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4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07 13:20:55
강서연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쿵쾅거렸고 머릿속도 하얘졌다.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 같았다.

이 소녀는 누구고, 또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걸까?

“어휴, 이 자물쇠 열기가 너무 어려워요.”

소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기... 뒤로 좀 물러서요. 제가 돌로 자물쇠를 부숴볼게요.”

강서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소녀의 말대로 구석 쪽으로 몸을 피했다.

소녀가 문을 부수는 소리가 지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쾅쾅하고 두드릴 때마다 심장도 함께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덜컹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자물쇠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문이 열렸지만 강서연은 몸이 경직되어 손발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봐요, 언니?”

아담한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다.

“빨리 안 가고 뭐 해요!”

“그쪽은...”

“얼른 가요!”

강서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소녀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금 이 상황에 강서연은 정신을 부여잡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녀를 따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문 앞에 죽은 쥐들과 야구 방망이, 그리고 큰 돌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들로 쥐들을 죽인 모양이다.

소녀의 손이 작고 가늘었지만 한없이 따뜻했고 절망 속의 마지막 지푸라기 같았다. 소녀의 손을 꽉 잡은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강서연은 소녀를 따라 미친 듯이 뛰었다. 그렇게 어둠 속을 뛰쳐나와 드디어 희미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됐어요. 이젠 안전해요.”

두 사람은 나란히 호텔 복도를 거닐었다. 소녀는 그녀에게 히죽 웃더니 그녀를 잡고 엘리베이터에 탄 후 맨 꼭대기 층을 눌렀다.

강서연은 그제야 소녀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눈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알록달록한 마시멜로 같았다. 그리고...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낯이 익었다.

강서연은 멍한 얼굴로 소녀를 빤히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5화

    “괜찮아요, 그냥 앉아요.”최연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여긴 저의 방이고 이분들은 저의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예요. 언니도 파티에 참석하러 왔죠? 그런데 지금 이 모습으로 참석하기에는 좀...”강서연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일단 샤워한 다음에 다시 예쁘게 꾸며요. 여기 드레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마음대로 골라봐요.”강서연은 미안했지만, 최연희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샤워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샤워해서 조금 전의 두려움과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언니를 해치려 했던 나쁜 여자는 절대 여기까지 찾아오지 못해요.”“그거 어떻게 알아요?”강서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최연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언니 강씨 가문의 딸 강서연 맞죠?”강서연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놀라지 말아요.”최연희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립스틱을 꺼내 발랐다.“강씨 가문의 큰딸이 절 위해 준비한 파티인데 오기 전에 당연히 일일이 다 조사해 봤죠.”강서연도 최연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언니, 얼른 가서 씻어요.”최연희가 해맑게 웃으며 목욕 타월을 그녀에게 건넸다.“전 밖에서 언니가 입을 드레스를 고르고 있을게요. 이 파티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자선 파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오늘의 주인공 최연희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강명원은 가끔 강유빈에게 눈빛으로 경고했다. 강유빈도 답답한 나머지 여러 번이나 전화해봤지만 연락을 받은 사람은 최연희가 이미 파티 장소에 도착했다는 대답뿐이었다.“그런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대체 어디 있어요?”강유빈이 휴대 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아무 데도 없다고요!”“진정하세요, 강유빈 씨. 중간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그럼, 당장 가서 해결해요. 오늘 아가씨가 오지 않는다면 저 아빠한테 죽어요!”강유빈이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6화

    “당연히 되죠!”강유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허락했다.‘절친을 데려온 게 뭐가 큰일이라고. 게다가 아가씨의 절친이라면 분명 재벌 집 딸일 테고? 오성 4대 가문의 어느 가문일까? 만약 아가씨의 절친과도 친해지면 나야 좋지, 앞으로 인맥이 더 생기는 거니까!’강유빈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더니 최연희 옆으로 다가가 친한 척했다.“아가씨, 친구분 지금 어디 있어요? 괜찮다면 제가 당장 사람을 보내 모셔 오라고 할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가씨. 이 일은 저한테 맡겨요. 아가씨 친구분을 꼭 안전하게 모셔올게요.”“그럴 필요까진 없어요.”최연희가 덤덤하게 웃었다.“제 친구가 저랑 함께 와서 지금 위층에 있어요. 이번 파티는 아무래도 강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거라 데려와도 주최자의 허락을 맡고 데려와야죠.”“아가씨도 참, 별말씀 다 하시네요.”강유빈이 히죽 웃더니 몇몇 종업원에게 분부했다.“지금부터 연희 아가씨의 분부라면 모두 따르도록 해. 그리고 이따가 아가씨의 친구분도 주최석으로 안내해.”“유빈 씨.”최연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유빈 씨랑 유빈 씨 부모님은 메인 테이블에 안 앉아요? 그래도 돼요?”“안 될 게 뭐가 있어요.”양연이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오늘 밤 아가씨랑 아가씨 친구분을 초대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이 누추한 호텔도 빛이 다 난다니까요!”그저 듣기 좋은 소리는 다 할 기세였다.“아가씨, 친구분 그만 기다리게 하고 얼른 오라고 해요.”“알겠어요.”최연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파티장의 문이 열렸고 뭇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쏠렸다. 다들 최씨 가문 아가씨의 절친이 누구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눈치였다.강유빈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목을 빼 들었다. 그런데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강서연?!강유빈은 순간 머리가 돌에 맞은 것처럼 멍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강명원과 양연의 낯빛도 확연히 어두워졌다. 강서연을 쳐다보던 그들은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최연희가 말한 절친이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7화

    강명원이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느 쪽에 붙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파티에 참석한 하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저마다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강유빈, 계속 여기서 망신이나 당할 거야?”강명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당장 집에 가! 네 얼굴 보기도 싫으니까.”“아빠...”“꺼져!”시뻘겋게 달아오른 두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강서연을 째려보고는 파티장을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양연은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혼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면서 억지웃음을 지어야만 했다.그제야 화가 조금 풀린 강명원은 바로 웃는 얼굴로 최연희에게 말했다.“연희 양,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는 유빈이를 엄하게 가르칠게요. 오늘 일은 아무래도 오해 같은데 내가...”“아저씨.”최연희가 싸늘하게 말했다.“아저씨네 집안일은 제가 끼어들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제 친구 일이라면 무조건 두 팔 걷고 나설 겁니다.”“그럼요, 그래야죠.”강명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최연희는 그를 힐끗 보고는 강서연과 함께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파티는 계속 진행되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파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대표님, 강서연 씨가 어떻게 최연희 양이랑 절친이 됐죠?”“그러게. 뭔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건가?”소진명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쳐 지나가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서연이 구현수의 아내인데 최연희랑 절친이라면... 구현수가 바로 최연준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데?’“대표님.”누군가가 나지막이 말했다.“진실이 다 드러났어요. 인제 우리도 움직일까요?”“일단 가만히 있어.”소진명이 손을 들고 말렸다.“구현수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여선 안 돼. 안 그러면 어르신께 뭐라 보고드리기 어려워. 또 우리가 실속 없이 허세만 부렸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그럼 이건...”“일단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겠어.”소진명이 입술을 잘근잘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8화

    유찬혁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특히 구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유찬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형이 지금 구현수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잖아요. 주민 등록증도 구현수의 것이고 혼인신고도 구현수의 주민 등록증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봤을 때 서연 씨랑 결혼한 사람은 구현수지, 최연준이 아니에요.”배경원이 가장 먼저 반박했다.“그런데 구현수는 오래전에 죽었잖아.”“그렇긴 한데...”유찬혁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그래서 더 무효라는 거야.”방안이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구현수에게 머물렀다가 또 이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구현수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렇다. 지금까지 그는 줄곧 이 점을 간과했었다.그때 혼인신고 할 때 그는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 강씨 가문에서 지인을 통하여 두 사람의 주민 등록증으로만 황급히 절차를 마쳤다. 구청 직원도 구현수의 생사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하여 혼인신고서에 처음부터 끝까지 최연준이라는 세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머리가 지끈거린 구현수는 미간을 어루만졌다.“형, 그래도 괜찮아요.”배경원이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기회 봐서 서연 씨 몰래 혼인신고서를 다시 작성하면 돼요.”“너 머리나 좀 쓰고 얘기할래? 그게 다시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유찬혁이 그를 째려보았다.“왜 안 돼?”배경원이 욱하며 고집을 부렸다.“그래, 최씨 가문에서 형수님을 탐탁지 않아 하는 건 맞아. 하지만 형만 좋다고 하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어!”말문이 막힌 유찬혁은 그를 힐끗 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 배경원은 여전히 제멋대로 주저리주저리 지껄였다.“찬혁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인생의 가장 큰 사치가 무엇인지 알아? 바로 사랑이야! 형은 지금 운명의 짝을 만났으니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키려는 거라고...”그의 말이 채 끝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9화

    강서연이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조금 전 뜨거웠던 시간만 생각하면 그녀는 쑥스러워 귀까지 빨개졌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던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도 그녀에게 매달리긴 했지만, 이성의 끈을 잡고 있어 아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강서연은 침대에서 살며시 일어나 그에게 백허그를 하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닿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괜찮아?”구현수가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았다. 놀라움도 잠시 강서연은 곧장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구현수는 웃으며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야심한 밤에 자지 않고 뒤에서 날 기습하려고?”“그런 거 아니에요.”강서연은 주먹을 쥐고 그를 톡 쳤다. 두 사람이 한창 재미나게 장난치던 그때 구현수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에게 멈췄다. 강서연은 피부가 하얘 조금만 문질러도 뻘겋게 되었다.구현수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긴 머리를 뒤로 넘겼다.“내일에는 목을 가리는 옷으로 입어.”강서연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민망함에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으로 냅다 두드렸다.“그만해.”그가 웃음을 터뜨렸다.“분명 때리는 것 같은데 가려워 죽겠어. 내가 한 번 더 이성을 잃길 바라?”“현수 씨, 당신...”그녀가 동그란 두 눈을 부릅떴다.“당신 너무 나빠요!”“나쁘면 안 돼?”“계속 이러면 확 버리는 수가 있어요!”아무 뜻 없이 내뱉은 농담이었지만 강서연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의 두 눈이 갑자기 빛을 잃은 것 같았다. 강서연은 마음이 움찔했다.“현수 씨, 왜... 왜 그래요?”그는 풀이 죽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농담한 거예요!”강서연이 멈칫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현수 씨를 버려요!”“만약 내가 널 속였다면?”그의 말투가 살짝 싸늘해졌다.“그러면 날 떠날 거야?”강서연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치 보이지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20화

    소진명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면서 빌었다.배경원은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 살인 같은 것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배씨 가문의 세력도 어마어마하여 설령 배경원이 그를 죽인다고 해도 실종자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소문없이 묻힐 것이다.그리고 최진혁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때 가서 입 싹 닫고 되레 모든 죄를 소진명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최진혁이 최씨 가문 회장님 앞에서는 좋은 작은 삼촌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말이다.소진명은 이를 꽉 깨물고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 머리를 조아리면서 바닥에 부딪친 바람에 피부가 벗겨지면서 피가 흘러내렸다.“도련님, 제발 살려주세요! 도련님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그럼. 소 대표의 어르신은 어떡해?”배경원이 다리를 꼬고 가운데 앉았다.“약속할게요.”소진명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최진혁한테는 절대 아무 얘기도 안 하겠습니다!”“흥, 그 약속을 내가 어떻게 믿어?”배경원이 비수와 총을 옆으로 던졌다.“그렇지만 진짜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분부하십시오, 도련님.”“강유빈이라는 사람 알지?”배경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강유빈이 형수님을 지하실에 가둔 것도 모자라 쥐까지 넣었다는 사실을 형이 알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있겠는가?하여 소진명더러 강유빈을 처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악인은 자기보다 더 악한 악인으로부터 들볶인다고 서로 물고 뜯게 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일 것이다.소진명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슬쩍 물었다.“저더러 강유빈을 처리하라는 말씀입니까?”“소 대표, 앞으로 나랑 형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이 사실을 최진혁한테 조금이라도 흘렸다간... 흥, 셋째 형님이 소 대표를 풀어줬다는 건 다시 잡아서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알겠어?”...며칠 후, 강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21화

    “강유빈!” “그만, 그만!”주원효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고 강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만 가세요. 오늘 저는 강유빈 씨 하고만 계약 얘기를 나눌 거예요.”강유빈은 예쁘게 웃어 보이며 주원효와 같이 미팅 실로 움직였고, 그 와중에 잊지 않고 강서연에게 경멸에 찬 눈빛을 아낌없이 보냈다.그때는 강서연도 너무 마음이 상하고 억울했지만, 널브러진 서류를 하나하나 주워 담고 절벅거리는 발로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그러고 나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그 주원효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강유빈도 그와 계약을 다 하고 나서 주원효의 회사가 겉만 번지르르한, 속은 텅 빈 페이퍼 컴퍼니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유빈은 강명원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에 계약을 촉구했고 아예 계약금 일부까지 입금했다고 했다. 그 결정 하나 때문에 강진이 수십억을 허공에 날리게 된 셈이다.그 얘기를 전해 들은 강서연은 한참이나 정신을 못차렸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처음이라.그녀는 믿기 힘든 그 얘기를 구현수에게 말해 주었다.“사실 나 그때 한 번 더 설득하고 쟁취하려고도 했었어요. 주원효 그 사람이 꺼내든 조건이 너무 좋은 조건이었어요. 거의 거저먹는 거였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약간은 의심해 볼 만도 했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갑자기 들이닥친 행운은 불행의 씨앗일지도 모른다고 어른들이 그랬는데...”구현수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 앞으로 당신도 공짜라면 한 번 더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여서 결정해야 해.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진 않으니까.”“그러고 보면, 이번 일은 유빈 언니가 내 앞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어요. 아니면 그 수억을 날려 먹은 게 나였을 수도 있는데.”강서연도 은근히 속이 시원한 듯 해 보였다.‘바보, 그게 당신이 될 수가 없지.'구현수의 얼굴에 미소가 더 깊어졌다.‘강유빈이 타깃인 계획적인 일에, 다른 사람이 당할 일은 없지.’다행히 위험한 상황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22화

    “연준 형, 형? 형! 듣고 있어요?”배경원은 연속 몇 번이고 구현수를 불렀고, 구현수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가벼운 기침으로 대응했다.배경원은 그런 구현수를 놀려대며 말했다.“형님, 나는요, ‘혼이 빠졌다’ 는 게 뭔지 지금 알았잖아요! 전화기 너머로도 형의 시선이 우리 형수한테서 떨어지지 않는 게 느껴지네요.”구현수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배경원, 요즘 몸이 쑤시면 말해, 그렇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배경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감히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이튿날, 임우정은 강진 빌딩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강유빈을 만났다.“유빈 씨.”임우정은 웃으며 계약 해지 협의서를 꺼내 들었다.“사전에 비서를 통해서 연락했었죠. 여기 유빈 씨 사인만 비었어요. 하시죠.”강유빈은 원래도 안색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거의 일그러뜨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녀가 가짜 싱가포르 인간에게 수십억을 사기당한 뒤로, 강진은 업계 비웃음거리가 되어 있었다.강명원은 어디를 가도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 화를 강유빈한테 풀었다. 이사회에서 호되게 꾸짖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맡고 있던 여러 수익 나는 사업도 다시 회수했다. 집안에서도 강유빈은 전전긍긍하며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살았다.이젠 호정 무역도 흐르는 형세에 따라 다른 회사들처럼 이번 기회에 강진과 관계를 청산하려고 계약 파기를 하러 왔던 거였다.강유빈은 이를 악물고 웃는 얼굴의 임우정을 보며 사인펜을 움켜쥐고 어렵게 서명했다.임우정은 체크해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감사해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삼일 안에 귀사에서 계약 해지서를 받아 보실 수 있겠고요, 유빈 씨 협조해 줘서 고마워요. 식사는 제가 살게요!”강유빈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사양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나 아직 밥을 얻어먹을 정도는 아니니깐요!”“이렇게 도와주는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임우정은 자진해서 계산하고 돌아와서 강유빈을 향해 동방예의지국의 미소를 보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강유빈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7화

    손님들이 웅성거리며 비명이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백인서?”배윤아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큰 소리를 질러?”“아니야... 난 백인서가 아니야!”백시연은 목이 쉬도록 외치며 갑자기 강소아를 돌아보았다.“말해봐! 아까 다 알고 있었던 거잖아? 내가 백인서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게 똑똑히 말하라고!”“인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강소아는 담담하면서도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차분히 백시연의 손을 밀어냈다.“혹시 술이라도 마신 거야? 취한 것 같아.”“강소아 씨!”백시연은 분노에 치를 떨며 외쳤다.강소아는 백시연의 손을 잡고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인서야, 우린 자매잖아. 여기서 소란스러운 모습 보이지 말자. 오늘은 어쨌든 육씨 가문의 중요한 날이기도 하고 내 딸도 여기 있어... 그러니까, 제발 진정해 줘.”“아니야...”“인서야!”“아니라고! 아니라고!”백시연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난 백인서가 아니야! 몇 번을 말해야 믿을 거야?”배윤아는 피식 웃으며 백시연의 팔짱을 끼고 태연히 말했다.“어머, 백인서. 왜 그래? 백인서가 아니면, 왜 백인서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 그런데... 굳이 너와 백인서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손목에 그림이 있다는 거?”“비켜!”백시연은 배윤아를 거칠게 밀어내고 다급히 무대를 향해 뛰어갔다.백인서는 고요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마침내 기다리던 이 순간이 왔다.백인서는 천천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눈앞의 백시연을 바라보았지만,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눈앞의 이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백인서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백시연은 진짜 악마일지도 모른다고.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한쪽은 천사, 다른 한쪽은 악마. 그리고 자신과 백시연 같은 쌍둥이의 운명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극대화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6화

    그 가면은 순금으로 빚어졌고 가장자리에는 보석이 촘촘히 박혀 조명이 닿을 때마다 눈 부신 빛을 흩뿌렸다.백시연은 그 자리에 선 채 몸이 굳어버렸다.“이... 이럴 수가!”그 사이, 백인서는 이미 무대 위로 올라가 권욱 옆에 서 있었다.권욱은 이어서 말했다.“이분이 바로 제 이복동생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늘 제 동생을 걱정하며 꼭 찾아달라고 당부하셨죠. 이제야 동생을 찾게 되었습니다!”권욱은 백인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진심 어린 애정과 따스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동생의 출생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죠. 우리는 결국 한 가족입니다. 동생을 찾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동생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요... 우리 권씨 가문이 제 동생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하늘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동생의 존재는 제 딸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분은 제 동생일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은인이기도 합니다!”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고 몇몇은 감동에 겨워 눈가를 붉혔다.하지만 백시연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동생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저 여자도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분명 백인서는 종수가 지하실에 가둬뒀고 곧 처리될 운명이 아니었던가.“그리고 이어서 발표하겠습니다!”권욱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권씨 가문의 재산 중 절반을, 이 세상 유일한 동생에게 넘기겠습니다!”“뭐... 뭐라고?”백시연의 온몸은 떨림으로 굳어졌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갔다.“아니야... 이건 아니야!”“뭐가 아니야?”강소아가 일부러 물었다.“인서야, 어디 아파?”“그게....”“권 대표는 네 직장 상사잖아? 상사가 가족을 찾은 거니 축하해줘야지!”백시연은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강소아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백시연의 귀에 속삭였다.“그렇게 백인서의 자리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5화

    “그게... 무슨 뜻이에요?”백시연은 침착함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지만, 권욱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이 카드가 제 거 아니면 누구 건데요?”“난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권욱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그냥 문득 우리 아내도 이런 비슷한 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던 게 떠올랐을 뿐이야. 카드 색깔도 이런 파란색이었고 뒷면에는 대나무 무늬의 홀로그램이 새겨져 있었어. 조씨 가문은 학문을 중시하는 전통을 지닌 집안이라 대나무처럼 강인하고 꿋꿋한 식물을 특별히 아낀다고 하더군. 한번 뒤집어 확인해 볼래?”백시연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창백해졌고 손은 카드 위에서 더욱 굳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백시연은 강소아를 찾아갔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약속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묘안석이 그렇게 비싼 줄 몰라서 서둘러 나오느라 준비가 부족해 지금은 이 카드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그러고는 억지로 친근한 미소를 띠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소아 언니, 우리 자매처럼 친한 사이잖아요. 언니 딸은 곧 제 딸이나 다름없죠! 가원이에게 쓰는 돈이라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강소아는 미소를 머금고 백시연의 손에서 카드를 슬쩍 가져가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고마워! 나중에 가원이가 크면 널 두 번째 어머니로 생각할 거야.”백시연의 얼굴 근육이 떨렸지만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인서야.”강소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백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권욱의 공익 프로젝트를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면서? 잘한다는 칭찬이 자자하더라. 몇 번이나 넌 정말 유능한 관리형 인재라고 말했어.”“아... 그래요?”백시연은 속으로 긴장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그럼!”강소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앞으로도 너한테 정말 잘해줄 생각이야.”그 말을 듣자 백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10억 원을 써서 강소아의 호의를 얻은 거라면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아 아가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4화

    연회장 한편에서 백시연은 마침내 잠시 자리를 빠져나갈 기회를 잡았다. 화장실에 간다고 둘러대고는 한적한 구석에 숨어 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언가 해답을 찾고 싶었다.긴 신호음 끝에야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백시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백시연은 알지 못했다. 종수가 이미 경찰차에 타고 있었고 간신히 경찰의 허락을 받아 전화를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아저씨! 정말 급해서 전화했어요.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종수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시연아...”뭔가 말을 더하려던 종수는 경찰이 허리춤에 총구를 겨누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됐어요, 됐다고요!”백시연은 짜증을 내며 말을 끊었다.“딱 한 가지만 물을게요... 아까 소아 아가씨가 저한테 10억 원짜리 선물을 요구했는데, 그거 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10억?”“네!”상황을 모르는 백시연은 초조한 듯 말을 더 이어갔다.“그 재수 없는 여자가 과거에 강소아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강소아가 저를 보자마자 자기 딸이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선물을 요구하더라고요. 뭐였더라... 묘안석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게 10억 원짜리래요!”종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건 강소아가 원하는 게 아니라 조순영을 대신해 요구한 것이라는 사실을.세상은 언제나 공평했다. 무엇을 얻었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같은 무게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종수는 지친 듯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저씨? 종수 아저씨!”백시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뭐라도 말 좀 해주세요! 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시연아, 이제 너도 어른이야. 이런 일은 네가 직접 판단해야 해.”“제가 알아서 할 수 있었으면, 아저씨께 묻겠어요?”백시연은 이마를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오늘의 종수는 어딘가 낯설고 이상했다.“솔직히... 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런 비싼 걸 고작 어린애한테 준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3화

    “뭐라고요? 10억 원이요?”백시연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강소아는 슬쩍 백시연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왜 그래? 고작 10억 가지고. 게다가 가원이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고 네가 먼저 약속한 거잖아. 혹시 후회라도 하는 거야?”“그럴 리가!”배윤아가 옆으로 걸어오며 백시연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우리 인서는 분명히 선물을 줄 거야, 그렇지? 너희 둘 사이에 보석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백시연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고 입술이 굳게 닫혔다.10억? 조순영에게서 받은 카드에는 고작 10억 원뿐이었다.백인서가 이때까지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 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걸까?그래서 강소아가 그렇게 말한 것일까?“어머, 저 사람은 육 아가씨와 친하다던 백인서 아니야?”그때, 근처에 있던 여배우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방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었어?”“예전에... 둘이 약속했나 봐, 백인서가 육 아가씨의 딸에게 선물을 주기로.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바뀐 것 같아!”“정말? 풉! 상류층 자매라는 것도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봐! 백인서는 육 아가씨와 둘도 없는 사이처럼 보였는데. 육 아가씨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잖아... 이제는 최씨 가문의 아들과 친해지니까, 가식적인 행동도 하기 싫어졌나 봐.”“그 선물이 10억 원짜리라고 하던데... 역시 두 사람 우정은 10억 원도 안 되는 거였어!”백시연의 얼굴은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갔다. 뒤돌아 그들에게 따지려던 찰나, 강소아가 재빠르게 백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됐어, 인서야.”강소아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 사람들은 평소에도 입만 살았어. 나중에 제대로 혼내 줄 거야.”“그래야죠, 저 사람들은 정섭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잖아요. 제대로 가르쳐야 해요!”백시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소아 언니, 저 사람들이 이런 자리에 나온 건 정섭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언니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저렇게 뒤에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2화

    권욱과 조순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벅찬 기쁨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이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권 대표님, 사모님, 정말 큰 경사입니다!”의사는 골수 검사 결과를 들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아가씨를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맞아요, 정말 기쁜 일이네요.”최지용이 권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한심하긴, 그만 울어요!”권욱은 흐느끼면서도 반박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네 딸이 아픈 게 아니니, 넌 당연히... 당연히 이 고통을 알 리가 없지!”최지용은 기가 차 웃으며 권욱의 등을 두 번 세게 두드렸다.백인서는 마음 한편의 큰 짐을 덜어낸 듯 병실 안에 있는 권온유를 바라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그나저나.”조순영이 문득 입을 열었다.“백시연의 골수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습니다.”의사가 고개를 저었다.“대부분의 지표는 일치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항목이 맞지 않아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정말 신기한 인연이네요.”최지용이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쌍둥이라고 해도 신체의 세포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한 명은 강인하고 선량했고 다른 한 명은 어리석고 악랄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라도 서로 다른 개성과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타인의 성격과 운명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는 법이다.“그러게 말이야.”권욱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다른 쌍둥이였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모든 진실을 밝힐 때가 된 것 같네.”...축하 연회 날, 손님들로 붐비는 연회장은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쳤다. 오성에서 유명한 대가문은 물론, 연예계의 반 이상이 모인 듯했다.정섭 엔터테인먼트는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했기에 대상 수상 경력이 있는 배우들조차 강소아의 초대를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연회장에 들어선 백시연은 평소 TV에서만 보던 유명 여배우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광경에 기가 죽고 말았다.백시연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1화

    차 안에서 백인서는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앉아 있던 두 남자는 서로를 힐끔거리기만 할 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조금 전 나눈 대화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백인서는 갑작스레 쏟아진 진실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권씨 가문의 사생아라니.“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가 꽤 가까운 사이였던 모양이야.”“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물건이 있었어. 바로 회중시계인데, 그걸 백시연이 가지고 온 거지.”“인서야, 너와 백시연이 쌍둥이 자매란 거 알고 있었어?”백인서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가 깨질 듯 욱신거렸다.어머니가 이렇게 많은 진실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인서야?”최지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인서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앞좌석에 있던 권욱이 뒤를 돌아보며 싸늘한 눈빛으로 최지용을 쏘아보았다.“놔라!”“뭐요?”권욱은 입을 삐죽이며 최지용이 꼭 잡은 백인서의 손을 가리켰다.참 이상했다. 평소에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매형이 된 순간부터 그가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했다.“인서는 좀 쉬어야 해!”권욱은 찡그리며 말했다.“손은 왜 자꾸 붙잡고 있는 거야?”최지용은 순간 멍해서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권욱을 쳐다보았다.“무슨 상관이에요?”“난 인서 오빠야! 당연히 내가 상관해야 할 일이지.”“웃기지 좀 마세요!”“너...”“그만 좀 싸울래요?”백인서가 뒤돌아 두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머릿속이 이미 복잡할 대로 복잡한데 이 두 사람은 백인서를 편히 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최지용과 권욱은 서로를 노려보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눈싸움을 벌였다.“온유는 아직 병원에 있어요?”백인서가 갑자기 물었다.“응...”“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요!”“뭐라고?”권욱은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백인서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진짜 동생이라면 온유 고모가 되는 거잖아요. 아직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했다면서요? 제가 한번 해볼게요!”권욱은 잠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0화

    종수는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백인서에게 내밀었다.“통화해.”종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최 도련님의 번호는 분명 잘 기억하고 있겠지만, 굳이 조언을 하나 하자면... 먼저 육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연락하는 게 좋을 거야.”백인서는 종수를 노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왜냐하면 백인서도 강소아에게 먼저 연락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강소아는 위치 추적 장비를 가지고 있었기에 전화를 걸면 곧바로 이곳이 추적될 터였다.그렇게 되면 종수와 백시연은 피해 갈 수 없을 터였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종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어젯밤, 소아 아가씨가 시연이와 통화했는데 평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던 아가씨가 시연이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하더군. 내가 생각하기론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컸어.”백인서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백인서는 천천히 손을 옮기고 종수가 움직이기 전에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달려갔다. 종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했다.종수는 그저 가만히 백인서를 바라볼 뿐, 뒤쫓으려는 기색은 없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백시연을 용서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마세요.”백인서는 차갑게 말했다.“아저씨를 용서할 생각도 없어요! 저는 누구를 먼저 해치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들이 먼저 나타나 저를 해치려 들고선 이제 와서 자매애를 말하다니, 우습지도 않나요?”백인서는 말을 마치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종수는 백인서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종수의 마음은 더욱 복잡했다.백인서는 저택을 벗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걸은 끝에 조용한 길 한가운데에 다다랐다. 지친 몸을 이끌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화려한 시내는 여전히 멀어 보였다.오성은 너무 넓었고 모든 곳을 다 가본 게 아니었기에 대략적인 방향만 추정할 수 있을 뿐, 휴대전화도 없어서 난감하기만 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순간, 고요한 길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9화

    종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종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백인서는 문밖 풍경을 바라보았다.때마침 오전의 화창한 햇살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작은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백인서는 무의식적으로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종수를 바라보았다.“어서 가.”종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서야, 내가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뭔데요?”“네 남자 친구에게 시연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백인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종수는 한 걸음 다가서며 간절한 눈빛으로 백인서를 바라보았다.“시연이는 내가 키운 아이야. 내겐 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약속할게, 시연이를 데리고 이곳 오성을 떠나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결국, 저보고 용서하라는 말이군요?”“인서야, 그 아이는 네 쌍둥이 동생이야. 네가...”종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인서는 빠르게 식탁 위의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부분을 종수의 목에 단숨에 들이댔다.종수는 깜짝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급히 손을 뻗어 백인서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목 깊숙이 차가운 위협이 스며든 후였다.백인서가 누르고 있는 곳은 동맥이 위치한 곳이었다.“백인서, 너...”“아저씨.”백인서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가 조금만 힘을 주면, 아저씨는 여기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요. 방금 확인했는데, 이 저택은 넓지만, 따로 감시카메라는 없더군요. 제가 아저씨를 죽이고 떠나도 아무도 알지 못할 거란 얘기예요.”종수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경찰이 너를 추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흥!”백인서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역추적 능력에는 꽤 자신 있거든요.”“백인서!”“아저씨, 전 사람을 해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당신들은 왜 저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요?”“전부 시연이 잘못이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