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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연준 형, 형? 형! 듣고 있어요?”

배경원은 연속 몇 번이고 구현수를 불렀고, 구현수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가벼운 기침으로 대응했다.

배경원은 그런 구현수를 놀려대며 말했다.

“형님, 나는요, ‘혼이 빠졌다’ 는 게 뭔지 지금 알았잖아요! 전화기 너머로도 형의 시선이 우리 형수한테서 떨어지지 않는 게 느껴지네요.”

구현수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배경원, 요즘 몸이 쑤시면 말해, 그렇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

배경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감히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튿날, 임우정은 강진 빌딩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강유빈을 만났다.

“유빈 씨.”

임우정은 웃으며 계약 해지 협의서를 꺼내 들었다.

“사전에 비서를 통해서 연락했었죠. 여기 유빈 씨 사인만 비었어요. 하시죠.”

강유빈은 원래도 안색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거의 일그러뜨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짜 싱가포르 인간에게 수십억을 사기당한 뒤로, 강진은 업계 비웃음거리가 되어 있었다.

강명원은 어디를 가도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 화를 강유빈한테 풀었다. 이사회에서 호되게 꾸짖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맡고 있던 여러 수익 나는 사업도 다시 회수했다. 집안에서도 강유빈은 전전긍긍하며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살았다.

이젠 호정 무역도 흐르는 형세에 따라 다른 회사들처럼 이번 기회에 강진과 관계를 청산하려고 계약 파기를 하러 왔던 거였다.

강유빈은 이를 악물고 웃는 얼굴의 임우정을 보며 사인펜을 움켜쥐고 어렵게 서명했다.

임우정은 체크해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감사해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삼일 안에 귀사에서 계약 해지서를 받아 보실 수 있겠고요, 유빈 씨 협조해 줘서 고마워요. 식사는 제가 살게요!”

강유빈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사양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나 아직 밥을 얻어먹을 정도는 아니니깐요!”

“이렇게 도와주는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

임우정은 자진해서 계산하고 돌아와서 강유빈을 향해 동방예의지국의 미소를 보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강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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