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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그 말에 강서연의 머리가 하얘졌다.

당혹스러워하던 그녀가 할머니한테 물으려다 곁의 구현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고 눈빛은 더없이 매서워서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

강서연은 그와 깍지 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할머니도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인지 못 하시는 나이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예상 밖으로 할머니의 귀가 밝아 듣고는 헤벌쭉 웃었다.

“아가씨가 마음씨가 참 좋아, 좋은 사람은 좋은 일이 따를 거야.”

“할머니 고마워요.”

강서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희 남편이 좀 과묵한 데다 부리부리한 외모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지만 그래도 더없이 자상해요.”

“허, 아가씨 궁합을 보고 싶은 게지?”

강서연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손금을 힐끗 보고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빨간 끈 두 줄을 꺼냈다.

능수능란한 손재간으로 벼 이삭 같은 매듭에 빚는 동심결마다 정갈한 방울까지 더해 맑고 쟁쟁한 소리가 났다.

“이 팔찌를 손목에 착용하거라.”

할머니는 한자 한자 타이르듯 말했다.

“방울이 울리면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간을 찌푸린 신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용한 물건이면 휴대 전화도 필요 없겠네요!”

어리둥절해 있던 강서연은 돌아서 환한 얼굴로 할머니를 향했다.

“할머니, 남편이랑 저는 오래오래 같이 있을 거라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너희 언젠가는 떨어질 거야.”

순간 하얗게 질려버린 강서연은 구현수의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젠가는 둘이 꼭 행복한 날이 올 거야.”

강서연은 그제야 미간이 풀렸고 작은 보조개가 얼굴에 달려있었다.

구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실눈을 떠서 쳐다보고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리를 떴다.

“허! 이 할머니가 정말!”

신석훈이 끼어들어 말했다.

“나이 들어서 어떻게 되신 거 아니야? 그래도 마지막 말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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