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나 말입니다! 강진이야 업계에서 손꼽히고, 우리같은 회사는 명함도 못 내밀죠. 저희는 강씨 그룹을 잘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할게요. 그러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겠죠.”강유빈은 그들을 바라보았다.“별말씀을, 과찬이에요. 사실 오기 전에 아버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가업을 물려받을 거라 이번 협력은 경영 수업이라고 생각 해주세요. 미숙한 부분은 여러 선배님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릴게요.”미팅실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강서연은 타인의 의아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강유빈이 이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강진 그룹은 혼외자식인 강서연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강진 그룹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 하게 말이다.그렇다면, 앞으로 그녀가 이 회사에서 한자리하기는 힘들게 뻔했다. 사람들은 실세에 따르기 마련, 강씨 집안에서는 찬밥신세라는 걸 알게 되면 기본적인 대접받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강유빈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강서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언니가 못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어릴 적부터 똑똑한 데다 뭐든 했다 하면 열심히 하니까. 이번 일도 잘할 거라 믿어요.”“하하, 칭찬 고마워!”“사실을 말한 거예요. 언니는 충분히 강진 그룹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한평생 회장직을 맡겠다고 호언장담 하셨는데, 약속을 지키시려나 몰라요.”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도 이젠 자리를 물려주실 때가 되셨나 보네요. 언니를 정말로 아끼시는 것 같아요. 아니면 가업을 이어받으라는 말을 꺼내셨겠어요?”“야...”강유빈의 안색이 순간 바뀌었다.강명원이 권력에 목매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 강진은 쭉 독재 체제나 다름없었다.권력의 맛을 즐기는 강명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또한 권력을 빼앗길 거라는 사실이었다.더군다나 강유빈이 대중 앞에서 ‘가업을 이어받겠다’ 는 얘기를 했으니 큰 금기를 범한 거나 다름없
마케팅팀의 총괄 담당자가 부하직원한테 눈치를 주었고, 강유빈은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강서연을 보며 말했다.“내가 알기로는 강 매니저가 차를 그렇게 잘 탄다던데, 차 한잔 얻어 마셔도 될까?”모두의 이목이 강서연에게 집중되었다. 아무래도 그 둘의 관계는 호전될 기미가 없어 보였다. 강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힐끗 강유빈을 쳐다보더니 탕비실로 나갔다. 이대휘만 안절부절못했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배경원과 유찬혁을 내세워 두 회사를 병합시키려던 일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났다.그가 일어나 강서연을 말리려는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만약 그게 우연이 아니라면? 하필 두 회사가 합병하려던 차에 강서연한테 그런 일이 벌어진거라면?’어찌되었건 강서연의 신상은 아직 연막에 가려진 상태이고 반면 강유빈의 배후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대휘는 강서연 하나 때문에 귀한 강유빈한테 미움을 사는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다시 자리에 앉은 이대휘는 다른 이들과 다름없이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은 찻잔을 들고 와 한 사람씩 차를 타 줬다. 그러자 은은한 녹차 향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그녀가 찻잔을 강유빈 앞에 놓았을 때였다. 강유빈은 무심코 힐끗 쳐다보면서 향을 맡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건...”모두들 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보았고 강유빈은 비웃으며 말했다.“차가 왜 이렇게 진해? 차를 우려내기 전에 한번 버려야지 않아? 강 매니저, 차를 내릴 줄 몰라? 처음 탄 물은 차를 씻어내기 위한 거라 버려야 한다고. 아니,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어떻게 매니저 자리에 있어?”강유빈은 오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나니까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 앞이었으면 사람들 웃음거리나 되는 거라고. 고객 앞에서 강 매니저의 모든 행동은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거 모르나? 앞으로 이런 실수는 명심해. 알겠어?”강서연은 계속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제가 회사 이미지를 대표한다는 건 알고 있죠. 그래서 회사 최고급 차를
잠시 침묵하던 강서연은 가볍게 강유빈의 팔을 잡아당겼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강유빈은 그녀의 눈빛에 움찔했다.평소에 강서연이 이렇게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렇다고 이전의 나약한 그녀도 아니었다.강유빈은 입을 삐죽댔지만 더 이상 소리를 내진 않았다.‘부부는 닮아간다고 원래 순하던 강서연도 구현수랑 있다가 까칠한 분위기가 닮아간 걸까?’“뭐 하자는 건데?”“언니.”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하는 강서연의 눈동자는 한껏 엄숙해졌다.“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것처럼, 언니도 강진 그룹과 아버지의 얼굴이라는 걸 잊지 마!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면 아버지 체면이 어디 가겠어!”강유빈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방금 그 차가 내 옷에 뿌려졌다면, 회사에서 사람들은 안줏거리 삶아 얘기가 돌았을 것이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 수도 있었어. 인터넷에서 갑질하고 모욕하고 인신공격까지 한다고 메인에 걸리고 싶어서 그래? 언니, 늘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 같아?”강유빈은 얼굴이 붉어져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그걸 본 강서연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팔을 놔주었다.“언니, 일하면서 언행에 신경 써야 해. 그래도 같은 강씨 집안 사람인데 언니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아.”강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 높여 말했다.“우롱차가 언니 입맛에 안 맞나 보네요. 제가 가서 차를 새로 준비할게요.”말을 마치고는 우아한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거참. 좋은 차가 입에 안 맞는다면 원하는 대로 찌꺼기를 주는 수밖에.’강서연은 차가울 정도로 담담한 눈빛과는 달리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순간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방금 내렸던 동방미인 차, 사실 그녀도 잘 모르는 거였는데 구현수가 집에 가져와 마시면서 씻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줘서 들은 거였다. 차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던지라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었다. 게다가 총괄님의 말을 들어 보니 이렇게 비싼 차는 오성 최씨 가문에서 즐긴다고 했다. 이
“제인 호텔로 가자고.”구현수가 웃으며 말했다.어쩜 매번 외식할 때마다 제인 호텔이라니...강서연은 그가 다 호전된 기념으로 몸보신해 준다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구현수와 제인 호텔로 향했다.제인 호텔을 드나드는 손님이 적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창가 쪽 자리는 전부 비어있었다. 직원은 그들이 들어오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현수 씨, 전에 우리가 앉았던 자리네요! 여기 서비스가 좋네요, 두 번 밖에 와보지 않았는데 우리가 앉던 자리를 알고 있었던 걸까요?”그러자 구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직원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눈짓했고 직원은 그를 알아보고 배경원과 친한 사이인 걸 알고서 주방에 알리러 갔다.잠시 후 음식이 올라왔고, 강서연은 맛에 감탄해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단맛을 좋아하는 그녀의 입에 맞춰지기라도 한 듯 달달하게 요리되었지만 느끼하지도 않아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큰 호텔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서비스도 정말 신기하고요! 요리사들이 모든 손님의 취향을 어떻게 다 알까요?”강서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기분이 조금 나아졌어?”“음?”어떻게 알았는지 강서연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강서연을 바라보는 구현수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꿀 떨어질 것 같았다.“기분... 훨씬 좋아졌어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구현수는 반쯤 뜬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신 달래기 너무 쉬운데?”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어쩌겠어요, 별수 있나요.”“힘든 일이 생긴다고 속에 담아두고 끙끙대면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 바엔 차라리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겠어요.”그녀가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이라 구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는 참돔구이 가시를 발라줬다.강서연은 먹으면서 오늘 일어난 일들을 모두 구현수에게 쏟아냈다.“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앞으로 자주 일어날 것 같아요. 강유빈을 잘 알아서 말인데 어릴 적부터 제가 잘되는
구현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자기 사업?”“그래요! 일하면서도 투자해도 되고 부업을 시작해도 되고. 할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수입이 되는 거니까!”강서연은 열심히 계획했다.“작은 구멍가게나 하나 꾸려도 되고 그런 것도 사업이라면 사업이죠. 그럼 나 혼자 하니까 사장님이잖아요, 얼마나 좋아요.”“만약 투자금이 생기면 어떤 사업을 하고 싶어?”잠깐 생각하던 강서연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만약 돈이 생긴다면, 백화점 하나 사서 매일 손님들로 붐비게 할 텐데 말이죠. 하하,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요. 좀 현실적인 걸 말하자면, 돈 좀 마련해서 작은 커피숍 하나 운영하고 싶어요. 큰 창문이 달리고 아름다운 아이리스꽃으로 가득 찬 작은 마당이 있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베이킹을 하며 방 안이 커피와 디저트 향기로 가득 차게 하고 싶어요!”“그게 다야?”“네!”구현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좋아. 그래. 알겠어.”금방이라도 꿈에서 깨어난 듯한 강서연은 먹먹해 있었다.구현수는 무심한 듯 말했지만, 담담한 그의 얼굴에서는 한껏 진지함이 묻어났다.강서연은 갑자기 떠올랐다. 그녀가 손지창과 방진영에게 괴롭힘당해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도 구현수는 초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처벌하고 싶냐고 물었었다.그녀는 홧김에 그들이 영원히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그 덕분인지 회사에서 다시는 그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강서연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 한구석에서 올라와 가슴이 두근거렸다.“왜 그래?”구현수는 수프를 담아 그녀 앞에 놓았다. 그런데 멍때리던 강서연의 손에 하마터면 수프가 엎어질 뻔했다.“음식이 따뜻할 때 얼른 먹어.”구현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심연처럼 깊고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넋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황급히 수프를 그릇째 꿀꺽꿀꺽 들이켰다.저녁 식사를 마친 둘은 해변을 따라 산책했다.강서연은 작은 새 마냥 그의 옆에 기대여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여자들은 남편이 세계 갑부가 되길 바란다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강서연은 맑은 눈을 깜박이며 구현수를 올려다보았다.“평범한 사람이 좋지 않아요? 왜 평범하지 않은 걸 원하겠어요?”“아냐. 내 말은 남편인 내가 더 능력이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어서지.”“지금의 생활도 아주 좋은데요!”강서연은 팔을 감싸안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화려한 부와 명예보다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쉽게 만족할 줄 아는 그녀였다.“사실 나는 부자들을 부러워하지 않아요.”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어릴 적부터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의 비극을 직접 목격했고 부자들은 모두 차갑고 무정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화목한 가정에서 평생 그렇게 늙어가는 게 제일 큰 소원이에요.”구현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만약...”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그러니까. 만약에 당신 남편이 아주 부자라면 어떻게 할 거야?”순간 멈칫하던 강서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나는 아마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구현수는 당황했다.“왜?”“그렇게 되면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요. 나랑 당신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서 더 많은 갈등과 문제가 생기겠죠. 매일 싸울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겠어요.”구현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나랑 헤어지겠다고?”강서연은 웃으며 그의 옆에 기댔다.“왜 그렇게 긴장해요? 만약에라면서요. 현수 씨, 우리는 평범한 부부예요. 다른 생각 말고, ‘만약에’ 같은 비현실적인 얘기는 더더욱 말고, 하루하루 알뜰하게 돈 벌어서 아이도 낳고 흰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면 돼요. 알겠죠?”“그래, 좋아.”어렵게 말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희미한 불빛 아래 그의 어두운 안색을 그녀는 볼 수 없었기에 그의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도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구현수는 당황한 마음을 숨기려 그녀를 안았다.그와 그녀의
그는 가벼운 기침과 함께 화제를 돌렸다.“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지? 연희야, 오성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인다고?”최연희는 구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최근에 둘째 삼촌이 진정을 못 하고 있어. 회사 이사진들과 자꾸 아버지의 꼬투리를 잡는데, 할아버지는 신경도 안 쓰고. 그리고 하는 말이 오빠는 영국에 있으니까 외할아버지 쪽만 챙기고 최상은 신경도 안 쓴다고...”“허.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형네 할아버지가 믿는다고!”배경원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꾸했고, 구현수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두 번 말해서야 믿지 않겠지만, 그런 거짓말이 몇백몇천 번 반복되면 진짜가 되는 법이잖아. 안 그래?”모두 쥐 죽은 듯 조용했다.“연준 오빠, 이곳에서 몸 조심해야 해야 돼. 작은삼촌뿐만 아니라 지한 오빠도 움직임이 보여. 들리는 소문에 지한 오빠가 위험한 인물들하고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 오빠를 해치려면 가장 클래식한 방식으로 나올 거야. 오빠는 다르잖아, 절대로 저 사람 뜻대로 되게 만들지 말아야지!”“응, 그 정도는 예상해.”최지한은 최진혁의 아들인 만큼 그 둘의 성향은 너무도 닮아있었다. 그러나 아버지 최문혁은 최씨 가문의 장자임에도 가업에는 관심이 없어서 할아버지인 회장님한테는 늘 눈엣가시였다. 또한 그는 재혼이라는 풍파를 일으키면서 더더욱 회장님의 눈 밖에 났다. 하여 최근 몇 해는 둘째 최진혁이 영감님 앞에서 한마디 하면 최문혁에게는 늘 한바탕 큰 피해가 닥쳤었다.매서운 눈매를 한 구현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두 부자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자금세탁을 해온 사실을 알아냈어.”그는 눈이 더 매서워졌다.“일단 이 사실은 누구한테도 알리지 말고. 만약 저쪽에서 움직임이 보인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숨은 패야!”최연희는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응. 알겠어.”“언제 오성에 돌아갈 생각이야?”“그건...”최연희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일찍 가서 뭐 해. 아직 새언니랑 인사도 못 했는데.”구현수의
전화를 끊은 구현수는 잠깐 마음을 가라앉힌 후 먼저 강서연에게 전화하여 괜찮은지 확인했다.휴대 전화 너머로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여보, 오늘 저녁에 총괄 담당자 두 분이 기어코 바이어한테 식사 대접하겠다지 뭐예요... 어휴, 현수 씨도 알겠지만 지금 우리 회사 최대 바이어가 강유빈이잖아요. 난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것 같아요.”“알았어, 괜찮아.”구현수는 강유빈이 그에게 전화했었다는 사실을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약속 장소 어디야? 나한테 주소 보내. 이따가 데리러 갈게.”강서연이 배시시 웃더니 이내 그에게 주소를 보냈다.강유빈이 보낸 주소와 비교해 보니 다행히 같은 주소였다. 처음에는 강유빈이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건 아닌지 의심했었지만 인제 보니 그를 속이진 않은 모양이다.그런데 왜 일부러 전화까지 하면서 구현수더러 식사 자리에 나오라고 한 걸까?구현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 이유가 뭐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참석하는 게 좋겠다....식사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갔다. 몇몇 남자들은 강유빈에게 서로 술을 권하며 발림소리를 해댔다.평소 이런 술자리를 싫어했던 강서연은 벌써 슬슬 피곤이 몰려왔다.쉴 새 없이 시간을 확인했지만 오늘따라 유독 1분 1초가 이상하리만큼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술자리는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영업팀과 마케팅팀의 두 총괄 담당자는 서로 끊임없이 옥신각신했다. 참다못한 그녀가 핑계를 대고 바람 쐬러 나가려던 그때 강유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다들 잠깐 술잔을 내려놓으시죠!”사람들은 일제히 술잔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주목했다.“이따가 한 미스터리한 손님이 오실 겁니다.”강유빈이 강서연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서연아, 어쨌거나 우린 한 가족이야. 비록 네 남편이 별로이긴 하지만 이미 결혼한 이상 내 제부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 제부도 이런 자리를 많이 경험해 보면 좋잖아, 안 그래?”“뭐라고?”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