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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좋은 말만 할 수는 없을까

차가운 바람에 달아오른 얼굴이 조금 식혀지기까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정신이 들고 나니 반승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일부러 성혜인을 괴롭히고 목적에 도달하고 나서 일 처리를 시작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에 일만 하고 있던 성혜인에게 복수하려고 그랬던 것일까?

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반승제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고 정말로 급한 업무가 있어 보인다.

울분이 터지지만, 고개를 떨구고 업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으나, 시선은 자꾸만 반승제의 손으로 가게 된다.

성혜인은 모델보다도 예쁜 그의 손을 좋아한다.

아니 더욱 정확하게 짚어 말하자면, 반승제는 온몸 구석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도 몸매도 가장 은밀한 곳도 완벽 그 자체이다.

여자를 데리고 놀만한 자질은 충분하나 성혜인은 그에게 농락당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에 차는 어느새 고택 앞에 이르렀다.

하인이 문을 열어 주었고 성혜인은 먼저 차에서 내렸으며 반승제는 그 뒤를 따랐다.

문이 열리자마자 반태승이 지팡이를 짚고 거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

반태승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성혜인은 문뜩 빈손으로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다음에 찾아뵙게 하면 선물을 준비해 오겠다고 말하려고 하던 참에, 반승제가 하인에게 트렁크에서 선물을 내리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승제는 심지어 반태승에게 둘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 저하고… 저희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그는 하마터면 혜인이라고 부를 뻔했다.

만약 혜인이라고 뱉게 된다면 아마 성혜인의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일로 창피함을 당하기 싫어 반승제는 우리라고 했다.

미리 선물을 준비해 온 반승제의 모습에 다소 의외였지만, 난처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오히려 다행이었다.

반태승은 고택 안으로 선물이 끊임없이 옮겨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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