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1368 챕터

제181화 할머니의 회복에 도움이 될 터

안금여를 안무하면서 성연은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잊지 않고 생각해 두었다. 저녁을 먹은 뒤라 늦은 시간이었다.이 시간엔 더 이상 할 일이 남지 않아 주방 정리를 끝낸 고용인들은 각자의 방으로 쉬러 돌아갔다.방은 뒤편 별채에 있었는데, 바로 앞에 가서 소리를 질러야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이제, 거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무진과 운경도 보이지 않았다.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택의 관리집사만 남아 있었다.성연은 집사의 눈을 피해 휠체어에 앉은 안금여를 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행히 집사는 아무것도 못 본 듯했다.너무 긴장한 탓인지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위층에 도착한 성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며시 문을 닫았다.하지만 꽉 닫지는 않고 약간의 틈을 남겨 두었다.그래야 누가 오면 알아차리기 쉬울 테니까.문을 잠그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사기 쉬울 것이다.아무튼, 아무도 성연의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무진과 운경이 언제쯤 일을 끝내고 올 지 알 수 없고, 또 누가 언제 올 지 모르니 속도를 내는 것이 좋다. 할머니 안금여를 돌아본 성연이 눈살을 살며시 찌푸렸다.‘침을 맞으면 아프실 텐데.’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가 잘못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은침으로 다른 곳을 찌르거나 부러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큰일이다.의료용 은침은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데다 매우 가늘었다.하지만, 성연이 사용하는 은침은 특수 처리를 거쳐 일반 은침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편이다. 어찌되었든 한순간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니까!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었다!결국, 성연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먼저 할머니를 재우는 게 좋겠다!’‘어떻게 하면 할머니가 주무실까?’미간을 접은 채 생각에 잠긴 성연.그러다 또 아이디어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엄마들은 아기를 재울 때 보통 자장가를 부르지 않는가.‘할머니는 아기가 아니지만 상황이 별단 다르지도 않지!’ 성연은 자신이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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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일말의 실수도 없도록

안금여가 잠이 든 덕분에 성연은 어렵지 않게 침을 놓을 수 있었다.순조롭게 침을 놓은 후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 수도 없었다. 혹시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 일이니까. 그래서 최대 시간을 십분 정도만 잡기로 했다. 그러면, 효과를 보는 데도 그닥 방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시간도 줄어들 테니 말이다.혹시 누군가 이 쪽으로 올까 봐 걱정된 성연이 아예 문 옆으로 의자를 옮겨다 앉았다.휴대전화를 꺼내 연구소 상황을 살펴보았다.이쪽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성연이었기에 독자적인 연구소를 세우고 보스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연구소 직원 전용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앱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었다. 물론 성연의 연구소 연구원들에 한해서. 이 앱을 활용해서 성연은 수시로 연구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연구 상의 문제점에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적어 안전성을 자랑한다.설계 방면에서 성연은 전문가라 할 만했다. 도대체 못하는 일이 있기나 한지!성연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에서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그저 핸드폰에 빠져 있는 듯 보이지만, 성연의 눈에 담기는 것들은 모두 유용한 정보들이다.모두 할머니의 병세와 관련된 정보들.이렇게 열심을 다하는 까닭은 일말의 실수도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어느덧 십분이 흘렀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성연이 침을 뽑기 시작했다.다행히 그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운경과 무진도 잠시간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침을 절반쯤 뽑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순간.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성연의 몸이 순식간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동시에 재빨리 손을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찰칵-문이 열리고 강무진이 들어왔다.성연이 얼른 작은 은침 가방을 외투 주머니에다 몰래 숨겼다.다행히 성연의 손이 무척 빨랐던 덕분에 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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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질리지 않아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온 성연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완전히 기운이 빠진 듯하다. 거실로 나온 성연을 무진이 그제야 물었다.“어디 안 좋은 것 아니야? 기운이 없어 보여.”무진이 자신에게 관심을 줄 줄은 몰랐던 성연은 잠시 어리둥절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그래요.”매번 침을 놓을 때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침술이다 보니 머리 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바짝 곤두선 느낌이다. 그러다 일단 긴장이 풀리기라도 하면 간신히 살아남은 느낌이랄까.그러니 그 피곤의 정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터. 성연의 말에 무진의 날렵한 눈썹이 높이 솟아올랐다.별다른 생각없이 성연이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보다고 여기는 무진이다.평소 그녀는 학교 가는 길에서도 집에서도 틈만 나면 잠을 잤다. 여태껏 이 부분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너무 많이 자는 건 아닌가 생각할 뿐. 하긴 요 며칠 집안 일로 쫓아다니며 많이 힘들기도 했을 터.성연을 생각한 무진이 말을 꺼냈다.“어차피 이렇게 피곤한데 오늘 밤 침은 그냥 넘어가지. 가서 쉬어. 기력부터 회복해야지.”그도 그리 인정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성연이 손을 가로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누워요.”지금 성연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얼른 이 일을 끝내고 빨리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뿐.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에 누운 무진은 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성연이 천천히 침을 놓기 시작했다.침을 놓으면서 또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지금 침을 중단해선 안돼요. 그럼 이제껏 했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게 돼요.”정말 피곤해 죽을 지경인 성연은 사실 꼼짝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의학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의술인으로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다.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때도 이를 악물고 견뎠다.침을 놓으며 일부러 무진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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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존재할 이유가 없어

다음 날.몸에 붙은 습관에 의해 오늘도 일정한 시간에 잠이 깬 성연.평소 습관에 따라 먼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아니, 그러려고 했다.그런데 어째 오늘은 팔을 움직이려 해도 어딘가에 꽉 묵인 듯 움직여지지가 않았다.짜증스러운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그러자 단단한 턱이 눈에 들어왔다. 또 온몸이 따뜻하게 덥혀져 있었다. “깼어?” 얕은 잠이 들었던 무진은 성연이 깬 것을 금세 알아챘다. 매력적인 저음이 성연의 귀를 간지럽혔다.그제서야 자신이 무진의 품속에서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직은 무진이 좀 불편했다.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연이다.그런데 어쩌자고 그의 품에 들어갔는지.속으로 여전히 불편했으나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네, 일어났어요!” 얼른 무진 품에서 빠져나온 성연이 침대에서 내려섰다.무진은 그런 성연을 응시했다.성연의 눈에서 수줍은 빛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자 속으로 실망감이 드는 것도 사실.성연이 어떻게 나올지 좀 기대도 했었는데 이렇듯 무덤덤하니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얼굴조차 하나 안 빨개지다니.’그래도 희망이 좀 있다고나 할까. 결국 성연의 나이를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천히 가자, 사춘기도 안 끝난 애한테 무슨…….’‘이 아이는 우리가 그냥 말 그대로 단순히 잠만 자는 건 줄 아나 봐.’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다른 날과 같은 아침 메뉴. 매일 먹는 죽에 질렸던 차에 모처럼 국수가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양념장을 붓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무진은 그런 성연을 보며 대체 맛은 느끼고 먹는지 궁금했다. 물론 아주 잠깐의 생각이었을 뿐, 성연을 힐끗 본 뒤 바로 시선을 돌렸다.살짝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먹는 단순한 동작조차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입안의 죽 맛이 그저 그런듯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너 저번에 밴드에 가입했다고 하지 않았어? 어때? 재미는 있어?” 무진이 그릇에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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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스캔들

학교에서 성연은 해독제를 개발하느라 바빴다.잠시간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 모두 수업이 끝나자마자 성연이 보건실로 뛰어가는 일이 부쩍 잦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이 새로 온 보건 교사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잘생긴 서한기는 학교에서 인기가 높았다.서한기를 보기 위해 많은 여학생들이 갖가지 꾀병으로 보건실로 찾아가고 또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송성연은 이미 학교에서 유명인사였다.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알게 되었다.성연은 잠을 많이 잔다는 점 외에 별로 나쁜 게 없는 친구였다.수업시간에 그리 자는데도 성적이 좋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중 용기 있는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를 들고 와서 성연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면 성연은 매번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심지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까지 해주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그러자 성연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졌다.게다가 얼굴까지 예쁘니 호감을 갖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여학생들은 송아연보다 송성연을 더 좋아했다. 여자아이들은 성연의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했다.어떤 아이들은 매점에 갈 때 성연을 부르기도 했다. 대부분 성연이 거절하기는 했지만.어쩌면 성연이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바빠 도무지 시간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학교에서만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일분 일초의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또 수업 중에 자고 있는 성연.그때, 누군가 그녀를 가볍게 흔들며 깨웠다.짜증이 난 얼굴로 성연이 눈을 떴다. 미처 다 지우지 못한 날카로운 눈빛으로.그 모습에 성연을 깨웠던 아이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말간 얼굴을 대면한 성연 또한 좀 얼떨떨했다.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며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무슨 일이야?”성연의 눈 앞에 여학생 둘이 서 있었다.성연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그제서야 안도하는 모습이다. 조금 전 성연의 눈빛은 정말 무서웠던 탓이다. 정말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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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후회하지나 마세요

오후 수업 시간이 되자 다시 교실로 돌아온 성연. 발끝에 힘을 주며 들어섰다.평소에도 늘 그런지라 선생님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지각도 아니고 게다가 오후 쉬는 시간인지라 이런 학생들이 비일비재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오후의 첫 수업이 하필이면 이윤하의 수업이었다.느릿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성연을 본 이윤하는 울컥하고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성연이 자리에 앉고 수업이 절반정도 진행되었을 때 이윤하가 입을 열었다.“일부 학우들은 어린 나이에 못된 것만 배워서 몸 가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 같군요. 시골내기는 자기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네요. 학교에서 달콤한 말에나 넘어가기나 하고. 나중에 다른 학우들이 졸업해서 사회에서 잘 나갈 때, 모 학우는 집에서 애나 키우고 있을 것 같군요.” 이상야릇한 이윤하의 말투는 명백한 조롱기를 담고 있었다.송성연을 콕 찍어 하는 말에 반 아이들 모두 성연을 돌아봤다.느닷없이 이윤하의 입에서 나온 폭탄 발언이었다.성연이 화가 난 표정으로 일어나서 물었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무슨 뜻이라니? 송성연, 네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잘 몰라? 그리고, 학생 여러분들에게도 경고하는데, 학교에서 연애하지 마세요. 만약 나에게 들키는 시엔 바로 여러분 부모님께 말씀드려 집에서 직접 훈육시키게 할 겁니다. 그리고 송성연,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집에 돈이 많은들 무슨 희망이 있겠니?”그리고는 경멸의 시선으로 성연을 쳐다보았다.‘학교에 이미 소문이 다 났는데 설마 또 누명을 씌웠다고 하지는 못할 테지.’‘선생님도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송성연은 한 마디로 학교의 문제아야.’ “선생님, 증거를 가지고 말씀을 하셔야지요. 아무 근거 없이 사람을 모함하는 게 선생님의 일관된 스타일인가요?” 성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선생이 수업 시간에 수업은 안하고 아이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나 떠들고 있다니 정말 한심스러웠다.그럴 시간에 제발 자기계발에나 힘쓰지, 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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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질투

성연과 서한기에 관한 소문은 전교 학생들을 넘어 무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수하로부터 보고를 들은 무진의 기분이 가라앉았다.“나가서 손건호 들어오라고 해.” 손을 휘휘 저은 무진이 수하를 내보냈다.수하가 인사하고 물러난 지 얼마 뒤 손건호가 들어왔다.눈썹을 찌푸린 무진이 고개를 들고 손건호를 보았다.“그 새로 온 보건교사는 뭐야?”보스의 기색을 살피던 손건호는 보스의 심기가 썩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냥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질투를 하는 거야?’속으로만 추측할 뿐,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한 채 말이다.무진에게 사실대로 말했다.“새 보건교사가 작은 사모님과 아주 가까운 건 확실합니다.”무진이 어두워진 눈을 내려 깐 채 미간을 찌푸렸다.“교장한테 전해. 만약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보건선생은 더 이상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 건지 명확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성연과 서한기의 관계를 오해하는 것도 아니었다.남녀 간의 감정에 대해 관심이 없는 성연인지라전혀 걱정되지 않았다.그러나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합의한 형식상의 결혼이라 해도 성연이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이런 불미스러운 소문이 외부로 퍼지면 그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내가 이러는 건 단지 체면 때문이야.’무진이 드디어 평소와 다른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만한 이유를 찾아냈다.손건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이 지시하는 일은 보통 바로 즉시 가서 해결했다.설마 보스가 사모님을 진짜 마음에 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아직 어린 미성년이었다.‘보스의 눈이 겨우 이 정도야, 하긴 송성연도 보통이 아니긴 하지.’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손건호는 금세 머릿속의 잡생각들을 떨쳐냈다.‘그만. 이건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사무실을 나간 손건호가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십니까?” 이전에도 이 번호를 본 적이 있는 교장이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물임을 알고 바로 표시하고 저장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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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일찌감치 정리하세요

교장은 사무실에서 왔다갔다하며 서성거렸다.그는 사리 분간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력이 뛰어난 보건교사 서한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단순한 소문으로 사람을 해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하지만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교장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성연의 집안 배경이 이런데 또 누가 감히 상대할 수 있겠는가.결국 교장은 서한기를 불러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했다.“교장선생님, 무슨 일로 찾으셨는지요?” 10분 후, 서한기가 교장 앞에 섰다.서한기를 한 번 훑어보았다. 확실히 여학생들한테 인기 많을 외모이긴 했다.“이렇게 된 마당이니 그냥 묻겠습니다. 송성연 학생과 연애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송성연 학생은 아직 어려서 감정을 컨트롤 할 수가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두사람이 연애를 한다고 해도 미래가 없습니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정리하세요.”교장이 난감하다는 듯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교장은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서한기에게 말했다.교장의 말을 듣던 서한기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심정이었다.‘이 사람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렇게 삐뚤어진 생각까지 하다니, 참 나.’두 눈 멀쩡한 사람이라면 자신과 성연을 하나로 엮지 않을 것이다.더구나 서한기는 그럴 배짱도 없었다.할 수 없이 서한기가 설명하기 시작했다.“사실이 아닙니다. 정말 너무 억울하군요. 송성연 학생은 심각한 기면증이 있습니다. 마침 제가 그 방면 치료 경험이 있어서 치료해 주고 있을 뿐입니다.”사실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그럴싸한 핑계를 찾아내야 했다.사실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요 며칠 거의 하루 종일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이런 것들에 주의하지 않았다.연구실에서 나와보니, 지금 이렇게 교장실에 불려와 있는 것이다.교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확실합니까?”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은 채 교장이 다시 물었다.“물론입니다, 교장선생님. 송성연 학생은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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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여긴 너무 위험해

오후가 되어 성연이 보건실로 들어오자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던 서한기가 교장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 시작했다. 교장이 그에게 던진 경고까지.성연 역시 이번 일로 고민했다. 이윤하도 이 문제를 빌미로 수업시간에 시비를 걸었던 거고.서한기까지 교장에게 불려갈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 이상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서한기가 교장실에 불려간 게 무진의 입김 때문이었음도 여전히 알지 못했고.그저 소문이 너무 많이 퍼지게 되면 학교 입장에서도 당연히 안 좋을 테니 서한기를 불러 주의를 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어쨌든 소문이 무성해지도록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 터.“어떻게 할 생각이야?” 성연이 고개를 들어 서한기를 쳐다보았다.“저요?” 서한기는 성연이 자신에게 물어볼 줄 몰랐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저라면 말이죠. 당연히 신경 안 쓸 것 같은데요. 어차피 사실도 아니니까.”갑자기 교장의 말속에 들어있던 다른 의미가 떠오른 서한기가 히죽히죽 웃으며 성연의 곁으로 다가갔다.“제가 보기엔 말이죠. 강씨 집안 쪽에서 보스에게 관심이 무척 많은 것 같은데요.”“무슨 뜻이야?” 인상을 찡그린 성연이 곁에 다가온 서한기를 한옆으로 밀어냈다.서한기가 교장의 말을 그대로 읊었다.“거물이, 강씨 집안 외에 또 누가 있겠어요?”서한기가 으쓱 어깨를 들어올려 보였다.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굳은 표정을 지었다.“지난번에 내가 할머니 연구소에 모시고 왔을 때 마침 강무진이 찾아왔었지. 이미 그때 의심을 산 걸지도. 신경 쓰지 마.”그 이유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서한기가 그냥 생각난 김에 꺼낸 거겠지.’강씨 집안 같은 세력가라면, 모든 일에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정상이었다.“제가 보기엔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서한기가 일부러 말을 길게 늘였다.강씨 집안 거물(?)이 학교에까지 전화해서 경고를 했다는 건 질투일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안타깝게도, 우리 보스는 절대 그쪽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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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경영 상속권이 없잖니

같은 시각. 강운경이 연기했던 주주총회 최종 기한이 되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이날 만을 기다려 왔다.시간이 되자 즉시 주주들을 모아 주주총회를 열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회의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강상철이 일어섰다.“지난번에 서류를 나눠드렸으니 주주님들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회장님이 지금 저런 상황이니 더이상 회장직에 계실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제 우리 WC그룹은 더 능력 있는 사람이 이끌어가야 합니다.”말을 하면서 기억 못하는 사람이 있을 까 주식합의서를 눈앞에 늘어놓았다.운경과 무진 모두 참석했으나 안금여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강상철이 말을 꺼내자 주총 현장엔 정적이 감돌았다.“만약 회장님의 건강만 좋으시다면 2년 정도 옆에서 보좌해드리는 것도 괜찮겠지만, 안타깝게도…….”뒷말을 흐렸지만 강상철의 의도는 불 보듯 뻔했다.지금의 안금여로서는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쯤은 모두가 뻔히 아는 사실.속으로는 안금여가 죽기를 그렇게 절박하게 바라면서도 입으로는 그럴싸한 말을 뱉었다. 정말 역겹고 볼썽사나웠다.운경은 참고 또 참았다.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초조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침묵을 지키고 있는 운경을 슬쩍 훑는 강상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금여는 끝났다. 큰 집도 더 이상 입을 못 열 것이다.‘그래,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바야.’“주주 여러분들, 다른 의견이 있으십니까? 다른 의견이 없으시다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기로 하겠습니다. 각자 마음속에 이미 생각하고 계시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만.”강상철이 턱을 들어올렸다.현재 보유 주식이 가장 많은 사람은 자신이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주위를 살피던 주주들이 회장 재선출에 동의했다. 회사에 경영자가 없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러나 안금여가 금방 좋아질 리도 만무하고.게다가 회사 내의 주주들 대다수가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매수된 상황이라 본가로서는 조금도 승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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