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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검은 캡 모자 밑으로 험상궂은 얼굴이 드러났고 사악한 눈빛에 오만함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경섭 씨.”

“뭐?”

그의 태도에 육경섭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방금 경섭 씨라고 불렀어?”

최연준이 덤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타고난 차가운 분위기에 그와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위압감을 느꼈고 육경섭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안감이 밀려왔고 예전과 다른 모습에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맨날 내 심부름만 할 때 어떤 꼴이었는지 다 잊었지?”

그가 최연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

“흥, 그때는 형님 형님 하면서 굽신거리더니 이젠 교양이 있는 척하네?”

하지만 육경섭의 손이 최연준의 어깨에 닿은 순간 최연준이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육경섭은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하도 꽉 잡힌 바람에 꿈쩍할 수도 없었다.

육경섭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구현수! 뭐 하는 짓이야!”

최연준이 싸늘하게 웃더니 그의 손목을 확 비틀었다.

순간 밀려온 엄청난 고통에 육경섭은 얼굴까지 시뻘게졌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최연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경섭 씨, 말을 가려서 하시죠.”

최연준이 또박또박 말했다.

“과거에 내가 아무리 못나도 그건 다 지나간 일입니다. 선비는 헤어졌다 사흘이 지나면 다시 눈을 비비고 보아야 한다는 말, 못 들어봤어요?”

“구현수...”

“설령 예전에 당신의 하찮은 심부름을 했다고 해도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다시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때려 박혔다. 육경섭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굳어졌다.

최연준이 꽉 잡고 있던 손목을 풀며 날카롭게 노려보자 육경섭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는 멀어져가는 최연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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