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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강서연이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조금 전 뜨거웠던 시간만 생각하면 그녀는 쑥스러워 귀까지 빨개졌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던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도 그녀에게 매달리긴 했지만, 이성의 끈을 잡고 있어 아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서연은 침대에서 살며시 일어나 그에게 백허그를 하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닿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괜찮아?”

구현수가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았다. 놀라움도 잠시 강서연은 곧장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

구현수는 웃으며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야심한 밤에 자지 않고 뒤에서 날 기습하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강서연은 주먹을 쥐고 그를 톡 쳤다. 두 사람이 한창 재미나게 장난치던 그때 구현수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에게 멈췄다. 강서연은 피부가 하얘 조금만 문질러도 뻘겋게 되었다.

구현수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긴 머리를 뒤로 넘겼다.

“내일에는 목을 가리는 옷으로 입어.”

강서연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민망함에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으로 냅다 두드렸다.

“그만해.”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때리는 것 같은데 가려워 죽겠어. 내가 한 번 더 이성을 잃길 바라?”

“현수 씨, 당신...”

그녀가 동그란 두 눈을 부릅떴다.

“당신 너무 나빠요!”

“나쁘면 안 돼?”

“계속 이러면 확 버리는 수가 있어요!”

아무 뜻 없이 내뱉은 농담이었지만 강서연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의 두 눈이 갑자기 빛을 잃은 것 같았다. 강서연은 마음이 움찔했다.

“현수 씨, 왜... 왜 그래요?”

그는 풀이 죽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농담한 거예요!”

강서연이 멈칫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현수 씨를 버려요!”

“만약 내가 널 속였다면?”

그의 말투가 살짝 싸늘해졌다.

“그러면 날 떠날 거야?”

강서연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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