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그 정도로 일을 벌이고 백씨 가문에 백지영까지 연관되어 있음에도 아무도 자기를 찾아오지 않은 것이 의심스러웠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안색이 좀 좋아진 것을 보고 추세를 더했다.“저녁에 일찍 와.”말을 마치고 그는 심인우에게 사인을 주었다.심인우는 사인을 받고 입을 열었다.“대표님도 오늘 회사로 가셔서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반기범 씨가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대표님 지분이 10%나 줄어들어 반기범 씨가 다른 사람과 연합하여 대표님을 겨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성혜인은 이 말을 듣고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지분이 10%나 줄어 들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마침내 가장 관건이 되는 포인트를 잡아 물었다.“전에 반승혜 씨 사건으로 반씨 가문 모든 사람이 페니 씨를 책망 했었습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그런 일을 당하시고 사모님도 반승혜 씨도 모두 페니 씨를 가해자로 지목 했었습니다. 반승혜 씨는 반기범 씨의 딸이라 일을 크게 벌일 지도 몰랐는데, 대표님께서 일을 무마하기 위해 BH 그룹 10% 지분을 내놓으셨습니다.”BH그룹 지분 10%?이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운 수치이다.성혜인은 순간 놀라움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들어 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심인우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그러자 심인우는 얼른 자료를 꺼내 펼쳤다.“페니 씨, 이건 우리 대표님께서 직접 사인하긴 지분 양도 문건입니다. 지분은 이미 반씨 가문 다른 인원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전에 대표님이 지니고 있던 55%의 지분은 절대적인 지배력이 있었지만, 지금 10%나 양도한 이상 반기범 씨가 다른 지분까지 끌어모은다면, 아마 BH그룹의 대표 자리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혜이은 성큼성큼 다가가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지분 양도 문건이 틀림없다.성혜인은 씩씩거리며 뒤돌아 서서 반승제를 보았다.“미쳤어요? 지분 10%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세요?”반승제는 현관에 서 있고 심인우는 이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반승제는 성혜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심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다시 한번 밀쳐내자 곧바로 풀어주었다.성혜인은 두 손으로 뒤에 있는 서랍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 자세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밀착되었고 호흡은 자연스레 더욱 가빠졌다.그녀는 경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눈이 이미 잔뜩 풀려있어 그 어떤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쾅 하고 문을 닫아서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그렇게 성혜인은 문밖에, 반승제는 문 안에 있게 되었다.성혜인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얼굴에는 아직도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있었다.차에 탄 후, 그녀는 팔에 닭살이 돋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잖이 흥분한 모양이었다.한편 방안, 반승제는 소파 앞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핸드폰에는 온시환이 어젯밤에 남긴 문자메시지가 있었다.「우선 너는 혜인 씨에게 네가 무엇을 베풀었는지 알려야 해. 멍청하게 모두 숨기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가능한 한 혜인 씨를 위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 여자는 이런 부분에서 가장 쉽게 마음이 약해지거든. 그리고 절대 보답을 바라면서 도와줘서는 안 돼. 단지 순수하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걸 혜인 씨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혜인 씨가 너의 호의와 스킨쉽에 익숙해지도록 심리적으로 순화시켜야 해.」온시환의 메시지의 중간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여자들은 감성적이야. 비록 철옹성 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혜인 씨도 분명 너한테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어. 너의 도움을 받으면 혜인 씨도 직접적으로 너를 거절할 수는 없을 거야. 승제 너는 바로 이 틈을 이용해서 가까워지면 되는 거지! 서로의 피부가 많이 닿으면 닿을수록 혜인 씨는 자연적으로 너를 의식하게 될 거야. 여자들은 남자보다 생리적으로 더욱 민감하거든. 너도 알다시피 남자들은 마지막 몇 초 동안밖에 느낄 수 없지만, 여자들은 내내 깊은 물 속에 잠긴 듯 몽롱해 있잖아.」반승제는 원래 온시환
그 순간, 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남자는 짧게 그녀를 안은 뒤 이내 신사적으로 놓아주었다.성혜인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어쩐지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무엇인가 물어보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이 누군가에게 조여진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발걸음 소리가 멀리 갔다가, 곧 다시 돌아와, 따끈따끈한 파이 하나를 그녀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손바닥에 전해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성혜인은 정신을 차렸고, 몸을 돌렸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만약 바닥에 떨어진 어묵과 손에 놓인 뜨거운 파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 착각했을지도 모른다.어묵과 파이는 그녀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다.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 두 사장은 부부 사이였기 때문에 재료도 매우 위생적이었다.성혜인은 먹지 않고 서둘러 돌아가 주변을 살펴보았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순간 자신이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는 마치 하늘에 있는 한 뭉치의 구름과 같았다. 성혜인이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쫓아다녔지만, 그 “구름”은 맹랑하게 도망가며 숨고는 했다.한번 숨으면 시간은 몇 년이고 후딱 지나갔다.사람은 늘 어렸을 때 부족함을 느꼈던 것에 대해 미련과 아쉬움을 가지며 그 안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만났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심장을 가득 메운다.심지어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얼른 찾고 싶고, 무엇을 검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그녀는 제원대를 한 바퀴 빙 다 돌아본 후, 결국 다시 어묵을 엎지른 그 장소로 돌아왔다.성혜인은 쪼그려 앉아 엎질러진 어묵을 주워 담았다.강렬한 불쾌감이 개미처럼 심장을 갉아 먹었다.곧이어 그녀는 차로 돌아와서 두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포레스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되어있었다.파이는 이미 모두 식어 차갑게 되었지만 그녀는 먹기
그 말을 들은 성혜인은 무언가에 심장에 세게 잡힌 듯 몹시 괴로웠다.이내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옷장 속의 잠옷을 꺼내려고 했다.그러나 옷장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반승제의 옷이 떡하니 걸려있었다.옷장의 반쪽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그녀의 인생에 강하게 입점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오늘 밤 많이 피곤했는지라, 성혜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반승제는 그녀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목욕을 했고, 몸에 심인우가 가져온 잠옷을 입고 있었다.욕실에 물을 틀어놓고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아서야 성혜인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욕실 밖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던 반승제는 반투명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성혜인의 자태를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이윽고 그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오늘은 혜인이가 나랑 자려나...’아쉽게도 그건 너무 멀리 생각한 것이었다. 성혜인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의 물기를 털며 그에게 당부했다.“일찍 쉬세요.”말을 마치고는 바로 손님방으로 갈 준비를 했다.누군가가 침실을 멋지게 점령한 이후로 성혜인은 이곳에서 자지 않았다.반승제는 기분이 나빠 자기 옆을 툭툭 치며 말했다.“침대가 이렇게 넓은데 손님방에는 왜 가?”그러자 성혜인이 얼굴을 찡그렸다.‘대표님 설마 농담하시는 건 아니지? 우리가 지금 무슨 사이라고 같이 한 침대에 누워 자.’성혜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장 다른 침실로 향했다.침대에 누워, 성혜인은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제원대의 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그 사람이 돌아왔어. 확실해. 그런데 그 편지는 또 뭐지?’그녀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편지를 꺼내 다시 한번 보려고 했지만, 그 상자는 안방침실에 있었다.‘하지만 그 방에서는 대표님이 지금 주무고 계시잖아, 내가 갑자기 들어가면 또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몰라...’하는 수 없이 성혜인은 확인하고픈 마음을 꼭 참고 먼저 잠이 들었다.침실 안. 반승제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
하지만 그는 하지 않았고 단지 성혜인의 한계를 시험해 볼 뿐이었다.문지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이내 성혜인은 한껏 젖어 반승제를 밀쳐낼 힘도 없었다.한껏 달아올라 그녀가 속으로 원하고 있을 때, 반승제는 가장 결정적 타이밍에 멈춰서며 성혜인을 끌어안았다.“혜인아, 이만 자.”사람을 한바탕 놀리더니 이제 그는 욕심 없는 보살이 되었다.여전히 몸이 뜨거웠던 성혜인은 거의 절정에 이를 뻔했다. 그러나 모든 분위기는 반승제의 한마디 말에 물밀듯이 물러갔다.이런 기분은 정말 미치도록 괴롭다.그렇게 그녀는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눈꺼풀이 전부 시퍼렇게 되어있었다.반면 반승제는 꿀잠을 잤고, 성혜인이 깨기 전에 눈치 있게 원래 있던 침실로 돌아갔다.성혜인은 양치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남자만 욕구불만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실 여자도 그렇다. 날이 새고 시간도 훌쩍 흘렀건만 성혜인은 아직도 어제의 그 자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만약 어젯밤과 같은 상황이 몇 번 더 왔더라면, 그녀는 조만간 무너질 것이다.‘반승제 이 개자식, 분명 일부러 그런 걸 거야.’숨을 크게 들이쉬고 창문 밖으로 걸어 나갔을 때, 성혜인은 자신의 방 창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어젯밤 반승제가 이곳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여기 지면에서 꽤 높은데, 대표님은 등에 상처가...’성혜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투덜거렸다.‘나 지금 완전히 대표님한테 끌려다니고 있잖아.’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욕실로 가 세수를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그녀는 반승제가 이미 소파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딱 보아도 안색이 좋아 보였다.성혜인의 얼굴에 비하면 반승제는 아주 멀끔하고 빛이나 보였다.그 모습에 성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아무리 해도 반승제를 꾸짖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식탁에 앉게 되자, 그는 정성스럽게 계란 프라이를 밀어 왔다.“혜인아, 요즘
심인우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차는 BH 그룹 입구에 멈춰 섰다.반승제는 차에서 내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고, 마침내 반승현과 마주했다.반승현의 생김새는 반씨 집안 가족을 닮지 않았는데 외모는 중사 정도로 그렇게 출중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눈은 반기범을 닮았다. 보기에 온화하면서도 살기를 숨기고 있는 것 말이다.이들 부자의 성격도 어떻게 말하면 거의 닮았다고 할 수 있다.반승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승제야, 오랜만이야. 별일 없었지?”그는 BH 그룹에 들어온 날도 반승제와 인사를 나누지 않았는데, 맡은 직급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정도라 아직 반승제가 직접 참관해야 할 지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반승우가 사고를 당한 후, 도리대로라면 금융을 전공한 반승현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했고 또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하지만 반태승은 그 자리에 반승제를 올려놓았다. 그에게 친형의 자리를 물려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반승우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다들 아무 말 하지 않았다.백연서가 반승제에게 그 자리는 반승우의 것이라는 말도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게다가 반승제는 한 번도 BH 그룹을 상속받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당시 그가 반승우를 대신해 이 자리에 올라앉았을 때, 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화를 참고 있었다.반승제가 해외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몇 년 동안, BH 그룹의 주식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그가 결코 반승우에 뒤지지 않는 상업 천재라는 것을 증명한다.하지만 그런들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눈에 반승제는 그저 반승우가 죽은 덕분에 운 좋게 기회를 얻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하물며 반승제는 반태승보다 더 악랄한 수단을 써 직접 상대를 파산시키거나, 아니면 사람을 압박하여 투신하게 만들고는 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었다. 보다시피 반승제는 상업적인 방법으로 못해내는 게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따라서 모두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랬다.이제 마침내 반승현이
한성 그룹이 이번에 한국 기업과 협력하겠다고 나선 일은 확실히 큰 파문을 일으켰다.한성 그룹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여태 한성 그룹은 한국 기업과 협력한다 해도 그 기간이 길어야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은 BH 그룹과 베팅 계약은 물론, 이기기만 한다면 앞으로의 모든 협력 기회를 넘겨주겠다는 파격적인 요구를 제시했다.만약 반승제가 이긴다면, 그가 BH 그룹을 위해 낸 이윤은 반태승 때보다 몇 배는 뛰어넘을 것이다.하지만 이기려면 분명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한성 그룹이 제시한 요구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반승제가 한성 그룹의 지분은 5%나 손에 넣어야 한다니... 설령 반승제가 이길 수 있다 해도 이것은 회사를 걸고 하는 “도박”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미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리고 이 “도박” 응하려는 반승제 역시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모두가 인정하는 두 자본가의 싸움이니 두 나라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반희월은 반승제가 이 계약에 서명하기로 동의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정말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아버지한테 실수를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그렇지, 이렇게 리스크가 큰 도박을 할 필요는 없지! 게다가 한성 그룹 쪽이 지금 어떤 상황인 줄 알고.’곧이어 그녀는 반승제와 상의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으나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알고 보니 점심에 이미 그는 해외로 날아가 한성 그룹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고 서명했다고 한다.반희월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그렇게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그녀는 반기범과 마주치게 되었다.반기범은 몹시 득의양양한 기세였다.“희월아, 승제 해외로 계약 체결하러 갔다던데?”최근 반기범은 여러 차례 반희월을 찾아다녔고, 각종 이유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원했다.사실 반희월은 그가 제시한 조건에 충분히 마음이 흔들렸다.하지만 그녀는 반승제가 자라온 모습을
“희월아, 다시 잘 생각해 봐. 마침 승제도 출국해서 하는 말인데, 너도 걔가 어떤 상태인지 잘 봤잖아. 이미 BH 그룹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반기범은 이 말을 끝으로 자신의 옷을 정리했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있는 채로 말이다.“아버지 쪽은 내가 잘 설득해 볼게. 일단 동의만 하신다면, 희월이 네 지분은 나한테 거의 금상첨화인 셈이야. 그때가 되면 나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 내놓을 수 없을걸?”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반희월이 아무리 반승제를 아낀다 해도, 자신의 훗날 반씨 집안에서의 위치를 잘 생각해야 한다.반기범의 한 마디에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그가 떠나고 나서야, 반희월은 서둘러 BH 그룹 건물을 빠져나왔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반승제에게 전화하지 않고 곧장 성혜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현재 성혜인은 자신의 회사에 머물며 다음 드라마에 출연할 배역들을 일일이 선별하고 있다. 선별을 마친 후 그녀가 외쳤다.“장 비서.”그러나 성혜인의 부름에도 장하리는 오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성혜인은 비로소 그녀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성혜인은 즉시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순간 성혜인은 조금 조급해졌다.‘장 비서 최근에서야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데, 지금 전화도 안 받고... 설마 최근 나한테 보인 태도가 모두 괜찮은 척하는 거였나? 여전히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건가?’성혜인은 즉시 건물을 떠나, 차를 몰고 장하리와 방우찬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그러나 그곳에는 장하리도 방우찬도 없었다. 방우찬은 아마도 홍규연의 뒤꽁무니를 쫓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정순이었는데 그녀는 장하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그 빌어먹을 년은 일찍 이사 갔어요. 이 집은 내 집인데 왜 여기에 와서 그년을 찾아요?! 꺼지세요!
경찰서에서 나온 온시환은 마침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사실 그는 공지민을 다시 찾아가 그녀한테 복수를 그만두라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복수에 집착했다가 염정아와 염정아 동생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공지민이 건드린 건 연씨 가문이기에 그녀의 미래 운명은 염정아보다 훨씬 더 비참할 것이었다.온시환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너무 오랫동안 경찰서 앞에 서 있다 보니 허벅지가 마비될 정도였다.과거의 그는 상류층에 속해 있어서 인간성의 복잡성과 인정의 차고 따뜻함을 깊이 느낀 적이 없었다. 염정아의 일을 통해 그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꼭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고 당사자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다만 온시환은 이제 정말 지쳤고 그는 그저 공지민이랑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오랫동안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공지민도 TV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가 난 사람이 염정아의 동생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웠고 염정아의 동생이 왜 제국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서둘러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람 쐬러 나가겠다고 전했다.연승혁은 그녀가 나가면 온시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봐 걱정됐고 그로 인해 지금 진행 중인 게임도 끝나버려서 그한테 불리할까 봐 단박에 거절했다.하지만 몇 시간 후 공지민은 울먹이면서 또다시 연승혁한테 전화를 걸었다.“고등학교 때 친구가 방금 뉴스에 나왔어요.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요. 흑흑, 걔가 사람을 죽였대요. 오빠, 걔 만나러 가야 돼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걔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염정아의 동생이 죽은 다음 염정아가 원아정을 죽인 걸 봐서 염정아 동생의 죽음이 원아정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고 염정아가 원아정한테 복수하려고 그녀를 죽였을 가능성이 높았다.공지민의 울음소리를 들은 연승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바로 동의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오늘의 뉴스를 조사해
염정아는 주삿바늘을 뽑아버리고 병실 문을 나섰다. 밖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온시환의 사람들이었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왔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보호 받을 필요가 없었다.경호원이 그녀에게 물었다.“염정아 씨, 어디 나가시려고요?”“여기가 너무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내려가려고요.”경호원들은 그녀를 보호하러 온 것이지 감시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염정아는 진짜 바람 쐬러 나간 게 아니라 병원에서 나온 후 바로 원아정을 찾아 나섰다.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한 증오와 원아정을 찾아내서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복수의 불꽃이 가슴속에 계속해서 타올랐다.염정아는 30분 동안 거리를 헤매다가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이 도운 건지 정말 원아정을 찾아냈다.오늘의 원아정은 더 이상 부잣집 딸의 옷차림이 아닌 수수한 옷차림에 머리는 부스스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염정아는 그녀를 너무 잘 알기에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백화점 밖에서 오고 가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원아정을 못 찾을 만했다. 자신의 체면을 그렇게 중히 여기던 원아정이 거지의 모습으로 가장 번화한 상권에 나타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염정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다가 칼을 사 들고 원아정을 향해 걸어갔다.원아정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감지 못했고 마음속으로는 연승혁의 부하들이 평생 자신을 찾지 못할 거라고 기뻐하고 있었다.하지만 곧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외쳤다.“원아정.”아직 반응하지 못한 원아정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자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꽂았다.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염정아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칼을 뽑았다가 분노에 휩싸여 다시 원아정의 몸을 향해 찔렀다.원아정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언제 발각되었고 또 왜 이토록 처참하게 죽어야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결과, 남성 피해자가 소형차에 치인 뒤 뒤따라오던 트럭이 남성을 깔아뭉갰고 남성이 트럭 차대에 끼어서 몇 킬로미터를 끌려가다가 트럭 뒤를 따르던 차량이 핏자국을 발견하고 계속해서 경적을 울려 트럭 운전기사를 멈추게 했다.트럭 운전기사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멍해졌고 계속 자신이 사람을 쳤다고 여겼는데 CCTV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요 책임은 아니었지만 그도 연대 책임을 져야 했다.곧바로 누군가가 사망자의 가족한테 연락하려고 했지만 사망자의 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의 가족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경찰도 난감한 상황에 빠져 사망자의 교통사고 보도를 TV로 방송하고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염정아는 계속해서 동생을 찾고 있었고 흐려진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두 시간 후 온시환의 부하가 마침내 소식을 전해왔는데 바로 차에 치여 사망한 남자의 가족을 찾는 뉴스 보도였다.익숙한 옷을 본 염정아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옷은 동생의 옷이었고 그녀가 사준 거였다.“어디에 있어요? 동생 만나러 가야 해요! 꼭 가야 해요!”그녀는 심한 충격에 기절할뻔했지만, 동생의 곁으로 갈 때까지 이 악물고 버텼다.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옮겼는데 머리 빼고는 온전한 데 하나도 없었고 염정아는 시신을 보자마자 기절해 버렸다.온시환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다.염정아는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가 고등학교 때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부모님은 그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뿐이었다.그녀가 슬픔에 잠겨 울고 있을 때 바보 동생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서 막대 사탕을 건네줬다.막대 사탕은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었고 그때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불렀다.“누나.”염정아는 동생을 미워했고 항상 동생의 존재가 자신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생각
사실 원아정은 염정아를 잊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얘기를 꺼내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조금 떠오르긴 했다.공지민이 나타나기 전에 확실히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 있긴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염정아는 심호흡하고 말했다.“나랑 지민 언니는 동병상련의 관계일뿐이고 내 집안 사정이 어려울 때 지민 언니가 도와주고 돈도 줬어. 내가 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지민 언니가 날 데려온 거고 날 숨기려고 한 게 아니야. 난 단지 집에서 수공업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도 못 가고 하니 학력도 없고 인맥도 없어서 돈을 벌려면 할 수 있는 게 수공업뿐이었으니까.”원아정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염정아가 또 무슨 쓸모가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염정아의 집안은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셔서 그녀의 곁에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다섯 명의 자녀뿐이었다.원아정의 눈에는 혐오감이 감돌았고 특히 길가에 불쌍하게 웅크리고 있는 염정아의동생을 봤을 때 혐오감이 더욱 깊어졌다.하필이면 이때 염정아의 동생이 일어서면서 원아정한테 물었다.“저 언제 집에 갈 수 있죠?”그는 더 이상 제국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가장 중요한 건 누나를 화나게 했으니 혹시나 누나가 평생 그를 안볼까 봐서 걱정이었다.동생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억울함이 가득했고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었다.원아정은 자신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고생했는데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자 염정아의 동생을 순순히 보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는 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안으로 들어가서 걸어 다니다 보면 누군가 널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몰라. 저거 봐, 차가 저렇게 많은데 너희 집 방향으로 가는 차가 당연히 있지 않겠어? 널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도 무조건 저기 있을 거야.”염정아 동생의 눈에는 순간 희망의 빛이 반짝였고 그녀의 말을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
아래층 마트 이모는 몇 년 동안 줄곧 그들 남매를 돌봐 주었고 염정아가 사람을 시켜 동생을 데리고 제원에 오라고 한다니 살짝 의심은 생겨 걱정 되었지만 원아정의 깔끔한 옷차림을 보더니 돈이 모자랄 같지는 않았고 게다가 지적장애인 사람을 데려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테고 하물며 염정아의 친구이기도 하여 안심되었다.“이모, 이건 우리 집 열쇠에요.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집에 들러 애들 밥해줄 수 있어요?”마트 이모는 염정아가 좀 전에 집에 돌와왔을 때 물건도 많이 사들였고 돈 씀씀이가 큰 것으로 보아 제원에서 많은 돈을 벌어 동생을 데려다 이틀 정도 놀아 주려고 하는 거로 생각하여 이 상황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았다.“그래, 알았어. 근데 갔다 일찍 돌아와야 해.”“네, 고마워요 이모.”동생은 조금 모자라지만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그는 인사를 마치고 옷 두 벌을 챙겨 원아정을 따라 떠났다.그들은 자가용으로 움직였고 동생은 처음 길을 떠나 보는 거라 물음이 끊기질 않았다.원아정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런 동생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누나가 왜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벌어 올 수 있는지 생각 안 해요? 당신을 집에 두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바보라서 침대에서 만족하게 해줄 수 없으니 나가서 다른 정상적인 남자를 찾은 거 아니에요? 그 남자랑 있으면서 당신을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르잖아요.”동생은 원아정의 말뜻은 전혀 몰랐지만, 염정아는 절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원아정의 말을 듣고 동생은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고 창가에 기대어 빠르게 움직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원아정은 누나가 바람 피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그렇게 자극했는데도 웃고 있는 동생을 보니 바보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밤이 되자 그들이 앉은 차는 드디어 제원에 도착했다.원아정은 다시 거지로 위장해야 하기에 동생더러 같이 거지 옷차림을 하게 하고 여
온시환이 완벽하게 변장한 탓에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공지민은 계속 별장에 머물러 있었고 매일 연승혁의 안부를 물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통화 너머로 공지민은 연승혁이 지금 많이 초조해진 것을 느꼈으나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공지민은 항상 자신의 계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그렇게 빨리 찾아왔고 무정하게 무너뜨리게 할 줄은 몰랐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줄곧 원아정을 찾고 있었고 그와 원진이 원아정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한 후 원진의 부하들도 그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원진은 원아정이 죽든 살든 별다른 관계가 없었기에 큰 신경을 써서 찾은 것은 아니였다.원아정은 항상 거지들 속에 숨어 지냈고 그동안 훔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원아정은 기억 속에 있는 몇 개의 번호에 연락하여 일일이 도움을 청했고 다행히 정보도 얻어 냈다.그것은 당시 공지민에 의해 숨겨져 있던 사람이 발견되었고 그 별장으로 배달하던 배달원이 또 다른 곳에서 염정아를 보았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원아정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염정아의 집으로 향했다.그 배달원은 제원에서 배달하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는데 마침 식당에서 또다시 염정아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원아정의 거지 차림에 배달원은 약간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손 크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그 별장에 몇 번이나 배달해서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그녀가 일부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보여 부잣집 도련님의 내연녀일 거로 생각했어요.”배달원의 말을 듣고 원아정은 바로 돈 주고 사람 찾아 염정아의 정보를 알아봤다.알아본 데 의하면 염정아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아주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공지민은 제원에서 염정아를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자, 원아정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 자료들을 정리해 보다가 다
온시환은 바로 인사를 건네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의 일을 거들었지만, 눈길은 항상 거실에 있는 공지민 한테로 향했고 채소를 다 씻었을 때 공지민은 혼자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온시환은 주방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대고 공지민 뒤를 따라 올라갔다.온시환은 변장에 가발까지 쓰고 렌즈 색마저 바꿔버린 자신을 공지민이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불렀다.“지민아.”공지민은 멈춰 선 대로 낯선 얼굴을 보며 몇 초 동안 뜸 들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온시환?”“응, 나야.”온시환은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너 연승혁의 별장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데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니?”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온시환을 잊은 것도 아니였다.그녀가 여기 별장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이상우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공지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던 연승혁을 죽이고 구은우의 복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애초에 온시환의 얼굴의 점이 구은우를 닮은 것도,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도 구은우의 심장이 었기에 온시환과 밤을 보낼수 있었고 그에게 잘해 준것도 구은우를 느끼고 싶은 작은 위로의 감정이었을 뿐이었다.이제 공지민은 연승혁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온시환과의 관계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온시환이 먼저 갖은 방법을 다해 찾아 올 줄은 몰랐다.“지민아,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면 공유하자고 하지 않았어? 연승혁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자나. 니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랑 함께 돌아가야 해. 내가 보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온시환이 같이 나가려고 공지민의 손을 끌어당겼지만, 공지민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 공지민의 행동에 온시환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냉정한 눈빛을 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온시환 씨, 이제 돌
공지민은 며칠 동안 별장에서 먹는 것 빼고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별장 주변 화원을 구경하며 조용하게 있었다.고용인 아줌마는 거의 그림자처럼 공지민을 따라다녔고 매일 있었던 일들을 연승혁에게 보고했다.연승혁은 이틀이면 돌아갈 수 있을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은 좀 까다로워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연승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던 시한폭탄 같은 그 사람을 빨리 찾아 죽여야만 했지만, 부하들의 추적에 의하면 이 사람은 동쪽에서 신호가 잡혔다가 얼마 안돼서 다시 서쪽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부하들이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었더라면 연승혁은 자신이 지금 그 사람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동쪽에서 서쪽까지 그 먼거 리를 움직일 수 있었을가.이것은 분명 그를 제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시간 끌려는 작전인 듯했다.연승혁은 원수가 너무 많아 누가 저지른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초조해 지기 시작했지만, 공지민의 일거일동을 보고 받을 때마다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저녁 무렵, 공지민은 직접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어 원망의 말투로 말했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나 정말 심심해 미칠 것 같은데 사람 시켜 나 좀 데리고 놀라고 하면 안 돼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줄곧 별장에서 연승혁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연승혁은 하루면 일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며칠을 지체하게 되어 공지민 홀로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공지민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예전에 난 직업도 없이 오빠가 날 먹여 살린 거예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아무런 의욕이 없이 먹기만 했었고 누구도 먼저 연락해 찾은 일도 없어서 자신이 직업도 없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출근하던 사람이 었으면 며칠 동안이나 사라졌는데 사장님이 직원들더러 연락해보라고 하지 않았을까.연승혁은 사람을 시켜 공지민을 데리고 밖에 나가 바람도 씌우게 하고 싶었지만 온시환이랑 부딪치는 일이 생길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온시환은 거의 매일 열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