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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소진명은 멈출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석훈이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미소를 건네며 그를 막아섰다.

“소 대표님, 이건 ...”

소진명의 옆에 선 이들도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고,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은 소진명이 분해서 발을 구르고 검푸른 낯빛을 하고 떠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소진명이 뒤돌아서지 않는 것을 보고서 배경원이 바로 달려 나가려 했고 이내 유찬혁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뭐 해?”

“연준 형 보러 가야지!”

“가지 마, 저기 서연 씨도 있고 의사 양반도 있으니 충분해!”

유찬혁이 눈치를 줬고 배경원은 조급해했다. 유찬혁은 배경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준 형을 돕고 싶다면, 차라리 소 대표 저 사람 내막을 조사해 내는 게 빨라.”

배경원은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유찬혁과 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

서서히 눈을 뜬 구현수의 시야에 들어 온 것은 온통 흰 배경이었다.

방 안에는 약 냄새가 진동했다. 어렴풋이 간헐적으로 들리는 여자의 울음소리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부드러운 작은 손에 의해 어깨가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몸을 다쳤으니 잘 돌봐야 해요. 힘쓰지 마요.”

강서연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

구현수는 눈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몰라도 그녀를 볼 수 없던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지금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손을 잡았고 여느 때처럼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매만졌다. 원래도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어서 그녀는 더욱 수척해 보였고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또 두 눈은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부어있었다.

“마누라...”

“나랑 했던 약속은 다 잊었어요?”

강서연이 안타까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

“현수 씨, 내가 말했잖아요. 죽을 지경으로 하지 말라고.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요. 난 당신만 무사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싹 다 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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