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제야, 그만 마셔. 더 마시면 너 취해.”온시환은 내내 술만 마시는 반승제를 말리고 싶어 서주혁과 진세운을 바라보았다.“뭐라고 좀 해 봐. 나 혼자 말리게 하지 말고 좀 어떻게 해 봐.”서주혁은 노래를 예약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차였다는 게 무슨 심정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술이나 맘껏 마시게 놔둬. 취하고 나면 좋아질 거야.”여기에 있는 네 사람 모두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진세운은 더더욱 할 말이 없다.온시환은 일단 예쁘고 깨끗한 여자만 보면 잠자리를 했고 좋아하든 말든 개의치 않아 하며 서로 이용하는 사이에 불과하다고 간주한다.겉보기에 가장 차가워 보이는 반승제가 이토록 깊이 빠져들지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온시환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고 반승제는 연속으로 세 병이나 들이부었다.모임이 끝나고 나서 집으로 데려다주기만 하면 된다.“포레스트로 갈 거야.”반승제는 등받이에 기대어 말하면서 두 눈은 앞을 향하고 있다.“우리 신혼집이야.”온시환은 포레스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주저 없이 출발했다.포레스트에 이르렀을 때, 시간은 이미 자정 한 시가 되었다.온시환은 대문 초인종을 누르고 성혜인에게 메시지도 보냈다.「페니 씨, 승제가 많이 취했어요. 페니 씨 만나겠다며 난리를 피웠는데, 지금 포레스테 문 앞에 있어요. 여기에 두고 갈 테니, 알아서 하세요.」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온시환은 반승제를 대문 앞에 두고 가버렸다.반승제는 홀로 외로이 벽에 기대고 서 있었는데, 소식을 들은 유경아가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반승제는 이미 질펀하게 취해 있었지만, 들어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두 경호원도 태만하게 있을 수 없어 방안으로 부축했다.그리고 유경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성혜인의 방문을 두드렸다.이제 막 잠이 들었던 성혜인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무슨 일이에요?”“반 대표님이 오셨는데, 술에 취하셨어요.”성혜인은 잘못 들은 줄 알고 핸드폰을 꺼내 보았는데, 온시환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유경아에게
성혜인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자세로 계속 누우면 등에 상처는 더욱 엄중 해질 것이다.유경아는 옆에서 초조해 마지 못했다.“이제 어떡합니까?”성혜인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라 주저없이 그를 끌어당겼다.“반승제 씨, 등에 상처가 깊어요. 일단 해열제부터 좀 먹어요.”반승제의 눈앞은 안개가 낀 듯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취기에 열까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해열제를 입으로 쑤셔 놓고 다시 뱉지 못하도록 성혜인은 손가락으로 아주 깊숙이 넣었다.손가락을 빼려고 할 때, 반승제는 성혜인의 손가락을 확 물어 버렸다.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며 소리를 지르려고 하던 참에 다른 손가락까지 물었다.촉촉하고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에 얼굴까지 달아올랐다.유경아까지 옆에서 버젓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 화들짝 놀라며 반승제를 밀쳐버렸다.그리고 휴지를 뽑아 손가락에 묻은 침을 깨끗이 닦기 시작했는데, 얼굴은 솥 밑처럼 어두웠다.이때 반승제가 또다시 달라붙었다.“혜인아, 내가 싫어?”“아니요.”“정말이야?”“그럼, 내가… 거기에도 뽀뽀 해줄게.”미친 X!성혜인은 그의 입을 막아버리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유경아를 바라보았다.“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의사는 제가 기다리면 돼요.”난처하기 그지없었던 유경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어 있던 해열제를 테이블에 놓고 도망갔다.유경아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반승제가 더욱 수치스러운 말을 뱉을까 봐 두려워 그녀가 가고 나서야 성혜인은 막고 있던 입을 풀어주었다.“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해요?”성혜인은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반승제는 억울하다는 듯 자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보이고 싶어 웃었다.성혜인은 그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반승제는 소파에 기대어 퉁퉁 부은 상처를 내놓고 손가락 하나로 성혜인의 손가락을 잡은 상태로 잠에 들었다.10 분이 지나고 나서 의사가 왔고, 간단하게 상처 치료를 했다.“당분간 절대 물을 묻혀서는 안
인터뷰를 받은 여자는 곧 계정을 열었고 송아현이 리트윗한 기사를 다시 리트윗하면서 문구를 적었다.[아현이는 저를 위해서 그런 겁니다. 성격이 워낙 불같고 백지영 씨는 낙하산으로 촬영 팀에 들어오게 된 거라 아현이가 다시 찍어야 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연기를 맞추면서 아현이는 백지영 씨에게 18번이나 뺨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때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밝힌 일로 부단히 자극했는데, 친구인 아현이는 저를 위해 그만 되로 때리게 된 것입니다.]성까지 떼면서 아현이라고 부르는 데, 마치 우정이 깊은 친구처럼 보인다.하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본 적도 없다.성혜인의 말 대로 사이좋은 친구 사이로 연기를 펼치면, 송아현은 친구를 위해 나선 긍정적인 이미지로 세탁하게 된다.게다가 여자는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까지 하면서 거듭 강조했다.혼자만의 힘으로 백씨 가문과 맞서 싸우며 부모님은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해지면 지금 네티즌들이 가장 보기 좋아하는 주제가 된다.약한 자가 강한 자와 맞서 싸우는 스토리를 즐기는 현대인들이다.다들 구세주가 되고 싶어 여자의 라이브를 찾아왔는데, 너무 많은 접속에 시스템은 몇 분간 정체되었다.라이브에서 여자는 백지영을 가리키는 증거를 망설임 없이 꺼냈다.“이건 그때 백지영 씨가 매수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들이 경찰서에서 자백한 내용인데, 백씨 가문의 세력이 너무 강력해서 경찰서에서도 쉽게 손을 떼고 말았습니다. 피아노는 저의 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엔나 뮤직홀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을 갈망했습니다. 얼마 전에 백지영 씨가 그곳에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괴로웠습니다. 저의 몫이었던 부분이, 제가 누려야했던 인생이, 간절히 바랐던 끝에 보증 추천 학생으로 정해졌는데,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부잣집 따님에게 빼앗겼습니다. 충분히 돈으로도 갈 수 있었던 학교인데, 왜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백지영이 그 자리를 빼앗은 이유는 간단하다.보증
백지영의 눈 밑에는 증오의 빛이 가득했으나 백씨 가문의 상속자가 아니기에 인맥을 동원할 수 없었다.하물며 성혜인 뒤에는 반승제가 있고 만약 정말로 성혜인을 건드리게 된다면 반승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여론의 힘을 빌려 성혜인을 망하게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기가 함정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미친X!”백지영은 방안에서 성혜인을 욕하면서 북아메리카 쪽에 있는 설씨 가문의 작은 공주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전에 둘째 오빠가 제원에 계신다고 했지?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사촌 오빠 곁에 한 여자가 있는데, 여우가 따로 없어. 지금은 여론까지 이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한다니까.”설씨 가문의 작은 딸은 목소리가 더없이 귀여웠지만, 다소 귀찮아했다.“아직도 처리 못한 거야?”“미안. 워낙 악독한 여자라 어렵네.”공주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둘째 오빠한테 전화 해 놓을 게. 너한테 연락하라고 할 테니 기다려봐. 근데 우리 큰 오빠랑 결혼하려면 아직 좀 많이 모자란 거 같으니 힘 내 봐.”백지영은 수모를 당하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그러나 기억 속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을 떠오르며 심장이 호되게 뛰기 시작했다.성혜인을 망쳐 설씨 가문 작은 공주님의 마음만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 남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그렇게 헛된 꿈을 품고 있는데, 온라인은 이미 발칵 뒤집히고 백씨 가문까지 이슈에 올랐다.백지영은 곧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본래 백씨 가문에서 중시를 받지 않은 인물이고 이런 일까지 펼쳐졌으니 쓴 소리를 듣게 될 것이 분명하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 할게요. 제일 늦어서 오후쯤이면 이슈가 사라질 거예요.”“지영아, 백씨 가문까지 끌어당기지 마. 요즘 조사도 심해서 우리까지 연루되고 있어. 한동안 겸손하게 지내야 할 것이다.”“네, 알고 있어요. 곧 가라앉을 거예요.”백지영은 전화를 끊자마자 설우현을 찾아갔다.…아침 9시.성혜인은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
온라인에서 그 정도로 일을 벌이고 백씨 가문에 백지영까지 연관되어 있음에도 아무도 자기를 찾아오지 않은 것이 의심스러웠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안색이 좀 좋아진 것을 보고 추세를 더했다.“저녁에 일찍 와.”말을 마치고 그는 심인우에게 사인을 주었다.심인우는 사인을 받고 입을 열었다.“대표님도 오늘 회사로 가셔서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반기범 씨가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대표님 지분이 10%나 줄어들어 반기범 씨가 다른 사람과 연합하여 대표님을 겨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성혜인은 이 말을 듣고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지분이 10%나 줄어 들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마침내 가장 관건이 되는 포인트를 잡아 물었다.“전에 반승혜 씨 사건으로 반씨 가문 모든 사람이 페니 씨를 책망 했었습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그런 일을 당하시고 사모님도 반승혜 씨도 모두 페니 씨를 가해자로 지목 했었습니다. 반승혜 씨는 반기범 씨의 딸이라 일을 크게 벌일 지도 몰랐는데, 대표님께서 일을 무마하기 위해 BH 그룹 10% 지분을 내놓으셨습니다.”BH그룹 지분 10%?이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운 수치이다.성혜인은 순간 놀라움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들어 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심인우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그러자 심인우는 얼른 자료를 꺼내 펼쳤다.“페니 씨, 이건 우리 대표님께서 직접 사인하긴 지분 양도 문건입니다. 지분은 이미 반씨 가문 다른 인원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전에 대표님이 지니고 있던 55%의 지분은 절대적인 지배력이 있었지만, 지금 10%나 양도한 이상 반기범 씨가 다른 지분까지 끌어모은다면, 아마 BH그룹의 대표 자리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혜이은 성큼성큼 다가가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지분 양도 문건이 틀림없다.성혜인은 씩씩거리며 뒤돌아 서서 반승제를 보았다.“미쳤어요? 지분 10%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세요?”반승제는 현관에 서 있고 심인우는 이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반승제는 성혜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심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다시 한번 밀쳐내자 곧바로 풀어주었다.성혜인은 두 손으로 뒤에 있는 서랍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 자세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밀착되었고 호흡은 자연스레 더욱 가빠졌다.그녀는 경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눈이 이미 잔뜩 풀려있어 그 어떤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쾅 하고 문을 닫아서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그렇게 성혜인은 문밖에, 반승제는 문 안에 있게 되었다.성혜인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얼굴에는 아직도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있었다.차에 탄 후, 그녀는 팔에 닭살이 돋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잖이 흥분한 모양이었다.한편 방안, 반승제는 소파 앞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핸드폰에는 온시환이 어젯밤에 남긴 문자메시지가 있었다.「우선 너는 혜인 씨에게 네가 무엇을 베풀었는지 알려야 해. 멍청하게 모두 숨기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가능한 한 혜인 씨를 위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 여자는 이런 부분에서 가장 쉽게 마음이 약해지거든. 그리고 절대 보답을 바라면서 도와줘서는 안 돼. 단지 순수하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걸 혜인 씨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혜인 씨가 너의 호의와 스킨쉽에 익숙해지도록 심리적으로 순화시켜야 해.」온시환의 메시지의 중간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여자들은 감성적이야. 비록 철옹성 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혜인 씨도 분명 너한테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어. 너의 도움을 받으면 혜인 씨도 직접적으로 너를 거절할 수는 없을 거야. 승제 너는 바로 이 틈을 이용해서 가까워지면 되는 거지! 서로의 피부가 많이 닿으면 닿을수록 혜인 씨는 자연적으로 너를 의식하게 될 거야. 여자들은 남자보다 생리적으로 더욱 민감하거든. 너도 알다시피 남자들은 마지막 몇 초 동안밖에 느낄 수 없지만, 여자들은 내내 깊은 물 속에 잠긴 듯 몽롱해 있잖아.」반승제는 원래 온시환
그 순간, 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남자는 짧게 그녀를 안은 뒤 이내 신사적으로 놓아주었다.성혜인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어쩐지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무엇인가 물어보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이 누군가에게 조여진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발걸음 소리가 멀리 갔다가, 곧 다시 돌아와, 따끈따끈한 파이 하나를 그녀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손바닥에 전해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성혜인은 정신을 차렸고, 몸을 돌렸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만약 바닥에 떨어진 어묵과 손에 놓인 뜨거운 파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 착각했을지도 모른다.어묵과 파이는 그녀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다.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 두 사장은 부부 사이였기 때문에 재료도 매우 위생적이었다.성혜인은 먹지 않고 서둘러 돌아가 주변을 살펴보았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순간 자신이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는 마치 하늘에 있는 한 뭉치의 구름과 같았다. 성혜인이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쫓아다녔지만, 그 “구름”은 맹랑하게 도망가며 숨고는 했다.한번 숨으면 시간은 몇 년이고 후딱 지나갔다.사람은 늘 어렸을 때 부족함을 느꼈던 것에 대해 미련과 아쉬움을 가지며 그 안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만났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심장을 가득 메운다.심지어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얼른 찾고 싶고, 무엇을 검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그녀는 제원대를 한 바퀴 빙 다 돌아본 후, 결국 다시 어묵을 엎지른 그 장소로 돌아왔다.성혜인은 쪼그려 앉아 엎질러진 어묵을 주워 담았다.강렬한 불쾌감이 개미처럼 심장을 갉아 먹었다.곧이어 그녀는 차로 돌아와서 두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포레스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되어있었다.파이는 이미 모두 식어 차갑게 되었지만 그녀는 먹기
그 말을 들은 성혜인은 무언가에 심장에 세게 잡힌 듯 몹시 괴로웠다.이내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옷장 속의 잠옷을 꺼내려고 했다.그러나 옷장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반승제의 옷이 떡하니 걸려있었다.옷장의 반쪽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그녀의 인생에 강하게 입점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오늘 밤 많이 피곤했는지라, 성혜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반승제는 그녀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목욕을 했고, 몸에 심인우가 가져온 잠옷을 입고 있었다.욕실에 물을 틀어놓고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아서야 성혜인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욕실 밖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던 반승제는 반투명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성혜인의 자태를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이윽고 그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오늘은 혜인이가 나랑 자려나...’아쉽게도 그건 너무 멀리 생각한 것이었다. 성혜인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의 물기를 털며 그에게 당부했다.“일찍 쉬세요.”말을 마치고는 바로 손님방으로 갈 준비를 했다.누군가가 침실을 멋지게 점령한 이후로 성혜인은 이곳에서 자지 않았다.반승제는 기분이 나빠 자기 옆을 툭툭 치며 말했다.“침대가 이렇게 넓은데 손님방에는 왜 가?”그러자 성혜인이 얼굴을 찡그렸다.‘대표님 설마 농담하시는 건 아니지? 우리가 지금 무슨 사이라고 같이 한 침대에 누워 자.’성혜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장 다른 침실로 향했다.침대에 누워, 성혜인은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제원대의 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그 사람이 돌아왔어. 확실해. 그런데 그 편지는 또 뭐지?’그녀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편지를 꺼내 다시 한번 보려고 했지만, 그 상자는 안방침실에 있었다.‘하지만 그 방에서는 대표님이 지금 주무고 계시잖아, 내가 갑자기 들어가면 또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몰라...’하는 수 없이 성혜인은 확인하고픈 마음을 꼭 참고 먼저 잠이 들었다.침실 안. 반승제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