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그 정도로 일을 벌이고 백씨 가문에 백지영까지 연관되어 있음에도 아무도 자기를 찾아오지 않은 것이 의심스러웠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안색이 좀 좋아진 것을 보고 추세를 더했다.“저녁에 일찍 와.”말을 마치고 그는 심인우에게 사인을 주었다.심인우는 사인을 받고 입을 열었다.“대표님도 오늘 회사로 가셔서 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반기범 씨가 요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대표님 지분이 10%나 줄어들어 반기범 씨가 다른 사람과 연합하여 대표님을 겨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성혜인은 이 말을 듣고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지분이 10%나 줄어 들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마침내 가장 관건이 되는 포인트를 잡아 물었다.“전에 반승혜 씨 사건으로 반씨 가문 모든 사람이 페니 씨를 책망 했었습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그런 일을 당하시고 사모님도 반승혜 씨도 모두 페니 씨를 가해자로 지목 했었습니다. 반승혜 씨는 반기범 씨의 딸이라 일을 크게 벌일 지도 몰랐는데, 대표님께서 일을 무마하기 위해 BH 그룹 10% 지분을 내놓으셨습니다.”BH그룹 지분 10%?이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운 수치이다.성혜인은 순간 놀라움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들어 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심인우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그러자 심인우는 얼른 자료를 꺼내 펼쳤다.“페니 씨, 이건 우리 대표님께서 직접 사인하긴 지분 양도 문건입니다. 지분은 이미 반씨 가문 다른 인원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전에 대표님이 지니고 있던 55%의 지분은 절대적인 지배력이 있었지만, 지금 10%나 양도한 이상 반기범 씨가 다른 지분까지 끌어모은다면, 아마 BH그룹의 대표 자리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혜이은 성큼성큼 다가가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지분 양도 문건이 틀림없다.성혜인은 씩씩거리며 뒤돌아 서서 반승제를 보았다.“미쳤어요? 지분 10%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세요?”반승제는 현관에 서 있고 심인우는 이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반승제는 성혜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심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다시 한번 밀쳐내자 곧바로 풀어주었다.성혜인은 두 손으로 뒤에 있는 서랍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 자세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밀착되었고 호흡은 자연스레 더욱 가빠졌다.그녀는 경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눈이 이미 잔뜩 풀려있어 그 어떤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쾅 하고 문을 닫아서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그렇게 성혜인은 문밖에, 반승제는 문 안에 있게 되었다.성혜인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얼굴에는 아직도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있었다.차에 탄 후, 그녀는 팔에 닭살이 돋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잖이 흥분한 모양이었다.한편 방안, 반승제는 소파 앞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핸드폰에는 온시환이 어젯밤에 남긴 문자메시지가 있었다.「우선 너는 혜인 씨에게 네가 무엇을 베풀었는지 알려야 해. 멍청하게 모두 숨기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가능한 한 혜인 씨를 위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 여자는 이런 부분에서 가장 쉽게 마음이 약해지거든. 그리고 절대 보답을 바라면서 도와줘서는 안 돼. 단지 순수하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걸 혜인 씨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혜인 씨가 너의 호의와 스킨쉽에 익숙해지도록 심리적으로 순화시켜야 해.」온시환의 메시지의 중간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여자들은 감성적이야. 비록 철옹성 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혜인 씨도 분명 너한테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어. 너의 도움을 받으면 혜인 씨도 직접적으로 너를 거절할 수는 없을 거야. 승제 너는 바로 이 틈을 이용해서 가까워지면 되는 거지! 서로의 피부가 많이 닿으면 닿을수록 혜인 씨는 자연적으로 너를 의식하게 될 거야. 여자들은 남자보다 생리적으로 더욱 민감하거든. 너도 알다시피 남자들은 마지막 몇 초 동안밖에 느낄 수 없지만, 여자들은 내내 깊은 물 속에 잠긴 듯 몽롱해 있잖아.」반승제는 원래 온시환
그 순간, 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남자는 짧게 그녀를 안은 뒤 이내 신사적으로 놓아주었다.성혜인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어쩐지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무엇인가 물어보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이 누군가에게 조여진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발걸음 소리가 멀리 갔다가, 곧 다시 돌아와, 따끈따끈한 파이 하나를 그녀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손바닥에 전해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성혜인은 정신을 차렸고, 몸을 돌렸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만약 바닥에 떨어진 어묵과 손에 놓인 뜨거운 파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 착각했을지도 모른다.어묵과 파이는 그녀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다.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 두 사장은 부부 사이였기 때문에 재료도 매우 위생적이었다.성혜인은 먹지 않고 서둘러 돌아가 주변을 살펴보았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순간 자신이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는 마치 하늘에 있는 한 뭉치의 구름과 같았다. 성혜인이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쫓아다녔지만, 그 “구름”은 맹랑하게 도망가며 숨고는 했다.한번 숨으면 시간은 몇 년이고 후딱 지나갔다.사람은 늘 어렸을 때 부족함을 느꼈던 것에 대해 미련과 아쉬움을 가지며 그 안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만났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심장을 가득 메운다.심지어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얼른 찾고 싶고, 무엇을 검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그녀는 제원대를 한 바퀴 빙 다 돌아본 후, 결국 다시 어묵을 엎지른 그 장소로 돌아왔다.성혜인은 쪼그려 앉아 엎질러진 어묵을 주워 담았다.강렬한 불쾌감이 개미처럼 심장을 갉아 먹었다.곧이어 그녀는 차로 돌아와서 두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포레스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되어있었다.파이는 이미 모두 식어 차갑게 되었지만 그녀는 먹기
그 말을 들은 성혜인은 무언가에 심장에 세게 잡힌 듯 몹시 괴로웠다.이내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옷장 속의 잠옷을 꺼내려고 했다.그러나 옷장에 열어보니, 그 안에는 반승제의 옷이 떡하니 걸려있었다.옷장의 반쪽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그녀의 인생에 강하게 입점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오늘 밤 많이 피곤했는지라, 성혜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반승제는 그녀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목욕을 했고, 몸에 심인우가 가져온 잠옷을 입고 있었다.욕실에 물을 틀어놓고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아서야 성혜인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욕실 밖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던 반승제는 반투명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성혜인의 자태를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이윽고 그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오늘은 혜인이가 나랑 자려나...’아쉽게도 그건 너무 멀리 생각한 것이었다. 성혜인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의 물기를 털며 그에게 당부했다.“일찍 쉬세요.”말을 마치고는 바로 손님방으로 갈 준비를 했다.누군가가 침실을 멋지게 점령한 이후로 성혜인은 이곳에서 자지 않았다.반승제는 기분이 나빠 자기 옆을 툭툭 치며 말했다.“침대가 이렇게 넓은데 손님방에는 왜 가?”그러자 성혜인이 얼굴을 찡그렸다.‘대표님 설마 농담하시는 건 아니지? 우리가 지금 무슨 사이라고 같이 한 침대에 누워 자.’성혜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장 다른 침실로 향했다.침대에 누워, 성혜인은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제원대의 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그 사람이 돌아왔어. 확실해. 그런데 그 편지는 또 뭐지?’그녀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편지를 꺼내 다시 한번 보려고 했지만, 그 상자는 안방침실에 있었다.‘하지만 그 방에서는 대표님이 지금 주무고 계시잖아, 내가 갑자기 들어가면 또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몰라...’하는 수 없이 성혜인은 확인하고픈 마음을 꼭 참고 먼저 잠이 들었다.침실 안. 반승제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
하지만 그는 하지 않았고 단지 성혜인의 한계를 시험해 볼 뿐이었다.문지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이내 성혜인은 한껏 젖어 반승제를 밀쳐낼 힘도 없었다.한껏 달아올라 그녀가 속으로 원하고 있을 때, 반승제는 가장 결정적 타이밍에 멈춰서며 성혜인을 끌어안았다.“혜인아, 이만 자.”사람을 한바탕 놀리더니 이제 그는 욕심 없는 보살이 되었다.여전히 몸이 뜨거웠던 성혜인은 거의 절정에 이를 뻔했다. 그러나 모든 분위기는 반승제의 한마디 말에 물밀듯이 물러갔다.이런 기분은 정말 미치도록 괴롭다.그렇게 그녀는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눈꺼풀이 전부 시퍼렇게 되어있었다.반면 반승제는 꿀잠을 잤고, 성혜인이 깨기 전에 눈치 있게 원래 있던 침실로 돌아갔다.성혜인은 양치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남자만 욕구불만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실 여자도 그렇다. 날이 새고 시간도 훌쩍 흘렀건만 성혜인은 아직도 어제의 그 자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만약 어젯밤과 같은 상황이 몇 번 더 왔더라면, 그녀는 조만간 무너질 것이다.‘반승제 이 개자식, 분명 일부러 그런 걸 거야.’숨을 크게 들이쉬고 창문 밖으로 걸어 나갔을 때, 성혜인은 자신의 방 창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어젯밤 반승제가 이곳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여기 지면에서 꽤 높은데, 대표님은 등에 상처가...’성혜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투덜거렸다.‘나 지금 완전히 대표님한테 끌려다니고 있잖아.’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욕실로 가 세수를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그녀는 반승제가 이미 소파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딱 보아도 안색이 좋아 보였다.성혜인의 얼굴에 비하면 반승제는 아주 멀끔하고 빛이나 보였다.그 모습에 성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아무리 해도 반승제를 꾸짖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식탁에 앉게 되자, 그는 정성스럽게 계란 프라이를 밀어 왔다.“혜인아, 요즘
심인우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차는 BH 그룹 입구에 멈춰 섰다.반승제는 차에서 내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고, 마침내 반승현과 마주했다.반승현의 생김새는 반씨 집안 가족을 닮지 않았는데 외모는 중사 정도로 그렇게 출중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눈은 반기범을 닮았다. 보기에 온화하면서도 살기를 숨기고 있는 것 말이다.이들 부자의 성격도 어떻게 말하면 거의 닮았다고 할 수 있다.반승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승제야, 오랜만이야. 별일 없었지?”그는 BH 그룹에 들어온 날도 반승제와 인사를 나누지 않았는데, 맡은 직급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정도라 아직 반승제가 직접 참관해야 할 지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반승우가 사고를 당한 후, 도리대로라면 금융을 전공한 반승현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했고 또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하지만 반태승은 그 자리에 반승제를 올려놓았다. 그에게 친형의 자리를 물려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반승우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다들 아무 말 하지 않았다.백연서가 반승제에게 그 자리는 반승우의 것이라는 말도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게다가 반승제는 한 번도 BH 그룹을 상속받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당시 그가 반승우를 대신해 이 자리에 올라앉았을 때, 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화를 참고 있었다.반승제가 해외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몇 년 동안, BH 그룹의 주식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그가 결코 반승우에 뒤지지 않는 상업 천재라는 것을 증명한다.하지만 그런들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눈에 반승제는 그저 반승우가 죽은 덕분에 운 좋게 기회를 얻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하물며 반승제는 반태승보다 더 악랄한 수단을 써 직접 상대를 파산시키거나, 아니면 사람을 압박하여 투신하게 만들고는 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었다. 보다시피 반승제는 상업적인 방법으로 못해내는 게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따라서 모두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랬다.이제 마침내 반승현이
한성 그룹이 이번에 한국 기업과 협력하겠다고 나선 일은 확실히 큰 파문을 일으켰다.한성 그룹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여태 한성 그룹은 한국 기업과 협력한다 해도 그 기간이 길어야 반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은 BH 그룹과 베팅 계약은 물론, 이기기만 한다면 앞으로의 모든 협력 기회를 넘겨주겠다는 파격적인 요구를 제시했다.만약 반승제가 이긴다면, 그가 BH 그룹을 위해 낸 이윤은 반태승 때보다 몇 배는 뛰어넘을 것이다.하지만 이기려면 분명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한성 그룹이 제시한 요구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반승제가 한성 그룹의 지분은 5%나 손에 넣어야 한다니... 설령 반승제가 이길 수 있다 해도 이것은 회사를 걸고 하는 “도박”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미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리고 이 “도박” 응하려는 반승제 역시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모두가 인정하는 두 자본가의 싸움이니 두 나라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반희월은 반승제가 이 계약에 서명하기로 동의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정말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아버지한테 실수를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그렇지, 이렇게 리스크가 큰 도박을 할 필요는 없지! 게다가 한성 그룹 쪽이 지금 어떤 상황인 줄 알고.’곧이어 그녀는 반승제와 상의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으나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알고 보니 점심에 이미 그는 해외로 날아가 한성 그룹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고 서명했다고 한다.반희월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그렇게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그녀는 반기범과 마주치게 되었다.반기범은 몹시 득의양양한 기세였다.“희월아, 승제 해외로 계약 체결하러 갔다던데?”최근 반기범은 여러 차례 반희월을 찾아다녔고, 각종 이유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원했다.사실 반희월은 그가 제시한 조건에 충분히 마음이 흔들렸다.하지만 그녀는 반승제가 자라온 모습을
“희월아, 다시 잘 생각해 봐. 마침 승제도 출국해서 하는 말인데, 너도 걔가 어떤 상태인지 잘 봤잖아. 이미 BH 그룹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반기범은 이 말을 끝으로 자신의 옷을 정리했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있는 채로 말이다.“아버지 쪽은 내가 잘 설득해 볼게. 일단 동의만 하신다면, 희월이 네 지분은 나한테 거의 금상첨화인 셈이야. 그때가 되면 나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 내놓을 수 없을걸?”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반희월이 아무리 반승제를 아낀다 해도, 자신의 훗날 반씨 집안에서의 위치를 잘 생각해야 한다.반기범의 한 마디에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그가 떠나고 나서야, 반희월은 서둘러 BH 그룹 건물을 빠져나왔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반승제에게 전화하지 않고 곧장 성혜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현재 성혜인은 자신의 회사에 머물며 다음 드라마에 출연할 배역들을 일일이 선별하고 있다. 선별을 마친 후 그녀가 외쳤다.“장 비서.”그러나 성혜인의 부름에도 장하리는 오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성혜인은 비로소 그녀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성혜인은 즉시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순간 성혜인은 조금 조급해졌다.‘장 비서 최근에서야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데, 지금 전화도 안 받고... 설마 최근 나한테 보인 태도가 모두 괜찮은 척하는 거였나? 여전히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건가?’성혜인은 즉시 건물을 떠나, 차를 몰고 장하리와 방우찬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그러나 그곳에는 장하리도 방우찬도 없었다. 방우찬은 아마도 홍규연의 뒤꽁무니를 쫓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정순이었는데 그녀는 장하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그 빌어먹을 년은 일찍 이사 갔어요. 이 집은 내 집인데 왜 여기에 와서 그년을 찾아요?! 꺼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