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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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그 시각 조씨 저택 후원.인품과 재능이 제일인 한 여자가 연못 위의 아치형 다리에 걸터앉은 채 물속에서 펄쩍펄쩍 뛰노는 잉어들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하얗고 앙증맞은 두 발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는데 두 발이 가끔 수면에 닿으면서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찬란한 햇빛 아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정원에 갖가지 꽃들이 환하게 피어있었지만 여자의 먹구름이 드리워서인지 빛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스르륵...”여자는 먹이를 한 움큼 쥐고 연못에 뿌렸다. 그 순간 수만 마리에 달하는 잉어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가지각색의 잉어들이 서로 먹이를 빼앗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난 아무 걱정 없는 너희들이 참 부러워.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좋아하지 않는지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데.”여자는 시름에 잠긴 얼굴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그래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고?”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 뒤에서 갑자기 들려왔다. 여자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을 비웃었다.“대낮에도 환청이 들리네.”“환청?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지 않나요?”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여자는 그제야 진짜인 걸 깨닫고 숨을 죽인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한 잘생긴 남자가 햇살을 맞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는데... 유진우가 아니면 누구겠는가?“진... 진우 씨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늘 그리워하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 조선미는 놀라면서도 기뻤고 심지어 잘못 본 건 아닌지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그동안 그녀는 집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나머지 거의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내가 얘기했잖아요. 당신이 강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서울로 찾아올 거라고. 난 약속 지켰어요.”유진우는 씩 웃어 보였다.“역시 여보가 제일 좋아요!”조선미는 행복한 웃음을 짓고는 물고기 먹이를 그대로 내팽개치고 유진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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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조선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도망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조씨 가문 송년회가 곧 코앞이라 그 어떤 실수가 있어서도 안 되었다.“됐어요, 됐어요. 그냥 여기 있어요, 그럼.”그녀와 따지고 싶지 않았던 조선미는 유진우와 함께 연못 가운데 있는 정자로 향했다.오씨 아주머니가 따라나서려 하자 조아영이 그녀를 말렸다.“이봐요, 아주머니. 아빠가 아주머니한테 그냥 지켜보라고만 했지, 가깝게 따라다니라고는 하지 않았잖아요. 커플이 사적인 얘기를 하겠다는데 아주머니가 끼어들어서 뭐 하게요?”오씨 아주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결국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차피 눈에 보이는 범위 내에 있어 두 사람이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여보,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우리 아빠 성격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텐데.”정자 안에서 조선미가 먼저 질문을 던지면서 차를 두 잔 따랐다.“선미 씨 아버님 목숨을 살려드리고 그 조건으로 선미 씨랑 만나게 해달라고 했죠.”유진우는 숨김없이 일의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난 조선미는 살짝 화난 눈치였다.“아빠는 정말 고집이 세네요.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그래서 이 일 어찌하면 좋을지 얘기하려고 찾아온 거예요.”유진우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요 며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이 결혼을 막으려면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요. 아빠를 설득해서 생각이 바뀌든지, 아니면 선우 가문에서 먼저 파혼하자고 하든지.”조선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을 이었다.“우리 아빠는 고집불통이라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분이거든요. 그런 아빠를 설득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가 아빠의 근심거리를 없애준다면 모를까.”“근심거리요? 그게 뭔데요?”유진우는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조선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말했다.“아주 오래전에 조씨 가문이 블랙지존이라는 사람을 건드렸거든요. 그 사람은 악랄하고 잔인한 데다가 수단까지 괴이해서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어요.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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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유진우는 조선미와 만난 후 바로 떠나지 않고 조군수의 병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조씨 저택에 머물렀다.오씨 아주머니는 혹시라도 유진우와 조선미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친밀한 행동을 보인다 싶으면 바로 말리곤 했다.특히 해가 지고 난 후에는 두 사람을 절대 만나지 못 하게 했다. 유진우는 이런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밤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이튿날 오전, 조씨 가문 송년회가 막을 열었다.조씨 가문의 직계 가족과 방계 가족들이 잇달아 현장에 도착했다. 수억 원대의 고급 자동차들이 광장에 즐비해 있었다.5대 재벌 중 하나인 조씨 가문은 대가문답게 자손들이 아주 많았다. 직계와 방계 모두 합하면 적어도 백여 명은 될 것이다.사실 조씨 가문 자제 외에도 회사의 중요 인사나 귀빈도 송년회에 초대받았다. 하여 송년회 당일 조씨 저택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했다.족장인 조군수는 유진우가 놓은 침을 맞고 나서 안색이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다. 아직 몸이 쇠약하긴 했지만 앉고 서서 걷는 건 별문제 없었다.“조씨 가문 송년회에 매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오나요?”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며 유진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럼요!”옆에 앉아있던 조아영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이 사업을 크게 하다 보니까 인맥이 넓거든요. 그래서 매년 송년회에 아주 많은 손님들이 축하해주러 와요.”“우리가 선우 가문이랑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잘 보이려고 찾아왔을 뿐이에요.”조선미가 코웃음을 쳤다.과거의 송년회는 절대 오늘처럼 이렇게 시끌벅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어떤 이들은 선우 가문 때문에 온 것이다.“어이, 유진우! 너 왜 아직도 여기 있어?”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고개를 돌아보니 어제 만났던 젊은 여자와 조준서가 마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젊은 여자는 섹시한 몸매가 돋보이는 레드 드레스를 입었고 정교하고 요염한 얼굴이 아주 유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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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누구 짓이야!”우르르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있는 조선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만약 한둘이 중독되었더라면 그나마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테지만 백여 명의 사람이 동시에 중독됐으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독을 탄 사람의 목적은 조씨 가문을 완전히 멸하려는 게 분명했다!“아빠, 엄마, 큰아버지! 둘째 큰아버지!”하나둘 연이어 쓰러지는 가족들을 보고 당황한 조아영이 황급히 달려갔다. 그런데 그녀가 그들에게 달려가기 전에 푸 하고 피를 토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아영아!”조선미가 굳어진 얼굴로 다가가려던 그때 유진우가 그녀를 말렸다.“가지 마요! 술에 독을 탄 게 아니라 공기예요!”“그럼 어떡해요? 무슨 방법이라도 써서 저들을 구해야죠.”조선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들이 전부 중독되어 피까지 토하니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일단 이 약부터 먹어요.”유진우는 하얀 단약을 꺼내 조선미의 입에 쏙 넣었다. 해독단이라 불리는 이 약은 이름 그대로 독을 해독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었다.“해독하려면 독이 어디서 퍼져나갔는지부터 찾아내야 해요. 나한테 시간을 좀 줘요.”조선미의 안전을 확보한 후 유진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한 독이라면 색깔도 냄새도 없거나 주변 환경과 하나가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블랙지존이야! 블랙지존의 짓이 틀림없어!”바닥에 누워있던 조군해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흥분한 탓에 또 피를 토했다.“저 알았어요! 블랙지존이 이번 송년회에서 우리 조씨 가문을 몰살하려나 봐요!”둘째 조군표가 이를 꽉 깨물고 분노를 터트렸다.다행히 조군표는 실력이 꽤 있는 무사라 몸이 아주 튼튼했다. 하여 중독되었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증상이 가벼웠다. 하지만 그래도 독 때문에 목숨을 잃는 건 시간문제였다.“또 블랙지존이야? 벌써 수년이나 지났어. 언제까지 우리 가문을 못살게 굴 작정인데!”조군수는 숨이 멎을 정도로 기침이 심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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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정신없는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백여 명의 사람들이 전부 해독약을 마셨다. 비록 사지에 힘이 쭉 빠지고 안색이 창백했지만 적어도 생명에는 위험이 없었다.바삐 돌아친 후 조선미는 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유진우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가 몸에 지닌 약물의 종류가 많았기에 다행이지, 안 그러면 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다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진우 씨 덕분에 살아났어요. 안 그러면 우리 가문이 이번에 다 몰살당했을 거예요.”조군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하마터면 조씨 가문 모든 사람들이 다 죽을 뻔했다.“별말씀을요. 당연히 제가 해야죠.”유진우가 손을 내저었다.“작은아버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그때 조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우리가 중독됐는데 왜 저 자식한테 해독약이 있어요?”“그게 무슨 말이야?”조군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작은아버지, 송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조씨 가문의 자제들이거나 귀한 손님들이에요. 다들 서로 잘 알고 있지만 저 자식만 정체를 알 수 없다고요!”조준서는 유진우에게 손가락질했다.“지금 내가 독을 탔다고 의심하는 거예요?”유진우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흥, 이번 중독 사건의 범인은 내부에 있는 게 틀림없어. 넌 독의 근원지를 정확하게 찾아냈고 또 해독까지 해줬어. 의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조준서의 얼굴에는 그에 대한 의심이 가득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허튼소리 지껄이지 마! 만약 진우 씨가 범인이라면 당신들을 왜 구했겠어?”조선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 당연히 우리 믿음을 얻으려고 그러는 거지!”조준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저 자식의 자작극일지도 몰라. 먼저 우리를 중독되게 한 다음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해독해주는 거지. 이런 악랄한 수단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어.”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유진우에게 쏠렸다.경계와 의심, 분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 뒤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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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적대심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와주지 않는 건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날 범인으로 몰아간다고? 정말 재수 없어!’“유진우, 왜 말이 없어? 도둑이 제 발 저려서 찍소리도 못하는 거야?”조준서는 끝까지 캐묻겠다는 기세로 무섭게 몰아붙였다.“당신이 이렇게까지 얘기한 마당에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요?”유진우가 피식 웃었다.“당신들 목숨을 구한 나한테 독을 쓴 범인이라고 몰아붙이지 않나... 당신들처럼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이에요.”“흥, 아직도 변명이야?”조준서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만약 네가 독을 쓴 게 아니라면 설명해 봐. 너한테 어떻게 해독약이 있을 수 있어?”“그래! 어떻게 해독약을 갖고 있어?”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일이 하도 딱딱 맞아떨어져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난 의사라서 약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당신들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진우 씨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건 내가 증명할 수 있어요!”조선미가 나서서 유진우에게 힘을 보탰다.“저도 증명할 수 있어요!”조아영도 맞장구를 쳤다.두 사람은 유진우의 의술과 인품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래. 네가 의사라서 마침 해독약이 있었다고 쳐. 그럼 넌 왜 중독되지 않은 건데? 네 몸이 튼튼해서 그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그런 헛소리는 하지 마.”조준서가 계속하여 캐물었다.“당신 추측이 맞아요. 난 그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아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그의 실력 앞에 일반 독은 아예 맥도 추지 못한다. 전에 10대 기이한 독 중의 하나인 블랙 스네이크 독에 중독됐을 때도 한잠 자고 일어나니 말끔히 해독되었다.“다들 들었죠? 이 얼마나 가소로운 핑계인지 좀 보세요.”조준서는 코웃음을 치고는 이내 싸늘한 얼굴로 바뀌었다.“유진우, 너 정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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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그럼 미안한 짓을 하지 말아야죠. 아무튼 오늘 누구도 진우 씨를 건드릴 수 없어요!”조선미는 그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 그녀 눈에 자기 남자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누명이 아니라 진짜로 죄를 지었더라도 끝까지 감쌀 생각이었다.“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조군표가 호통쳤다.“가족의 생사가 달린 큰일에 어린 것이 감히 끼어들어? 여봐라, 당장 큰아가씨를 방으로 돌려보내!”“알겠습니다.”오씨 아주머니 등 몇몇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조선미를 연회장 밖으로 끌어냈다.그 모습에 유진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몇 번이고 나서서 말리고 싶었지만 결국 참았다. 조씨 가문의 행동은 이미 그의 화를 충분히 돋우었다.“유진우, 이젠 널 도와줄 사람이 없어.”조준서가 앞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내리깔고 웃었다.“내가 너한테 빨리 떠나라고 진작 얘기했었지? 내 말 듣지 않고 기어코 있더니 꼴좋다. 인제 어때? 후회되지?”“난 독을 쓴 범인이 아니에요.”유진우는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범인이 옳든 아니든 그게 중요해? 내가 너라고 하면 너인 거야!”조준서가 싸늘하게 웃었다.“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날 모함하고 있다는 거죠?”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의심을 당하는 건 당하는 거고 모함은 또 다른 일이었다.“그렇다면 뭐?”조준서가 조롱 섞인 얼굴로 말을 이었다.“아무튼 사람들은 해명이 필요할 뿐이야. 다들 네가 범인이길 기대하는 눈치던데? 어때? 화나고 답답하지? 그렇다고 해도 뭘 어쩔 수 있을 것 같아?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권력이 있어야 해. 너 같은 천민은 희생양이 되기 참 쉬워. 그러니까 그냥 인정해!”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을 잡아들여서 모질게 고문해. 감히 반항한다면 죽여도 좋다!”“네!”그의 명령에 조씨 가문 경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꺼져!”유진우가 몸을 파르르 떨며 무서운 기운을 내뿜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튕겨 나갔다.“감히 반항해? 역시 도둑이 제 발 저린 거 맞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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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조준서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유진우가 이렇게도 배짱이 있고 조금만 거슬려도 사람을 죽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간결하고 거칠고 잔인했으며 심지어 흥정할 여지조차 없었다.인질을 잡았으면 먼저 협상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마디 말도 없이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예측 불허였다.“망했어,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조아영은 이마를 짚으며 두 눈을 감았다.조금 전까지 단지 의심이었다면 이젠 사실이 어떻든 유진우가 범인이라는 게 명확해질 판이었다. 지금부터 유진우는 조씨 가문의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감히 대놓고 사람을 죽여?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젠장,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조씨 가문의 구역에서 이 집 자제를 죽여? 아주 미쳐 날뛰는 놈이야!”“조씨 가문에 대놓고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처음이야.”유진우의 행동에 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어떤 사람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어떤 사람은 분노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유진우를 몰래 존경하기도 했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아들의 시체를 본 조군해는 화를 못 이겨 피를 토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감히 내 조카를 죽여?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야!”넋을 잃은 것도 잠시, 조군표가 분노를 터트리며 소리를 질렀다.“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저놈을 죽여!”“멈춰! 다들 멈춰요!”조금 전 강제로 끌려갔던 조선미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인파 속을 뚫고 유진우 앞을 막아서며 그들과 대응했다.“조선미,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아직도 저 범인을 감싸고 도는 거야?”조군표가 노발대발했다.“선미야, 얼른 비켜! 저 사람 이미 미쳤어!”진서현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아까 상황 제가 다 봤어요. 당신들이 너무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진우 씨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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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여러분, 지금 여러분들이 절 원망하는 건 알겠지만 제 말 좀 들어보시겠어요?”유진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제 얘기를 들은 후에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그땐 절대 반항하지 않겠습니다.”“흥! 죽을 때가 됐는데도 아직도 변명하려고?”조군표가 두 눈을 부릅떴다.“당신들이 믿든 말든 전 얘기할 겁니다. 조준서는 죽어도 싼 인간이에요. 왜냐하면 독을 쓴 진짜 범인이 조준서거든요!”유진우가 생각지도 못한 한마디를 내뱉었다.“헛소리!”조군표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준서는 우리 조씨 가문의 자제인데 왜 가족들한테 독을 쓰겠어? 지금 이런 식으로 남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그러니까 말이야! 이야기를 꾸며내고 싶으면 그럴싸한 이유를 대야지. 조준서가 범인이라는 소리를 누가 믿어?”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유진우를 아니꼽게 쳐다보았다. 만약 조선미가 그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작 손찌검까지 했을 것이다.“준서가 범인이라고요? 증거 있어요?”그때 줄곧 옆에서 아무 말이 없던 조군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일단 전 조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이 없어요. 그러니 독을 써서 조씨 가문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죠.”유진우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리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배후의 진짜 범인은 블랙지존입니다. 하지만 조준서는 해독한 후에도 블랙지존을 탓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절 의심했죠. 심지어 각종 이유와 핑계로 절 모함하고 누명을 씌우려고 했어요. 동기가 아주 불순하고 음험한 사람이에요. 하여 저는 조준서가 블랙지존의 사람이라고 의심했어요. 제가 여러분들을 해독하여 살려줬기 때문에 절 눈엣가시로 여겨서 빨리 없애려고 한 거예요!”그의 말이 끝나자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어떤 사람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제각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던 사람들도 유진우의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흥! 아주 그럴듯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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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만 하는구나!”“당신이 준서를 죽이기 전까지 준서는 아주 생기 있고 팔팔했어. 우리가 똑똑히 봤는데 이제 와서 그게 시체라고? 정말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네!”조군표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눈앞의 유진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흥, 지금 우릴 바보로 보는 거야? 우리가 그딴 헛소리를 믿을 것 같아?”“맞아! 조준서를 죽인 사람은 분명 당신이야. 우리가 증명할 수 있어!”사람들은 저마다 분노를 터트렸고 의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사람을 죽이고도 인정하기는커녕 저런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 정말 우리를 세 살짜리 애로 보는 거야?’“젊은이, 지금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기나 해요?”그때 조군수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우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내뱉는 말마다 황당무계하기만 했다.“다들 믿지 못한다는 거 알지만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유진우는 조준서의 시체 앞으로 다가가 웃옷을 확 벗겼다. 곧이어 검붉은 반점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봤죠? 이게 바로 시반이에요.”유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시반?”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말에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반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했다.“흥, 당신이 시반이라면 시반이야? 만약 그냥 일반적인 멍이면 어떡하려고?”조군표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제...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이건 확실히 시반이에요!”그때 안경을 낀 한 남자가 갑자기 걸어 나와 놀란 얼굴로 말했다.“예전에 법의관을 한 적이 있어서 시반에 대해 잘 알아요. 시반의 흔적을 놓고 볼 때 조준서 씨는 적어도 죽은 지 12시간이 넘었습니다.”그의 말에 사람들의 낯빛이 확 변했다.“말도 안 돼요. 아까까지 멀쩡하게 살아있었잖아요. 우리가 다 똑똑히 봤고요!”“맞아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봤는데 가짜라고요?”충격에 빠진 동시에 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졌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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