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791 - Chapter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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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배후

곧바로 권하윤의 생각은 증명되었다.공씨 저택이 시야에 보이자 하윤은 자기의 생각이 맞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의 돌멩이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그래도 공씨 가문이라서 다행이야.’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 차를 세워 두고 묵묵히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공태준의 개인 저택도 사람의 손에 정교하게 꾸며져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공씨 본가 저택은 더욱 놀라웠다.고층 건물이 즐비한 해원에 이토록 조용한 곳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공씨 본가 저택은 사실 옛 황족의 저택이기에 벽은 지금 자주 사용하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대신 거의 도자기처럼 정교하게 지어졌다. 때문에 면적이 너무 크지 않아도 그 값어치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이기에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다.그 노인은 차에서 내린 뒤 정문 옆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심지어 문 앞 경호원은 아무런 검문도 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번거로운 규칙이 가득한 공씨 가문에서 이렇게 저택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공씨 가문 사람뿐이다.하윤은 점점 닫혀 가는 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니까 엄석규를 포함한 사람들이 공씨 집안 사람의 사주를 받았다는 거네?’그 사주를 내린 사람일 가능성이 제일 많은 사람은 바로 공채령의 아버지 공천하다.‘만약 아빠가 정말 공채령과 그런 사이라면…….’‘공채령을 그토록 통제하던 공천하가 아빠를 망가트리는 것도 말이 돼.’하윤의 눈에는 막연함이 차올랐다.‘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일이라고?’분명 명확해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하윤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정말 이렇게 간단하다면 도준 씨가 왜 계속 답을 알려주지 않았을까?’‘내가 아빠의 죽음에 관해 물었을 때 어느 정도 자기와 상관이 있다는 답은 또 뭐였고?’‘공태준이 나를 보여준 사진 속에 왜 도준 씨가 그것도 아빠가 투신하기 전 건물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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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다

차 문이 열리자 케빈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제 직책은 사모님을 보호하는 겁니다. 제 생사를 상관하지 마세요.”권하윤은 케빈의 말을 무시한 채 차에서 내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진정을 되찾았다.“괜찮아요. 마침 공씨 집안의 어떤 분이 보자고 하는지 궁금했으니까.”낚시를 하면 하는 사람이 미끼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도 낚싯줄을 타고 낚시꾼을 찾을 수 있으니까.탓하려면 대어를 낚겠다고 행적을 노출한 하윤 본인을 탓해야 한다.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윤은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이제 겨우 진실에 가까워졌는데 포기할 수 없어.’그때 맨 앞에 선 경호원이 하윤을 향해 손짓했다.“이시윤 씨, 들어가시죠.”하윤은 케빈을 바라봤다.“케빈 씨는 이만 가보세요.”케빈은 다리에 난 상처를 힐끗 보고는 따라가면 짐만 된다는 판단 하에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하윤은 그래도 던에게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는데,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다시 주위를 살펴보니 던은 이미 7,8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하윤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도망 한번 빨리 치네.’그렇게 하윤은 공씨 집안 경호원들의 감시하에 공씨 저택에 발을 들였다.경호원들을 따라 들어간 건 여전히 옆문이었다.문턱을 넘어서니 맞은편에 벽이 막혀 있어 시선마저 차단되었다.하지만 하윤이 벽면에 새겨진 무늬를 찬찬히 확인하기도 전에 등 뒤의 문이 닫혀 버렸다.그와 동시에 길가에서 들리던 인기척 소리도 문밖으로 차단되어 하윤은 왠지 조금 불안해졌다.벽을 지나자 초목이 우거진 정원에 도착하자, 커다란 나무가 정원에 세워져 있는 석상에 드리우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주홍색으로 칠한 기둥을 지나자 어느새 정원의 끝이 눈에 들어왔다.분명 울긋불긋한 꽃과 버드나무가 가득하고 호수가 놓인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곳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곳곳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그 원인은 바로 곳곳에 숨어 있는 저택 하인들 때문이었다.그들은 모두 어깨를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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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하윤을 위해

공천하는 덤덤하게 자기를 자극하는 권하윤을 바라봤다.“결백? 네 아비가 결백하다면 왜 자기 스스로 해명하지 않았을까?”그날 천지를 뒤덮을 듯 들려왔던 부정적인 기사들을 다시 떠올리자 하윤은 다시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학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아버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던 그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주림 선배가 나서서 아버지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기억을 뒤로한 채 애써 현실로 돌아온 하윤은 공천하를 바라봤다.“우리 아버지를 고발했던 학생들은 이미 사람의 사주를 받았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 사주한 사람이 바로 공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도 확인했고요. 이런 말을 하는 건 남의 이목을 현혹하려는 목적인가요, 아니면 자기가 한 짓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발뺌하는 것인가요?”몇 초간 침묵이 흐르더니 공천하는 그제야 몸을 돌려 처음으로 하윤을 정면으로 바라봤다.공천하는 이제 더 이상 공씨 집안 가주가 아니지만 타고난 카리스마는 사람을 강하게 압박했다. 심지어 예의 바르고 고귀한 분위기 속에 남보다 뛰어나다는 자신감이 내재되어 있었다.“네 아비처럼 하등한 인간한테 내가 그렇게 시간 낭비하며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사람을 버러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듯한 한마디는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하지만 하윤은 이를 꽉 악문 채 화를 눌러 참았다. ‘화내면 안 돼. 화를 내면 공천하한테 말리는 거야.’하윤은 심호흡을 하더니 오히려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건 모르죠. 만약 하등한 인간이 고귀한 인간이 꿈에 그리던 걸 가지고 있었다면 시간과 공을 들여 상대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싸늘한 눈빛이 하윤을 쏘아봤지만 하윤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여기까지 온 이상 하윤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그때 하윤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공천하가 시선을 거두더니 이내 재스민을 바라봤다.“어쩐지 태준이가 가주 자리도 포기하고 너를 지키려 들더니,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군.”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공천하는 손을 들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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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이제 화 풀었어요?

권하윤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공태준은 지금 어때요?”공천하는 어울리지 않는 꽃을 뽑아버리고는 만족스러워하며 테이블에 놓인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여기 있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돼 있어.”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언제 여기 있겠다고 했죠?”공천하는 하윤에게 답을 하지도 않고 무시한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하윤도 따라나서려 했지만 문 앞에서 하인들이 막고 있어 나갈 수 없었다.끝까지 유지하고 있던 침착함마저 사라진 하윤은 공천하의 뒤에 대고 악에 받쳐 물었다.“당신이 우리 아버지 죽였어? 공은채는 우리 아버지와 무슨 사이지?”공천하는 하윤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하윤의 모든 질문은 마치 모래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뜨거운 태양에 증발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힘이 빠진 하윤은 정원에 놓인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공천하와의 대화를 다시 되새겨 봤다.지금의 모든 게 아버지와 공은채 사이에 뭔가 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어떻게. 아빠가 어떻게 그런 일을…….’그때, 하윤은 갑자기 아버지를 위해 결백을 증명해 주려 하던 주림이 생각났다.‘주림 선배가 아빠를 도운 건 선생님에 대한 신뢰였을까? 아니면 뭔가를 알고 있었던 걸까?’하윤은 주림의 소식을 김종서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김종서가 이익을 탐하는 성격이지만 인맥이 넓고 소식이 빨라 아마 며칠 뒤면 소식을 접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게다가 아버지의 시체를 수습한 병원과 경찰서도 이미 조사중이고.하윤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공씨 저택에 갇혀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다행인 건 핸드폰을 빼앗기지 않아 하윤은 먼저 케빈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던의 핸드폰도 마찬가지였고.‘어떻게 된 일이지?’소식을 접할 길 없자 하윤은 점점 불안해졌다.‘먼저 떠난 건가? 설마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니겠지?’이렇게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에 하윤은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끝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도준의 번호를 눌렀다.도준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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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짜증 내기도 귀찮아

“꿈 꾸는 거야?”민도준의 코웃음 섞인 말투는 권하윤의 환상을 깨버렸다. 이에 하윤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렇다고 도준에게 화를 낼 수 없어 울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조금이라도 풀렸어요?”“화가 풀렸냐고? 하윤 씨가 외국놈이랑 시시덕거리는 걸 보고 화를 풀까? 아니면 죽상이 된 꼴을 봐서 화를 풀까?”하윤은 도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외국놈? 크흠…….’“설마 던 씨 말하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어찌나 깔끔 떠는지 손에서 땀이 나 바지에 닦았다고 소독해주고 불쾌함을 내비치는 인간이랑 제가 뭐가 있을 리가 있겠어요?”도준은 하윤의 말에 비추어 잠깐 생각한 끝에 어찌된 영문인지 단번에 파악했다.‘한민혁 이 등신 같은 게, 말을 전하려면 제대로 전했어야지.’하윤의 말에 도준은 손에서 주물러 이미 납작해진 담배를 던져버리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음? 아쉬워하는 말투네. 뭐 던이 마음에 들어 하면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나 봐?”자기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하윤은 이내 말투를 한껏 누그러트리고 충심을 표했다.“그럴 리가요. 제 마음 속에는 도준 씨뿐이에요. 도준 씨가 매일 저 무시해서 속상한데 다른 생각할 겨를이 있겠어요? 매일 보내는 문자에 답도 하지 않고. 저 잊은 건 아니죠? 왜 계속 무시해요?”“내 탓이다?”도준이 콧방귀를 뀌자 하윤은 제 발 저려 얼른 대답했다.“아니요. 제 탓이죠.”이윽고 도준의 태도가 약간 느슨해진 걸 발견하고는 은근슬쩍 말했.“도준 씨, 혹시 저 걱정돼서 전화했어요?”하윤이 은근히 내비치는 즐거움을 도준이 모를 리는 없었다.하윤이 제일 잘하는 게 은근히 기어오른다는 걸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조금만 잘해주면 더한 것을 요구해 아주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타려 한다는 걸.한편 대답을 듣지 못한 하윤은 또다시 풀이 죽었다.“공씨 가문에서도 안 놔주고 도준 씨도 저 무시하는데 그냥 이대로 죽기를 기다리죠 뭐.”도준은 하윤을 가볍게 무시하려고 했지만 하윤은 제멋에 연기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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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인질

한민혁의 목소리는 약간 낮게 들렸다.“하윤 씨, 기다리느라 힘들었죠? 제가 오늘 내로 모시고 여기서 나갈게요.”“아니요, 급할 거 없어요!”권하윤은 한민혁이 민도준을 대신해 불평등한 계약조건에 동의했을까 봐 다급히 막았다.“저 지금 안전하니까 아직은 상의하지 말아요.”“어…….”한민혁은 공씨 가문 왕 사모님인 공미란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전화를 막고 낮게 소곤거렸다.“그런데 저 이미 협상 끝났는데요.”하윤은 이내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민혁 씨, 내 말 들어요. 도준 씨가 민혁 씨더러 저를 공씨 집안에서 구해내라고 말한 거 알아요. 그런데 하루만 기다려줄 수 있어요? 내일도 나가지 못하면 그때 다시 데리러 와요.”“그건…….”하윤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민혁 씨도 도준 씨 생각해야 하잖아요. 만약 공씨 집안에서 받을 것만 홀랑 빼먹고 저 안 풀어주면 어떻게 할래요? 제가 직접 시도해 보는 게 좋아요.”민혁은 눈앞에 앉아 있는 공미란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능청스럽게 연기했다.“신호가 안 좋은데, 뭐라고 하셨나요?”그러면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여보세요? 저 나왔는데 들려요?”“지금은요?”“뭐라고요? 더 널찍한 곳으로 가달라고요?”이윽고 방 안의 사람들은 민혁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정원으로 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멍하니 지켜봤다.민혁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공미란 옆에 있던 하인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이더니 상석에 앉아 있는 공미란에게 물었다.“잡아올까요?”전등을 싫어하고 너무 밝은 것도 싫어하는 공미란 때문에 촛불만 피운 방안 광선은 흐릿했다.이에 어둠 아래, 공미란의 얼굴에 나 있는 주름이 그림자가 드리워 움푹 파인 골짜기처럼 느껴졌다.“사람이 내 손에 있는 한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다.”오늘은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뿔뿔이 흩어졌다.그때 생강차 한 잔이 공미란 손 옆에 놓여 졌고, 공미란은 한 모금 살짝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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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지난 일은 퉁 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 음식을 배달해 왔다.하지만 음식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도 안 된 데다 입맛도 없는 터라 하윤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저 의기수침해서 정원에 앉아 있었다.‘이대로 도준 씨가 와서 구해 주길 기다려야 하나?’해가 지자 낮에는 울긋불긋, 푸릇푸릇하던 꽃과 나무는 그저 칙칙하게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울 뿐이었다.‘이렇게 큰 정원에 왜 가로등도 없어?’으스스한 밤바람이 불자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렸다.하윤은 발에 난 닭살을 비비며 고개를 돌려 2층짜리 집을 바라봤다가 주위를 둘러봤다.‘이 집은 참 아무리 봐도 너무 무서워.’그러던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음 순간 정원 문 앞에 그림자 하나가 움직였다.하윤은 머리가 곤두섰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설, 설마 귀신?’그림자의 끝에 흰 원피스를 입은 채 흔들림 없는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저 사람은…….’“고은지 씨?”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얼굴에 하윤은 말 못할 감정이 밀려왔다.“은지 씨가 어떻게 여기 있어요?”“공태준 씨 덕분이죠.”고은지의 대답은 군더더기 없이 간단했다.하윤은 그제야 태준이 전에 고은지더러 공은채를 대체하여 공씨 집안 둘째 아가씨가 되게 하겠다던 말이 생각났다.그때 태준은 그렇게 되면 누구도 하윤네 가족이 공은채를 해친 걸 탓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하지만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다.‘그 누가 대체 누구지?’‘고은지 씨가 지금 여기 나타난 건 무엇 때문이고?’하윤은 고은지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저는 왜 찾아왔어요?”고은지는 안을 가리키며 안에 들어가 말하자는 듯한 암시를 했다.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귀신의 집처럼 보이는데 안에 들어오니 그런 느낌이 더 심해졌다.건물 안 곳곳에 고택의 모습이 보였고 특히 붉은 벽은 마치 아래로 흐르는 피 같았다.이에 하윤은 매우 밝은 곳을 찾았다.“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예요?”고은지는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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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뜻밖의 손님과의 재회

고은지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공씨 가문에서 민 사장님의 칩을 독점하겠다고 했는데 민 사장님이 거절하지 않았어요.”권하윤은 그 말에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그럴 리가…….”‘그 칩은 단지 이익뿐만 아니라 도준 씨 부모님의 심혈이 담겨 있는 물건인데 그렇게 쉽게 내어주겠다고 하다니?’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하윤은 확신하듯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도준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 없어요.”“공씨 가문에서 민 사장님과 합작을 제안해 왔는데 하윤 씨가 공씨 저택에 갇혀 있으면 공씨 가문은 하윤 씨를 핑계로 원하는 걸 모두 뽑아낼 거예요. 조급하지 않아요?”고은지는 하윤을 빤히 쳐다봤다.“만약 하윤 씨가 동의하면 제가 하윤 씨를 도와 공씨 저택 벗어나게 해드리죠.”이번 일이 도준과 관련되자 하윤은 아까처럼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할 수 없었다.결국 하윤도 그저 이기적인 사람인 거다. 태준보다는 도준이 더 중요하니까.‘하지만 내가 공태준과 친구도 무엇도 아닌데 뭐로 거래하지?’“기한은 딱 2년이면 돼요. 공씨 가문 가주와 2년간만 부부로 지내면 돼요.”언제나 차갑고 흔들림 없던 고은지의 눈동자가 어쩌다가 정서를 내비쳤다.솔직히 말하면 고은지는 고씨 가문을 이용해 민씨 집안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될 수양딸이 된 거다. 그리고 민씨 가문을 이용해 공씨 집안의 아가씨가 된 거고.하지만 고은지는 지금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방금 공태준과 결혼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공씨 가문 가주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위로 올라가려는 목적이 뭐지?’고은지는 하윤의 의아함을 눈치챈 듯 입을 열었다.“제 개인적인 문제예요. 그 누구한테도 영향 주지 않을 거예요.”하윤은 그 말을 듣고도 완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그러면 왜 직접 공태준과 상의하지 않았어요?”그 물음에 고은지는 약 2초간 머뭇거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기쁨의 미소가 아니라 속이 텅 비어 있었다.“하윤 씨한테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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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도준 씨는 무서워해본 적 있어요?

분명 아직 몇 시간이 남았지만 고은지의 말이 끝나자 하윤은 조급해졌다.“남원호가 어디죠? 그 시간에 저택 하인들과 마주치지 않아요?”“저택 곳곳에 하인이 있어요.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요.”이윽고 고은지는 하인에게 발각됐을 때 숨을 수 있는 곳 몇 개를 가르쳐주었다.“저 4시 15분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더 늦으면 사람들에게 발각될 수 있어요.”물론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건 하윤에게 유일한 기회다.이에 하윤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그래요, 알았어요.”고은지를 보내고 나니 하윤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잠을 잘 수 없었다.하윤은 자기가 시간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강제로 전원을 꺼둔 핸드폰을 다시 켜 알람을 맞췄다.알람을 맞춘 지 얼마되지도 않아 들리는 진동음에 하윤은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윤이 갑자기 연락을 끊어서인지 도준의 말투에는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얌전히 있으라고 한 말 잊었어? 내 말 귓등으로 들은 거야?”“아니요. 저 이미 공씨 저택에서 나갈 방법 찾았어요.”하윤의 계획을 들은 도준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지금 이게 애들 장난처럼 보여? 도망칠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해?”도준의 말에도 하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고은지 씨가 이미 준비를 끝냈대요.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걱정할 거 없다고? 내가 걱정하지 않게 생겼어?”도준의 화난 말투에 하윤은 익숙한 듯 사과를 건넸다.“잘못했어요. 이번 한 번만 마음대로 하고 다음부터는 꼭 도준 씨 말 들을게요.”도준은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는 하윤의 태도에 이가 근질거렸다.‘진작부터 이럴 줄 알고 있었으면 다리라도 분질러 버리는 건데.’하윤은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 몸서리를 쳤지만 어렵게 다시 회복된 사이가 자기 때문에 다시 금이 갈까 봐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한 번만 시도해 볼 게요. 공씨 집안 사람들은 저를 인질로 삼아야 해서 발견하더라도 저한테 어떻게 못할 거예요. 게다가 도준 씨가 있는데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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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손해를 많이 보다

무섭다라…….이건 민도준과 너무 먼 단어다.도준은 태어날 때부터 무서운 게 뭔지 모르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것처럼 다른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에 오히려 짜릿함을 느껴왔다.딱 한 번만 제외하고…….그건 도준이 무서운 게 뭔지 알게 된 유일한 한번이다.그런 느낌은 너무 괴로웠다. 심지어 모두 헛수고인 걸 알면서도 바보처럼 속아 넘어 간 갔다.그걸 지금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말이다.하윤은 한참 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삐진 듯 되물었다.“왜 대답 안 해요? 에휴, 역시나, 거리를 둬야 아름다움이 생긴다는 건 다 개 소리네. 아름다움은 무슨, 소홀함만 생기네. 됐어요, 저는 혼자 있을게요.”이윽고 목소리 톤을 바꾸어 가며 불만을 호소했다.분명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도준은 하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 다는 걸 알 수 있었다.순간 수많은 감정이 전화기 너머에서 도준의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끄집어냈다.이윽고 도준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짤막한 한마디를 내뱉었다.“있어.”하윤도 사실은 그저 도준한테 장난치려던 것뿐이었는데 진짜로 있다고 하니 순간 흥미가 돋았다.“정말 있어요? 도준 씨도 무서워하는 게 있다니 신기하네요. 언제였는데요?”‘하윤 씨가 강에 빠진 날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을 때.’도준의 눈은 살짝 어두워졌다.도준이 바보처럼 결과도 보이지 않는 헛짓거리를 끊임없이 한 건 그때가 처음이다.만분의 1이라는 가능성을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인력과 물력을 총동원해서 구조 작업을 했었는데.그 결과 하윤은 어떻게 했던가?공태준과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지.‘X발, 차라리 빠져 죽으면 덜 억울하겠네.’하윤은 자기의 질문이 어느새 예전의 일을 들추어 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꼬치꼬치 캐물었다.“얼른 말해요. 어떤 일이었냐니까요? 누구랑 상관 있어요?”순간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연기가 도준의 나른한 톤을 끌어냈다.“아주 양심 없는 사람이 있어. 먹여주고 입혀줬는데 배신한 사람.”“…….”도준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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