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604 챕터

제851화 겉옷에 뭐가 들어 있어

권하윤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민도준이 자기 다리 위에 앉은 하윤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얼른 준비해. 이제 하산해야지.”하윤은 본능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준비를 할 뿐.얼마 뒤, 하윤은 가방을 멘 채 밖으로 나와 도준의 손을 잡았다.그런 고분고분한 모습에 만족했는지 도준도 하윤의 작은 손을 잡은 채 주물럭거렸다.“왜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아? 내가 하윤 씨 팔아버릴까 봐 무섭지 않아?”하윤은 고개를 돌리며 싱긋 웃었다.“그럴 건가요?”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윽고 하윤의 손을 잡아 차가운 하윤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아까워서 어떻게 그래.”뜨거운 숨결이 손등의 얇은 살갗을 데우고 뼈에까지 낙인을 새기는 듯했다.하윤은 본능적으로 흠칫 움츠러들더니 고개를 들고 도준을 바라봤다.“저도 도준 씨가 떠나는 게 싫어요.”……오붓하게 지내던 와중에 두 사람은 하산했다.분명 주림을 만났지만 도준은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남쪽을 향해 달렸다.하산 후, 오랫동안 조용했던 하윤의 핸드폰에도 마침내 신호가 잡히더니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여기는 해원 경찰서입니다. 조사기간 동안 무단으로 해원을 떠나 도주죄에 해당하므로 하루 내로…….”약 절반쯤 들었을 때 도준이 하윤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더니 그 자리에서 꺼버렸다.하윤이 그런 도준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의아한 듯 바라봤지만 핸드폰은 어느새 도준에게 내팽개쳐졌다.“뭐 하러 그런 골치 아픈 얘기 듣고 자빠졌어? 경치나 구경해.”창밖의 경치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경성의 웅장하고 화려한 아름다움과 달리 안개 속에 있는 선경 같았다.하지만 그런 풍경에도 하윤은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방금 경찰의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하윤이 정말 죄를 짓고 도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범죄자를 대하는 태도였으니까?그런데 의아한 것은 도준이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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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함께하기 어렵다

권하윤은 민도준이 잠든 뒤 몰래 확인하려고 마음먹고는 도준을 등진 채 불을 껐다. 심지어 졸린 듯 눈까지 감은 탓에 촉감이 점점 더 민감하게 살아났다. 특히 도준이 손장난 칠 때 평소보다 더 민감하게 느껴진 탓에 하윤은 옷을 사이 둔 채 도준의 손을 붙잡았다.오늘 해야 할 ‘임무’가 있기도 하고, 도준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모르는 사람이라 절대 시작을 하면 안 된다.이에 하윤은 완곡히 거절했다.“오늘 하루 종일 차 타고 달렸더니 피곤해요.”남자의 숨결이 귓가를 스치더니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귀 안을 파고 들며 하윤을 건드렸다.이윽고 커다란 손이 하윤의 허리를 쓸며 아래로 내려갔다.“착하지, 말 들어. 내가 피로 풀어 줄게. 안 그러면 내일 더 힘들 거야.”하윤은 이런 상황에 도준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특히 뒷덜미를 잡힌 채로 키스를 해댈 때면 더더욱.산에서 지낸 이틀동안 도준이 건드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남의 집에서 지내는 터라 많이 절제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도준은 마치 철창에서 꺼내진 짐승처럼 사냥감을 탐했다.도준이 이런 모습을 할 때면 하윤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자기 공제를 벗어나 점점 고통과 흥분이 뒤섞인 감각 속에 빠진 하윤은 도준의 어깨를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흥분한 듯한 근육이 단단해졌고 혈관은 펄쩍펄쩍 뛰면서 살갗 위로 튀어 오를 것처럼 굴었다.깊은 밤, 하윤은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치켜 뜨며 도준에게 안겨 샤워를 했지만 그 과정마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그러다가 끝내 힘 없이 고개를 떨군 채 도준의 가슴에 기댔다.결국 그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다음 날, 도준의 부름에 깨어난 하윤은 머리가 무겁고 멍했다.원래는 한밤중에 깨어나 몰래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왜 지금까지 잤는지도 의문이었다.도준은 여전히 흐리멍덩한 하윤의 모습이 재밌었는지 손을 들어 하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그만 정신 차리고 밥 먹자.”하윤은 도준을 바라보더니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섰다.“내려가기 귀찮아요. 안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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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도망

정리를 마친 뒤 권하윤은 곧바로 문을 열어주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문고리에 손이 닿으려던 찰나 문득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도준 씨는 이렇게 인내심 좋은 사람 아닌데?’예전에 하윤이 샤워하느라 문을 조금 늦게 열었다고 도준은 하윤을 달달 볶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재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게다가 밖에 나간 지 2분 만에 돌아온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리 이미 완성된 음식을 사온다 해도 이렇게 빠를 수는 없다.“쾅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그 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문이 공포감을 자아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을 보면 한 사람만은 아닌 듯했다.하윤은 점점 뒷걸음 쳐 창가로 물러나면서 몸을 지킬만한 도구가 있는지 사방을 둘러봤다.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은 탓인지 상대방도 자기 신분이 탄로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문을 더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문 여세요. 경찰입니다. 수사에 협조 바랍니다.”‘경찰?’하윤은 상대방이 말한 게 진실인지 아닌지 알 길 없어 창밖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도준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다.하지만 하윤이 소리를 내지 않으니 상대방도 인내심을 잃었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차 거칠어졌다.낡은 벽과 문 사이의 흙먼지가 부슬부슬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대로 가면 얼마 되지 않아 문은 아마 박살 날 거다.‘저 사람들 경찰 아니야.’경찰이라면 영장을 제출하고 사장한테 문 열어달라고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폭력적으로 문을 부술 필요는 없다.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문을 부수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하윤은 진정해야 했다.‘이 문은 도준 씨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할 거야. 방법을 생각해야 해.’……쾅!쾅!‘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삐걱거리던 문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곧바로 세 사람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맨 앞에 있던 남자가 텅 빈 방 안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어디 갔어?”그때 맨 마지막에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활짝 열린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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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사람 내 놔

권하윤은 당황한 나머지 마구 몸부림 쳤다.“이거 놔.”“그만하고 사람 좀 확인해.”고개를 들어 민도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하윤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도준 씨…….”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놈들이 쫓아왔다.험상궂은 얼굴을 한 놈들은 도준을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솔직히 놈들은 도준이 없는 틈에 하윤을 잡으려 했었다.여자 한 명을 덩치 큰 남자가 몇 명이 몇 분 내에 잡지 못할까 하는 오만함 때문에 그 틈을 노렸던 거다.그런데 하윤이 도준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놈들이 아니었다. 물론 고용주가 정면으로 도준과 마주치지 말라고 했지만 극악무도한 짓을 일삼아 온 놈들은 도준을 자기들의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도준은 한 명이고 놈들은 세 명이니까. 게다가 도준은 하윤이라는 ‘짐’까지 있으니 놈들은 무서울 게 없었다.그 뿐만 아니라 하윤을 겁탈하는 데 성공하면 20억, 하윤을 잡아 고용주 앞에 가져가면 40억을 더 받을 수 있는데, 그 돈을 포기할 놈들이 아니었다.맨 앞에 있던 형님이라는 놈이 거침없이 앞으로 돌진하며 도준에게 겁을 주었다.“이 봐, 우리가 그 여자한테 좀 볼 일이 있어 그러는데 여기로 넘겨. 그러면 댁은 곱게 보내 줄게.”하윤은 놈들이 바로 도망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의외였는데 이렇게 간 큰 소리를 지껄이자 어안이 벙벙하여 도준을 바라봤다.놈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발언에 도준은 흥미진진한 듯 미소를 지었다.“어떡하지? 그러기 싫은데.”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미소에 놈들은 소름이 돋았다.그때, 형님이라는 놈이 겁먹은 걸 숨기려는 듯 일부러 소리를 높였다.“이 구역 실세가 누구인지 알아는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 여자 내놓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갈 생각 하지 마.”도준은 놈들의 겁 없는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움직였다.“죽인다는 말인가? 재밌겠는데? 어디 해 봐.”도준이 순순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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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개와 주인을 함께 치다

권하윤은 놈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놈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 하윤을 표적으로 삼고 있었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형님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직접 목격한 뒤로 두 놈은 숨김 없이 모든 것을 말했다.알고 보니 어젯밤, 누군가 놈들에게 연락하여 20억을 상금으로 걸고 외지 관광객 두 명을 잡아오라고 했다는 거다.‘관광객’이라는 단어에 하윤은 그제야 세 놈이 왜 그렇게 용감했는지 깨달았다. 보아하니 도준을 만만한 상대로 보고 덤볐다가 이제야 황천길로 갈 뻔했다는 걸 알게 된 듯했다.하윤은 놈들의 말에 얼른 따져 물었다.“그 사람 누구야? 나를 잡아서 어떻게 하라고 했어?”“그건…….”키 작은 놈이 도준을 흘끔 보더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말해버렸다.“여자였어요. 잡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눈을 도려내 남하에 있는 별장으로 보내라고…….”놈의 말에 하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놈들 손에 안 잡혔으니 망정이지.’‘그런데 대체 누가 나를 이렇게 싫어하지?’그 사이, 도준은 놈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랬어? 참 고생했네.”그 말을 들은 순간 키 작은 놈은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아!”“살려주세요!”비명이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 놈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도준은 손에 쥐고 있던 몽둥이를 던져 버리고 고개를 움직였다.고개를 돌려 보니 하윤은 어느새 먼 곳에 있는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고개만 삐죽 내밀고 있었다.도준은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왜 그렇게 멀리 숨었어? 이리 와.”도준의 턱과 목, 그리고 옷깃까지 피가 튀어 있어 마치 악귀 같았다.그 모습에 하윤은 겁을 먹고 고개를 마구 저었다.도준은 피식 웃으며 손등으로 턱밑에 묻은 피를 쓱 닦아냈다.“내가 대신 복수도 해줬는데 오히려 싫어하면 어떡해? 사람이 어쩜 그렇게 양심 없어?”도준의 말에 하윤은 자기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반성했다. 하지만 바닥에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는 세 사람을 보자 온 몸에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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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짐 같은 존재

공아름은 민도준을 보자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오히려 더 당당하게 권하윤이 있는 쪽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었다.“잘도 도망쳤네.”자기를 말하자 하윤은 더 이상 차 안에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게,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도준의 아내로 인정받았는데 꿀릴 게 없었기 때문이다.하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공아름을 빤히 바라보며 도준의 팔짱을 꼈다.“도준 씨가 있는데 도망 칠 필요가 있나?”공기 속에서 흩어지는 교태스러운 목소리만 들어도 하윤이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 모습에 도준을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하윤에게 눈빛을 보냈다.‘아까는 내가 잔인하다고 피했으면서?’‘저 여자가 도준 씨 와이프를 죽이려 했는데 좀 열 받게 하는 게 뭐 어때서요?’하윤이 입을 삐죽거리며 눈빛을 보냈다.두 사람의 눈빛 교류는 공아름에게 거슬리기만 했다.하윤은 만족스러운 답을 듣지 못하자 팔짱을 끼고 있던 손으로 도준을 꼬집어 댔다.고작 그 정도 힘은 아프기는커녕 간지럽기만 했다. 도준은 그런 하윤을 흘끔거리더니 마침내 콧소리고 낮게 대답했다.“응.”‘응? 고작 응? 이게 끝이라고?’하윤은 도준의 보여주기식 대답에 극도로 불만이었지만, 도준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도, 도준에게 막 대하는 모습도 모두 공아름의 질투심을 자극했다. 그도 그럴 게, 공아름은 도준의 응답조차 받아 본 적 없었으니까.‘나는 분명 도준 씨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도준 씨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내가 저 여자보다 못한 게 뭔데?’한 겹 한 겹 쌓였던 분노가 끝내 폭발했다.“권하윤! 도준 씨한테 그만 빌붙어! 너 때문에 도준 씨도 도주범이 됐다는 거 알면서도 이래?”공아름의 분노 섞인 질문에 하윤은 순간 얼어붙었다.“도주범? 그게 무슨 말이죠?”“모른 척 그만해! 너 지금 살인범이야. 그런데도 도준 씨한테 붙어 함께 도망다녀? 도준 씨가 조 국장과 협력한 뒤로 얼마나 많은 정적들이 조 국장 목숨을 노리는지 알아? 또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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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무엇을 할 수 있어?

“진정해요.”권하윤은 민도준의 팔짱을 끌어안으며 다급히 말렸다.방금 도준이 자기 때문에 공범으로 몰렸다는 것을 들은 것만으로도 이미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인데 만약 공아름한테 무슨 일이 있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도준은 눈물이 글썽한 하윤을 바라보며 총을 든 손으로 하윤의 허리를 툭툭 건드렸다.“됐어. 다름 사람도 있는데 왜 떼쓰고 그래? 죽일 사람부터 죽이고 같이 놀아줄게.”마치 닭 잡이를 하려는 것처럼 가벼운 말투였다.하윤은 계속 말리고 싶었지만 도준이 하윤의 뒷덜미를 잡아 옆으로 밀어버렸다.“저쪽에서 기다려.”공아름은 눈 앞의 광경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시뻘게진 두 눈을 부릅 뜬 채 도준을 바라볼 뿐.하지만 도준은 공아름의 그런 눈빛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로 잔인한 곡선을 그리며 총기를 천천히 공아름의 머리에 댔다.“독한 말을 하겠으면 다음 생에는 자기 주제부터 파악해.”도준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밖에서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눈깜짝할 사이에 그 소리는 펜션 밖에 도착했다.하윤은 낯빛이 크게 변하더니 다급하게 도준의 팔을 끌어당겼다.“이제 어떡해요?”‘공아름이 경찰에 신고했을 수는 없어. 설마 그 깡패들인가?’이미 수많은 죄명을 짊어지고 있는데 또 사람을 다치게 하면 끝장날 게 뻔했다.“총 이리 주고 안으로 들어가요.”공아름은 바닥을 짚고 일어서면서 도준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들더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이닥치는 경찰들을 마주했다. ……“꼼짝 마!”“누군가 총기를 소지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서로 잠깐 동행해 주시죠.”공아름은 손에 총을 들고 있었기에 곧바로 중요 대상으로 지목되었다.하지만 더러워진 옷차림에 끌려 가면서도 공아름은 여전히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제가 그랬어요. 같이 갈게요.”“…….”떠나기 전 공아름은 고개를 돌려 창가 쪽을 바라봤다.단면 유리 너머로 하윤은 공아름의 눈에 드리운 경멸을 읽을 수 있었다.그 눈빛은 마치 하윤에게 ‘너는 도준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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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함정으로 유인하다

가벼운 마음의 민도준과 달리 권하윤은 걱정이 가득했다.해원을 떠난 이후로 줄곧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해서부터 오나영이라는 실마리로 엄석규의 범죄를 밝혀내고 또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 뒤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까지 마치 누군가 미끼로 자기를 유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이상 그런 계략을 세운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길게 뻗은 길의 끝자락과 이어진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봐서는 당장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공기 속의 습한 열기가 가슴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호흡마저 가빠졌고 내뱉는 숨결마저 끈적끈적해지는 느낌이었다.하윤은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야 끝내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지난 번에 강원에서 제대로 못 놀았잖아. 이번에 제대로 놀러 가는 게 어때?”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도준을 보자 하윤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제가 지금 놀러 갈 기분이겠어요? 차라리 저 내버려 두고 혼자 경성 돌아가요. 저는 해원으로 돌아갈 테니까. 사람은 제가 죽인 것도 아닌데 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하겠어요?”“끼이익.”갑자기 방향을 튼 차 때문에 하윤은 하마터면 차 밖으로 내동댕이 칠 뻔했다.이윽고 차가 멈춰 서자 하윤은 도준의 짜증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 이제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거야? 돌아가자는 한 마디에 돌아갈 거면 요 며칠 동안 내가 왜 고생했겠어? 아예 여기서 죽는 게 해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덜 번거롭지 않겠어?”하윤은 도준의 무서운 모습에 놀라 입을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솔직히 말하면 하윤도 공아름이 떠나기 전의 눈빛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공아름은 도준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는데 자기는 그저 도준에게 짐만 되니까.하윤은 도준이 자기 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게 누구보다 싫었다. 자기 때문에 도준이 다치는 것도 싫었다.만약 하윤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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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다

“응.”짤막한 콧소리에 권하윤의 마음에는 큰 파도가 일었다.이윽고 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한테 말 안하는 건 제가 알면 위험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무슨 반응을 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민도준의 눈 밑에 순간 그늘이 졌다. 하지만 하윤이 그 원인을 읽어내려고 하려던 그때, 도준이 하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쓸데없는 생각 그만 하고 내 말만 들어.”하윤의 마음은 순간 커다란 돌덩이가 가라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제가 도준 씨한테 짐이 될까 봐 그러죠.”도준은 피식 웃으며 소가락으로 하윤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짐이 아니라 쇠덩이라도 아령처럼 양쪽 손에 들고 있을 거야.”하윤은 도준의 말에 피식 웃더니 마치 화가 난 것처럼 콧방귀를 뀌었다.“뭐예요? 저 하나로는 모자라다는 거예요? 뭐가 두 개씩이나 필요해요?”그 말에 도준은 하윤의 목덜미 아래로 손을 점점 내리며 주물러 댔다.“여기 있잖아. 뭐 하러 찾아.”“지,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입 다물어요!”떠들썩한 소리는 방금의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어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 환희를 더해주었다.하윤은 도준의 말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힘들고 피곤해 모른 척했다.게다가 더 이상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의 일들을 짚어보면 매번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마다 하윤의 일부분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도준이 이미 도피처를 만들어 줬다면 그 안에 숨어 있다가 사고가 발생할 그 날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운전석에 앉은 도준을 보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이제는 정말 도준 씨가 없으면 안 되겠네.’……강원은 두 사람이 묵었던 마을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지난 번에 묵었던 별장에 묵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더 추가되었다.그 중 한 명은 예전에 만난 적 있던 장욱이었고 다른 산 사람은 정장 차림에 반질반질 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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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지난 일은 없었던 일로 하다

‘주림 선배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상대가 계속 주림 선배를 괴롭히는 거지?’아마 이 모든 건 그 전화를 해봐야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전화 번호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권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고분고분 대답했다.“알았어요.”그때 민도준이 하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하윤의 입술을 문질렀다.“알면 됐어. 내일 내가 가면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어디 다른데로 새지 말고.”“간다고요? 어디 가요?”도준은 창백한 하윤의 입술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문지르고 나서야 만족한 듯 손을 뗐다.“우리 겁쟁이가 저질러 놓은 일을 처리해야지.”그제야 하윤은 도준이 말하는 게 해원 쪽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도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안 돼요. 공아름이 말했잖아요. 지금 도준 씨도 도주범이라고. 도준 씨가 돌아가면 위험해요!”“위험하다고? 오히려 재밌네.”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그 곳은 해원이에요!”아무리 강한 사람도 지방 조무래기를 당하지는 못하는데, 도준이 경성에서 얼마나 강할지 몰라도 해원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도준은 하윤이 자기를 걱정하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하윤을 끌어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됐어. 이렇게 쓸데없는 일 생각할 시간에 제대로 된 걸 생각하는 게 어때?”도준은 저를 밀어내려고 애쓰는 하윤의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살짝 깨물더니 말을 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해원에 가 있는 며칠 동안 하고 싶으면 어떡할지라던가…….”“좀 진지해져 봐요!”하윤은 도준의 어깨를 꽉 잡아 도준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거리를 두고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도준은 그런 하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고개를 소파에 기댄 채 날카로운 턱선과 볼록한 목젖을 훤히 드러냈다. 단단한 뼈가 살갗위로 뻗어 나올 것처럼 선명한 라인은 사람을 매료시켜 하윤은 저도 모르게 멍 때렸다.“진지하라며? 왜 멍 때리고 있어?”도준의 농담은 마치 하윤을 공제하는 듯했다. 하윤은 그런 도준의 말에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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