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1602 챕터

제961화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한예슬은 입을 삐죽 내밀고 유진우를 흘겨보며 말했다.“까칠하게 굴지 말아요.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에요. 이 은혜를 갚지 못한다면, 저는 그게 마음에 걸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거예요.”“그건 수면제를 드시면 되겠네요. 그럼 이만.”유진우는 단 한마디를 던지고는 떠났다.“저기요!”한예슬이 유진우를 쫓아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도 못한 채 발목을 삐끗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 앞의 가리개가 찢어져 그녀의 몸체가 드러났다.유진우는 멈칫하고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던져줬다.“고마워요!”한예슬은 새빨개진 얼굴로 급히 겉옷을 집어 몸을 감쌌다. 마음속에 한 줄기 감동이 피어났다.“예슬아!”이때 남녀 한 쌍이 달려왔다. 비싼 옷을 걸치고 기백이 남다른 것을 보아 보통 사람은 아닌 듯싶었다.“선배!”그들을 본 한예슬이 금세 정신을 차리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예슬아! 말도 없이 어디 갔던 거야? 걱정했잖아!”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짓고 꾸짖듯 말했다. 검은 옷차림의 남자도 인상을 찌푸리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예슬아, 머리가 왜 산발이 됐어? 그 옷차림은 또 뭐냐. 무슨 일 있었어?”“선배, 방금 양아치 몇 명을 만났는데, 다행히 이분이 구해주셨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어요!”“응?”검은 옷의 남자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유진우를 훑어보았다.붉은 옷의 여자가 유진우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하고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전 벽하파의 심연수입니다. 이쪽은 저희 선배, 심호중이고요.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유진우입니다.”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상대방이 예의를 차리기에 그도 상대를 존중해야 했다.“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근데 무주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고영은의 묘 때문에요?”“어떻게 아셨습니까?”“저도 찍은 거예요. 무주에 무림 고수들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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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밤 7시.유진우는 황은아와 설연홍을 데리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식당은 몇백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였다.식당에 들어선 유진우의 눈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보였다. 관광객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문을 듣고 온 무사들이었다.“유진우 씨! 여기요!”이때 한예슬이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유진우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오셨네요. 어서 앉아요.”심연수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옆의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유진우를 쳐다보다 설연홍과 황은아를 발견하고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유진우가 간단히 일행을 소개했다.“제 친구들이에요. 이쪽은 설연홍 씨, 이쪽은 황은아 씨. 같이 왔는데, 괜찮죠?”“당연하죠, 사람이 많으면 힘도 커지잖아요. 모두 앉아요.”심연수가 옅게 웃으며 손짓했다.“감사합니다.”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심연수 일행을 제외하고도 낯선 얼굴들이 몇몇 보였다.옷차림을 봐서는 모두 벽하파 사람 같았다. 가장 약한 사람도 후천 대성이었다. 일반 무사 중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각 파벌을 상대해 보물을 차지하기엔 조금 부족했다.심연수가 먼저 말을 걸었다.“유진우 씨, 이번 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블랙 숲에는 맹수들과 독 있는 동물들이 가득해요. 들어가려면 꼭 해독제, 치료제, 집기단 등을 챙겨야 해요. 그 외에도 나침반, 모기향, 특제 텐트 등도 중요한 물건이죠. 꼭 필요할 거예요.”“네? 그런 것도 챙겨야 해요? 저흰 아무것도 안 챙겼어요.”황은아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모두 급하게 오느라 일상용품만 챙겨왔다.“보물 찾으러 온 사람 맞아요? 휴가 온 거 아니에요?”심연수가 웃으며 농담하고는 계속해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으니, 물건이 모자랄 일은 없어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 감사합니다!”황은아가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심연수는 심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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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물론 모두 고수들이지만 저희 벽하파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아요. 정말 위협적인 건 큰 규모의 파벌과 최고급 고수에요. 현무문, 대비사, 응양종, 진혼파 등 파벌이요. 맞다, 예의주시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그게 누군데요?”“최근에 자양지존과 결투한 소년 마스터요!”“네?”황은아가 어리둥절해졌다.‘그거 스승님 아닌가?’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 유진우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조용히 행동해야지, 눈에 띄었다가는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설연홍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그 소년 마스터 본 적 있어요?”“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당연히 본 적 없죠. 하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얼굴도 잘생겼고, 의리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20대에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거예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고, 엄청나게 많은 여자 무사의 이상형이라고요.”심연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수려한 외모에 최고의 실력을 갖춘 소년 마스터를 누가 싫어하겠는가?“하하, 그분을 상당히 좋아하시나 봐요.”설연홍이 유진우를 흘깃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유진우는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안 좋아할 사람이 있겠어요?”심연수가 쿨하게 인정했다. 어차피 만나지 못할 사람인데, 조금 언급해도 괜찮을 것이었다.“흥! 그 사람이 대단하긴 하지만 나도 나쁘지 않아. 10년만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이겨버릴 거야!”심호중이 차갑게 말했다. 제 동생이 다른 남자를 칭찬하는 말을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정말 되겠어요?”황은아가 심호중을 훑어보며 의심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저도 무주 무림계에선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절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맞아요! 저희 선배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한예슬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저희 선배는 무주 10대 호걸 중 3위에요. 지금은 본투비 레벨 고수시고, 모두가 인정하는 무도 천재에요!”“이 식당 안에 있는 무사들과 10대1로 싸워도 지지 않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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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응?”심호중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한창 잘난 척하고 있었는데 막을 새도 없이 갑자기 술병 하나가 날아왔다.그는 맞은 자리를 만져보았다. 피가 흥건했다. 진기의 보호가 없는 한 그는 일반인보다 조금 튼튼할 뿐이었다.“젠장! 누구야?”심호중이 크게 외쳤다. 벽하파 제자들도 이에 동조하며 외쳤다.“감히 선배님을 공격하다니, 어떤 놈이야?”“나다.”이때 잘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무사 두 명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발걸음이었다.“자식! 내가 누군 줄 알아? 감히 날 급습해?”“음? 그럼 한 수 배워야겠네. 네가 누군데?”선글라스 낀 남자가 놀림조로 말했다.“잘 들어! 난 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심호중이야!”“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얼씨구, 너무 멋있다. 정말 무섭군.”남자가 심호중을 조롱했다. 뒤에 선 무사 두 명도 크게 웃기 시작했다.“네가 감히!”“간덩이가 부었군!”벽하파 제자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감히 날 모욕해? 결투다!”심호중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결투라도 하지 않으면 이제 이 바닥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결투? 하하... 감히 나와 결투한다고? 내가 누군 줄 알아?”“그건 내 알 바 아니야! 감히 날 급습해?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 될 거야!”심호중은 크게 외치고는 칼을 내리찍으려 했다.“난 구정파 장문의 아들, 엄홍수다!”남자가 한 마디를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심호중이 휘두르려던 칼을 멈췄다.“구정파? 엄홍수?”심호중의 눈에 두려움이 들어찼다. 상대방의 실력은 무섭지 않았지만, 그 신분이 무서웠다.엄홍수는 별 볼 일 없는 실력을 갖췄지만, 좋은 아버지를두었다. 그의 아버지는 구정파 장문, 무주의 제일가는 무사, 엄건호였다. 그는 최고의 실력과 지위를 가졌다.엄건호의 이름을 들은 심호중이 공격을 멈췄다.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두려운 존재였다. 이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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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그래, 하지만 조건이 있어.”“어떤 조건이요?”“너랑 다른 여자 둘이 나랑 술이나 한 번 먹자고. 접대 잘 하면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엄홍수가 섬뜩하게 웃었다. 이런 여자는 평소 만나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세 명씩이나 나타나다니,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이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아...”심연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바닥에 있은 지가 몇 년인데,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술자리에 응했다가는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었다.“왜? 싫어? 난 거절당하는 걸 제일 싫어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아가씨! 우리 도련님과 술자리를 가지는 건 돈 주고도 못 하는 거야. 영광으로 생각해!”무사 한 명이 위협적으로 말했다.“네, 저와 함께 먹어요. 하지만 여기 이분들은 그냥 놓아주시는 게...”망설이던 심연수가 결국 타협했다. 하지만 황은아와 설연홍을 끌어들이는 건 싫었다.엄홍수가 기분 나쁜 듯 말했다.“난 세 명이라고 했어.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돼. 오늘 밤, 서비스 잘 하는 게 좋을 거야!”“제발 그만하세요!”황은아가 참다못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왜? 이러면 안 돼? 그럼 오늘은 너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정말 기대되는걸!”엄홍수는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미친 놈!”황은아가 술이 든 술잔을 집어 엄홍수의 얼굴을 향해 뿌렸다.“미친 년, 감히 나한테 술을 뿌려? 오늘 제대로 혼내줄 거야!”엄홈수가 황은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아 저지했다.“3초 줄게, 꺼져.”유진우가 황은아의 앞을 막아서고는 차갑게 말했다.엄홍수의 표정이 굳어졌다.“응?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무주시에서는 누구도 엄홍수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그건 내 알 바 아니고, 3초 안으로 꺼지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려버릴 거야.”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헐! 저 사람 누구야? 감히 도련님과 대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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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모두 경악했다. 유진우가 정말 엄홍수를 때릴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상대는 엄홍수였다! 무주 최고의 무림고수 엄건호의 아들! 마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사람!그런 사람을 날려버리다니, 죽고 싶은 건가?“미쳤어? 구정파 도련님도 때리는 거야?”심호중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방금의 수치스러움도 참았는데, 유진우 이 자식이 뺨을 때려버렸다. 이제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사람들도 봉변당할 것이었다.“망했다!”심연수의 표정이 변했다.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참기는커녕 직격타를 날렸다. 구정파가 보복한다면 모두 참변을 당할 것이다.“무엄하다! 감히 도련님께 손을 대? 죽여버릴 거야!”얼마 뒤 구정파 무사들이 칼을 뽑아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제가 할게요!”황은아가 자신이 가지고 온 금속 구 막대기를 들고 무사들에게 맞섰다. 그녀의 재능과 유진우의 교육 덕에 황은아는 이미 후천 대성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 타법은 그 누구와도 대적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숙련도를 자랑했다.펑, 펑, 펑...얼마 뒤 황은아는 구정파 무사 두 명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들 또한 엄홍수의 곁에서 입만 나불댈 뿐 별 실력은 없었다.“이까짓 실력으로도 건방지게 굴었던 거야? 맞아도 싸!”황은아는 금속 구 막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 코를 긁적이며 이소룡을 따라 했다. 그 얼굴에는 약간의 새침함마저 묻어있었다.“미친 거 아니야? 구정파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거야?”“엄 장문님이 오신 뒤엔 어떻게 하나 보자!”무사들 사이에서 의논이 분분했다. 무주에서 구정파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다니, 죽고 싶은 건가?“가... 감히 날 때려?”엄홍수는 겨우 기어 일어났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코는 비뚤어졌으며, 입을 벌리자, 치아가 후드득 떨어졌다.“미친놈! 감히 날 때려? 너희 다 죽었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정신을 차린 엄홍수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짝!유진우가 다시 한번 엄홍수의 뺨을 때리며 조곤조곤 말했다.“이건 상황 파악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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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엄홍수는 유진우에게 맞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엄홍수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자식 미친 건가? 어떻게 감히?’“멈춰요! 당장 멈춰요!”심연수가 급히 유진우를 제지했다. 하지만 엄홍수는 이미 피떡이 되어있었다.“유진우 씨, 큰 사고 쳤어요!”심연수는 한숨을 쉬고는 급히 엄홍수를 부축해 약을 먹이고 혈자리를 누르며 그를 깨우려 했다.엄홍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전체가 엄건호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애초에 당신과 같이 앉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도 당하게 생겼잖아!”심호중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젠장! 왜 이런 미친놈을 만났지? 엄홍수의 지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구정파의 힘도 무시하고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미쳤어!’“유진우 씨! 곧 보복당할 거예요. 어서 도망치세요, 어서요!”한예슬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진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이때 문밖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이어 풍채 있는 중년 남자가 무사 한 무리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바로 구정파 장문, 무주 최고의 무사 엄건호였다.“망했다! 엄 장문님이 오셨어!”“엄 장문님이 화내시면 무주에서 아무도 대적할 사람이 없을 거야!”“흥!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제 어떡하나 보자!”엄건호의 출현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구경꾼들은 불똥이 튈세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고소하다는 눈빛,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망했다! 이제 도망치지도 못해...”한예슬이 절망했다. 유진우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지만 이제 늦었다.“어휴... 할 수 있는 게 없네.”심연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었다. 엄건호가 직접 온 이상 유진우는 이제 죽은 목숨이었다.“불행을 몰고 오는구먼!”심호중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유진우가 죽는 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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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일이 복잡하게 됐네.”차가운 표정의 유진우를 본 엄건호의 등에 식은땀이 돋았다.‘운이 지지리도 없지, 유진우를 마주치다니. 오늘 맞아 죽진 않겠지?’“아빠, 뭐 해요? 빨리 때려요! 때려죽여요! 달걀로 바위를 쳤다는 걸 보여줘요!”“닥쳐!”엄건호는 호통을 치고는 엄홍수의 뺨을 내리쳤다.짝!얼마 남지도 않은 치아가 튕겨 나오고, 안 그래도 부어있던 얼굴은 더욱 못 볼 꼴이 되었다.“아빠? 절... 절 왜 때려요?”엄홍수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부터 그는 어화둥둥 자라왔다. 꾸중 한 번 하지 않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모든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렸다.‘웬일이지? 미쳤나?’“왜 때리면 안 되는데? 네가 맞을 짓을 한 거잖아. 내 지위를 턱 대고 밖에서 함부로 싸다니며 내 명성을 망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한 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엄건호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러 엄홍수를 땅에 때려눕혔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이젠 발길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원수지간이기라도 한 듯 엄건호의 행동에는 자비가 없었다. 엄홍수가 연신 비명을 질렀다.“응?”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엄건호는 엄홍수의 편에 서 유진우를 벌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아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나 세게.“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무슨 일이지? 약을 잘못 먹었나?”“글쎄? 아들 사랑으로 소문나신 분인데, 오늘은 웬일이지?”“너무 잔인해! 이건 훈육이 아니라 화풀이잖아!”“...”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놀라움, 경악, 약간의 연민이 들어있는 대화였다.유진우에게 그렇게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젠 자기 아빠에게까지 맞다니, 너무 처참했다.이상한 점은, 엄건호는 평소 아들 사랑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누구라도 그의 아들을 건드리면 손발을 자르는 건 기본이고 당장 죽여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들을 호되게 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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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심연수 일행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천하의 엄건호가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아들 교육 똑바로 해요, 그러지 않았다가 큰 사고라도 치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몇백 쌍의 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X발! 이 자식 미쳤나? 감히 엄건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건가?’“죽고 싶은 거예요? 그만 말해요!”심호중이 깜짝 놀라 말했다. 엄홍수를 그렇게 때려놓고 아무 일 없는 것도 이미 하늘이 도운 일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엄건호를 지적하다니.“어서 엄 장문님한테 사과해요!”옆에 선 심연수가 유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진우의 행동에 그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모든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엄건호가 옅게 웃더니 대답했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 교육해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놀랐다. 일은 계속해서 그들의 생각을 비껴갔다. 엄건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던가? 지적당하고도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정말 이상했다.“네, 그게 좋겠네요.”유진우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그럼.”엄건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갔다.“다행이다! 이제 안전해요!”한예슬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웬일이지? 장문님 좀 이상하지 않아?”심호중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엄건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보는 눈도 많으니 그런 거겠죠.”심연수는 머리를 짜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어찌 됐든 아무 일 없으니 됐어요.”한예슬이 활짝 웃었다.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길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흥! 장문님 마음이 넓으시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어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에요!”“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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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다음 날 새벽.유진우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블랙 숲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 차가 다닐 수 없기에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랙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숲이 너무도 큰 탓에 들어간 사람들은 보물을 찾기는커녕 모두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다.반 시간 뒤 유진우 일행은 블랙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보였다.“무덤 위치 정확히 알아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심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건 아직 몰라요. 지금 블랙 숲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들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은 사람이 보물을 찾는 거죠.”바다에서 바늘 찾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주 사람들이라 블랙 숲에 대해 잘 알기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렇게나 큰데, 그냥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몰라요.”“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심연수가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인여궁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절 믿으신다면 제가 앞장설게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심연수가 활짝 웃었다. 유진우가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심호중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허풍 떠는 거 아니죠?”“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앞장섰다.인여궁 사람들은 한 시간 전 블랙 숲에 들어섰다. 홍청하가 길에 표식을 해뒀다 했으니, 그대로 가면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갑시다.”심연수가 앞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건방지기는, 블랙 숲에 왔으면 결국 내가 보호해 줘야 하잖아?”심호중은 그런 유진우를 보며 불만스러운 듯 땅에 침을 퉤 뱉었다. 이 팀의 리더는 심호중이었고,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외지인 주제에 그 자리를 뺏는다니? ‘건방지게!’블랙 숲에 들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숲이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유진우는 팀의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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