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5화

배경원은 어깨를 추키며 말했다.

“그거까진 모르지, 난. 형네 집안일을 내가 세세히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 형 할아버지가 기분이 좀 변화무쌍한 것 같긴 해요. 영국으로 사람을 보내 형 외가 쪽 5대 재단을 몰래 방문했다고 하고. 돌아온 뒤 형 아버지를 혼도 냈던 것 같아요.”

구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할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항상 두말하지 않으시지만, 늘 생각도 깊고 의심도 많으신 분이라, 암만 최진혁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진혁이 옆에서 어르신 귀에 말을 자꾸 하면 분명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찬혁은 인상 쓰며 말했다.

“그렇다면. 연준 형, 시간 내서 오성에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오해가 있으면 직접 할아버지와 풀어버리고 잘 설명해 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할아버지께서 화가 나셨다면 아마도 최 씨랑 임 씨 가문 간의 혼사 때문일 텐데...”

배경원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

“에이, 됐네요. 그것 때문이면 차라리 강주에 가만히 있는 게 낫지. 가면 서연 씨 의심이나 샀지. 만에 하나 임나연이 여기 쫓아오면 난리지.”

“흠흠!”

유찬혁이 크게 기침을 해 보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에는 배경원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어, 나도 생각이 다 있어.”

구현수는 피곤한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잡았다. 유찬혁은 눈치 빠르게 배경원을 끌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혼자 침대에 누운 구현수는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몸에 상처가 이따금 아파졌다. 그는 비행기 사고를 떠올렸고 그때 죽을 줄 알았던 상황에 구사일생으로 운 좋게 목숨을 부지했고 완강하게 살아 돌아왔다.

한 번 죽음을 마주했던 사람은 새롭게 태어난 의미가 더 깊기에 소중한 걸 더 잘 안다.

구현수도 예전에는 최상 후계자 타이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은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다. 제일 꼭대기에 서 있어야만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구현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고 눈앞에 강서연의 모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