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11 - Chapter 120

1630 Chapters

제111화

강유빈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심장도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아빠, 최연희라면... 최씨 가문의 막내딸 맞죠?”“그래.”강명원이 덤덤하게 말했다.“최연희는 올해 금방 18살이 됐고 아직 대학을 가지 않았어. 최씨 가문에서 가장 막내인데다 최연준이 가장 예뻐하는 여동생이야. 최연희랑 가까워지고나서 최연준 앞에서 네 좋은 얘기 몇 마디만 해줘도 최씨 가문에 시집갈 희망이 생기지 않겠어.”“아빠, 제가 뭘 해야 할지 알겠어요!”강유빈이 입술을 꽉 깨물며 잠깐 고민에 잠겼다.“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아가씨의 행방을 알아보게 한 다음 최대한 빨리 파티를 열게요. 자선 파티를 여는 게 가장 좋겠어요. 최씨 가문에서 자선사업을 좋아하잖아요.”“아주 좋아.”강명원이 드디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최연희를 찾아낸 다음에 네가 직접 초대장 써.”“그거야 당연하죠!”“파티는 빨리할수록 좋아. 시간만 길게 끌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알겠어요, 아빠.”강유빈은 남몰래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강명원의 한마디에 그녀의 기쁨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서연이한테도 알려서 파티에 참석하라고 해.”“네?”강유빈이 고함을 지르다시피 큰 소리로 말했다.“아빠, 그건...”“왜? 싫어?”강명원이 목청을 높이며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옆에 있던 양연도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지난번 그들 세 식구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성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최연준의 환영 파티에 참석하려 했지만, 문 앞에서 가로막히고 말았다. 체면이 깎일 대로 깎였다고 생각한 강명원은 그 후로 양연에게 줄곧 쌀쌀맞게 대했다.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양연은 나서서 강유빈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유빈아, 아빠 말씀 들어.”그녀가 눈짓했다.“그냥 파티일 뿐이야. 서연이 걔는 뭘 해도 너랑 비교조차 안 돼.”강유빈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핏줄이 다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유빈아.”강명원이 가볍게 말했다.“뭐라 해도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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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어차피 그저 자선행사일 뿐이니까...강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냈다. 이따가 아무 핑계나 대고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호텔 돌계단에 발을 내딛자마자 아직 연회장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눈앞에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어머, 진짜 왔네?”강유빈이 팔짱을 낀 채 거만하고 우쭐한 모습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본 순간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오늘 밤 강유빈은 작정이라도 한 듯 예쁘게 꾸미고 왔다. 타이트한 레드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그런 그녀와 달리 일반적인 블랙 화이트 원피스 차림의 강서연은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강서연.”강유빈이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저녁에 귀한 하객 최연희 양이 온다고 했잖아. 이렇게 입고 오면 우리 강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 창피해 죽겠어, 정말!”“오늘 저녁 파티는 자선 파티라며.”강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자선 파티에서 무대 위로 올라가 노래라도 부를 거야?”“뭐라고?”“자선 파티의 주제는 자선 행사이지, 최연희 양이 아니야.”강서연이 그녀를 흘겨보았다.“장소에 맞게만 입으면 된다고 생각해. 너무 화려한 탓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 오히려 자선 행사의 본질을 잃을 수가 있어.”화가 난 강유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지만 주변에 손님이 많아 화를 낼 수 없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천한 년 주제에 지금 날 가르치려 들어?”“내가 어찌 감히 언니를 가르치겠어.”강서연이 코웃음을 쳤다.“파티는 언니가 연 거잖아. 난 그냥 언니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러 왔어.”강유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강서연이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려던 그때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와 앞을 막아섰다.“지금 하객들이 한창 안으로 들어가는 중인데 이 차림으로 들어가려고? 창피하지도 않아?”“그래?”강서연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그냥 갈게.”“거기 서!”강유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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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강서연은 묵묵히 그녀 뒤를 따랐갔고 그렇게 호텔 건물을 지나 지하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컴컴하고 조용했다. 다들 지하 주차장에 가려면 호텔 안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굳이 먼 길을 빙빙 돌아서 이 길로 오진 않았다.강서연은 불길한 예감에 발걸음을 늦추었다.“뭐 해!”강유빈이 앞에서 재촉했다.“빨리 와! 내 차 저 밑에 있어.”“이 길로 내려가서 찾으면 찾을 수 있어?”“내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내가 왜 몰라? 설마 지금 내가 차를 여기까지 가져와서 널 태우길 바라는 거야?”강유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대놓고 호텔 문 앞에서 널 태웠다간 사람들이 지금 네 꼴을 다 볼 거 아니야! 너 때문에 우리 집안이 망신당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래?”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블랙홀처럼 밑으로 쭉 뻗어있어 끝이 보이질 않았다.계속 앞에서 종종걸음치는 강유빈을 따라가려니 강서연은 버겁기만 했다. 강유빈은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어디까지 왔는지 주변에 등도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강서연도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습한 곰팡내가 코를 찔러 불안감이 더욱 엄습했다.“언니...”주변이 메아리 소리로 가득 찼다.“여긴 어디야?”잠시 후, 어둠 속에서 강유빈의 날카롭고 사악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가야 하는 곳이야!”순간 가슴이 움찔한 강서연은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가 상황 파악하기도 전에 뭔가에 밀려 튕겨 나가고 말았다.그녀는 비명과 함께 울퉁불퉁한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무릎을 쿵 부딪쳤다. 곧이어 대문이 굳게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머릿속이 하얘진 강서연은 바닥에서 발버둥 치며 겨우 일어나 달려갔다. 철문 너머로 강유빈이 차갑게 웃었다.“동생아, 오늘 저녁 파티는 참석하지 않아도 돼! 이따가 아빠한테 네가 오기 싫어서 안 왔다고 할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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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강서연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쿵쾅거렸고 머릿속도 하얘졌다.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 같았다.이 소녀는 누구고, 또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걸까?“어휴, 이 자물쇠 열기가 너무 어려워요.”소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저기... 뒤로 좀 물러서요. 제가 돌로 자물쇠를 부숴볼게요.”강서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소녀의 말대로 구석 쪽으로 몸을 피했다.소녀가 문을 부수는 소리가 지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쾅쾅하고 두드릴 때마다 심장도 함께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잠시 후 덜컹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자물쇠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문이 열렸지만 강서연은 몸이 경직되어 손발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이봐요, 언니?”아담한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다.“빨리 안 가고 뭐 해요!”“그쪽은...”“얼른 가요!”강서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소녀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지금 이 상황에 강서연은 정신을 부여잡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녀를 따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문 앞에 죽은 쥐들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큰 돌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들로 쥐들을 죽인 모양이다.소녀의 손이 작고 가늘었지만 한없이 따뜻했고 절망 속의 마지막 지푸라기 같았다. 소녀의 손을 꽉 잡은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강서연은 소녀를 따라 미친 듯이 뛰었다. 그렇게 어둠 속을 뛰쳐나와 드디어 희미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됐어요. 이젠 안전해요.”두 사람은 나란히 호텔 복도를 거닐었다. 소녀는 그녀에게 히죽 웃더니 그녀를 잡고 엘리베이터에 탄 후 맨 꼭대기 층을 눌렀다.강서연은 그제야 소녀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눈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알록달록한 마시멜로 같았다. 그리고...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낯이 익었다.강서연은 멍한 얼굴로 소녀를 빤히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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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괜찮아요, 그냥 앉아요.”최연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여긴 저의 방이고 이분들은 저의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예요. 언니도 파티에 참석하러 왔죠? 그런데 지금 이 모습으로 참석하기에는 좀...”강서연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일단 샤워한 다음에 다시 예쁘게 꾸며요. 여기 드레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마음대로 골라봐요.”강서연은 미안했지만, 최연희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샤워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샤워해서 조금 전의 두려움과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언니를 해치려 했던 나쁜 여자는 절대 여기까지 찾아오지 못해요.”“그거 어떻게 알아요?”강서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최연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언니 강씨 가문의 딸 강서연 맞죠?”강서연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놀라지 말아요.”최연희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립스틱을 꺼내 발랐다.“강씨 가문의 큰딸이 절 위해 준비한 파티인데 오기 전에 당연히 일일이 다 조사해 봤죠.”강서연도 최연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언니, 얼른 가서 씻어요.”최연희가 해맑게 웃으며 목욕 타월을 그녀에게 건넸다.“전 밖에서 언니가 입을 드레스를 고르고 있을게요. 이 파티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자선 파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오늘의 주인공 최연희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강명원은 가끔 강유빈에게 눈빛으로 경고했다. 강유빈도 답답한 나머지 여러 번이나 전화해봤지만 연락을 받은 사람은 최연희가 이미 파티 장소에 도착했다는 대답뿐이었다.“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대체 어디 있어요?”강유빈이 휴대 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아무 데도 없다고요!”“진정하세요, 강유빈 씨. 중간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그럼, 당장 가서 해결해요. 오늘 아가씨가 오지 않는다면 저 아빠한테 죽어요!”강유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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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당연히 되죠!”강유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허락했다.‘절친을 데려온 게 뭐가 큰일이라고. 게다가 아가씨의 절친이라면 분명 재벌 집 딸일 테고? 오성 4대 가문의 어느 가문일까? 만약 아가씨의 절친과도 친해지면 나야 좋지, 앞으로 인맥이 더 생기는 거니까!’강유빈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더니 최연희 옆으로 다가가 친한 척했다.“아가씨, 친구분 지금 어디 있어요? 괜찮다면 제가 당장 사람을 보내 모셔 오라고 할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가씨. 이 일은 저한테 맡겨요. 아가씨 친구분을 꼭 안전하게 모셔올게요.”“그럴 필요까진 없어요.”최연희가 덤덤하게 웃었다.“제 친구가 저랑 함께 와서 지금 위층에 있어요. 이번 파티는 아무래도 강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거라 데려와도 주최자의 허락을 맡고 데려와야죠.”“아가씨도 참, 별말씀 다 하시네요.”강유빈이 히죽 웃더니 몇몇 종업원에게 분부했다.“지금부터 연희 아가씨의 분부라면 모두 따르도록 해. 그리고 이따가 아가씨의 친구분도 주최석으로 안내해.”“유빈 씨.”최연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유빈 씨랑 유빈 씨 부모님은 메인 테이블에 안 앉아요? 그래도 돼요?”“안 될 게 뭐가 있어요.”양연이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오늘 밤 아가씨랑 아가씨 친구분을 초대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이 누추한 호텔도 빛이 다 난다니까요!”그저 듣기 좋은 소리는 다 할 기세였다.“아가씨, 친구분 그만 기다리게 하고 얼른 오라고 해요.”“알겠어요.”최연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파티장의 문이 열렸고 뭇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쏠렸다. 다들 최씨 가문 아가씨의 절친이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눈치였다.강유빈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목을 빼 들었다. 그런데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강서연?!강유빈은 순간 머리가 돌에 맞은 것처럼 멍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강명원과 양연의 낯빛도 확연히 어두워졌다. 강서연을 쳐다보던 그들은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최연희가 말한 절친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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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강명원이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느 쪽에 붙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파티에 참석한 하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저마다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강유빈, 계속 여기서 망신이나 당할 거야?”강명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당장 집에 가! 네 얼굴 보기도 싫으니까.”“아빠...”“꺼져!”시뻘겋게 달아오른 두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강서연을 째려보고는 파티장을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양연은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혼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면서 억지웃음을 지어야만 했다.그제야 화가 조금 풀린 강명원은 바로 웃는 얼굴로 최연희에게 말했다.“연희 양,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는 유빈이를 엄하게 가르칠게요. 오늘 일은 아무래도 오해 같은데 내가...”“아저씨.”최연희가 싸늘하게 말했다.“아저씨네 집안일은 제가 끼어들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제 친구 일이라면 무조건 두 팔 걷고 나설 겁니다.”“그럼요, 그래야죠.”강명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최연희는 그를 힐끗 보고는 강서연과 함께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파티는 계속 진행되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파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대표님, 강서연 씨가 어떻게 최연희 양이랑 절친이 됐죠?”“그러게. 뭔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건가?”소진명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쳐 지나가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서연이 구현수의 아내인데 최연희랑 절친이라면... 구현수가 바로 최연준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데?’“대표님.”누군가가 나지막이 말했다.“진실이 다 드러났어요. 인제 우리도 움직일까요?”“일단 가만히 있어.”소진명이 손을 들고 말렸다.“구현수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여선 안 돼. 안 그러면 어르신께 뭐라 보고드리기 어려워. 또 우리가 실속 없이 허세만 부렸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그럼 이건...”“일단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겠어.”소진명이 입술을 잘근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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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유찬혁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특히 구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유찬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형이 지금 구현수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잖아요. 주민 등록증도 구현수의 것이고 혼인신고도 구현수의 주민 등록증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봤을 때 서연 씨랑 결혼한 사람은 구현수지, 최연준이 아니에요.”배경원이 가장 먼저 반박했다.“그런데 구현수는 오래전에 죽었잖아.”“그렇긴 한데...”유찬혁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그래서 더 무효라는 거야.”방안이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구현수에게 머물렀다가 또 이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구현수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렇다. 지금까지 그는 줄곧 이 점을 간과했었다.그때 혼인신고 할 때 그는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 강씨 가문에서 지인을 통하여 두 사람의 주민 등록증으로만 황급히 절차를 마쳤다. 구청 직원도 구현수의 생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하여 혼인신고서에 처음부터 끝까지 최연준이라는 세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머리가 지끈거린 구현수는 미간을 어루만졌다.“형, 그래도 괜찮아요.”배경원이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기회 봐서 서연 씨 몰래 혼인신고서를 다시 작성하면 돼요.”“너 머리나 좀 쓰고 얘기할래? 그게 다시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유찬혁이 그를 째려보았다.“왜 안 돼?”배경원이 욱하며 고집을 부렸다.“그래, 최씨 가문에서 형수님을 탐탁지 않아 하는 건 맞아. 하지만 형만 좋다고 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어!”말문이 막힌 유찬혁은 그를 힐끗 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 배경원은 여전히 제멋대로 주저리주저리 지껄였다.“찬혁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인생의 가장 큰 사치가 무엇인지 알아? 바로 사랑이야! 형은 지금 운명의 짝을 만났으니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키려는 거라고...”그의 말이 채 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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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강서연이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조금 전 뜨거웠던 시간만 생각하면 그녀는 쑥스러워 귀까지 빨개졌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던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도 그녀에게 매달리긴 했지만, 이성의 끈을 잡고 있어 아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강서연은 침대에서 살며시 일어나 그에게 백허그를 하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닿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괜찮아?”구현수가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았다. 놀라움도 잠시 강서연은 곧장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구현수는 웃으며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야심한 밤에 자지 않고 뒤에서 날 기습하려고?”“그런 거 아니에요.”강서연은 주먹을 쥐고 그를 톡 쳤다. 두 사람이 한창 재미나게 장난치던 그때 구현수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에게 멈췄다. 강서연은 피부가 하얘 조금만 문질러도 뻘겋게 되었다.구현수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긴 머리를 뒤로 넘겼다.“내일에는 목을 가리는 옷으로 입어.”강서연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민망함에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으로 냅다 두드렸다.“그만해.”그가 웃음을 터뜨렸다.“분명 때리는 것 같은데 가려워 죽겠어. 내가 한 번 더 이성을 잃길 바라?”“현수 씨, 당신...”그녀가 동그란 두 눈을 부릅떴다.“당신 너무 나빠요!”“나쁘면 안 돼?”“계속 이러면 확 버리는 수가 있어요!”아무 뜻 없이 내뱉은 농담이었지만 강서연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의 두 눈이 갑자기 빛을 잃은 것 같았다. 강서연은 마음이 움찔했다.“현수 씨, 왜... 왜 그래요?”그는 풀이 죽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농담한 거예요!”강서연이 멈칫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현수 씨를 버려요!”“만약 내가 널 속였다면?”그의 말투가 살짝 싸늘해졌다.“그러면 날 떠날 거야?”강서연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치 보이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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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소진명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면서 빌었다.배경원은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 살인 같은 것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배씨 가문의 세력도 어마어마하여 설령 배경원이 그를 죽인다고 해도 실종자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소문없이 묻힐 것이다.그리고 최진혁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때 가서 입 싹 닫고 되레 모든 죄를 소진명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최진혁이 최씨 가문 회장님 앞에서는 좋은 작은 삼촌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말이다.소진명은 이를 꽉 깨물고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 머리를 조아리면서 바닥에 부딪친 바람에 피부가 벗겨지면서 피가 흘러내렸다.“도련님, 제발 살려주세요! 도련님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그럼. 소 대표의 어르신은 어떡해?”배경원이 다리를 꼬고 가운데 앉았다.“약속할게요.”소진명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최진혁한테는 절대 아무 얘기도 안 하겠습니다!”“흥, 그 약속을 내가 어떻게 믿어?”배경원이 비수와 총을 옆으로 던졌다.“그렇지만 진짜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분부하십시오, 도련님.”“강유빈이라는 사람 알지?”배경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강유빈이 형수님을 지하실에 가둔 것도 모자라 쥐까지 넣었다는 사실을 형이 알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있겠는가?하여 소진명더러 강유빈을 처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악인은 자기보다 더 악한 악인으로부터 들볶인다고 서로 물고 뜯게 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일 것이다.소진명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슬쩍 물었다.“저더러 강유빈을 처리하라는 말씀입니까?”“소 대표, 앞으로 나랑 형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이 사실을 최진혁한테 조금이라도 흘렸다간... 흥, 셋째 형님이 소 대표를 풀어줬다는 건 다시 잡아서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알겠어?”...며칠 후, 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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