥐었다. 이 세상이 마치 진공 속에 빠진 듯 수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강유빈이 노기등등하여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천한 것 같으니라고!”강유빈이 목청을 높이며 욕설을 퍼부었다.“평소에는 강씨 가문 재산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척하더니 인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정말 네 그 뻔뻔한 엄마랑 똑같이 쌍스러워!”“강유빈!”강서연의 몸이 살짝 떨렸다.“함부로 말하지 마! 난 강씨 가문의 재산에 아예 관심 없어. 오늘은 회장님께서 오라고 해서 온 거고 주식도 회장님이 주신 거야! 재간 있으면 이사회에 가서 따져. 여기서 거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0
Read more

제146화

아니나 다를까 잔뜩 굳은 얼굴로 계단 위에 서 있던 강명원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두 딸의 말다툼을 비서나 나서서 말리려 했지만, 강명원은 그럴 필요 없다는듯 손짓했다. 그는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강서연이 느긋하게 말했다.“언니, 그때 내가 왜 그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몰라서 이래? 아빠가 언니를 더 편애하고 아끼니까 언니 대신 내가 시집간 거잖아. 회사에서 집안일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아.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해.”강서연이 그녀를 피해 엘리베이터에 타려는데 강유빈이 달려가 앞을 막아섰다.“왜? 더는 아무 말 못 하겠어?”강유빈이 막무가내식으로 말했다.“너 말 아주 잘하잖아? 왜 말 못 해? 천한 년, 지금 내 앞에서 연약한 척을 해?”강서연이 기다린 게 바로 이거였다. 그녀가 마구 생트집을 잡는 것!강서연이 강유빈을 흘겨보고는 싸늘하게 웃었다.“언니, 아빠는 언니를 더 아끼셔. 앞으로 이 회사도 언니한테 물려줄 거고. 난 여기서 그저 언니를 도와 뒤치다꺼리나 하고 길을 마련해주는 것뿐이야.”“말이 그렇지,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누가 알아?”“난 정말 언니를 도우려고 온 거야.”강유빈이 한 번씩 몰아붙일수록 강서연은 한발 물러서며 피해갔다.“강씨 집안에서 난 아무것도 아니야. 언니야말로 이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잖아. 그런 언니랑 내가 어찌 감히 경쟁하겠어!”“쟤가 유일한 후계자라고 누가 그래?”날카로운 목소리가 로비 전체가 울려 퍼졌다. 로비가 갑자기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강명원의 표정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 마지막 한 계단까지 내려온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강유빈을 노려보고는 강서연 옆에 섰다.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 너도 강씨 집안 사람이고 나, 강명원의 딸이라는 걸 잊지 마.”강서연은 입을 꾹 다물었고 강유빈의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아빠!”강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빠, 전 경쟁 같은 거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0
Read more

제147화

“너...”강서연이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언니, 우린 다 성이 강 씨고 한 가족이야. 명예와 치욕을 함께하는 가족이라고. 언니가 망신당하면 아빠가 망신당하는 거랑 똑같아. 다음에 나한테 화를 내고 싶으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때리든 욕하든 마음대로 해. 제발 아빠 체면 깎이게 사람 많은 곳에서 이러지 마!”강유빈이 창백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강서연의 한마디 한마디가 강유빈의 정곡을 쿡쿡 찔렀다. 아무리 눈치 없는 강유빈이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더는 화를 내지 못했다.“하, 평소에는 경쟁에 아무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던 네가 이토록 매정할 줄은 정말 몰랐어.”강서연이 차가운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난 그저 언니랑 같이 일 잘해보고 싶었을 뿐이야.”강유빈은 코웃음을 치고는 그대로 홱 돌아섰다.강서연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무심결에 의기양양 해하는 강명원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사실 그녀와 강유빈은 강명원의 손아귀에 잡힌 바둑알일 뿐인데 이기고 지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아빠, 저 먼저 사무실로 올라갈게요.”강명원이 환하게 웃었다.“그래. 서연아, 아빠가 역시 널 제대로 봤어! 한번 잘해봐, 잘하면 강진 그룹에서 너도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야.”강서연은 대충 웃어 보였고 그의 말을 별로 마음에 새겨듣지 않았다. 반대로 강명원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이 더 짙어졌다.저녁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기분이 울적했다.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청소하고 있던 최연준은 그녀가 돌아오자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여보, 나 청소한 것 좀 봐. 어때?”그는 그녀에게 온 오후 열심히 쓸고 닦은 노동의 성과를 자랑했다. 집안을 쭉 둘러보던 강서연은 오히려 더 골치가 아팠다.최연준은 아무리 봐도 참 집안일을 할 줄 모른다. 바닥을 분명 닦았다고 했는데 물기가 여기저기 얼룩져 차라리 닦기 전보다도 못했다.베란다에 널었던 빨래도 전부 걷었다. 하지만 옷을 잘 개었다기보다 그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0
Read more

제148화

“왜 그래?”“아... 아니에요.”강서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국수를 먹으며 몰래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낮게 중얼거렸다.“무슨 날짜 계산이 이렇게 정확해...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든 거야? 오늘 마침 생리가 끝난 건 어떻게 알았지?’강서연의 두 볼이 더 빨개졌고 쑥스러움에 그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어리둥절한 최연준은 한참을 생각해도 그녀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국수를 먹다가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지?’최연준이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강서연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요 며칠 강진 그룹에서 잘 적응했나 봐? 무슨 좋은 일이 있었어?”그의 말에 강서연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요 며칠 있었던 일을 최연준에게 전부 얘기했다. 회사 로비에서 강유빈이 그녀를 곤란하게 했던 일도 포함해서 말이다.최연준은 그녀의 얘기에 조용히 귀 기울였다. 그녀가 강진 그룹에서 홀로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을지 상상이 갔다. 비록 자기 집안의 기업이긴 해도 그녀가 처한 상황이 다른 이들보다 힘겨운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이건 그녀가 언젠가는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하는 길이다. 절대 두려워해서도 안 되고 무너져서도 안 된다. 그리고 그 길에 최연준이 늘 함께할 것이다.강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오늘 아빠가 나더러... 인사팀 맡으라고 했어요.”최연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인사팀은 회사의 주요한 기능 부서라 대부분 강씨 가문의 최측근들이 인사팀에 많았다.그러니 강명원의 이번 의도가 참으로 의심스러웠다.최연준이 피식 웃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하겠다고 했어?”“당연히 거절했죠.”강서연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는 자기 아내가 그리 어리석진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왜?”강서연이 그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회사에서 인사팀과 재무팀이 가장 중요한 부서예요. 우리 아빠 성격이라면 인사권과 자금 모두 직접 컨트롤하려고 할 거예요. 아빠랑 결혼한 지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0
Read more

제149화

남자는 탄탄한 팔뚝으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의 그윽한 두 눈과 마주친 순간 다 먹고 해야 할 일을 하자던 그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강서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푹 파묻혔다.“여보.”그녀가 우물쭈물 말했다.“우리... 우리 이따가 해요.”최연준은 어리둥절했다.“뭘 이따가 해?”“아까 해야 할 일... 그냥 이따가 해요. 지금은 너무 배불러요!”최연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나랑 어디 다녀오자.”강서연이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여보!”최연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평소 그가 이상야릇한 뉘앙스를 어찌나 많이 풍겼으면, 그녀가 조건 반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얘기에 바로 야한 생각부터 들었을까?‘이게 다 나의 언행과 노력에 세뇌된 것 아니겠어!'최연준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지어졌다. 강서연은 주먹을 꽉 쥐고 그의 가슴팍을 냅다 두드렸다.“구현수!”“됐어, 그만해.”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움켜쥐었다.“내가 말한 그 할 일은 너랑 같이 어디 가자는 거였어.”“어디 가는데요?”그가 가볍게 웃었다.“배부르게 먹었다며? 소화하러 가야지!”...강서연은 옷을 갈아입고 그와 함께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탔다가 또 한참 걸어서 남쪽 구역 바닷가 옆의 상가 거리에 도착했다.시 중심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나름 이곳만의 분위기가 넘쳤고 옆에 이국적인 상가 거리가 더해져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수많은 젊은이가 모임을 즐기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강서연은 현지인이었지만 이런 곳에 별로 다니지 않았다.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오동나무로 그늘진 자갈길을 걷다가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강서연은 뭔가가 가슴에 쿵 하고 부딪친 것처럼 울컥하여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여보, 여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1
Read more

제150화

최연준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강서연은 그런 그의 그윽한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을 캐치했다. 그녀는 가슴이 쿵쾅거리다 못해 손바닥에도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나 이 가게 엄청나게 오래 찾았어. 집주인하고도 여러 번 얘기한 끝에 겨우 세를 맡고 인테리어 한 거야.”강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이 커피숍 차리고 싶다고 했었잖아.”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두 볼을 살며시 어루만졌다.“그 말 계속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가게를 찾아서 비교해 보다가 결국 이 가게로 정한 거야. 이곳이 그래도 당신 요구랑 가장 가까운 것 같더라고.”그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여보, 남편이 다른 재간은 없어도 갖고 싶다는 건 무슨 대가를 치르든 최선을 다해서 갖게 해줄 거야.”가슴이 울컥한 강서연은 그의 손을 힘껏 잡았다.“여기 엄청 비싸죠?”“응, 조금 나가.”싸다고 해 봤자 믿지 않을 게 뻔하기에 차라리 진지하게 얘기하는 게 나았다.“저번 두 경기에서 받은 상금이랑 한동안 일한 월급, 그리고 보너스까지 합하니까 딱 되더라고.”강서연은 마음 한구석으로는 살짝 아깝기도 했다.경기 한번 하면 꽤 많은 돈을 받는 건 알지만 그건 몸으로 직접 싸우면서 힘들게 번 돈이다. 그가 피와 땀으로 번 돈을 마구 써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그의 월급을 달라고 하지 않은 것이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길 바랐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고민 없이 사길 바랐지, 아껴 쓰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런데 그가 돈을 쓴 건 맞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아니라 그녀에게 쓴 것이었다.“당신 돈은 당신한테 쓰라고 했잖아요.”강서연이 그를 꾸짖었다.“너한테 쓰려고 내가 돈을 버는 거지.”그가 피식 웃었다.“네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아.”“나 소원이 엄청 많아요.”그녀가 입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1
Read more
PREV
1
...
1314151617
...
16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