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801 - Chapter 810

1604 Chapters

제801화 거리는 멀지만 마음은 가까이 있다

민도준은 약 2 초간 침묵하다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왜? 공씨 저택에 한번 들어가더니 느끼는 점이 많나 보네?”하윤은 도준과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제가 참 사람 귀찮게 하고 재수 없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돼서요.”자기 앞에서 머리를 굴리던 하윤이 밖에서 고생을 겪고 나서 오히려 고분고분해지자 도준의 눈에서 약간의 만족감이 새어 나왔다.이에 도준은 소파에 기대 하윤의 요구대로 인테리어 한 집안을 빙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됐어.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하윤 씨랑 같이 있는 거니까. 그리고 미리 말해 두는데 이미 나한테 화를 입혔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해. 다른 마음 품었다간, 알지?”물론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 한방에 하윤의 마음 속에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누가 딴 생각했다고 그래요? 저는 한평생 도준 씨 하나뿐인데.”이윽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하윤은 또다시 자기 속마음을 슬그머니 내비쳤다.“그럼, 너그러운 도준 씨가 저 좀 용서해 주면 안 돼요? 앞으로 저 무시하지 마요.”도준의 눈에는 순간 흥미가 더해졌다.‘정말 잘해 주기만 하면 기어오른다니까.’“용서하기엔 일러, 하는 거 봐서 결정할게.”“좋아요. 제가 제대로 보여 줄게요…….”한창 말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보니 핸드폰 베터리가 20퍼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는 알람이었다.“아, 통화는 이만 해요. 저 핸드폰 배터리 다 나갔어요. 여기서 나가면 다시 연락할 게요.”다급하게 전화를 끈 하윤은 헐레벌떡 핸드폰을 저전력 모드로 설정해 두었다.그날 새벽 12시.분명 아까도 불안했지만 도준과 예기를 나눠서 그런지 편안해지면서 잠이 솔솔 몰려왔다.이에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창 밖의 어둠은 마치 정체된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그러던 그때, 하윤의 고개가 갑자기 아래로 푹 떨어지더니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내가 어쩌다 잠들었지?’바로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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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공씨 저택에서 도망치다

권하윤에게 남은 고민의 시간은 많지 않았다.이에 하윤은 이를 악물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어. 왕복하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한번 질러봐야겠어.’결심이 선 하윤은 허리를 숙이고 어둠 속에 숨어 발소리를 죽인 채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그랬더니 방금 봤던 인영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하지만 인영이 사라지자 눈앞에 보일 때보다 더 두려웠다.돌길 끝에는 아치형 문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바람구멍이다.그래서인지 그 곳에 가까워질수록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불어 들기 시작했다.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또 한편으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하윤은 어느 때보다 더 긴장했다. 심지어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 그림자를 보고도 흠칫 놀랐다.뜨거운 땀방울이 차가운 밤 바람 때문에 식어버린 채 등에 들러붙자 하윤은 몸이 오싹해 나 시작했다.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은 크지 않은 방이었는데 고은지 말로는 이 방은 오랫동안 버려져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에 잠시 숨어 있어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하윤이 문 쪽으로 걸어 가자마자 돌길에 갑자기 인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하윤은 얼른 문을 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잠겨 있었으니까.아까 흘렸던 땀이 겨우 반쯤 마를까 했는데 또다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런데 하윤이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세 명의 하인이 이미 돌길을 걸어오고 있었다.세 사람이 조금만 앞으로 걸어와도 하윤을 발견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진정하려고 애썼다.그러면서 소리 없이 방 옆쪽으로 돌아 가 벽 뒤에 몸을 숨겼다.하지만 이건 그저 잠시뿐인 안정이었다. 세 사람이 여기까지 걸어오면 발각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때문에 하윤은 세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들이 자기 앞에 도착할 무렵 슬그머니 방문 뒤에 몸을 숨겨 세 사람의 시선을 피해 다른 쪽에 몸을 숨겼다.세 사람이 가까이에 다가오자 하윤은 심지어 그들이 손에 들고 온 과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조금씩 코를 자극하는 냄새에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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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수수께끼 같은 여자

잇따른 계획은 순조로웠다. 고은지는 권하윤을 데리고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공은채 씨 생일이면 새명 12시부터 5시 사이 장의사를 불러 제사상을 준비하거든요. 이 사람들은 모두 제가 밖에서 모셔온 분들이니 이따가 이분들 나가실 때 같이 나가요.”5시까지 2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하윤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일행을 바라보며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어쩐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그런데 은지 씨가 저 풀어주면 벌받지 않나요?”“아주 비참할 거예요.”“!”고은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하윤의 표정을 보자 도준이 왜 하윤을 놀리기 좋아하는 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확실히 재밌으니까.하윤의 얼굴에 자괴감이 더해지자 고은지는 처음으로 긴 말을 늘어놓았다.“마침 공태준 씨랑 함께 벌받을 수 있어서 괜찮아요. 공태준 씨가 하고 싶었던 일을 대신해줬으니 저한테 고마워할 테고. 제가 공태준 씨랑 결혼할 수 있을지는 윤이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그 혼인 관계를 2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는 저한테 달렸잖아요.”그 말을 들은 하윤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그래요, 그럼 조심해요.”고은지가 떠나기 전 하윤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끝내 물었다.“공태준이 정말 벌을 받나요? 공씨 가문 가주잖아요.”고은지는 고개를 들어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보며 조소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가주가 뭐라고. 공씨 가문이라는 새장 속에서 누구도 사람 답게 살 수 없어요.”“…….”고은지가 떠나는 걸 눈으로 배웅하던 하윤은 점점 어둠 속에 사라지는 고은지의 모습이 더움에 삼켜지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참 수수께끼 같은 여자야…….’“이봐요, 저희 갈 시간이에요.”정신을 차리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길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눈 덕에 하윤은 리더를 다들 매화 언니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제사에 신경을 쓰는 집안이라면 보통 제사 당일 혹은 정월 대보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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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예의 있게 사람 약 올리다

지척에 있는 대문을 보자 권하윤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눈에 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만 해도 4명인 데다 방 안에서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까지 포함하면 하윤이 혼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하윤이 한창 고심하고 있을 때 한참 동안 조용하던 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하루 종일 사라졌던 던이었다.[던: 실례합니다만 혹시 살아 있나요?]하윤은 화가 나다 못해 눈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살아 있냐고?’‘살아있어도 당신 때문에 화병 나 죽겠어!’하윤은 잔뜩 화가 난 채로 액정을 힘껏 두드렸다.[살아 있어요! 그런데 곧 죽게 생겼네요.][던: 제 목숨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무얼 도와줄 수 있을까요?]하윤은 필요 없다고 확 질러버릴까 하다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대문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이대로 기다리는 건 방법이 아니야. 밖에 나가서 던 씨 도움을 받는 게 더 희망 있어.’그때 하윤의 눈이 종이돈과 촛불을 넣은 상자에 멈춰 서더니 갑자기 대담한 수가 떠올랐다.5시 반.아침 교대 경비원이 방에 들어가 교대하는 사이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불이야! 불이야!”경비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 쌍의 남녀가 불 난 상자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불을 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피하기 마련이다.때문에 경비원은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질렀다.“거기 두 사람! 어디 가는 겁니까?”그때 하윤이 높은 목소리로 소리쳤다.“그거 당장 밖에 버려요. 안에 종이라서 불길이 집에까지 번지면 큰일 나요.”그 말을 듣자 경비원은 더 이상 두 사람을 막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화재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들 모두 끝이니까.“버리고 당장 돌아오세요!”대문을 나선 하윤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흰색 차 한 대가 문에 가로 막힌 채 약 100미터 정도 되는 곳에 세워 있었다.이에 하윤은 상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빛을 보내더니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앗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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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너무 멋져요

기사 아저씨의 운전 솜씨 덕에 차 두 대는 이미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공씨 집안 경비원들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남은 차 두 대는 하윤이 탄 차를 바싹 뒤따라 따돌리기 쉽지 않았다.하윤은 차창을 통해 뒤를 확인할수록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그러던 그때, 뒤따르던 차가 속도를 살짝 줄여 거리를 두는가 싶더니 이내 쏜살같이 달려왔다.상대가 무얼 하려는 지 눈치챈 하윤은 놀란 듯 소리쳤다.“조심해요!”기사 아저씨도 눈치챈 듯했으나 이미 늦었다.속도가 너무 빠른 상태라 이대로 부딪히면 차가 뒤집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하윤을 잡아가야 한다는 게 바로 경비원들의 목적이었다.하윤은 그저 한 장의 카드에 불과하기에 죽지만 않으면 그 효력은 여전하니까.너무 빠른 속도 때문에 엔진에서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차가 부딪히려는 순간, 하윤은 손잡이를 꼭 잡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하지만 예상했던 무중력 감은 느껴지지 않았다.“쾅!”이윽고 굉음이 울렸다.하윤은 커다란 소리에 흠칫 놀랐고 기사 아저씨도 놀라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어리둥절해서 눈을 천천히 뜬 하윤은 십자가에서 하윤이 탄 차를 들이 받으려 하던 차가 처참한 상태로 뒤집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그 옆에는 이미 폐차 수순을 밟아야 할 낯선 지프가 서 있었다.‘저건…….’시선 속에 들어온 지프차의 변형된 차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더니 안에서 잔뜩 눈살을 찌푸린 남자가 언짢은 듯 손부채질 하면서 안에서 걸어 나왔다.이윽고 남자는 완전히 뒤집어진 차에서 애써 기어 나오는 경비원 옆으로 걸어가더니 경비원의 손을 그대로 밟아 버렸다.“아!”비명 소리와 함께 경비원의 머리채가 잡힌 채 목이 뒤로 꺾였다.두피가 찢겨 나갈 듯한 고통에 남자는 반강제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다음 순간 잔인하게 웃는 악마 같은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뒤를 쫓으려면 쫓기만 하면 될 것이지 목숨 갖고 장난쳐?”경비원이 대답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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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죽고 싶어 환장했어?

따져 묻는 공아름을 민도준은 가볍게 무시한 채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반쯤 끌어안은 권하윤을 데리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내 차는 망가져서 못 써. 하윤 씨 차 타자.”도준의 말에 하윤은 슬쩍 공아름의 표정을 살폈다. 그랬더니 독을 품은 듯한 한 서린 눈은 마치 하윤을 갈기갈기 찢을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놀란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준이 하윤의 턱을 잡은 채 고개를 돌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어디를 함부로 봐? 밤에 악몽이라도 꾸면 어쩌려고?”안 그래도 하윤은 공아름의 얼굴을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는데 목 뒤에서 자꾸만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더 볼 수 없었다.도준에게 의해 차 안으로 들어가기 바쁘게 뒤에서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어디 가려고 그래요?”공아름은 차에 오르려는 도준의 손을 잡아 끌었고 도준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 그 손을 뿌리쳤다.“죽고 싶어 환장했어?”공아름은 도준이 자기를 뿌리쳤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처럼 도준을 빤히 바라봤다.“저는 도준 씨 도와주려고 온 거예요. 그런데 왜 저랑 말도 안 섞어요?”공아름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우리 집안 사람들이 도준 씨 노리고 있는데 지금 해원 오면 위험해서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라고요.”차 안에서 그걸 듣는 하윤의 가슴은 쪼그라들었다.도준처럼 눈에 띄는 사람이 모든 사람이 노리고 있는 지금 해원에 왔다는 건 살아있는 표적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한 순간이라도 이 곳에 더 있는다면 위험이 그만큼 더 커진다.차창 밖.도준은 공아름의 말에 상냥한 입꼬리를 올리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나를 도와주겠다고?”공아름은 고개를 들며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맞아요.”공씨 가문에서 태어난 공아름은 해원에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다고 자부하기에 이 순간 도준의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적어도 사사건건 도준 씨의 발을 잡는 저 천한 X 보다야 내가 100배 낫지.’“도와주겠다라…….”도준은 부러 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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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서로가 원하다

권하윤은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내질러 버리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전에도 할 말 안 할 말 안 가려서 사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겨우 다시 나아지려고 하는데 또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잘못을 인지한 하윤은 도준이 말하기도 전에 바로 사과했다.“죄송해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하윤은 애써 자기 잘못을 돌이키려고 했지만 말을 내뱉는 순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도준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먹처럼 검은 눈동자로 하윤을 바라봤다.“그런 뜻이 아니면? 아주 잘만 말하네. 방금 뭐라고 그랬어? 죽든 살든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 간단하네. 기사님, 차 세워주세요.”기사 아저씨는 도준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카리스마 있는 명령구에 대뇌가 저절로 반응하여 브레이크를 밟아버렸다.도준이 진짜로 떠나려 하자 하윤은 당황한 듯 도준의 팔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가지 말아요. 일부러 그런 말 한 거 아니에요. 저도…… 그냥 놀라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요. 도준 씨가 밤을 새우며 저 구하러 와줬는데 제가…….”‘표적이 될 줄 알면서 나 구해주겠다고 온 사람한테 내가 뭐라고 한 거야? 도준 씨가 왔으니 이제 공씨 집안 사람들은 나를 더 잡지 못해 안달일 텐데…….’미안함이 몰려오자 하윤은 다급히 횡설수설 설명했다.“도준 씨가 저 생각하는 거 알아요. 저 그런 말 하면 안 됐어요.”도준은 팔을 잡아당겨 빼려고 했지만 하윤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도준에게 꼭 붙어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기사 아저씨한테 도움을 청하기까지 했다.“아저씨 빠리 운전해 주세요. 이 사람 도망가지 못하게.”기사 아저씨는 백미러로 뒤쪽 상황을 슬쩍 살펴봤다. 키와 덩치 여자의 두배 가까이 되는 남자가 여자의 팔에 꼭 붙들린 채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본 기사 아저씨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거 처자가 저 총각 붙잡아 두는 거 맞아? 그 반대 아니고?’‘게다가 가려면 그 작은 체구로 막지 못할 것 같은데.’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서로 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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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잠깐의 이별이 신혼보다 낫다

며칠 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나서인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더욱 끈적했다.기사 아저씨는 눈치껏 차를 호텔로 돌렸고 하윤은 차에서 내려서부터 도준에게 안긴 채 한시도 발을 바닥에 붙이지 않았다.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호텔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엘리베이터 거울에 진득하게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반사되었고 위로 올라가는 작은 공간이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가두었다.“쾅.”도준은 호텔 방문을 열기 바쁘게 하윤을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문에 밀쳐진 하윤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발견하자 마자 애써 정신을 되찾았다.“잠. 잠깐만요. 샤…… 샤워…….”도준은 하윤의 가슴에 찰싹 붙은 채 나지막하게 웃었고 미세하게 전해지는 떨림이 하윤의 심장을 매혹했다.“난 하윤 씨 더럽다고 생각 안 하는데.”하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맥없이 도준의 가슴을 내리쳤다.“제가 싫어요. 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이 땅에서 붕 뜨더니 코알라 자세로 도준에게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하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뭐 하는 거예요?”“더러운 거 싫다며? 샤워하는 거 지켜봐야 하지 않겠어? 내가 밑지는 기분이지만 보게는 해줄게.”“…….”욕실 속에서 물소리가 낮은 신음과 밭은 숨소리에 뒤덮이는가 싶더니 짙은 물안개가 욕실 안을 뒤덮었다.하룻밤의 스릴 넘치는 탈출의 긴장함은 이 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반나절이 지난 뒤.오후 2시, 따뜻한 햇빛이 바닥에 떨어져 대에 닿을 락 말 락 했다.이불 밑에서 하윤은 베개 위에 얼굴을 파묻은 채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욕실에서 나온 뒤 도준은 마치 정신이 맑아진 것처럼 손을 들어 하윤의 어깨를 꾹 눌렀다.“일어나, 밥 먹자.”한바탕 전쟁 같은 정사를 치르고 나자 하윤은 말투마저 변했다.“바닥 내려갈 힘 없어요, 안 먹을래요.”도준은 손가락으로 하윤의 얼굴을 살짝 튕겼다.“왜? 잠 자고 나니까 이제 또 심술이 도졌어?”이에 하윤이 화가 난 듯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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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보고싶어?

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곧바로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그래, 아까 어디까지 말했더라? 나 보고 싶었다고 했지? 그냥 생각만 했어? 나 생각하면서 혼자 뭐 한 거 없어?”하윤은 약 2초 간 멍해 있다가 그제야 도준의 뜻을 이해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제가 말한 보고 싶다는 순…… 순수한 뜻이었다고요!”“그래?”도준은 말꼬리를 길게 끌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하윤의 귀에 대고 입이 닿을 락 말 락하게 말했다.심지어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난 또 혼자 외로움이라도 달랬나 생각했지.”하윤은 귀가 간지러워 도준의 괴롭힘을 살짝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그러는 도준 씨는요? 저 안 보고 싶었어요?”“보고 싶었지.”가벼운 대답에 하윤의 입꼬리는 날아갈 것처럼 올라갔다.“하지만 내가 생각한 건 순수한 게 아니야. 예를 들면 하윤 씨가 내 아래에서…….”야릇한 말에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하윤은 손을 들어 도준의 입을 막았다.“그만 말해요.”하지만 도준은 하윤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을 이었다.“하윤 씨가 물어본 거면서 이제는 듣기 싫어? 자기야, 사람이 이렇게 쉽게 변하면 어떡해?”하윤은 귀를 막으며 버럭 소리쳤다.“저 배고파요. 밥 먹을래요.”호텔에서 묵는 건 역시 편리했다. 전화 한 통에 바로 음식이 배달되니 말이다.종업원은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바로 자리를 떴다.음식의 향긋한 냄새에 거의 등에 붙을 지경인 하윤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하지만 하윤은 도준을 먼저 챙겨야 했다.“도준 씨 먹어 봐요. 여기 군만두가 특히 맛있어요.”도준은 배고파 하는 하윤의 모습에 음식 하나를 집어 하윤의 접시에 담아 주었다.“자, 먹어. 침이 그릇에 떨어지겠어.”확실히 오랫동안 굶어 배가 고팠던 하윤은 너무 급하게 먹은 탓에 이내 배가 불렀다.이윽고 하윤은 도준에게 국을 담아 주며 음식을 권하기 시작했다.“도준 씨, 이거 한번 먹어 봐요. 제가 어릴 때부터 먹던 거예요.”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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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양다리를 걸치다

잔득 찔린 듯한 권하윤의 표정에서 민도준은 이미 답을 알아차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역시 조금도 발전이 없어.’‘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홀리는 얼굴로 이토록 양심 없는 짓만 골라 하지?’도준이 밀어내자 하윤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고 멍한 표정으로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바라봤다.한참 차이 나는 키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가 한층 더 멀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형의 압박감이 하윤의 모든 행동을 제약했다.“도준 씨…….”“옷 갈아 입어.”하윤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갈아 입을 게요.”그러다가 뒤늦게야 뭔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다시 들었다.“우리 어디 나가요?”도준은 하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그 사이 하윤은 옷을 갈아 입으며 문밖의 동태를 살피더니 최단 시간 내로 대충하고 밖에 나왔다. 그러고는 도준이 아직 가지 않은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기 목소리로 말했다.“저 옷 다 갈아 입었어요.”도준은 담배를 눌러 끄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하윤은 그런 그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거의 달리다시피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한민혁이 어느새 새로운 지프차를 밖에 준비해 두었다.도준이 차 옆에 도착하자 하윤은 은근슬쩍 문을 열어 주었다.“도준 씨, 머리 조심해요.”도준이 와서 그런지 하윤은 여느 때보다 더 예쁘게 화장한 모양이다.립스틱 색은 하윤의 새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민트 색 치마는 하윤의 잘록한 허리를 더 가늘게 잡아 주었으며 급히 터널을 돈 차 때문에 치마가 옆으로 비뚤어지며 아름다운 라인을 그대로 드러냈다.하윤은 최선을 다 해 도준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도준이 운전석에 앉자마자 조수석에 올라탔다.하지만 차에 올라타려고 하던 그때, 손목이 덥석 잡혔다.“저는 그저 안전 벨트를 매주려고 한 것뿐이에요.”팔목에서 느껴지는 힘에 팔이 으스러지는 건 아닌가 생각하던 그때,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윤은 어안이 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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