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심호중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한창 잘난 척하고 있었는데 막을 새도 없이 갑자기 술병 하나가 날아왔다.그는 맞은 자리를 만져보았다. 피가 흥건했다. 진기의 보호가 없는 한 그는 일반인보다 조금 튼튼할 뿐이었다.“젠장! 누구야?”심호중이 크게 외쳤다. 벽하파 제자들도 이에 동조하며 외쳤다.“감히 선배님을 공격하다니, 어떤 놈이야?”“나다.”이때 잘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무사 두 명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발걸음이었다.“자식! 내가 누군 줄 알아? 감히 날 급습해?”“음? 그럼 한 수 배워야겠네. 네가 누군데?”선글라스 낀 남자가 놀림조로 말했다.“잘 들어! 난 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심호중이야!”“무주 10대 호걸? 핸섬 리틀 드래곤? 얼씨구, 너무 멋있다. 정말 무섭군.”남자가 심호중을 조롱했다. 뒤에 선 무사 두 명도 크게 웃기 시작했다.“네가 감히!”“간덩이가 부었군!”벽하파 제자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감히 날 모욕해? 결투다!”심호중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결투라도 하지 않으면 이제 이 바닥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결투? 하하... 감히 나와 결투한다고? 내가 누군 줄 알아?”“그건 내 알 바 아니야! 감히 날 급습해?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 될 거야!”심호중은 크게 외치고는 칼을 내리찍으려 했다.“난 구정파 장문의 아들, 엄홍수다!”남자가 한 마디를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심호중이 휘두르려던 칼을 멈췄다.“구정파? 엄홍수?”심호중의 눈에 두려움이 들어찼다. 상대방의 실력은 무섭지 않았지만, 그 신분이 무서웠다.엄홍수는 별 볼 일 없는 실력을 갖췄지만, 좋은 아버지를두었다. 그의 아버지는 구정파 장문, 무주의 제일가는 무사, 엄건호였다. 그는 최고의 실력과 지위를 가졌다.엄건호의 이름을 들은 심호중이 공격을 멈췄다.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두려운 존재였다. 이 칼
“그래, 하지만 조건이 있어.”“어떤 조건이요?”“너랑 다른 여자 둘이 나랑 술이나 한 번 먹자고. 접대 잘 하면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엄홍수가 섬뜩하게 웃었다. 이런 여자는 평소 만나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세 명씩이나 나타나다니,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이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아...”심연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바닥에 있은 지가 몇 년인데,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술자리에 응했다가는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었다.“왜? 싫어? 난 거절당하는 걸 제일 싫어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아가씨! 우리 도련님과 술자리를 가지는 건 돈 주고도 못 하는 거야. 영광으로 생각해!”무사 한 명이 위협적으로 말했다.“네, 저와 함께 먹어요. 하지만 여기 이분들은 그냥 놓아주시는 게...”망설이던 심연수가 결국 타협했다. 하지만 황은아와 설연홍을 끌어들이는 건 싫었다.엄홍수가 기분 나쁜 듯 말했다.“난 세 명이라고 했어.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돼. 오늘 밤, 서비스 잘 하는 게 좋을 거야!”“제발 그만하세요!”황은아가 참다못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왜? 이러면 안 돼? 그럼 오늘은 너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정말 기대되는걸!”엄홍수는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미친 놈!”황은아가 술이 든 술잔을 집어 엄홍수의 얼굴을 향해 뿌렸다.“미친 년, 감히 나한테 술을 뿌려? 오늘 제대로 혼내줄 거야!”엄홈수가 황은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아 저지했다.“3초 줄게, 꺼져.”유진우가 황은아의 앞을 막아서고는 차갑게 말했다.엄홍수의 표정이 굳어졌다.“응?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무주시에서는 누구도 엄홍수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그건 내 알 바 아니고, 3초 안으로 꺼지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려버릴 거야.”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헐! 저 사람 누구야? 감히 도련님과 대치해?
모두 경악했다. 유진우가 정말 엄홍수를 때릴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상대는 엄홍수였다! 무주 최고의 무림고수 엄건호의 아들! 마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사람!그런 사람을 날려버리다니, 죽고 싶은 건가?“미쳤어? 구정파 도련님도 때리는 거야?”심호중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방금의 수치스러움도 참았는데, 유진우 이 자식이 뺨을 때려버렸다. 이제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사람들도 봉변당할 것이었다.“망했다!”심연수의 표정이 변했다.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참기는커녕 직격타를 날렸다. 구정파가 보복한다면 모두 참변을 당할 것이다.“무엄하다! 감히 도련님께 손을 대? 죽여버릴 거야!”얼마 뒤 구정파 무사들이 칼을 뽑아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제가 할게요!”황은아가 자신이 가지고 온 금속 구 막대기를 들고 무사들에게 맞섰다. 그녀의 재능과 유진우의 교육 덕에 황은아는 이미 후천 대성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 타법은 그 누구와도 대적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숙련도를 자랑했다.펑, 펑, 펑...얼마 뒤 황은아는 구정파 무사 두 명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들 또한 엄홍수의 곁에서 입만 나불댈 뿐 별 실력은 없었다.“이까짓 실력으로도 건방지게 굴었던 거야? 맞아도 싸!”황은아는 금속 구 막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 코를 긁적이며 이소룡을 따라 했다. 그 얼굴에는 약간의 새침함마저 묻어있었다.“미친 거 아니야? 구정파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거야?”“엄 장문님이 오신 뒤엔 어떻게 하나 보자!”무사들 사이에서 의논이 분분했다. 무주에서 구정파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다니, 죽고 싶은 건가?“가... 감히 날 때려?”엄홍수는 겨우 기어 일어났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코는 비뚤어졌으며, 입을 벌리자, 치아가 후드득 떨어졌다.“미친놈! 감히 날 때려? 너희 다 죽었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정신을 차린 엄홍수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짝!유진우가 다시 한번 엄홍수의 뺨을 때리며 조곤조곤 말했다.“이건 상황 파악도 하지
엄홍수는 유진우에게 맞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엄홍수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자식 미친 건가? 어떻게 감히?’“멈춰요! 당장 멈춰요!”심연수가 급히 유진우를 제지했다. 하지만 엄홍수는 이미 피떡이 되어있었다.“유진우 씨, 큰 사고 쳤어요!”심연수는 한숨을 쉬고는 급히 엄홍수를 부축해 약을 먹이고 혈자리를 누르며 그를 깨우려 했다.엄홍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전체가 엄건호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애초에 당신과 같이 앉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도 당하게 생겼잖아!”심호중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젠장! 왜 이런 미친놈을 만났지? 엄홍수의 지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구정파의 힘도 무시하고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미쳤어!’“유진우 씨! 곧 보복당할 거예요. 어서 도망치세요, 어서요!”한예슬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진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이때 문밖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이어 풍채 있는 중년 남자가 무사 한 무리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바로 구정파 장문, 무주 최고의 무사 엄건호였다.“망했다! 엄 장문님이 오셨어!”“엄 장문님이 화내시면 무주에서 아무도 대적할 사람이 없을 거야!”“흥!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제 어떡하나 보자!”엄건호의 출현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구경꾼들은 불똥이 튈세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고소하다는 눈빛,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망했다! 이제 도망치지도 못해...”한예슬이 절망했다. 유진우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지만 이제 늦었다.“어휴... 할 수 있는 게 없네.”심연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었다. 엄건호가 직접 온 이상 유진우는 이제 죽은 목숨이었다.“불행을 몰고 오는구먼!”심호중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유진우가 죽는 건 그렇다
“일이 복잡하게 됐네.”차가운 표정의 유진우를 본 엄건호의 등에 식은땀이 돋았다.‘운이 지지리도 없지, 유진우를 마주치다니. 오늘 맞아 죽진 않겠지?’“아빠, 뭐 해요? 빨리 때려요! 때려죽여요! 달걀로 바위를 쳤다는 걸 보여줘요!”“닥쳐!”엄건호는 호통을 치고는 엄홍수의 뺨을 내리쳤다.짝!얼마 남지도 않은 치아가 튕겨 나오고, 안 그래도 부어있던 얼굴은 더욱 못 볼 꼴이 되었다.“아빠? 절... 절 왜 때려요?”엄홍수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부터 그는 어화둥둥 자라왔다. 꾸중 한 번 하지 않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모든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렸다.‘웬일이지? 미쳤나?’“왜 때리면 안 되는데? 네가 맞을 짓을 한 거잖아. 내 지위를 턱 대고 밖에서 함부로 싸다니며 내 명성을 망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한 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엄건호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러 엄홍수를 땅에 때려눕혔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이젠 발길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원수지간이기라도 한 듯 엄건호의 행동에는 자비가 없었다. 엄홍수가 연신 비명을 질렀다.“응?”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엄건호는 엄홍수의 편에 서 유진우를 벌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아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나 세게.“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무슨 일이지? 약을 잘못 먹었나?”“글쎄? 아들 사랑으로 소문나신 분인데, 오늘은 웬일이지?”“너무 잔인해! 이건 훈육이 아니라 화풀이잖아!”“...”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놀라움, 경악, 약간의 연민이 들어있는 대화였다.유진우에게 그렇게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젠 자기 아빠에게까지 맞다니, 너무 처참했다.이상한 점은, 엄건호는 평소 아들 사랑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누구라도 그의 아들을 건드리면 손발을 자르는 건 기본이고 당장 죽여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들을 호되게 혼내고 있었다.
심연수 일행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천하의 엄건호가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아들 교육 똑바로 해요, 그러지 않았다가 큰 사고라도 치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몇백 쌍의 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X발! 이 자식 미쳤나? 감히 엄건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건가?’“죽고 싶은 거예요? 그만 말해요!”심호중이 깜짝 놀라 말했다. 엄홍수를 그렇게 때려놓고 아무 일 없는 것도 이미 하늘이 도운 일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엄건호를 지적하다니.“어서 엄 장문님한테 사과해요!”옆에 선 심연수가 유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진우의 행동에 그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모든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엄건호가 옅게 웃더니 대답했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 교육해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놀랐다. 일은 계속해서 그들의 생각을 비껴갔다. 엄건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던가? 지적당하고도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정말 이상했다.“네, 그게 좋겠네요.”유진우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그럼.”엄건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갔다.“다행이다! 이제 안전해요!”한예슬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웬일이지? 장문님 좀 이상하지 않아?”심호중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엄건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보는 눈도 많으니 그런 거겠죠.”심연수는 머리를 짜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어찌 됐든 아무 일 없으니 됐어요.”한예슬이 활짝 웃었다.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길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흥! 장문님 마음이 넓으시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어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에요!”“맞아
다음 날 새벽.유진우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블랙 숲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 차가 다닐 수 없기에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랙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숲이 너무도 큰 탓에 들어간 사람들은 보물을 찾기는커녕 모두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다.반 시간 뒤 유진우 일행은 블랙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보였다.“무덤 위치 정확히 알아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심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건 아직 몰라요. 지금 블랙 숲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들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은 사람이 보물을 찾는 거죠.”바다에서 바늘 찾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주 사람들이라 블랙 숲에 대해 잘 알기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렇게나 큰데, 그냥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몰라요.”“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심연수가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인여궁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절 믿으신다면 제가 앞장설게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심연수가 활짝 웃었다. 유진우가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심호중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허풍 떠는 거 아니죠?”“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앞장섰다.인여궁 사람들은 한 시간 전 블랙 숲에 들어섰다. 홍청하가 길에 표식을 해뒀다 했으니, 그대로 가면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갑시다.”심연수가 앞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건방지기는, 블랙 숲에 왔으면 결국 내가 보호해 줘야 하잖아?”심호중은 그런 유진우를 보며 불만스러운 듯 땅에 침을 퉤 뱉었다. 이 팀의 리더는 심호중이었고,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외지인 주제에 그 자리를 뺏는다니? ‘건방지게!’블랙 숲에 들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숲이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유진우는 팀의 맨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다들 뒤처지지 말고 바짝 따라붙어.”심연수는 한 마디 소리 지르고는 바로 따라붙었다. 유진우가 혹시라도 눈이 돌아 적의 함정에 빠질까 걱정되었다.사람들이 10분 정도 질주한 끝에 드디어 광활한 지대가 나타났다. 축구장 크기만 한 공터였는데 잔디 같은 생명체라곤 없이 전부 흙과 돌뿐이었다. 그리고 맨 가운데는 묘의 깊은 구멍이 있었다.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각 구멍 주변에는 이미 막강한 실력의 무사들이 가득했다. 무사들은 혹시라도 다른 이가 다가올까 주변을 경계하며 구멍을 지켰다.“설마 저게 바로 고영은의 묘야?”나무 뒤에 숨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을 보고 있던 심호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에 보름 정도 있어야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을 줄 알았는데 반나절 만에 찾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 모양이다.“상황을 보니까 저기인 것 같아. 그런데 금강파 제자들이 먼저 선수 쳤어.”미간을 찌푸린 심연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금강파는 담주의 최고 파벌이다. 비록 구정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그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선배, 저 사람들 인여궁 제자 두 명을 잡아갔어요. 아무래도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건가 봐요.”한예슬이 바로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금강파 제자들이 전부 묘의 구멍을 지키고 있고 게다가 인질까지 잡고 있었다. 인여궁 사람들이 나온다면 무조건 공격할 게 뻔했다.“이미 사부님께 연락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지원 기다리자.”심연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절대 금강파를 상대할 수 없었고 사부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그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아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주변에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렸나 봐봐요.”“네?”심연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