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821 - 챕터 830

2274 챕터

제821화 겨울이를 안은 반승제

잠이 들었던 반승제는 잇따른 문자에 결국 눈을 떴다.이윽고 그는 핸드폰을 켜고 SNS를 보기 시작했다.‘겨울이가 사라졌다고?’이내 반승제의 눈앞에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예전에 성혜인은 포레스트에서 겨울이를 키우며 자주 산책을 하고는 했다.그는 즉시 일어나 심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풀어 겨울이를 찾아보게 하세요. 혜인이가 급한 것 같습니다.”아마 제원의 모든 사람들은, 반승제가 한 마리의 강아지 때문에 이렇게 긴장해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성혜인은 이미 30분 넘게 공원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성혜인은 겨울이가 개장수에게 잡혀갈까 더욱 걱정되었다. 일부 개장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주인을 잃어버린 개를 잡아서 개고기 시장에 팔러 가는 것이다.성혜인은 온몸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비를 맞아서일 뿐만 아니라 겨울이 걱정 때문이었다.겨울이는 반승우가 그녀에게 준 것이다. 때문에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녀는 얼굴에 빗물을 머금고, 길가를 계속 살펴보기 위해 재빨리 다시 자신의 차로 들어갔다.가속 페달을 밟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에게 CCTV 영상을 보냈다. 한눈에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성혜인은 그가 협력상인줄 알았다.「페니야, 이건 내가 조사해 본 CCTV야. 겨울이가 맞는지 확인 좀 해볼래?」화면에서 겨울이는 길가를 달리다가 갑자기 밧줄에 목이 묶여 회색 승합차 안으로 들어갔다.그걸 본 성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맞아, 틀림없이 겨울이야!’성혜인은 포레스트의 사람들에게 이 승합차가 가는 곳을 알아보라고 동영상을 즉시 보냈다. 1분 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포레스트의 사람인 줄 알았으나 그는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상대할 시간이 없어 핸드폰을 끊으려 했으나, 그가 하나의 주소와 함께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이리로 와.」더 말할 것도 없이 성혜인의 반승제의 뜻을 알아차렸다. 곧이어 그녀는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고 서둘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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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물거품이 된 기대

성혜인은 겨울이의 상황이 너무 급한 나머지 반승제에게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그녀는 겨울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사실 성혜인이 조금만 반승제에게 눈길을 줬다면, 이내 그의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다.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혜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반승제에 향하지 않았다.그렇게 처음 반승제가 가졌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성혜인은 발견하지 못했고, 반승제 본인도 주동적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차가 동물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곧 기절할 것 같았으나 이내 겨울이를 냉큼 안아주고 안정된 걸음걸이로 차에서 내렸다.의사는 겨울이를 건네받고 바로 응급치료를 시작했다.이때 한 직원이 반승제를 발견했다. 그의 호흡은 분명하게 흐트러졌고 목에는 붉은 발진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선생님, 혹시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으신가요?”반승제는 눈앞이 마치 산수화마냥 흔들리며 어지러웠다.그제야 성혜인은 그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서둘러 입구에 서 있는 심인우를 바라보았다.“심 비서님, 대표님을 먼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대표님한테 털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더 늦어지면 사고가 날지도 모릅니다.”“성혜인 씨는...”‘성혜인 씨는 그럼 안 가십니까?’본래 심인우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성혜인을 보니 그녀는 전혀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는 또 반승제를 힐끗 바라보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의 말투에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순간 그 어떤 감정은커녕, 온몸에 난 발진 때문에 뜨겁기만 했다.성혜인의 그런 태도에 반승제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익숙해진 듯 말이다.“성혜인, 딱 기다려.”차갑게 이 말을 남기고 난 뒤, 그는 스스로 몸을 돌렸으나 어지러움 때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심인우가 급히 다가가서 반승제를 부축했지만, 그는 오히려 밀어낼 뿐이었다.반승제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조금 전 성혜인이 입을 열 때, 심장이 어찌나 요동치던지, 그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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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반승제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예전 자신이 성혜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를 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그는 침대에 누워 SNS를 내려보다가 온시환이 그녀에게 단 댓글을 발견했다.「어쩐지 승제가 강아지를 찾으러 나간다 했더니, 혜인 씨네 강아지가 사라진 거였군요.」그 말에 반승제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싶었다.새로 고침을 했더니 온시환이 또 하나의 댓글을 단 게 보였다.「승제가 혜인 씨를 도와 찾으러 갔다면 꼭 주의해 주셔야 해요. 승제 털 알레르기 있거든요.」화가 많이 누그러들었는지 반승제는 담담하게 입꼬리를 씩 올렸다.바쁜 일을 다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어 이제야 침대에 오른 성혜인은 온시환의 두 댓글을 발견했다.반승제가 오늘 그녀를 도와준 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웠어요.」짧은 말이었지만 반승제를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했다.‘뭐, 이 정도면 됐지. 완전히 양심이 없는 건 아니네.’그는 성혜인이 공손하게 몇 마디 더 물어보리라 생각하며 핸드폰을 응시했다.예를 들어...「대표님, 몸은 어떠세요?」「아직 병원에 있어요?」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핸드폰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정말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사실 성혜인은 고맙다는 말을 보낸 다음,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반승제가 알 리 있겠는가.성혜인이 잠에서 깨니, 시간은 어느새 오전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머리가 너무나 무거운 탓에 그녀는 감기약 한 봉지를 마셨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성혜인은 하마터면 앞으로 굴러떨어질 뻔하기도 했다.유경아는 성혜인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사모님 지금 열이 나시는 것 같아요. 감기약만 먹어서는 소용이 없으니 해열제도 같이 드세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조금 늦게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장하리에게 전화하려고 하는데, 마침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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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심술

백지영은 통화를 끊은 후, 자신의 사람에게 말했다.“댓글 써주는 사람들 더 고용해, 얼른 송아현의 명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란 말이야.”“이미 사고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는 온통 욕설로 가득 차 있어요. 모두 송아현이 일진이라며 말입니다.”백지영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의 뒤에는 백씨 집안이 있다. 남자에게만 의지하는 여자를 상대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성혜인, 내가 반드시 두 달 안에 울면서 나한테 직접 사과하게 만들 거야.’백지영에게는 그럴 자신감이 있었다.그 시각.성혜인은 송아현이 때린 그 서브 여주가 백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잠시 알지 못했다. 이윽고 성혜인이 직접 송아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녀는 받지 않았다. 딱 보아도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그녀는 또 송아현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매니저는 젊은 여자였는데 전화를 받자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성혜인은 S.M의 사장이니 말이다.“사장님.”“아현 씨 지금 뭐 하고 있어요? 괜찮아요?”“언니는 지금 자고 있어요, 제가 문을 두드리고는 있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열지를 않아요.”“매니저로서 송아현 씨가 왜 그 여자분을 때렸는지는 알고 있겠죠?”“네,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원래 서브 여주이던 분을 떨어뜨리시고 낙하산으로 들어온 새 사람에게 서브 여주 역할을 주셨어요. 원래 이런 일은 먼저 저희와 상의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저희한테 고지를 한 적이 없으십니다. 그 여성분과 찍는 신 중에, 서브 여주가 아현 언니를 때리는 신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꼬박 18번이나 NG를 내는 거 있죠? 아현 언니 얼굴이 다 부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누구도 언니를 도와 말하는 분이 없었어요. 그렇게 마지막에 그 여자분이 고의로 NG를 냈을 때, 도대체 아현 언니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내 언니가 손을 휘두르더라고요.”연예계에서는 빽이 없으면 당하는 게 십상이다.하지만 성혜인은 자신의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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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성질을 죽이다

연예인은 모두 자기만의 콘셉트이 있다.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도 그들의 콘셉트에 지나지 않고 사적인 상황에서 성품이 어떠한지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해 본 사람만이 안다.송아현의 성질은 다양하여 기분파 콘셉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그럼, 스캔들을 합리화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을 자기 팬으로 만들 수 있다.한서진은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안경 뒤에 반짝이는 두 눈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그는 가볍게 웃더니 곧장 차에서 내렸다.“성 대표님, 서브 여주로 출연하려고 했던 여배우를 찾으러 가 볼게요. 어떻게든 우리와 손을 잡을 수 있게끔 설득해 보겠습니다.”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회사로 돌아오자, 포레스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혜인 씨, 백지영 양은 전에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합니다. 그때 외국에 있는 명문 예술 학교로 보증 추천되는 학생이 있었는데, 백지영 양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보증 추천 학생의 양손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자, 그 자리를 백지영 양이 대신했다고 합니다.”한눈에 봐도 꺼림직한 일이다.“그때 그 보증 추천 학생과 연락을 닿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세요.”포레스트의 적지 않은 사람은 모두 어르신이 남긴 것이고 능력도 제법 뛰어나며 충심을 다하는 편이다.전화를 끊고 성혜인은 계속 이 일을 깊숙이 파고들고 싶었지만, 반태승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된다.“할아버지.”성혜인은 반태승에게 매우 깍듯하며 반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혜인아, 저녁 먹으러 집으로 오면 안 돼? 전에 약속했었잖아. 아무리 그래도 승제하고 밥은 한 끼 먹어야지.”이혼할 때 원수처럼은 헤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하여 성혜인도 반태승의 말에 거절하기 어려웠다.“네.”“그럼, 승제더러 마중 가라고 할게.”“아니에요. 혼자 차 운전해서 가면 돼요.”“어차피 승제도 꼭 지나가는 길이라 괜찮아.”성혜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백연서에게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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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손을 살포시 잡다

성혜인은 차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앞에서 차를 몰고 있는 사람은 심인우이고 반승제는 옆에 앉아 있다.두 사람의 다리는 거의 붙어 있고 얇은 옷감을 넘어 성혜인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차 안의 불빛은 매우 어두우며 지나가는 가로등이 얼굴에 비칠 때마다 그림자가 새겨진다.이처럼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광경에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간다.차를 타서 지금까지 10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성혜인은 주구장창 핸드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반승제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서서히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그는 성혜인이 한쪽 손을 무릎에 놓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다소 짜증이 났는지 뒤로 의자를 젖히며 지그시 눈도 감았다.오른손은 휴대 전화를 꼭 잡고 있고 왼손은 무릎에 놓고 있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두 눈을 감은 모습이 조용해 보였다.반승제는 일 분 정도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어 무릎에 놓여 있는 성혜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온기에 성혜인은 온몸이 굳었고 두 눈을 번쩍 뜨니, 깊은 그의 두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심장까지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손을 빼려고 했지만, 반승제는 손에 힘을 주었다.성혜인은 애매모호하게 썸을 타거나 교제하는 사람이 아니다.두 사람은 잠자리를 한 적도 있지만, 모두 반승제의 마음에 따라 한 것이고 종래로 지금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 적이 없다.성혜인은 다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반승제는 놓아주지 않았다.아랑곳하지 않고 거듭 손을 빼려고 하자, 반승제는 깍지를 끼며 더욱 꽉 잡아버렸다.차 안의 온도도 이에 따라 올라가 성혜인은 더워지며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회사의 일로 짜증을 너무 부려서인지 어두웠다가 밝았다고 하는 그림자를 지나 반승제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했다.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반승제는 서서히 다가와 고개를 성혜인의 목에 기대었다.성혜인의 손은 그에게 잡혀 있고 목에는 그의 숨소리로 가득하며 뜨겁기 그지없다.“대표님...”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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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좋은 말만 할 수는 없을까

차가운 바람에 달아오른 얼굴이 조금 식혀지기까지 그리 힘들지 않았다.정신이 들고 나니 반승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일부러 성혜인을 괴롭히고 목적에 도달하고 나서 일 처리를 시작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조금 전에 일만 하고 있던 성혜인에게 복수하려고 그랬던 것일까?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보았다.하지만 반승제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고 정말로 급한 업무가 있어 보인다.울분이 터지지만, 고개를 떨구고 업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으나, 시선은 자꾸만 반승제의 손으로 가게 된다.성혜인은 모델보다도 예쁜 그의 손을 좋아한다.아니 더욱 정확하게 짚어 말하자면, 반승제는 온몸 구석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얼굴도 몸매도 가장 은밀한 곳도 완벽 그 자체이다.여자를 데리고 놀만한 자질은 충분하나 성혜인은 그에게 농락당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에 차는 어느새 고택 앞에 이르렀다.하인이 문을 열어 주었고 성혜인은 먼저 차에서 내렸으며 반승제는 그 뒤를 따랐다.문이 열리자마자 반태승이 지팡이를 짚고 거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할아버지.”반태승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성혜인은 문뜩 빈손으로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다.다음에 찾아뵙게 하면 선물을 준비해 오겠다고 말하려고 하던 참에, 반승제가 하인에게 트렁크에서 선물을 내리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반승제는 심지어 반태승에게 둘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할아버지, 저하고… 저희가 준비한 선물입니다.”그는 하마터면 혜인이라고 부를 뻔했다.만약 혜인이라고 뱉게 된다면 아마 성혜인의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그런 일로 창피함을 당하기 싫어 반승제는 우리라고 했다.미리 선물을 준비해 온 반승제의 모습에 다소 의외였지만, 난처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오히려 다행이었다.반태승은 고택 안으로 선물이 끊임없이 옮겨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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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화가 잔뜩 난 반승제를 알아차리지 못하다

반태승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심지어 반승제를 쫓아내고 성혜인하고만 저녁을 먹고 싶었다.그러나 가장 원하는 것은 두 사람이 화해하는 것이다.비록 두 사람을 합치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성혜인에게 약속한 적은 있지만, 반승제야말로 친손자이니 무엇보다 손자에게 가장 좋은 임자가 생기를 원한다.하여 비아냥거리며 딱 한 마디만 던지고 위층을 가리켰다.“서씨 가문 어르신이 나더러 산수화 한 폭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혜인아, 승제야, 둘이 같이 그려 봐. 저녁 식사까지 아직 2시간 정도 있으니, 같이 그리면 금방 될 거야.”성혜인은 주영훈의 제자이며, 주영훈이 가장 능한 분야도 바로 한국화이다.둘은 같이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아주 예전에 서천에 있을 때, 성혜인은 반승제가 그림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으며 심지어 자기와 이해하는 점이 같다는 것을 발견했었다.반태승이 이러는 이유도 아마 두 사람을 합치기 위해서 일 것이다.알고 있으면서도 성혜인은 거절하기 힘들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반태승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서재에 이미 준비해 두었다. 승제가 내 서재 위치를 알고 있으니 같아 가 보거라. 서재에서 그리면 되고 다 그리고 나면 사람을 불러 거두라고 하마.”반승제는 반태승의 정성에 저버리지 않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성혜인도 하는 수 없이 뒤따라 올라갔다.그녀는 반태승의 서재에 와서 본 적이 있었고 평범한 인테리어의 벽에는 거의 책으로 도배되어 있었다.중간에 테이블은 엄청나게 크며 화지가 세팅되어 있고 그 위에는 낙관도 쓰여 있었다.서씨 가문 어르신에게 줄 선물이 틀림없어 보였다.성혜인은 옆에서 필요할 물감들을 유심히 보았는데, 이번에 그릴 그림은 한국화이고 물감은 거의 다 한색 계열이다.옆에 붓걸이에는 화필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미리 준비해 둔 것이 맞다.하지만 성혜인은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저도 몰래 반승제를 바라보았는데, 마침 반승제도 성혜인을 보고 있었다.두 사람 주위의 환경은 고풍스럽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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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반승제를 상대하지 않다

전에는 성혜인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았고 조사하기도 귀찮아 그로 인해 잘못을 많이 했다.최근 들어 성혜인 사촌 오빠의 일로 두 사람 사이는 한 걸음 더 멀어졌으니, 지금 반승제를 상대하지 않는 것도 마땅하다.갑작스러운 그의 동작과 말에 성혜인은 온몸이 굳었지만, 곧장 반승제의 손을 밀었다.들고 있는 붓에 먹물이 화지에 튈까 봐 힘껏 밀지는 못했다.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은 섬세함이 생명이라 자칫 잘못하면 그림 전체를 망칠 수 있다.“반승제 씨, 심심하면 저 좀 방해하지 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든지 해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성혜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않자, 아예 신경 쓰지 않고 남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마 하인이 마실 물을 갖다 주러 왔을 것이다.성혜인은 얼른 반승제를 밀어 버렸지만, 반승제는 껌딱지처럼 다시 달라붙었다.예전부터 그녀는 반승제에게 아이다운 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집이 세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며 외부 사람에게 더없이 차갑다.“놔요.”반승제는 뒤에서 성혜인을 안고 있었는데, 아쉬워하며 손을 떼고 옆에 있는 의자로 갔다.그러고 나서 성혜인이 하인에게 소리를 냈다.“들어 오세요.”역시나 하인이 맞았고 쟁반에 차 두 잔을 들고 있다.“승제 도련님, 혜인 아가씨, 고생이 많으십니다. 회장님께서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차 두 잔이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이고 하인은 인사를 마치고 물러났다.성혜인은 손에 들고 있던 붓을 깨끗이 씻고 좀 큰 붓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반승제가 또다시 다가왔다.“도와줄게.”반승제는 이미 사용한 붓을 빼앗아 옆에 있는 맑은 물로 씻기 시작했다.성혜인도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다른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그러다가 옆에 인기척이 있는 걸 느끼게 되었는데, 곧 그림자도 시선으로 들어왔다.반승제가 다시 다른 붓으로 옆에서 돕기 시작한 것이다.다른 부분을 떠나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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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그럼, 누구 좋아해

“아니에요.”성혜인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여기서 할아버지와 이야기도 나누고 그래요.”말을 마치고 성혜인은 주저 없이 대문으로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반승제는 양복 외투를 들고 빠르게 따라갔다.성혜인은 정말로 돌아갈 때도 그와 한 차로 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대문 밖으로 나가고 보니 자기 차를 몰고 온 것이 아니기에 지금 눈앞에는 반승제의 차와 고택의 차밖에 없다.둘 다 싫다면 성혜인은 걸어서 돌아가야만 한다.이 구역에는 택시가 단 한대도 없기 때문이다.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반승제는 외투를 성혜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참이어서 밖은 좀 쌀쌀했다.“그냥 입고 있어. 바래다줄게.”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말투였다.성혜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수석에 앉았다.반승제가 직접 운전을 했는데, 엑셀을 밟자마자 전화가 울렸다.차를 몰아야 하기에 그는 발신자 번호도 체크하지 않고 스피커를 눌렀다.“여보세요.”그러자 여전히 애교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 오빠, 나 안 보고 싶어? 왜 전화 한 통이 없어? 난 오빠 보고 싶단 말이야.”처음으로 걸려 오는 전화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반승제는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리고 곁눈질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성혜인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조금 전에 걸려온 전화에 대해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반승제는 해석하느라 바빴다.“아마 스팸 전화일 거야. 모르는 사람이야.”성혜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만 하고 말았다.“네.”반승제는 양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조용하고 외지고 조용한 곳에 정차했는데, 주위에는 그들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성혜인은 순간 경계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차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뭐 하자는 거예요?”반승제는 좌석을 뒤로 당겼고 앞자리에 공간이 제법 많이 생기게 되었다.그는 단번에 성혜인을 확 끌어당겨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네? 그게 다야? 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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