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1132 챕터

제831화 그녀를 지켜주려 하다

성연신의 시선은 고청민을 지나 심지안에게로 떨어졌다.그녀는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고 어깨 위에 막 닿은 단발머리는 헝클어진 채 귀 뒤로 넘겨져 있었다.얼굴색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질린 그녀는 초점 잃은 눈동자로 성연신을 바라봤다.성연신은 제자리에 굳어선 채 심지안을 그윽하게 바라봤는데 그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몸이 어디 불편한 거 아니에요? 두려워하지 말고 나에게 말해요.”성연신의 말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고청민을 향한 의심도 담겨 있었다. 고청민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지켜주려 했다.심지안이 말만 한다면 그는 리스크를 무릅쓰더라도 그녀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잘생긴 고청민의 얼굴에는 미소가 머금고 있었다.“혹시 대표님 눈 안 좋으세요? 지안 씨가 멀쩡히 대표님 앞에 서 있잖아요.”성연신은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저 걱정하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심지안을 바라봤다. 심지안이 귀국한 후 그는 사적으로 심지안에게 진심을 드러내면서 예전의 잘못을 반성하곤 했지만 외적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그녀에게 거리를 뒀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지 않도록 예의와 선을 지켰다.하지만 오늘처럼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그는 심지안이 더는 고통을 겪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으니 말이다.고청민은 화내기는커녕 입꼬리를 떠 올렸다. 순수하고 수줍어하는 외모와 달리 그는 여우처럼 노련하고 사악했다.고청민의 미소를 본 성연신은 불길한 예감에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그렇다고 이상한 점을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다.“지안 씨, 말해봐요. 저 사람 따라가고 싶어요?”고청민이 고개를 돌리고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가볍게 물었다. 언뜻 들으면 별문제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그의 말투에는 조롱이 담겨있었다.심지안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눈앞에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남자를 바라봤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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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대표님, 그만하시죠

심지안이 다시 걸음을 멈추고는 원한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그날 밤 수술실에서 이미 죽었죠.”“의심스러운 점이 많아요. 나에게 시간을 주면 뭐든지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괜찮아요. 더는 과거에 얽매여 살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이 그 말을 남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고청민이 성연신을 보고는 미소를 지은 채 안철수에게 말했다.“대표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시는 것 같은데 위로해 줘요. 하지만 다음부터 저는 절대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저랑 지안 씨는 공개적인 연인 사이니까요.”안철수는 화를 못 이겨 목소리를 높였다.“뭐가 잘났다고 나대는지 모르겠네, 흥.”“대표님, 어떻게 할까요? 심지안 씨가 정말 고청민을 용서했을까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전에 심지안이 성연신을 싫어하고 미워한 건 맞지만 이렇게 선명한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었다.성연신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들은 똑같은 디자인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커플룩을 입은 알콩달콩한 연인 같았다.성연신과 심지안 사이에서는 단 한 번도 풍긴 적이 없는 화목한 분위기였다.성연신이 눈을 질끈 감고는 겨우 분노를 참았다.“저 두 사람을 막아요.”안철수가 두 눈을 반짝이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네. 마음 같아선 주먹을 휘둘러 분을 풀고 싶어.’...조수석에 앉은 심지안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짜증이 몰려왔고 또 가슴이 답답했다.“집사님에게 음식을 차려달라고 했으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을 수 있을 거예요.”고청민이 운전하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워졌다.“네...”심지안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나 어젯밤에 쓰러졌어요? 왜 전혀 기억이 없죠?”“네. 몸이 많아 안 좋았어요. 게다가 요즘 세움에서 맨날 야근하니까 너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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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엄교진 교수님을 뵙고 싶어요

“지안 씨, 대답해요.”성연신은 고청민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저 심지안을 빤히 쳐다봤지만 심지안은 그저 멍한 얼굴로 물었다.“홍지윤 씨... 내가 왜 홍지윤 씨를 만나야 해요...”“우리 아이의 행방을 알고 있으니까요.”“하지만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아니에요, 지안 씨가 안 죽었다고 직접 나에게 말했었잖아요. 결론이 나기 전에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요.”심지안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반박하려고 했으나 머릿속이 갑자기 뭔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성연신은 그녀의 얼굴에 담긴 고통을 눈치채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머리가 너무 아파요...”심지안은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곧이어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성연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고청민이 재빠르게 창문을 올리며 말했다.“대표님, 우리 일에 대해서는 신경 끄시죠. 지안 씨가 머리 아픈 것도 대표님 때문이잖아요. 지안 씨의 행복을 바란다면 앞으로 더는 찾아오지 마세요.”성연신은 얼굴색이 어두워진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말 나 때문이라고?’고청민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리고 안철수가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빠르게 가로질렀다.다행히 안철수는 반응이 빨랐기에 겨우 피할 수 있었다.그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일찌감치 자취를 감춘 차를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X발, 겉은 번듯하게 생겨서 운전은 거지처럼 하네.”혼잣말을 마친 그는 성연신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대표님, 어떻게 하죠? 따라가야 하나요?”“아니요. 지안 씨의 안전을 확인했으니 애들 데리고 돌아가서 주무세요.”성연신의 얼굴에는 피로가 담겼고, 또 턱에 수염이 삐쭉삐쭉 자라났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더니 안철수는 한참 말을 망설였다.“대표님도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 저들만큼 피곤해 보이세요.”“나 신경 쓸 거 없어요.”“그럼 저도 옆에 같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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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성동철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소장이 직접 성연신에 커피를 건네는 걸 본 엄교진은 얼굴색 한 번 바뀌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는 알겠으나 환자분의 자료는 함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정욱은 이미 예상했기에 여전히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교수님, 제가 찾아봤는데 심지안 씨가 예약하거나 정보를 등록한 것도 아니더군요. 그래서 교수님 환자라고 할 수도 없으니 편하게 말씀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마음이 내키지 않은 엄교진은 미간을 구겼다.도윤지도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환자 본인의 동의도 없이 조사를 시작했다니, 정말 프라이버시 의식이 취약하군. 수준 떨어져. 반대로 청민 선배님은 얼마나 선을 잘 지키는데. 나라도 청민 선배님을 선택하겠어.’소장이 한심한 얼굴로 엄교진을 바라보더니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자네 정말 답답하군. 말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 대표님도 심지안 씨가 걱정되어서 물어본 것이니 그 친구의 몸 상태가 어땠는지만 솔직하게 말해주게.”“심지안 씨의 몸 상태는 안 좋았습니다. 우울증도 앓고 있는 것 같고요.”엄교진이 성연신을 빤히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심지안 씨는 5년 전에 성연신 대표님과의 결혼 생활로 큰 타격을 받고 트라우마가 생겼거든요. 제 학생도 심지안 씨를 치료해 주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성연신은 마음이 씁쓸했다.“정말 지안 씨가 우울증에 걸린 게 확실해요?”엄교진이 흠칫했다. 직접 진단하진 않았지만 심지안의 정신 상태가 엉망이라는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고청민은 그의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였으니 아마 그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네, 심한 우울증을 앓고 계십니다. 정말 심지안 씨를 위해 생각하신다면 대표님도 더는 심지안 씨를 찾아가지 않는 게 좋으실 거예요.”그 말을 듣자 안철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X끼랑 똑같은 말이잖아.’그는 성연신에게 귓속말로 말했다.“대표님, 이 엄교진이라는 교수도 고청민과 같은 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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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어르신, CCTV가 사라졌습니다

7월의 제경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37, 8도에 달하여 차 밖은 불볕더위처럼 후텁지근했지만 차 안에는 에어컨 덕분에 20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운전기사가 워낙 운전을 안정적으로 잘하니 집에 있는 거나 다를 바 없이 편안했지만, 불과 한 시간 거리에도 성동철은 운전기사를 몇 번이나 재촉했다. 운전기사는 그런 성동철의 닦달에 마음이 괴로웠고 식은땀까지 뻘뻘 흘렸다.40분 후, 성동철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란히 문 앞에 서서 그를 맞이하는 심지안과 고청민 두 사람을 발견했다.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잔뜩 굳은 성동철의 얼굴은 그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비싼 지팡이를 짚으며 앞으로 걸어갔다.“할아버지, 즐거우셨어요?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풍경 사진을 보니까 저까지 세움에 휴가를 내고 싶더라고요. 시간이 되면 지안 씨랑 같이 여행 가야겠어요.”고청민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성동철에게 인사를 건넸다.“괜찮았어.”성동철은 덤덤한 얼굴로 무심한 듯이 물었다.“너랑 지안이는 준비가 잘 되어가? 결혼식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때 가서 나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모든 준비는 마쳤어요. 이제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성동철이 고개를 끄덕인 후 심지안을 바라봤다.“지안이는, 기분이 좀 나아졌어?”심지안이 입술을 오므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네, 많이 괜찮아졌어요.”“그런데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보여?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그게...”심지안이 머뭇거렸다.“왠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서요.”“병원에 안 가봤어?”“아니요, 오후 내내 잤어요.”성동철이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온도 체크를 하더니 고청민에게 물었다.“왜 지안이를 데리고 병원에 안 갔어?”고청민이 온화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아직 안 갔어요. 내일 지안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갈게요.”“나 괜찮아요. 머리 아픈 것만 빼면 다 괜찮아요. 게다가 지금 많이 나아졌는데요, 뭐.”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심지안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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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성연신이 스스로를 서재에 가두다

“아닙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신신당부하셨어요. 집사인 저는 도련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에요.”하지만 성동철은 속을 뻔히 내다보는 사람이었기에 집사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재무팀에 가서 월급을 받고는 이 집에서 당장 나가.”집사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는 꿈에도 이렇게 엄중한 결과가 기다릴 거로 생각하지 못해 철썩 무릎을 꿇었다.“어르신, 제가 성씨 가문에서 10년 넘게 열심히 일한 걸 봐서라도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성씨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누구인지를 모르고서야. 이보다 더 멍청한 잘못이 어디 있어?”성동철은 인내심을 잃고 손을 내저으면서 빨리 나가라고 했다.집사는 몸을 흠칫 떨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이없는 실수를 한 자신 때문에 후회가 몰려왔다.성동철은 그동안 계속 자애로운 어르신의 이미지를 보였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그는 스스로 A 국의 주얼리 시장을 연 개척 공신일 정도로 능력이나 기개가 대담한 사람이었다.성동철은 바로 고청민을 부른 대신 세움 임원들에게 내일 아침 일찍 이사회를 열 거라는 통보를 내렸다.그는 고청민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거짓말을 한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다. 게다가 성씨 가문의 사람까지 끌어서 그를 속이려고 했으니 이건 저지르면 안 되는 큰 실수였다.‘내가 청민이를 제대로 교육해야겠네. 아니면 앞으로 지안이까지 괴롭히면 어떻게 해?’...성씨 가문의 본가 저택에서.성연신이 스스로를 서재에 가두면서 밥도 먹지 않고, 심지어 물도 마시지 않았다.성우주가 국수를 들고 오고는 애어른처럼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왜 안 드시는 거죠? 어른인데도 전혀 말을 듣지 않네요.”성수광이 휠체어에 앉은 채 콧방귀를 뀌었다.“저놈을 신경 써서 뭐 해. 하루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증조할아버지는 아빠가 걱정 안 되세요?”“걱정이 안 돼. 말 안 하니까 훨씬 좋은데? 적어도 말할 때보다는 사람이 호감이 가네.”성우주는 반듯하게 차려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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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심지안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하다

고청민이 맑은 눈망울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어제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성동철은 피곤하다며 방에 들어가 쉬었고, 그와 다른 얘기를 더 나누지도 않았다.심지안은 의아한 얼굴을 보였다.‘그럼 할아버지가 모두에게 비밀로 하셨다는 얘긴데. 무슨 중대한 사항을 발표하려고 하시나?’심지안은 앞으로 두 번째 줄 고청민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고청민의 앞이 바로 성동철의 자리였다.한참 지나고서야 성동철이 도착했다.“여러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어요.”성동철이 지팡이를 내려놓고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은 채 한가운데의 자리에 앉았다.“아닙니다. 저희도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오랜만에 어르신의 얼굴을 뵐 수 있으니 저희야 영광이죠.”“맞습니다. 어르신이라면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참, 식사는 하셨습니까? 마침 어르신께서 가장 좋아하는 만둣집에 들렀다가 조금 포장했습니다.”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아부를 떨었다. 방금까지는 얼굴이 굳어 있던 임원들은 모두 활짝 미소를 지으며 성동철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필요 없습니다.”성동철이 손을 내젓고는 비서더러 프로젝터를 켜라고 했다.“시작하죠. 앞으로 3년 동안 매출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또 여러 가지 지출이 어느 정도 될지 토론해야죠.”물론 회사의 상황을 체크하는 건 이번 이사회의 중점이 아니었지만 이사회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용히 지켜보기 시작했다.그리고 보통 이사회가 끝날 때쯤이어야 중요한 얘기가 오가곤 했다.한 시간 후, 비서가 PPT를 끄고는 성동철에게 말했다.“어르신, 보고는 전부 마쳤습니다.”“좋아요.”성동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심지안을 보고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지안이가 제 손녀인 건 다들 아시죠?”같은 시각, 심지안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몰랐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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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병원에 가다

고청민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는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는데요.”“마침 나도 시간이 있네.”성동철이 비서에게 말했다.“따라올 필요 없어요. 오늘 바로 지안이랑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지분 양도 계약서를 잘 작성하세요.”...널찍한 사무실에서.성동철은 전용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눈앞에 놓인 백옥 바둑알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앉아.”고청민이 허리를 곧게 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잘못을 저질러 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제가 어찌 감히 자리에 앉겠습니까.”성동철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그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뭘 잘못했는데?”“저랑 지안 씨 사이에 작은 말다툼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신 후 보게 될까 봐 그만 집사님에게 CCTV를 삭제하라고 했어요.”“부부는 다투기 마련이지. 그렇다고 CCTV를 삭제해?”고청민이 고개를 들자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한 성동철과 눈을 마주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면서 최대한 완벽한 거짓말을 지어내려고 했다.“할아버지를 속일 수는 없네요. 사실 작은 말다툼 정도가 아니었어요. 지안 씨가... 파혼을 하고 다시 성연신 씨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거든요. 일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제가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조처를 했어요.”바둑알을 굴리고 있던 성동철의 손이 급작스레 멈췄다.그는 오늘 아침 그의 앞길을 막았던 성수광을 떠올렸는데 성수광은 심지안과 고청민 사이의 결혼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청민은 조용히 성동철의 표정을 관찰했는데 그가 의심하지 않은 것 같아 계속 말했다.“저는 지안 씨를 보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안 씨를 방에 가뒀죠. 하지만 지안 씨가 계속 나가려고 했고, 또 정신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아서 제가 지안 씨를 어르고 달래며 정신과 병원으로 갔었죠.”“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필요하면 진정제 주사를 맞아도 된다고요. 집에 돌아와도 지안 씨가 계속 어리광을 부리니까 저도 부득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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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성연신을 제거하는 건 어떠세요?

심지안이 업무를 모두 마친 후 바로 회사를 떠났다. 물론 병원으로 가는 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그녀는 방매향과 마주쳤다.방매향이 그녀를 보더니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지안 씨, 괜찮아요? 연신이가 나에게 다 말했어요.”“네? 저야 당연히 괜찮죠.”심지안은 이상하다는 듯이 미간을 구겼지만 그녀는 얼굴이 푸석하고 입술이 바짝 말라 많이 피곤해 보였다.방매향은 그런 심지안의 모습을 보더니 가슴이 아팠다.“지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중에 연신이와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안 씨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요. 그 어떤 일 때문에라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 곁에 억지로 남을 필요 없어요.”심지안은 그녀의 말을 오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방매향의 말에 대답했다.“방매향 씨도 연신 씨와는 달리 정말 좋은 분이세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더는 연신 씨와 얽힐 일이 없다는 걸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는 계속 방매향 씨를 보통 직원으로 대할 거예요, 연신 씨 때문에 일부러 괴롭히거나 이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그 말을 들은 방매향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심지안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들렸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심지안은 머릿결을 정리한 후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하지만 고청민은 이 모든 걸 휴대폰으로 전송된 CCTV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짜증이 몰려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던진 후 눈을 꼭 감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사실 그도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남겨두면 도움은커녕 시한폭탄에 불과했으니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방매향 씨, 제가 아닌 당신의 운명을 탓하세요.’고청민이 눈을 뜬 후 지난번에 받은 송석훈의 연락처를 찾기 시작했다.요 며칠 동안 심지안 때문에 그는 계속 송석훈과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이 그때가 온 것 같았다.심지안이 세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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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잘 찍어, 특히 얼굴

“저도 당연히 성연신을 제고하고 싶죠. 다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제가 알아봤는데 성연신은 이틀 후에 성수광 대신 전우에게 제사를 지내러 제원 파크로 간다고 해요. 제원 파크는 산 정상에 있어 도착하려면 반드시 산길을 지나야 하죠. 거기는 인적이 드물고 신호가 좋지 않아 구조를 요청해도 도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거예요. 그러니 제원 파크에서 손을 쓰면 분명 성원신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송석훈이 차를 마시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3일 후에 있을 심지안 씨와의 결혼식 때문인가요?”고청민은 몸을 흠칫 떨었지만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타이밍에 성연신을 제거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그럼 저에게 무엇으로 보답할 생각인가요?”“성연신이 죽으면 찾고 계신 분을 바로 드리겠습니다.”고청민이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방매향이 입사할 때 개인 정보를 모두 똑똑히 작성하진 않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그녀의 주소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연신은 자기가 방매향을 잠 숨겨놓은 줄 알고 있고, 또 아무도 방매향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하느님도 성연신이 눈에 거슬려 나를 도와주고 계신 거 아닐까?’송석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찻잔을 그에게 건네고는 말했다.“그럼 앞으로 잘해봅시다. 술 대신 차로 미리 승리를 자축할까요?”고청민이 찻잔에 담긴 녹차를 바라봤다. 차향이 코끝을 스쳤고 그는 찻잔을 들어 송석훈과 살짝 잔을 부딪쳤다.“네, 앞으로 함께 잘해보죠.”하지만 그는 바로 차를 마신 게 아니었다.그는 송석훈이 차를 마신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한 모금 들이마셨다.모레 손을 쓸 구체적인 얘기를 다 나누고 고청민은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자리에 일어서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웠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하얗고 고운 그의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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