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600 챕터

제421화

“진우 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배철호의 얼굴에 머금고 있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싸늘함이 자리 잡았다. 아무리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도발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친구끼리 힘들면 서로 도와주고 좋잖아요.”유진우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이런 일은 도와줄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자, 술이나 마십시다.”배철호는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유진우가 아니었다.“아니면 당사자한테 물어보실래요?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저기요. 적당히 하시죠!”그의 말에 몇몇 미녀들이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얼굴은 반지르르한데 하는 짓은 참 더럽네요. 어떻게 남의 와이프한테 눈독 들일 수 있어요?”“그러게나 말이에요. 아무리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남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되죠. 정말 너무하네요!”“흥! 아가씨를 찾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요. 여기서 구역질 나게 하지 말고!”유진우의 이런 행동이 그녀들 눈에는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짓이었다.황보걸은 옆에서 실눈을 뜬 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아 유진우에 관해 딱히 아는 게 없었다.물론 만약 이게 바로 상대의 본성이라면 앞으로는 선을 그어야 했다. 어쨌거나 그도 똑같은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까.“왜들 이렇게 흥분하세요? 당사자도 아무 얘기 없는데?”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네요!”몇몇 여자들은 너무도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유진우와 같은 인간쓰레기는 본 적이 없었다.“진우 씨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오늘 밤에 바로 보내드릴게요. 아주 편안하게 모실 겁니다.”그때 홍길수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네, 진우 씨. 여자는 많고도 많아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즐겁게 마시자고요. 전에 실례를 범한 게 있다면 사과드릴게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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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홍길수도 마치 귀신을 본 듯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혹시라도 유진우가 갑자기 흥분하여 그마저도 죽일지 모르니까.테이블에 유진우 말고 황보걸만 덤덤하게 앉아있었다.“진우 씨, 하나만 물읍시다. 배철호 씨랑 무슨 원한이 있어요?”황보걸이 무뚝뚝하게 물었다.“없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두 사람 사이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없었어요.”“원한도, 안 좋은 일도 없었는데 왜 죽인 거죠?”“죽어도 싸니까요.”“이유는요?”황보걸이 계속 캐물었다.그는 걸핏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와 친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도련님, 이 술 향이 좋아요?”유진우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향이 좋으면 어떻고 안 좋으면 또 어떤데요?”황보걸이 눈살을 찌푸렸다.“술 향이 사람을 홀릴 만큼 향기로워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유진우는 갑자기 은침 하나를 꺼내 술잔에 담갔다. 은침을 다시 꺼냈을 때 은침이 완전히 거멓게 변해있었다.“독이 있었어요?”황보걸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은침이 검게 변했다는 건 술 안에 독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독성이 아주 강한 독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 술을 마실 뻔했다.“이게 바로 이 자를 죽인 이유입니다.”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겉으로는 아부하고 비위를 맞췄지만 사실 뒤에서는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거죠. 이런 사람을 죽이지 않고 남겨둘 이유가 없죠.”“그런 거였군요.”황보걸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 어쩐지 갑자기 미친 것처럼 사람을 죽인다 했더니, 그는 진작 다 알아챘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황보걸은 까맣게 속고 있었다.“아무리 술에 독이 있다고 해도 배철호가 독을 탔다는 증거는 없잖아요.”한 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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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배철호가 죽으면서 2인자였던 홍길수가 유진우를 대신하여 염룡파를 맡게 되었다.염룡파에는 수천 명의 제자가 있었고 그중에 엘리트만 수백 명이었다. 서울 전체를 놓고 봐도 엄청난 세력임이 분명했다. 그들이 있다면 유진우가 앞으로 서울에서 움직이기 훨씬 편해질 것이다.“진우 씨가 지금 염룡파의 보스이긴 하지만 앞으로 귀찮은 일이 많을 겁니다.”황보걸이 복화루를 나서면서 한마디 충고했다.“귀찮은 일이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배철호는 자수성가한 게 아니라 뒤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진우 씨가 그런 배철호를 죽였으니 그 사람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황보걸이 말했다.“그래요? 그 사람이 누구인가요?”유진우가 캐물었다.“도씨 가문의 큰아들 도규현이요.”“도규현? 들어도 못 봤어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진우 씨는 현지인이 아니라서 도규현을 모르는 게 이상할 건 없죠. 그 사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조심해요.”황보걸이 진지하게 말했다.“도씨 가문은 무사 집안이자 5대 재벌 중 하나예요. 강남의 무림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죠. 그리고 도규현은 도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인제 고작 30대 초반인데 벌써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렸어요. 서울의 젊은이들 중에서 도규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힐 정도로 드물어요. 만약 도규현을 만나면 꼭 조심해요. 별거 아닌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서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어요.”그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충고 고마워요. 조심할게요.”“물론 이 세상에는 절대적이라는 게 없죠. 만약 진우 씨도 서울에서 믿을 만한 배경을 찾는다면 도규현도 감히 어쩌진 못할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황보 가문 같은 가문 말이죠.”황보걸이 갑자기 가문 자랑을 늘어놓았다.“서울에서 우리 황보 가문이 그래도 꽤 발언권이 있어요. 진우 씨의 천부적인 실력이라면 문제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관심 있어요?”“절 좋게 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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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돌아오자마자 황은아가 쏜살같이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아저씨, 생겼어요. 저 생겼어요!”“뭐가 생겨?”유진우가 화들짝 놀랐다.“너 임신했어?”‘아직 성인도 안 된 애가 임신이라니, 요즘 애들은 참...’“처녀한테 임신이라니요!”황은아가 눈을 부라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임신한 게 아니면 왜 그렇게 흥분했는데?”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호들갑 떨어서 놀랐잖아!’“어젯밤에 저한테 공법을 가르쳐줬잖아요. 저한테 내공이 생겼어요!”황은아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뭐? 벌써?”유진우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일반 무사가 내공을 수련하려면 적어도 일 년 남짓 수련해야 한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출중한 자라고 하더라도 한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첫걸음을 뗄 수 있다.그런데 황은아가 하룻밤 사이에 내공이 생겼다고? 이렇게나 빨리?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유진우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단전에 기류가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이 기류는 쉽게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공인 건 확실했다. 다시 말해 황은아가 진짜로 성공했다는 걸 뜻한다.단 하룻밤 사이에 일반 무사가 되었고 일 년 남짓 수련해야만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실로 놀라웠다.다른 사람들은 10년 동안 고생하며 수련해야 하는 것을 황은아는 아마 마음껏 먹고 놀면서 한 달만 수련해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천부적인 재능 앞에 노력은 거론할 가치도 없었다.“어때요? 진짜 생겼죠? 제가 거짓말한 거 아니죠?”황은아가 자랑하듯 말했다.“너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건 인정해. 일반인들은 1년이나 수련해야 첫걸음을 뗄 수 있는데 넌 하루 만에 됐어.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술 천재인 건 확실해.”유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칭찬했다.“하하... 이럴 줄 알았어요!”황은아가 우쭐거리며 웃었다.“제가 머리는 좋지 않아도 싸워서 진 적이 없거든요.”“응?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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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네? 3분이요?”그의 대답에 황은아는 순간 멍해졌다.‘일반 무사가 입문하려면 적어도 일 년 남짓은 걸린다며?’그녀와 같은 천재도 내공이 생기는데 거의 하루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루 만에 입문해도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데 3분 만에 입문한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그는 괴물일까? 요괴일까?지금 이 순간 그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조금 전까지 거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아저씨,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죠?”황은아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이런 걸로 널 속여서 뭐 해? 나한테 득이 될 것도 없는데.”유진우는 어깨를 들먹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리고 그냥 천부적인 재능일 뿐이야. 재능이 있다고 해서 실력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천재는 부족하지 않거든. 무사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아.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돼.”“알겠어요! 꼭 노력해서 아저씨를 따라잡도록 할게요!”황은아는 두 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예를 표했다. 그러고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서 수련에 임했다.그 모습에 유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황은아에게서 누군가의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10년 전, 조씨 가문의 그 여자애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던가?“똑똑똑...”그때 누군가 갑자기 문을 두드렸다. 유진우가 문을 열어보니 밖에 조아영이 떡하니 서 있었다.“하영 씨, 언니 뭐래요? 나 만나겠대요?”유진우의 두 눈이 반짝였다.조아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뒤를 힐끔거렸다. 유진우도 그제야 그녀 뒤에 두 남녀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남자는 사오십대 정도 돼 보였고 훤칠한 키에 억압적인 포스를 어찌나 풍기는지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그리고 여자는 관리를 잘하여 또렷한 이목구비에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글래머일 뿐만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를 뽐냈다. 그녀가 바로 조아영의 어머니 진서현이었다.“당신이 바로 유진우예요?”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흔들림 없는 덤덤한 말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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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황금이 유혹적이긴 하지만 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방금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황금이 싫다면 원하는 액수를 불러봐요.”조군수가 턱을 치켜올렸다.“아저씨, 외람되지만 결혼은 선미 씨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나서서 강요할 게 아니라요.”유진우가 말했다.“뭐라고요?”조군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예요?”“전 그저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입니다.”유진우는 겁먹지도 비굴하지도 않았다.“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 않나요?”“흥!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그때 옆에 있던 진서현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선미의 약혼남이 누군지 알아요? 타고난 인재인데다가 용국의 미래 신예 선우희재예요. 선우희재야말로 우리 선미의 가장 좋은 단짝이라고요!”“좋은지 싫은지 그건 선미 씨가 판단해야 하는 거고요. 선미 씨가 싫다고 하면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강요해서는 안 돼요.”유진우는 그들과 논리를 따졌다.“당신 지금 우리 조씨 가문의 권위에 도발하는 거예요?”조군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아저씨, 전 조씨 가문과 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미 씨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 위험을 무릅쓸 수 있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선미 씨가 싫어한다면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는 거예요.”유진우의 말투가 거세졌다.“흥, 아주 건방지기 짝이 없는 녀석이로구먼!”조군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선미의 체면을 봐서 좋게 좋게 얘기했는데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진우 씨, 우리 아빠를 건드려봤자 당신한테 좋을 게 없어요!”옆에 있던 조아영이 연신 눈치를 주었다.조씨 가문 가주인 그녀의 아버지는 대권을 손에 쥐고 있었고 평소 일을 처리할 때도 아주 엄격하고 신속했다.유진우가 실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씨 가문과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집을 부리는 건 제가 아니라 아저씨예요.”유진우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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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선우희재? 결혼?”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가늘게 떴다.딱 봐도 두 가문 사이의 이익으로 맺어진 혼약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 혼약의 희생양은 조선미가 되었다.재벌 출신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자유를 잃었다. 심지어 어떤 순간에는 가족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까지 치러야 했다.그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생각에 그는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홍길수, 사람 하나 조사해줘.”“알겠습니다. 누굴 조사하면 되나요?”홍길수가 물었다.“선우희재.”“선우희재요?”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홍길수의 목청이 갑자기 높아졌다.“진우 씨, 그 사람을 조사해서 뭐 하시려고요?”“당연히 손 좀 보려고 그러지. 밥 사주려고 그러겠어?”유진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그대로 얼어버린 홍길수는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진... 진우 씨...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요. 저 겁이 많아서 놀라 자빠질 수 있어요.”“왜? 선우희재가 그렇게 대단해?”유진우가 되물었다.“대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 염라대왕도 감히 어쩌지 못할걸요? 그 사람을 건드리면 염룡파 전체가 한순간에 몰살당할 수도 있어요.”홍길수는 거의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나 대체 누구 밑에 들어온 거야? 보스가 내린 첫 번째 임무가 선우희재를 상대하는 거라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랑 뭐가 달라?’선우희재가 누구인가? 선우 가문 미래의 가주이자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이다.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전쟁터에 출정하여 백전백승을 거두었고 호풍장군이라는 명예까지 얻었다.그는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까지 남달랐고 수만 명에 달하는 군사를 거느렸다. 이런 사람을 건드린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뭘 그렇게 당황해? 죽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조사만 하라고 했을 뿐인데.”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도련님, 혹시 나쁜 생각을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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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헛소리하지 마!”황보춘이 두 눈을 부릅떴다.“큰아버지, 저한테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한 알 있는데 할아버지한테 드릴까요?”그때 황보걸이 갑자기 나서서 우금환을 보여줬다. 할아버지의 상황이 하도 위급하여 그도 이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었다.“내상을 치료하는 약?”황보곰이 눈살을 찌푸렸다.“시커먼 게 딱 봐도 뭔가 이상해. 이런 건 어디서 구해왔어?”“내 친구가 줬어.”황보걸이 솔직하게 대답했다.“흥, 네 친구들 중에 이런 재간이 있는 친구가 있다고?”황보곰은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약 당장 치워. 여기서 망신당할 짓 하지 말고.”“할아버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 누가 알아? 효과가 있을지?”황보걸이 말했다.“내가 쓸모가 없다고 하면 쓸모가 없는 거야. 저리 치워!”황보곰이 손으로 툭 치자 황보걸이 들고 있던 우금환이 바닥에 떨어졌다.“형 정말...”황보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왜? 불만 있어? 한판 붙을까?”황보곰은 주먹을 휘두르며 튼실한 근육을 드러냈다. 황보걸은 황보 가문에서 비실비실하기로 소문이 난 약골이라서 황보곰은 주먹 한 방에 그를 휙 날려버릴 수 있었다.“형이랑 말 섞고 싶지 않아!”황보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았다. 그런데 그가 바닥에 떨어진 우금환을 주우려던 그때 황보곰이 발로 우금환을 뭉개버렸다.“이게 무슨 짓이야?”황보걸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흥, 이런 쓰레기 같은 약을 남겨둬서 뭐 하게? 할아버지께서 이걸 드시고 배탈이라도 나시면 어떡하려고?”황보곰이 시건방을 떨며 더 힘껏 짓밟자 우금환이 순식간에 가루로 변해버렸다.“황보곰! 너무한 거 아니야?”황보걸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버르장머리 없는 놈. 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황보추는 아들을 감싸며 황보걸을 째려보았다.“셋째 큰아버지, 먼저 행패를 부린 건 형이라고요!”황보걸이 눈살을 찌푸렸다.“닥쳐! 내 아들은 그저 할아버지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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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짓밟혀 가루가 된 우금환을 본 동장로는 너무도 아까우면서도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심지어 점잖던 이미지도 뒤로한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우금환 가루를 모으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깟 알약 한 알 가지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동장로,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황보춘은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늘 오만하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약신궁의 사람들이 언제 이런 비굴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왜 이러다니요? 지금 그렇게 물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요?”동장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이게 얼마나 귀한 약인데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거예요? 대체 어떤 눈깔이 삔 놈이 이런 거예요?”“동장로,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 시커멓고 하찮은 알약이 귀한 만병통치약이라고요?”황보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네요.”동장로는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당신이 말한 이 하찮은 알약이 바로 특효약인 우금환이라는 거예요. 여러 가지 내상으로 인한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어요. 이것만 있으면 당신 할아버지의 목숨도 살릴 수 있다고요.”“뭐라고요?”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낯빛이 확 변했다.우금환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할아버지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데다가 동장로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한 약은 아닌 게 분명했다.“이리 귀한 약을 쓰레기처럼 버리다니...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동장로는 가슴까지 두드리며 안타까워했다.약신궁의 장로로서 우금환 같은 특효약을 그는 무엇보다도 중히 여겼다. 우금환이 망가진 걸 보니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만 같았다.“황보곰! 형이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할아버지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을 망가뜨렸으니 이제 어쩔 거야!”황보걸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저 약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인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황보곰은 안절부절못하며 말까지 얼버무렸다.“그리고 네가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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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황보걸의 낯빛이 굳어졌다.“진우 씨는 내 친구야. 내가 신분을 보장할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다 책임지면 되잖아!”“거기서 뭘 꾸물거리고 있어? 얼른 들어와!”그들이 문 앞에서 서성이자 안에 있던 황보춘이 다그쳤다.“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테니까 당신 아무 수작도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경고를 날린 후에야 황보곰은 길을 내주었다.“진우 씨, 저런 사람은 그냥 무시해요. 자, 안으로 들어가요.”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황보걸은 황급히 유진우와 함께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젊은이한테 우금환이 있다면서요?”동장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마치 사흘 굶다가 진수성찬이라도 본 듯했다.“있긴 있지만 많지 않아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거거든요.”유진우가 대답했다.옷에 달린 배지를 보자마자 유진우는 그가 약신궁의 사람인 걸 바로 알아챘다. 성가신 일을 피하기 위해 유진우는 그렇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조상 대대로 전해진 특효약이군요. 지금 몇 알 갖고 있어요? 내가 비싼 값에 살게요.”동장로가 간절하게 물었다.“전에 두 알이 있었는데 아까 한 알이 망가진 바람에 지금 한 알밖에 남지 않았어요.”유진우가 말했다.“네? 한 알밖에 없어요?”동장로는 아쉬워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는 유진우에게서 몇 알 구매하여 돌아가서 연구할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동장로,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저 젊은이한테 우금환이 한 알 더 있다고 하니 일단 사람부터 살립시다.”황보춘이 옆에서 다그치기 시작했다.“네네, 젊은이, 얼른요.”동장로는 그래도 나름 예의가 있었다.“경고하는데 할아버지의 내상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황보곰이 불쑥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어르신을 치료하려던 유진우는 그의 말에 움직임을 멈추고 덤덤하게 말했다.“전 겁이 많아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협박한다면 더는 치료할 수 없어요. 그냥 다른 의사분을 모셔오세요.”그러고는 바로 떠나려 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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