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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구현수는 마음이 철렁거렸고 강서연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면 안 돼요? 몇 번을 얘기하지만, 나는 당신이 다치지만 않으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현수 씨, 다신 다치지 마요!”

늘 온순한 모습의 강서연이 어쩌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태도를 보였다.

구현수는 그런 그녀가 되레 더 좋았다. 가만히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한테서 보기 쉽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뭐가 되었든 내 남편이라던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내서 말이다.

‘구현수가 아니라 최연준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지?’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사실을 꺼내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삼촌 최진혁과의 기나긴 전쟁이 예고돼 있기에, 결과를 알 수 없는 복싱 경기처럼 승부가 선명해지기 전까지 그녀를 이 시비에 휘말리게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서 살짝 웃어 보였다.

“여보. 날 믿어줘. 내가 멋지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줄게.”

두서가 없는 말에 강서연은 어리둥절했다.

“내가 내뱉은 말이니까 꼭 지킬게.”

구현수는 진지하게 약속했다.

“그래요.”

그녀는 웃어 보이며 답했지만, 구현수의 말속의 말을 알아채지는 못했다.

링거가 다 떨어졌고 강서연은 간호사를 부르러 나갔다. 바로 그때 구현수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구현수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고, 병실을 들어오는 강서연을 기다렸다가 속닥이듯 물었다.

“여보, 뭐 먹을 게 없을까?”

강서연은 핸드폰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

“배고파요? 석훈 씨가 죽 같은 걸 먹는 게 좋다고 했어요. 이렇게 해요. 내가 나가서 영양죽을 금방 챙겨 올 테니 기다려요.”

“그래.”

구현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서연은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병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경원과 유찬혁이 병실을 기웃거렸다. 구현수가 헛기침하고서야 두 사람은 히죽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형, 놀랬잖아요!”

구현수는 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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