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조준서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유진우가 이렇게도 배짱이 있고 조금만 거슬려도 사람을 죽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간결하고 거칠고 잔인했으며 심지어 흥정할 여지조차 없었다.인질을 잡았으면 먼저 협상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마디 말도 없이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예측 불허였다.“망했어,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조아영은 이마를 짚으며 두 눈을 감았다.조금 전까지 단지 의심이었다면 이젠 사실이 어떻든 유진우가 범인이라는 게 명확해질 판이었다. 지금부터 유진우는 조씨 가문의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감히 대놓고 사람을 죽여?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젠장,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조씨 가문의 구역에서 이 집 자제를 죽여? 아주 미쳐 날뛰는 놈이야!”“조씨 가문에 대놓고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처음이야.”유진우의 행동에 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어떤 사람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어떤 사람은 분노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유진우를 몰래 존경하기도 했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아들의 시체를 본 조군해는 화를 못 이겨 피를 토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감히 내 조카를 죽여?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야!”넋을 잃은 것도 잠시, 조군표가 분노를 터트리며 소리를 질렀다.“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저놈을 죽여!”“멈춰! 다들 멈춰요!”조금 전 강제로 끌려갔던 조선미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인파 속을 뚫고 유진우 앞을 막아서며 그들과 대응했다.“조선미,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아직도 저 범인을 감싸고 도는 거야?”조군표가 노발대발했다.“선미야, 얼른 비켜! 저 사람 이미 미쳤어!”진서현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아까 상황 제가 다 봤어요. 당신들이 너무 몰아붙이지만 않았어도 진우 씨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
“여러분, 지금 여러분들이 절 원망하는 건 알겠지만 제 말 좀 들어보시겠어요?”유진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제 얘기를 들은 후에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그땐 절대 반항하지 않겠습니다.”“흥! 죽을 때가 됐는데도 아직도 변명하려고?”조군표가 두 눈을 부릅떴다.“당신들이 믿든 말든 전 얘기할 겁니다. 조준서는 죽어도 싼 인간이에요. 왜냐하면 독을 쓴 진짜 범인이 조준서거든요!”유진우가 생각지도 못한 한마디를 내뱉었다.“헛소리!”조군표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준서는 우리 조씨 가문의 자제인데 왜 가족들한테 독을 쓰겠어? 지금 이런 식으로 남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그러니까 말이야! 이야기를 꾸며내고 싶으면 그럴싸한 이유를 대야지. 조준서가 범인이라는 소리를 누가 믿어?”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유진우를 아니꼽게 쳐다보았다. 만약 조선미가 그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작 손찌검까지 했을 것이다.“준서가 범인이라고요? 증거 있어요?”그때 줄곧 옆에서 아무 말이 없던 조군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일단 전 조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이 없어요. 그러니 독을 써서 조씨 가문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죠.”유진우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리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배후의 진짜 범인은 블랙지존입니다. 하지만 조준서는 해독한 후에도 블랙지존을 탓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절 의심했죠. 심지어 각종 이유와 핑계로 절 모함하고 누명을 씌우려고 했어요. 동기가 아주 불순하고 음험한 사람이에요. 하여 저는 조준서가 블랙지존의 사람이라고 의심했어요. 제가 여러분들을 해독하여 살려줬기 때문에 절 눈엣가시로 여겨서 빨리 없애려고 한 거예요!”그의 말이 끝나자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어떤 사람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제각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던 사람들도 유진우의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흥! 아주 그럴듯하게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만 하는구나!”“당신이 준서를 죽이기 전까지 준서는 아주 생기 있고 팔팔했어. 우리가 똑똑히 봤는데 이제 와서 그게 시체라고? 정말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네!”조군표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눈앞의 유진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흥, 지금 우릴 바보로 보는 거야? 우리가 그딴 헛소리를 믿을 것 같아?”“맞아! 조준서를 죽인 사람은 분명 당신이야. 우리가 증명할 수 있어!”사람들은 저마다 분노를 터트렸고 의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사람을 죽이고도 인정하기는커녕 저런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 정말 우리를 세 살짜리 애로 보는 거야?’“젊은이, 지금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기나 해요?”그때 조군수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우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내뱉는 말마다 황당무계하기만 했다.“다들 믿지 못한다는 거 알지만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유진우는 조준서의 시체 앞으로 다가가 웃옷을 확 벗겼다. 곧이어 검붉은 반점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봤죠? 이게 바로 시반이에요.”유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시반?”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말에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반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했다.“흥, 당신이 시반이라면 시반이야? 만약 그냥 일반적인 멍이면 어떡하려고?”조군표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제...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이건 확실히 시반이에요!”그때 안경을 낀 한 남자가 갑자기 걸어 나와 놀란 얼굴로 말했다.“예전에 법의관을 한 적이 있어서 시반에 대해 잘 알아요. 시반의 흔적을 놓고 볼 때 조준서 씨는 적어도 죽은 지 12시간이 넘었습니다.”그의 말에 사람들의 낯빛이 확 변했다.“말도 안 돼요. 아까까지 멀쩡하게 살아있었잖아요. 우리가 다 똑똑히 봤고요!”“맞아요!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봤는데 가짜라고요?”충격에 빠진 동시에 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졌다. 왜
조군표는 그제야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고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괴이한 장면은 살면서 처음이었다.“블랙지존! 블랙지존의 짓이 분명합니다!”그때 조씨 가문의 한 자제가 목청 높이 소리쳤다. 일정 기간마다 가문 중에 갑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하진 않았다.“정말 잔인한 사람이야!”조군수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먼저 조준서를 죽이고 주술로 시체를 조종한 다음 조씨 가문 사람들에게 독을 썼다. 이런 잔인하고 음험한 수단을 지닌 사람은 블랙지존 말고 아무도 없다.“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유진우가 타이밍을 맞춰 입을 열었다.“그게...”조군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 믿지 않으려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빠! 진실이 드러났으니 이젠 경호원들을 전부 물러가게 해요.”조선미가 귀띔했다.“다들 물러가.”조군수는 손을 흔들며 경호원들을 물러가게 했다.“셋째야, 나한테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데 절대 준서의 죽음이 헛되게 해서는 안 돼!”조군해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처참하게 울부짖었다.“큰형님! 이 일은 유진우 씨와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우리가 복수해야 하는 사람은 블랙지존이라고요!”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조군해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결과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큰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준서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을게요. 블랙지존을 반드시 잡아내서 준서의 복수를 할 겁니다!”조군수가 그에게 약속했다.“아이고... 가여운 내 아들아!”조군해는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조군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러고는 유진우를 보며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진우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어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가까이에서 보니까 조준서의 안색에 핏기가 없고 사지도 굳은 데다가 시체 썩은 냄새
“배후 세력이요?”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젊은 여자에게 쏠렸다.만약 조금 전이었더라면 유진우가 이런 얘기를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코웃음까지 쳤을 테지만 이젠 신중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 시체마저 멀쩡하게 뛰어다니는데 불가능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명의님, 전 명의님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 왜 절 모함하는 겁니까?”젊은 여자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진우 씨, 증거도 없으면서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조군수가 진지하게 경고했다. 큰형이 방금 아들을 잃은 아픔을 겪었는데 아내까지 내부의 적으로 몰릴 판이다. 이건 큰형을 두 번 울리는 거나 다름없었다.“맞아! 이 일이 큰형수님과 연관 있다는 증거 있어?”조군표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이런 소리를 했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거예요.”유진우의 시선이 젊은 여자에게로 향했다.“저 여자한테서도 조준서의 시체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냄새가 나요. 게다가 더 짙어요. 다들 한번 맡아보세요.”젊은 여자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다가가 맡아보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맞아요! 확실히 특이한 향기가 나요. 조준서한테서 풍기는 거랑 같은 향이에요!”그러자 많은 이들의 얼굴색이 확 변했고 젊은 여자를 쳐다보는 눈빛에도 경계심이 묻어있었다.“전 줄곧 제가 직접 만든 향수만 써왔어요. 준서는 제 아들인데 몸에 제 향기가 밴 게 뭐가 문제 있나요?”젊은 여자는 논리 있게 따졌다.“향은 그저 의심일 뿐이지, 증거가 아니라서 뭘 증명할 수 없어요.”조군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향으로 한 사람의 죄를 단정 짓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당연히 몸에서 풍기는 향만이 아니죠.”유진우는 젊은 여자 옆으로 다가가 빙 둘러보며 말했다.“사실 주술에 능한 사람은 몸에 특징이 있거든요. 피로 독충을 키우다 보니 시간이 오래 지나면 몸에 변화가 생겨요.”“무슨 변화요?”조군수가 캐물었다.“정상인의 피는 빨간색이지만 주술사의 피는 검은색이고 독성이 있어요.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비수 하나가 그의 목에 겨눠졌다. 비수가 검은빛을 띠는 걸 봐서 독이 묻어있는 게 분명했다.“유라야, 대체 왜 이래?”조군해는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을 몰랐다. 함께 잠을 자던 여자가 자신에게 칼을 겨눌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렇게 부르지 마. 당신네 유라는 며칠 전에 이미 죽었어.”젊은 여자가 씩 웃었다.“유라가 아니라고? 너 대체 누구야?”조군해가 얼굴을 찡그렸다.“블랙지존은 내 사부님이셔. 그럼 내가 누구겠어?”젊은 여자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블랙지존의 제자라고?”조군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어렸다. 그렇게 경계했지만 결국 내부의 적은 막지 못했다. 블랙지존의 사람이 조씨 가문 내부까지 침입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역시 당신이었어! 여봐라! 당장 이 여자를 잡아들여!”조군표는 두말없이 바로 명을 내렸다.“멈춰!”젊은 여자는 비수를 살짝 들며 협박했다.“지금 이 칼에 독이 묻어있어니 피부에 살짝만 상처가 나도 당신네 큰형님은 죽어. 그러니까 함부로 덤비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더는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우리 큰형님을 풀어줘. 그러면 목숨은 살려줄게!”조군수가 서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하하...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젊은 여자는 조군해를 인질로 삼은 채 문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당신들은 운도 참 좋아. 오늘 원래 전부 멸할 수 있었는데 귀인이 나타나서 당신들을 도왔어.”“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얼른 형님이나 풀어줘. 안 그러면 오늘 이 대문을 한 발짝도 못 나가!”조군표가 서슬푸르게 몰아붙였다.“당신들처럼 무능한 인간들이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야. 다음날에 천천히 놀아줄게.”젊은 여자는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유진우를 보며 요염하게 웃었다.“명의님, 약속 잊지 말아요. 이제 시간 될 때 내 방에 와서 천천히 밀담이나 나눠요. 오늘은 여기까지, 나중에 또 봐요.”그러더니 동그란 물건
조군수의 일사불란한 안배 하에 조씨 가문의 송년회에 참석했던 손님들은 속속들이 자리를 떠났다.1년에 한 번 열리는 거대한 연회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나쁜 놈이 틈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조군수는 오늘 있은 일을 절대 아무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명을 내렸다.손님들이 떠나고 난 후, 송년회 현장에는 조씨 가문의 자제들만 남게 되었다. 한 가족이다 보니 한 사람이 부귀해지면 모두 따라서 부귀해지고, 한 사람이 망하면 모두 따라서 망하게 된다.“진우 씨 덕분에 이번에 진범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안 그러면 우리 조씨 가문이 엄청난 손해를 봤을 겁니다.”조군수는 유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유진우처럼 훌륭한 젊은이는 극히 드물었다.“아빠, 진우 씨가 우릴 구해줬는데 말로만 고맙다고 해서는 안 되죠.”조선미는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당연하지.”조군수가 씩 웃었다.“진우 씨,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들어줄게요.”“아저씨, 정말로 저한테 고마운 마음이 드신다면 선우 가문과의 혼약을 포기하고 선미 씨한테 자유를 주세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그건...”조군수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우리 조씨 가문을 살려준 건 정말 고맙지만 이 일은 동의할 수 없어요.”“왜요? 선우 가문이 조씨 가문을 도와 블랙지존을 상대할 수 있어서요?”유진우가 되물었다.“블랙지존을 상대하는 건 그중의 하나예요.”조군수는 한숨을 내쉬며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말했다.“이 혼약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거예요. 우리가 갑자기 파혼하겠다고 하면 선우 가문의 체면을 대놓고 깎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 결과는 진우 씨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할 거예요!”남성의 3대 가문은 제각기 자기의 특성이 있다.남궁 가문은 군사 집안이고 남궁을용 장군의 한마디면 군부대 전체를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황보 가문은 세간에서 이름을 떨친 가문이다. 황보용명은 강남 무림의 전 맹주로서 제자가 방방곡곡에
맨 앞에서 고급 자동차가 길을 텄고 뒤에는 경호원들이 따라왔다. 백여 명은 족히 돼 보이는 엄청난 규모였다.리더 자리에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키도 훤칠했고 눈매가 매처럼 날카로웠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전부 뚫을 기세였고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마치 피바다 속에서 방금 걸어 나온 죽음의 신처럼 섬뜩한 모습이었고 위압감이 넘쳤다.그 남자가 바로 천재라고 불리는 선우희재였다.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유진우와도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선우영채였다.“오빠, 전에 조선미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오빠랑 결혼하기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선우영채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그건 걔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난 마음에 든 여자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거든.”선우희재가 덤덤하게 말했다. 거칠고 횡포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하긴.”선우영채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선미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지. 두 집안의 결혼인데 여자인 조선미가 말할 자격이나 있겠어?”“왔다.”선우희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전방을 주시했다.그때 조씨 저택의 대문이 열리면서 조군수를 비롯한 조씨 가문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오래 기다렸죠? 얼른 안으로 들어와요.”조군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안내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곧바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조씨 가문 사람들은 두 줄로 나란히 서서 존중을 표했다.“어서 차를 내오도록 해.”일행이 자리에 앉자 차와 디저트가 줄줄이 올라왔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족장님, 우리가 왜 왔는지 잘 아시죠? 조씨 가문에 예물을 드리러 왔습니다.”선우영채가 먼저 입을 열었고 손뼉까지 쳤다.곧이어 부하들이 예물 상자를 줄줄이 가져왔다. 상자를 열어 보니 금은보석들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상자 안에는 많은 양의 황금과 순금 액세서리 등 귀한 물건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가지고 들어온 상자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