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2화

Author: 빛나라
“그러네. 저놈이 앞에 라운드를 날아다녔던 건, 먹으면 안 되는 약을 먹은 게 아닌가 싶은데. 약발이 떨어지니까 맹해진 거지!”

그 소리에도 소진명의 의심은 먹구름처럼 짙어져 갔다.

구현수를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도 손에 땀을 쥐었고, 특히 배경원은 발을 동동 구르며 유찬혁을 향해 끊임없이 물으며 걱정을 토했다.

“저 형, 왜 저러는 거야!”

유찬혁은 방방 대는 그를 자리에 앉히며 조용히 하라고 눈짓했고, 주위 눈치를 살피다가 흐릿하게 소진명의 모습을 보았다.

“쉿! 형이 저런 행동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일 거야. 소리 지르지 마!”

“설마 형수가 안 본다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현장은 또 한바탕 소란스러웠고 비명까지 들렸다. 구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 왼쪽 갈비뼈 위치에 손을 대고 아파했고 이마엔 피가 땀에 섞여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현수 씨...”

강서연은 그 시점에 빠른 걸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와 하필이면 그 모습을 봤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의 눈에 구현수는 싸우면 질 줄 모를 것 같던 존재일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얻어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충격받아 놀랐다.

강서연은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고 애간장을 타며 링을 향해 뛰쳐나가다가 가까이 있던 보안요원에게 저지당했다. 그녀의 애타는 외침마저도 경기장의 소란 속에 묻혀버렸다.

강서연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버텼는지 자신도 모를 정도였고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나기 전까지 거의 링 위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승부 판정이 나자 가장 먼저 인파를 뚫고 뛰쳐나갔다.

“강서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아는 구현수 씨는 기본이 깔려있어서 저 정도 상처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신석훈이 마침 도착했다.

“신 의사님, 제발... 잘 부탁해요. 저 너무 무서워요.”

강서연은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물을 머금은 채 부탁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백스테이지 어떻게 가요? 같이 가보죠.”

소진명도 두 사람을 데리고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3화

    소진명은 멈출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석훈이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미소를 건네며 그를 막아섰다.“소 대표님, 이건 ...”소진명의 옆에 선 이들도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고,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은 소진명이 분해서 발을 구르고 검푸른 낯빛을 하고 떠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소진명이 뒤돌아서지 않는 것을 보고서 배경원이 바로 달려 나가려 했고 이내 유찬혁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뭐 해?”“연준 형 보러 가야지!”“가지 마, 저기 서연 씨도 있고 의사 양반도 있으니 충분해!”유찬혁이 눈치를 줬고 배경원은 조급해했다. 유찬혁은 배경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준 형을 돕고 싶다면, 차라리 소 대표 저 사람 내막을 조사해 내는 게 빨라.”배경원은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유찬혁과 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서서히 눈을 뜬 구현수의 시야에 들어 온 것은 온통 흰 배경이었다.방 안에는 약 냄새가 진동했다. 어렴풋이 간헐적으로 들리는 여자의 울음소리에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부드러운 작은 손에 의해 어깨가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움직이지 말아요! 몸을 다쳤으니 잘 돌봐야 해요. 힘쓰지 마요.”강서연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구현수는 눈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몰라도 그녀를 볼 수 없던 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지금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손을 잡았고 여느 때처럼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매만졌다. 원래도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어서 그녀는 더욱 수척해 보였고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또 두 눈은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부어있었다.“마누라...”“나랑 했던 약속은 다 잊었어요?”강서연이 안타까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현수 씨, 내가 말했잖아요. 죽을 지경으로 하지 말라고.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요. 난 당신만 무사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싹 다 잊은 거죠?”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4화

    구현수는 마음이 철렁거렸고 강서연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면 안 돼요? 몇 번을 얘기하지만, 나는 당신이 다치지만 않으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현수 씨, 다신 다치지 마요!”늘 온순한 모습의 강서연이 어쩌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보였다.구현수는 그런 그녀가 되레 더 좋았다. 가만히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한테서 보기 쉽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었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뭐가 되었든 내 남편이라던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내서 말이다.‘구현수가 아니라 최연준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지?’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사실을 꺼내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삼촌 최진혁과의 기나긴 전쟁이 예고돼 있기에, 결과를 알 수 없는 복싱 경기처럼 승부가 선명해지기 전까지 그녀를 이 시비에 휘말리게 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서 살짝 웃어 보였다.“여보. 날 믿어줘. 내가 멋지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줄게.”두서가 없는 말에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내가 내뱉은 말이니까 꼭 지킬게.”구현수는 진지하게 약속했다.“그래요.”그녀는 웃어 보이며 답했지만, 구현수의 말속의 말을 알아채지는 못했다.링거가 다 떨어졌고 강서연은 간호사를 부르러 나갔다. 바로 그때 구현수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구현수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고, 병실을 들어오는 강서연을 기다렸다가 속닥이듯 물었다.“여보, 뭐 먹을 게 없을까?”강서연은 핸드폰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배고파요? 석훈 씨가 죽 같은 걸 먹는 게 좋다고 했어요. 이렇게 해요. 내가 나가서 영양죽을 금방 챙겨 올 테니 기다려요.”“그래.”구현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서연은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병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경원과 유찬혁이 병실을 기웃거렸다. 구현수가 헛기침하고서야 두 사람은 히죽거리며 걸어 들어왔다.“형, 놀랬잖아요!”구현수는 두 사람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5화

    배경원은 어깨를 추키며 말했다.“그거까진 모르지, 난. 형네 집안일을 내가 세세히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 형 할아버지가 기분이 좀 변화무쌍한 것 같긴 해요. 영국으로 사람을 보내 형 외가 쪽 5대 재단을 몰래 방문했다고 하고. 돌아온 뒤 형 아버지를 혼도 냈던 것 같아요.”구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할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항상 두말하지 않으시지만, 늘 생각도 깊고 의심도 많으신 분이라, 암만 최진혁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진혁이 옆에서 어르신 귀에 말을 자꾸 하면 분명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유찬혁은 인상 쓰며 말했다.“그렇다면. 연준 형, 시간 내서 오성에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오해가 있으면 직접 할아버지와 풀어버리고 잘 설명해 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할아버지께서 화가 나셨다면 아마도 최 씨랑 임 씨 가문 간의 혼사 때문일 텐데...”배경원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에이, 됐네요. 그것 때문이면 차라리 강주에 가만히 있는 게 낫지. 가면 서연 씨 의심이나 샀지. 만에 하나 임나연이 여기 쫓아오면 난리지.”“흠흠!”유찬혁이 크게 기침을 해 보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에는 배경원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어, 나도 생각이 다 있어.”구현수는 피곤한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잡았다. 유찬혁은 눈치 빠르게 배경원을 끌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혼자 침대에 누운 구현수는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몸에 상처가 이따금 아파졌다. 그는 비행기 사고를 떠올렸고 그때 죽을 줄 알았던 상황에 구사일생으로 운 좋게 목숨을 부지했고 완강하게 살아 돌아왔다.한 번 죽음을 마주했던 사람은 새롭게 태어난 의미가 더 깊기에 소중한 걸 더 잘 안다. 구현수도 예전에는 최상 후계자 타이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은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다. 제일 꼭대기에 서 있어야만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구현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고 눈앞에 강서연의 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6화

    한순간 그녀는 주삿바늘을 잡고 구현수를 향해 찔렀고 다행히 구현수가 반응이 빨라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도 질세라 민첩한 동작으로 남은 손으로 그와 맞섰다.몇 차례 맞서서야 구현수에게 진압되었고 그는 쉽게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묶어두고 몸을침대에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아! 아파! 이거 풀어 줘!”여자는 크게 소리쳤고 구현수는 그녀의 마스크를 벗겨냈다. 여자는 뽀로통한 모습으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안 해, 안 해! 매번 어떻게 그렇게 한 치 양보도 없이 나를 대해!”구현수는 살짝 웃어 보이더니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여자는 얼른 일어나 그에게서멀찌감치 떨어져 섰고 억울함이 가득 찬 눈을 하고 붉어진 손목을 가볍게 문질렀다.구현수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다쳤다고 하는데 내가 와 봐야지.”“이렇게 찾아오면 아버지랑 은 대표는 알아?”여자는 개구쟁이 모드로 익살스럽게 말했다.“필요 없거든. 오빠만 있으면 됐지. 최연희는 영원히 최연준을 따라다니는 찰거머리잖아. 잊었어?”구현수는 놀라듯 하더니 이내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최연희는 그의 이복 여동생이었다. 그때는 아버지의 재혼에 대해 다소 불만도 있었고, 또 수년간 계모에 대해서도 겉치레뿐인 예의를 지켜왔던 그였다. 최연희는 최씨 가문에서 그가 드물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남매가 나이 차이는 꽤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최연희는 오빠를 많이 따랐고 좋아했다. 뭘 하든 오빠만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 아빠의 백 마디 말보다 오빠의 말 한마디를 더 따르던 동생이었다.가끔 그는 이 또한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 이름 ‘연희’ 처럼 그녀는 그에게 행복을 끌어다줬다.최연희는 장난기 어린 눈을 깜박이며 놀렸다.“이보소. 구 씨. 구 씨로 오래 살다보니, 오빠의 진짜 성을 잊은 건 아니지?”구현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최연희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는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강주까지 온 건, 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7화

    오히려 임우정이 의심의 눈초리로 유심히 보았고 볼수록 이상했다.“서연아, 저 간호사 의상을 봐. 왜 전에 간호사랑 다르지? 치마도 너무 짧아!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너의 남편 병실에서 나오는데, 이거 진짜 약 바꿔주러 온 거 맞아? 안 되겠다. 내가 따라가서 물어봐야겠어!”“우정 언니.”강서연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지경이었다.“약 바꿔주러 온 게 아니면, 뭐 더할 게 있겠어요. 오해면 어떡하려고요.”강서연은 평소에도 의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누가 구현수를 눈여겨 본다한들 구현수가 그들을 상대 안 해줄 게 뻔했다. 남편을 백 프로 신임하고 있었다.“너는 다 좋은데, 이런 쪽에 관해서는 사람이 너무 둔해!”임우정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최연희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보면서 간호사의 모습을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두 사람은 병실에 들어갔다. 강서연은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구현수의 상황을 살폈다.“오늘 느낌 어때요? 아직도 아파요?”구현수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약골 아니야. 신 의사도 이제 퇴원해도 된다 했고.”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요 며칠 사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물건을 좀 정리하려고 왔어요.”“그러니까. 출근도 하지 않고 나까지 끌고, 둘이 같이 무단결근했지, 뭐예요.”임우정은 문턱에 기대서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장을 낀 채로 얼굴에서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어렸다.구현수는 강서연을 힐끔 바라보았고 강서연은 미안해하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저 우정 언니를 짐꾼으로 같이 데려왔어요.”“서연이가 현수 씨 도와준다고, 내 차로 일부 물건을 정리해서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네요.”임우정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불현듯 뭐가 생각난 듯 강서연을 향해 말했다.“서연아, 나 까먹고 립스틱을 차에 두고 온 것 같은데. 나 대신 갖다주면 안 돼? 내가 하이힐을 신어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임우정은 그녀에게 차키를 건넸다.“게다가 남편께서 벌써 짐 정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8화

    ‘강서연은 어떻게 이런 남자와 매일 같이 사는 건지 적응력 한번 대단하다.’임우정이 심각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차에 강서연이 손에 작은 꽃다발을 들고 돌아왔다. 강서연은 찬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주차장 옆에 작은 꽃 가게가 있어서요. 병실에 생기 좀 있게 꽃을 놓아두려다가 바빠서 까먹었는데, 마침 있어서 꽃 좀 사봤어요.”그녀는 꽃병에 꽃을 꽂아 창 쪽에 놓아두었다. 그녀를 보는 구현수의 눈빛은 바로 부드러워졌고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자기 손 위에 올려놓았다.임우정은 애정 행각 가득한 이 자리에 꼽사리 끼고 싶지 않아서 바로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강서연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고 맑고 두 눈으로 구현수를 지긋이 바라보며 슬며시 손을 뺐다.“당신 어제 못 씻었죠? 내가 닦아줄게요.”말하면서 그녀는 문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물을 갖고 들어왔다. 며칠을 입원해 있는 사이 매번 그녀가 구현수의 몸을 씻겨주었다. 그녀는 수건을 적셔 그의 옷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의 상처는 처음보다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보기에 엄청 심해 보였다. 강서연은 심장을 졸이며 상처를 피해 열심히 그의 몸을 닦아 주면서 슬쩍슬쩍 그를 쳐다보고 바로 눈길을 거뒀다.그런 강서연을 구현수는 귀엽게 보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챘고,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를 장착했다. 같이 지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강서연은 곧바로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조금 민망했고 얼굴은 타오르듯 붉게 물들었다. 얼른 손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구현수는 그녀를 잡아당겼고 그녀는 한 치 오차도 없이 그의 품 안에 안겼다.“장난치지 마요. 당신 아직 몸에 상처가 있어요.”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고, 구현수의 거칠고 뜨거운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정도 상처를 갖고 뭘.”강서연은 나무라듯 그를 쏘아보았다.“그래도 안 돼요. 다들 크게 다치면 백일은 몸조리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그런데 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99화

    “오 바로 그 신 의사님?”임우정은 빠르게 악수하고 있던 손을 뒤로 뺐다.“강서연과 구현수 씨를 중매해줬죠?”신석훈은 그녀 눈빛의 미세한 변화를 읽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이번 중매는 잘 섰다는 말로 알아듣고 본인이 좋은 인연을 잘 성사 시켰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는 흰 가운을 정리하며 자랑 섞인 말투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게 바로 저입니다. 하, 제가 별로 한 게 없어요.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 것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어머, 이런 걸 별로 한 게 없다고 하나 봐요? 신 의사님 정말 겸손하시네요!”임우정은 그의 말을 끊고 소리를 높여 말했다.신석훈은 그제야 임우정의 눈빛이 이상한 걸 눈치챘는지 눈썹을 찌푸렸다.“신 의사님, 의사잖아요! 사람을 구하는 게 의사의 천직인데, 그걸 아시는 분이 어찌 할 짓이 없어서 동네 아줌마같이 오지랖 중매를 서는 거예요? 아니! 그리고 중매를 서도 좀 좋은 사람을 소개해야죠!”임우정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한마디 더 했다.“구현수 씨 조건에 우리 서연을 소개해 주면 어떡해요! 서연을 진흙탕에 빠뜨리고 해치는 거잖아요!”“이봐요...”신석훈은 생전 처음으로 눈앞에서 손찌검당했던 지라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정신이 좀 든 신석훈은 반격에 나섰다.“사실 이건 강 씨 집안과 구 씨 집안의 어르신들이 오래전에 정해놓은 혼사잖아요. 구씨 가문이 가세가 기울어서 그렇다지만, 사람이 신용은 지켜야 하지 않나요? 집안이 가난해졌다고 혼약을 없던 일로 할 수 없진 않잖아요?”임우정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허얼. 그 집이 가난하기만 해요? 어디. 전과까지 있는 사람이에요. 감방 갔다 온 사람이라고요! 청정 구역 서연이가 그런 집에 시집간 게 서연이의 행복을 위한 일일가요?”“그럼, 지금 서연 씨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 지금 행복한지 안 한지?”임우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신석훈은 입술을 앙다물며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임우정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0화

    “그러게나 말입니다! 강진이야 업계에서 손꼽히고, 우리같은 회사는 명함도 못 내밀죠. 저희는 강씨 그룹을 잘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할게요. 그러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겠죠.”강유빈은 그들을 바라보았다.“별말씀을, 과찬이에요. 사실 오기 전에 아버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가업을 물려받을 거라 이번 협력은 경영 수업이라고 생각 해주세요. 미숙한 부분은 여러 선배님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릴게요.”미팅실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강서연은 타인의 의아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강유빈이 이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강진 그룹은 혼외자식인 강서연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강진 그룹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 하게 말이다.그렇다면, 앞으로 그녀가 이 회사에서 한자리하기는 힘들게 뻔했다. 사람들은 실세에 따르기 마련, 강씨 집안에서는 찬밥신세라는 걸 알게 되면 기본적인 대접받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강유빈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강서연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언니가 못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어릴 적부터 똑똑한 데다 뭐든 했다 하면 열심히 하니까. 이번 일도 잘할 거라 믿어요.”“하하, 칭찬 고마워!”“사실을 말한 거예요. 언니는 충분히 강진 그룹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한평생 회장직을 맡겠다고 호언장담 하셨는데, 약속을 지키시려나 몰라요.”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도 이젠 자리를 물려주실 때가 되셨나 보네요. 언니를 정말로 아끼시는 것 같아요. 아니면 가업을 이어받으라는 말을 꺼내셨겠어요?”“야...”강유빈의 안색이 순간 바뀌었다.강명원이 권력에 목매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 강진은 쭉 독재 체제나 다름없었다.권력의 맛을 즐기는 강명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또한 권력을 빼앗길 거라는 사실이었다.더군다나 강유빈이 대중 앞에서 ‘가업을 이어받겠다’ 는 얘기를 했으니 큰 금기를 범한 거나 다름없

Latest chapter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9화

    배현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허공을 떠도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그는 허공에 떠 있는 듯 응급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사들이 급히 자신을 응급처치하는 모습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누워 있는 자기 육체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감각이 그를 감쌌다.의식은 또렷했지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없었다.그날, 배현진은 오강호와 싸웠다.송윤희와 이혼 후 더 나락으로 떨어진 오강호는 그날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배현진과 우연히 마주쳤다.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오강호는 배현진이 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송윤지를 언급하며 조롱을 쏟아냈다.배현진은 격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먼저 손을 댄 쪽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오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배현진은 오강호에게 몇 대 얻어맞고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지금도 배현진의 귀에는 오강호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다.“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더니 별수 없군. 여자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임지강에게 뺏겼다지? 하하하...”“배 도련님, 혹시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접근한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거였을 거야!”“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남자야. 약혼녀도 남에게 빼앗기고 말이야.”배현진의 가슴 한구석이 세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강한 힘이 그의 영혼을 다시 육체로 끌어당겼다.옆에서 심전도가 삐 울리더니 직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정리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했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세요.”배현진의 꼭 감겼던 두 눈이 살짝 떨렸다.그를 때린 사람이 임지강과 송윤지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혹시, 그 둘 사이에 정말로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그는 알아내야 했다.죽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수모를 반드시 임지강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8화

    임지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제가 누나랑 형부께 누를 끼쳤네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임우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국 운명 같은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원인은 나야. 내가 처음에 송윤지를 현진이에게 소개하지 말아야 했어.”“저 때문에 누나가 곤란해진 거예요.”임지강은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가 조금 비겁한 방법을 썼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배씨 가문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배현진이 은행에 진 빚은...”임지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우정이 임지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경원이와 수정이는 모두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빚진 돈은 은행에 분할해서 납부할 거야.”“그럼 이자는 받지 않을게요.”임우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와 약간의 무력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배현진에 대해서는.”임지강은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윤지를 괴롭힐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죠. 지금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 해도 그건 자업자득이에요.”“됐어, 봐줄 줄도 알아야지. 너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잖아...”임지강은 고개를 들어 임우정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냄새예요?”갑자기 집 안에서 송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송윤지가 급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임지강도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아이고, 이거 다 태웠네요!”송윤지는 놀라 외치며 불을 껐다. 그런 다음 행주로 냄비 뚜껑을 열었다.“이건 뭐예요?”“제가 만든 당근 소고기 스튜예요...”임지강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윤지에서 한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이 모양이었다.“물 안 넣었어요?”송윤지는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당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7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세계에 다시 한번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임지강은 이제 송윤지의 아파트에서 종종 머물렀다. 겉으로는 송윤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윤지는 몇 번 거절하려 했지만, 임지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냥 놔두기로 했다.임지강은 비록 소파에서 자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행복했다.임지강은 언젠가는 송윤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임지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송윤지와 함께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세 끼를 직접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송윤지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과거 송윤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가끔 송윤지는 집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지강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 자꾸 송윤지를 괴롭혔지만, 송윤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조강이 곁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임지강은 배현진과는 완전히 달랐다.배현진은 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앞으로’ 같은 말로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곤 했다.반면, 임지강은 ‘내가 있잖아’, ‘나한테 맡겨’, ‘두려워하지 마’ 같은 말로 송윤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임지강의 말 속에는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송윤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그날은 송윤지가 쉬는 날이었다. 임지강은 주방에서 당근과 소고기를 넣은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이 요리는 임지강이 새로 배운 것이었다. 임지강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조미료를 넣는 것도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정밀하게 측정했다.잠시 후, 요리의 향기가 퍼져 나갔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조절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가 문을 열자, 임우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우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누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6화

    배현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임지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중히 여겨야 할 때 외면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임지강은 손가락으로 배현진의 코앞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소피아와 함께 감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임지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제 배현진과 배윤아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배현진은 멍하니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배현진의 모습을 보며 배윤아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오빠...”배윤아는 조심스럽게 배현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사실, 오빠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아봐야 했어. 소피아가 없었다면,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배현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부딪치며 자신을책망했다.“오빠.”배윤아는 애써 배현진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임지강 씨는 오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진심으로 오빠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야. 이미 송윤지의 복수를 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행히도 오빠가 진 빚은 임지강 씨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니까, 그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봐준다고?”백약곡의 쓴웃음은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끝났어...”“오빠에겐 아직 나랑 부모님이 있잖아!”배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오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해. 오빠가 진 빚은 부모님이 분명 해결하려고 하실 거야.”“내가 은행에 진 빚은 수천억이라고.”배현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임지강이야. 그 사람은 절대 날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오빠...”배윤아가 더 말을 이어가려 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5화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