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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유찬혁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특히 구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찬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이 지금 구현수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잖아요. 주민 등록증도 구현수의 것이고 혼인신고도 구현수의 주민 등록증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봤을 때 서연 씨랑 결혼한 사람은 구현수지, 최연준이 아니에요.”

배경원이 가장 먼저 반박했다.

“그런데 구현수는 오래전에 죽었잖아.”

“그렇긴 한데...”

유찬혁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그래서 더 무효라는 거야.”

방안이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구현수에게 머물렀다가 또 이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구현수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렇다. 지금까지 그는 줄곧 이 점을 간과했었다.

그때 혼인신고 할 때 그는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 강씨 가문에서 지인을 통하여 두 사람의 주민 등록증으로만 황급히 절차를 마쳤다. 구청 직원도 구현수의 생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하여 혼인신고서에 처음부터 끝까지 최연준이라는 세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린 구현수는 미간을 어루만졌다.

“형, 그래도 괜찮아요.”

배경원이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기회 봐서 서연 씨 몰래 혼인신고서를 다시 작성하면 돼요.”

“너 머리나 좀 쓰고 얘기할래? 그게 다시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

유찬혁이 그를 째려보았다.

“왜 안 돼?”

배경원이 욱하며 고집을 부렸다.

“그래, 최씨 가문에서 형수님을 탐탁지 않아 하는 건 맞아. 하지만 형만 좋다고 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어!”

말문이 막힌 유찬혁은 그를 힐끗 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 배경원은 여전히 제멋대로 주저리주저리 지껄였다.

“찬혁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인생의 가장 큰 사치가 무엇인지 알아? 바로 사랑이야! 형은 지금 운명의 짝을 만났으니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키려는 거라고...”

그의 말이 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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