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91 - Chapter 100

1620 Chapters

제91화

강서연이 의아한 듯 눈길을 돌렸다.‘저 사람?’임우정이 가르키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소진명의 옆모습이 보였다. 장내시야가 비록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임우정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혹시 소 대표도 너의 신랑 팬이니?”강서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는 근래 구현수를 자꾸 수소문하던 소진명의 이상 행동이 떠올랐고 분명 여기 나타난 사실이 우연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설마 진짜 예전에 구현수랑 원수 진 적이 있나?’권투 선수가 다치는 건 흔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복싱 경기장이기에 더욱 느낌이 싸했다. 막말로 여기서 구현수한테 맘먹고 손을 대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거란 생각에 강서연은 걱정이 앞섰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경기장은 이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곧 경기가 시작될 타이밍에 사람도 붐비었을뿐더러 경기장의 지리를 잘 모르는 그녀가 당장 백스테이지를 날아가 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급한 마음에 망설이나 싶더니 휴대폰을 꺼내 밖으로 나가면서 신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경기는 넘치는 열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상대가 연속 챔피언을 했던 경력 있는 선수라고 하지만, 구현수의 상대라고 하기엔 너무 시시한 정도였고 경기 시작해서 몇 라운드는 잘 치렀다.구현수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실력을 내보였고 경기장 분위기도 점점 들끓어 갔다.관중석에서는 깃발까지 흔들어 대며 응원했다.구현수는 철갑 맹수같이 흉맹했고, 그저 사나운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이 공격했다. 몇 번의 멋진 훅 동장은 시원시원했고 정곡만 찔렀다.한 라운드 진행되니 상대 선수는 로프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구현수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은 조금 겁먹은 모습이었다. 심판이 타임을 외쳤고 양측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상태조정을 했다. 구현수는 그 틈에 링 아래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구현수는 이내 눈썹을 찡그렸다. 백스테이지에 있을 때 분명 그 자리에 서 있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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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그러네. 저놈이 앞에 라운드를 날아다녔던 건, 먹으면 안 되는 약을 먹은 게 아닌가 싶은데. 약발이 떨어지니까 맹해진 거지!”그 소리에도 소진명의 의심은 먹구름처럼 짙어져 갔다.구현수를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도 손에 땀을 쥐었고, 특히 배경원은 발을 동동 구르며 유찬혁을 향해 끊임없이 물으며 걱정을 토했다.“저 형, 왜 저러는 거야!”유찬혁은 방방 대는 그를 자리에 앉히며 조용히 하라고 눈짓했고, 주위 눈치를 살피다가 흐릿하게 소진명의 모습을 보았다.“쉿! 형이 저런 행동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일 거야. 소리 지르지 마!”“설마 형수가 안 본다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현장은 또 한바탕 소란스러웠고 비명까지 들렸다. 구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 왼쪽 갈비뼈 위치에 손을 대고 아파했고 이마엔 피가 땀에 섞여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현수 씨...”강서연은 그 시점에 빠른 걸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와 하필이면 그 모습을 봤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녀의 눈에 구현수는 싸우면 질 줄 모를 것 같던 존재일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얻어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충격받아 놀랐다.강서연은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고 애간장을 타며 링을 향해 뛰쳐나가다가 가까이 있던 보안요원에게 저지당했다. 그녀의 애타는 외침마저도 경기장의 소란 속에 묻혀버렸다.강서연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버텼는지 자신도 모를 정도였고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나기 전까지 거의 링 위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승부 판정이 나자 가장 먼저 인파를 뚫고 뛰쳐나갔다.“강서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아는 구현수 씨는 기본이 깔려있어서 저 정도 상처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신석훈이 마침 도착했다.“신 의사님, 제발... 잘 부탁해요. 저 너무 무서워요.”강서연은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물을 머금은 채 부탁했다.“괜찮아요, 괜찮아! 백스테이지 어떻게 가요? 같이 가보죠.”소진명도 두 사람을 데리고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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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소진명은 멈출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석훈이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미소를 건네며 그를 막아섰다.“소 대표님, 이건 ...”소진명의 옆에 선 이들도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고,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은 소진명이 분해서 발을 구르고 검푸른 낯빛을 하고 떠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소진명이 뒤돌아서지 않는 것을 보고서 배경원이 바로 달려 나가려 했고 이내 유찬혁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뭐 해?”“연준 형 보러 가야지!”“가지 마, 저기 서연 씨도 있고 의사 양반도 있으니 충분해!”유찬혁이 눈치를 줬고 배경원은 조급해했다. 유찬혁은 배경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준 형을 돕고 싶다면, 차라리 소 대표 저 사람 내막을 조사해 내는 게 빨라.”배경원은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유찬혁과 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서서히 눈을 뜬 구현수의 시야에 들어 온 것은 온통 흰 배경이었다.방 안에는 약 냄새가 진동했다. 어렴풋이 간헐적으로 들리는 여자의 울음소리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부드러운 작은 손에 의해 어깨가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움직이지 말아요! 몸을 다쳤으니 잘 돌봐야 해요. 힘쓰지 마요.”강서연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구현수는 눈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몰라도 그녀를 볼 수 없던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지금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손을 잡았고 여느 때처럼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매만졌다. 원래도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어서 그녀는 더욱 수척해 보였고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또 두 눈은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부어있었다.“마누라...”“나랑 했던 약속은 다 잊었어요?”강서연이 안타까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현수 씨, 내가 말했잖아요. 죽을 지경으로 하지 말라고.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요. 난 당신만 무사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싹 다 잊은 거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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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구현수는 마음이 철렁거렸고 강서연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면 안 돼요? 몇 번을 얘기하지만, 나는 당신이 다치지만 않으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현수 씨, 다신 다치지 마요!”늘 온순한 모습의 강서연이 어쩌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보였다.구현수는 그런 그녀가 되레 더 좋았다. 가만히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한테서 보기 쉽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었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뭐가 되었든 내 남편이라던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내서 말이다.‘구현수가 아니라 최연준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지?’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사실을 꺼내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삼촌 최진혁과의 기나긴 전쟁이 예고돼 있기에, 결과를 알 수 없는 복싱 경기처럼 승부가 선명해지기 전까지 그녀를 이 시비에 휘말리게 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서 살짝 웃어 보였다.“여보. 날 믿어줘. 내가 멋지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줄게.”두서가 없는 말에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내가 내뱉은 말이니까 꼭 지킬게.”구현수는 진지하게 약속했다.“그래요.”그녀는 웃어 보이며 답했지만, 구현수의 말속의 말을 알아채지는 못했다.링거가 다 떨어졌고 강서연은 간호사를 부르러 나갔다. 바로 그때 구현수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구현수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고, 병실을 들어오는 강서연을 기다렸다가 속닥이듯 물었다.“여보, 뭐 먹을 게 없을까?”강서연은 핸드폰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배고파요? 석훈 씨가 죽 같은 걸 먹는 게 좋다고 했어요. 이렇게 해요. 내가 나가서 영양죽을 금방 챙겨 올 테니 기다려요.”“그래.”구현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서연은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병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경원과 유찬혁이 병실을 기웃거렸다. 구현수가 헛기침하고서야 두 사람은 히죽거리며 걸어 들어왔다.“형, 놀랬잖아요!”구현수는 두 사람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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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배경원은 어깨를 추키며 말했다.“그거까진 모르지, 난. 형네 집안일을 내가 세세히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 형 할아버지가 기분이 좀 변화무쌍한 것 같긴 해요. 영국으로 사람을 보내 형 외가 쪽 5대 재단을 몰래 방문했다고 하고. 돌아온 뒤 형 아버지를 혼도 냈던 것 같아요.”구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할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항상 두말하지 않으시지만, 늘 생각도 깊고 의심도 많으신 분이라, 암만 최진혁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진혁이 옆에서 어르신 귀에 말을 자꾸 하면 분명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유찬혁은 인상 쓰며 말했다.“그렇다면. 연준 형, 시간 내서 오성에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오해가 있으면 직접 할아버지와 풀어버리고 잘 설명해 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할아버지께서 화가 나셨다면 아마도 최 씨랑 임 씨 가문 간의 혼사 때문일 텐데...”배경원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에이, 됐네요. 그것 때문이면 차라리 강주에 가만히 있는 게 낫지. 가면 서연 씨 의심이나 샀지. 만에 하나 임나연이 여기 쫓아오면 난리지.”“흠흠!”유찬혁이 크게 기침을 해 보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에는 배경원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어, 나도 생각이 다 있어.”구현수는 피곤한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잡았다. 유찬혁은 눈치 빠르게 배경원을 끌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혼자 침대에 누운 구현수는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몸에 상처가 이따금 아파졌다. 그는 비행기 사고를 떠올렸고 그때 죽을 줄 알았던 상황에 구사일생으로 운 좋게 목숨을 부지했고 완강하게 살아 돌아왔다.한 번 죽음을 마주했던 사람은 새롭게 태어난 의미가 더 깊기에 소중한 걸 더 잘 안다. 구현수도 예전에는 최상 후계자 타이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은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다. 제일 꼭대기에 서 있어야만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구현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고 눈앞에 강서연의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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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한순간 그녀는 주삿바늘을 잡고 구현수를 향해 찔렀고 다행히 구현수가 반응이 빨라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도 질세라 민첩한 동작으로 남은 손으로 그와 맞섰다.몇 차례 맞서서야 구현수에게 진압되었고 그는 쉽게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묶어두고 몸을침대에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아! 아파! 이거 풀어 줘!”여자는 크게 소리쳤고 구현수는 그녀의 마스크를 벗겨냈다. 여자는 뽀로통한 모습으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안 해, 안 해! 매번 어떻게 그렇게 한 치 양보도 없이 나를 대해!”구현수는 살짝 웃어 보이더니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여자는 얼른 일어나 그에게서멀찌감치 떨어져 섰고 억울함이 가득 찬 눈을 하고 붉어진 손목을 가볍게 문질렀다.구현수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다쳤다고 하는데 내가 와 봐야지.”“이렇게 찾아오면 아버지랑 은 대표는 알아?”여자는 개구쟁이 모드로 익살스럽게 말했다.“필요 없거든. 오빠만 있으면 됐지. 최연희는 영원히 최연준을 따라다니는 찰거머리잖아. 잊었어?”구현수는 놀라듯 하더니 이내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최연희는 그의 이복 여동생이었다. 그때는 아버지의 재혼에 대해 다소 불만도 있었고, 또 수년간 계모에 대해서도 겉치레뿐인 예의를 지켜왔던 그였다. 최연희는 최씨 가문에서 그가 드물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남매가 나이 차이는 꽤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최연희는 오빠를 많이 따랐고 좋아했다. 뭘 하든 오빠만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 아빠의 백 마디 말보다 오빠의 말 한마디를 더 따르던 동생이었다.가끔 그는 이 또한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 이름 ‘연희’ 처럼 그녀는 그에게 행복을 끌어다줬다.최연희는 장난기 어린 눈을 깜박이며 놀렸다.“이보소. 구 씨. 구 씨로 오래 살다보니, 오빠의 진짜 성을 잊은 건 아니지?”구현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최연희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는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강주까지 온 건,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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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오히려 임우정이 의심의 눈초리로 유심히 보았고 볼수록 이상했다.“서연아, 저 간호사 의상을 봐. 왜 전에 간호사랑 다르지? 치마도 너무 짧아!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너의 남편 병실에서 나오는데, 이거 진짜 약 바꿔주러 온 거 맞아? 안 되겠다. 내가 따라가서 물어봐야겠어!”“우정 언니.”강서연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지경이었다.“약 바꿔주러 온 게 아니면, 뭐 더할 게 있겠어요. 오해면 어떡하려고요.”강서연은 평소에도 의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누가 구현수를 눈여겨 본다한들 구현수가 그들을 상대 안 해줄 게 뻔했다. 남편을 백 프로 신임하고 있었다.“너는 다 좋은데, 이런 쪽에 관해서는 사람이 너무 둔해!”임우정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최연희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보면서 간호사의 모습을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두 사람은 병실에 들어갔다. 강서연은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구현수의 상황을 살폈다.“오늘 느낌 어때요? 아직도 아파요?”구현수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약골 아니야. 신 의사도 이제 퇴원해도 된다 했고.”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요 며칠 사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물건을 좀 정리하려고 왔어요.”“그러니까. 출근도 하지 않고 나까지 끌고, 둘이 같이 무단결근했지, 뭐예요.”임우정은 문턱에 기대서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장을 낀 채로 얼굴에서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어렸다.구현수는 강서연을 힐끔 바라보았고 강서연은 미안해하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저 우정 언니를 짐꾼으로 같이 데려왔어요.”“서연이가 현수 씨 도와준다고, 내 차로 일부 물건을 정리해서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네요.”임우정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불현듯 뭐가 생각난 듯 강서연을 향해 말했다.“서연아, 나 까먹고 립스틱을 차에 두고 온 것 같은데. 나 대신 갖다주면 안 돼? 내가 하이힐을 신어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임우정은 그녀에게 차키를 건넸다.“게다가 남편께서 벌써 짐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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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강서연은 어떻게 이런 남자와 매일 같이 사는 건지 적응력 한번 대단하다.’임우정이 심각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차에 강서연이 손에 작은 꽃다발을 들고 돌아왔다. 강서연은 찬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주차장 옆에 작은 꽃 가게가 있어서요. 병실에 생기 좀 있게 꽃을 놓아두려다가 바빠서 까먹었는데, 마침 있어서 꽃 좀 사봤어요.”그녀는 꽃병에 꽃을 꽂아 창 쪽에 놓아두었다. 그녀를 보는 구현수의 눈빛은 바로 부드러워졌고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자기 손 위에 올려놓았다.임우정은 애정 행각 가득한 이 자리에 꼽사리 끼고 싶지 않아서 바로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강서연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고 맑고 두 눈으로 구현수를 지긋이 바라보며 슬며시 손을 뺐다.“당신 어제 못 씻었죠? 내가 닦아줄게요.”말하면서 그녀는 문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물을 갖고 들어왔다. 며칠을 입원해 있는 사이 매번 그녀가 구현수의 몸을 씻겨주었다. 그녀는 수건을 적셔 그의 옷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의 상처는 처음보다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보기에 엄청 심해 보였다. 강서연은 심장을 졸이며 상처를 피해 열심히 그의 몸을 닦아 주면서 슬쩍슬쩍 그를 쳐다보고 바로 눈길을 거뒀다.그런 강서연을 구현수는 귀엽게 보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챘고,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를 장착했다. 같이 지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강서연은 곧바로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조금 민망했고 얼굴은 타오르듯 붉게 물들었다. 얼른 손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구현수는 그녀를 잡아당겼고 그녀는 한 치 오차도 없이 그의 품 안에 안겼다.“장난치지 마요. 당신 아직 몸에 상처가 있어요.”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고, 구현수의 거칠고 뜨거운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정도 상처를 갖고 뭘.”강서연은 나무라듯 그를 쏘아보았다.“그래도 안 돼요. 다들 크게 다치면 백일은 몸조리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그런데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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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오 바로 그 신 의사님?”임우정은 빠르게 악수하고 있던 손을 뒤로 뺐다.“강서연과 구현수 씨를 중매해줬죠?”신석훈은 그녀 눈빛의 미세한 변화를 읽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이번 중매는 잘 섰다는 말로 알아듣고 본인이 좋은 인연을 잘 성사 시켰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는 흰 가운을 정리하며 자랑 섞인 말투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게 바로 저입니다. 하, 제가 별로 한 게 없어요.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 것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어머, 이런 걸 별로 한 게 없다고 하나 봐요? 신 의사님 정말 겸손하시네요!”임우정은 그의 말을 끊고 소리를 높여 말했다.신석훈은 그제야 임우정의 눈빛이 이상한 걸 눈치챘는지 눈썹을 찌푸렸다.“신 의사님, 의사잖아요! 사람을 구하는 게 의사의 천직인데, 그걸 아시는 분이 어찌 할 짓이 없어서 동네 아줌마같이 오지랖 중매를 서는 거예요? 아니! 그리고 중매를 서도 좀 좋은 사람을 소개해야죠!”임우정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한마디 더 했다.“구현수 씨 조건에 우리 서연을 소개해 주면 어떡해요! 서연을 진흙탕에 빠뜨리고 해치는 거잖아요!”“이봐요...”신석훈은 생전 처음으로 눈앞에서 손찌검당했던 지라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정신이 좀 든 신석훈은 반격에 나섰다.“사실 이건 강 씨 집안과 구 씨 집안의 어르신들이 오래전에 정해놓은 혼사잖아요. 구씨 가문이 가세가 기울어서 그렇다지만, 사람이 신용은 지켜야 하지 않나요? 집안이 가난해졌다고 혼약을 없던 일로 할 수 없진 않잖아요?”임우정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허얼. 그 집이 가난하기만 해요? 어디. 전과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감방 갔다 온 사람이라고요! 청정 구역 서연이가 그런 집에 시집간 게 서연이의 행복을 위한 일일가요?”“그럼, 지금 서연 씨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 지금 행복한지 안 한지?”임우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신석훈은 입술을 앙다물며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임우정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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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러게나 말입니다! 강진이야 업계에서 손꼽히고, 우리같은 회사는 명함도 못 내밀죠. 저희는 강씨 그룹을 잘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할게요. 그러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겠죠.”강유빈은 그들을 바라보았다.“별말씀을, 과찬이에요. 사실 오기 전에 아버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가업을 물려받을 거라 이번 협력은 경영 수업이라고 생각 해주세요. 미숙한 부분은 여러 선배님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릴게요.”미팅실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강서연은 타인의 의아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강유빈이 이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강진 그룹은 혼외자식인 강서연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강진 그룹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 하게 말이다.그렇다면, 앞으로 그녀가 이 회사에서 한자리하기는 힘들게 뻔했다. 사람들은 실세에 따르기 마련, 강씨 집안에서는 찬밥신세라는 걸 알게 되면 기본적인 대접받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강유빈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강서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언니가 못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어릴 적부터 똑똑한 데다 뭐든 했다 하면 열심히 하니까. 이번 일도 잘할 거라 믿어요.”“하하, 칭찬 고마워!”“사실을 말한 거예요. 언니는 충분히 강진 그룹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한평생 회장직을 맡겠다고 호언장담 하셨는데, 약속을 지키시려나 몰라요.”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도 이젠 자리를 물려주실 때가 되셨나 보네요. 언니를 정말로 아끼시는 것 같아요. 아니면 가업을 이어받으라는 말을 꺼내셨겠어요?”“야...”강유빈의 안색이 순간 바뀌었다.강명원이 권력에 목매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 강진은 쭉 독재 체제나 다름없었다.권력의 맛을 즐기는 강명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또한 권력을 빼앗길 거라는 사실이었다.더군다나 강유빈이 대중 앞에서 ‘가업을 이어받겠다’ 는 얘기를 했으니 큰 금기를 범한 거나 다름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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