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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그러네. 저놈이 앞에 라운드를 날아다녔던 건, 먹으면 안 되는 약을 먹은 게 아닌가 싶은데. 약발이 떨어지니까 맹해진 거지!”

그 소리에도 소진명의 의심은 먹구름처럼 짙어져 갔다.

구현수를 지켜보던 배경원과 유찬혁도 손에 땀을 쥐었고, 특히 배경원은 발을 동동 구르며 유찬혁을 향해 끊임없이 물으며 걱정을 토했다.

“저 형, 왜 저러는 거야!”

유찬혁은 방방 대는 그를 자리에 앉히며 조용히 하라고 눈짓했고, 주위 눈치를 살피다가 흐릿하게 소진명의 모습을 보았다.

“쉿! 형이 저런 행동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일 거야. 소리 지르지 마!”

“설마 형수가 안 본다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현장은 또 한바탕 소란스러웠고 비명까지 들렸다. 구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 왼쪽 갈비뼈 위치에 손을 대고 아파했고 이마엔 피가 땀에 섞여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현수 씨...”

강서연은 그 시점에 빠른 걸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와 하필이면 그 모습을 봤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의 눈에 구현수는 싸우면 질 줄 모를 것 같던 존재일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얻어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충격받아 놀랐다.

강서연은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고 애간장을 타며 링을 향해 뛰쳐나가다가 가까이 있던 보안요원에게 저지당했다. 그녀의 애타는 외침마저도 경기장의 소란 속에 묻혀버렸다.

강서연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버텼는지 자신도 모를 정도였고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나기 전까지 거의 링 위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승부 판정이 나자 가장 먼저 인파를 뚫고 뛰쳐나갔다.

“강서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아는 구현수 씨는 기본이 깔려있어서 저 정도 상처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신석훈이 마침 도착했다.

“신 의사님, 제발... 잘 부탁해요. 저 너무 무서워요.”

강서연은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물을 머금은 채 부탁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백스테이지 어떻게 가요? 같이 가보죠.”

소진명도 두 사람을 데리고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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