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월아, 다시 잘 생각해 봐. 마침 승제도 출국해서 하는 말인데, 너도 걔가 어떤 상태인지 잘 봤잖아. 이미 BH 그룹 대표 자리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반기범은 이 말을 끝으로 자신의 옷을 정리했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있는 채로 말이다.“아버지 쪽은 내가 잘 설득해 볼게. 일단 동의만 하신다면, 희월이 네 지분은 나한테 거의 금상첨화인 셈이야. 그때가 되면 나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 내놓을 수 없을걸?”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반희월이 아무리 반승제를 아낀다 해도, 자신의 훗날 반씨 집안에서의 위치를 잘 생각해야 한다.반기범의 한 마디에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그가 떠나고 나서야, 반희월은 서둘러 BH 그룹 건물을 빠져나왔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반승제에게 전화하지 않고 곧장 성혜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현재 성혜인은 자신의 회사에 머물며 다음 드라마에 출연할 배역들을 일일이 선별하고 있다. 선별을 마친 후 그녀가 외쳤다.“장 비서.”그러나 성혜인의 부름에도 장하리는 오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성혜인은 비로소 그녀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성혜인은 즉시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순간 성혜인은 조금 조급해졌다.‘장 비서 최근에서야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데, 지금 전화도 안 받고... 설마 최근 나한테 보인 태도가 모두 괜찮은 척하는 거였나? 여전히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건가?’성혜인은 즉시 건물을 떠나, 차를 몰고 장하리와 방우찬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그러나 그곳에는 장하리도 방우찬도 없었다. 방우찬은 아마도 홍규연의 뒤꽁무니를 쫓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정순이었는데 그녀는 장하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그 빌어먹을 년은 일찍 이사 갔어요. 이 집은 내 집인데 왜 여기에 와서 그년을 찾아요?! 꺼지세요!
지금 그녀는 방우찬에게 6억은 물론, 그 집이 비록 문제가 있다 해도 주택 대출금을 계속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하리는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다.하룻밤 사이, 그녀는 10억이라는 돈을 손에 넣었다.‘씀씀이가 큰 남자라 다행이야, 또 나를 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기도 하고...’일주일에 세 번, 그녀는 이미 아주 많은 이득을 얻었다.이윽고 장하리는 그가 건넨 연락처를 가져와 친구 추가를 했으나, 남자는 줄곧 수락하지 않았다. 그녀를 역겹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장하리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또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여자가 되어있으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얼마 안 지나,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6억의 돈을 보고 방우찬은 조금 의아해했다.‘어디서 6억이 난 거지?’이전에 주택 계약금을 낼 때, 두 사람은 통장에 저축해둔 돈을 거의 모두 털어냈었다. 그런데 장하리가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6억 원을 돈을 돌려준다니? 무슨 수로?방우찬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리야, 너 이 6억 원 어디서 난 거야?”장하리는 이제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역겨움이 몰려왔다. 7년간의 노력이 결국 이런 결말을 맞게 됐으니 말이다.한때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로 그를 형용할 수 있었지만, 진실이 드러난 순간 그녀는 자신이 방우찬에게 얼마나 두꺼운 필터를 씌웠는지 알게 되었다.장하리는 단지 너무 어린 나이에 그를 만난 것이다. 그녀가 놓을 수 없는 것은 단지 청춘일 뿐이다.“오빠, 다시는 만나지 말자.”그 말을 들은 방우찬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그는 사실 장하리와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방우찬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선택은 홍규연과 결혼해 홍규연의 돈을 받고 밖에서 장하리와 만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장하리와 같은 여자는 살림에 아주 능했다. 하지만 그녀는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할 수는 있어도 홍규연과 달리 침대에 함께 오를 수 없었다.모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오히려 평온했다.그런 성혜인의 모습에 반희월은 반승제가 무가치하다고 느껴졌다.“승제 걔는 어렸을 때부터 강했어, 누구한테 필요한 걸 말하지도 않았다. 어려서부터 형의 그늘에 살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게 익숙해진 애야. 승제는 너를 좋아하면 안 돼, 물론 너도 승제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고. 하지만 지금 승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혜인, 너뿐이야.”반승제가 아니었다면 반희월은 성혜인을 만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반씨 집안에서 성혜인은 누구다 다 욕하는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 성혜인 양.”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 문을 닫을 뿐이었다.그런 다음 그녀는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결국 참지 못하고 한성 그룹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난 뒤 오후의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그녀는 회사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시간은 이미 다음 날 아침이 되어있었지만, 성혜인은 쉴 틈도 없이 바로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반승제는 받지 않았다.그녀는 또 심인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아직 제원에 있었고 그쪽은 밤이 깊어 있었다.“미안해요, 심 비서님. 저는 심 비서님이 대표님이랑 같이 해외로 출장 오신 줄 알았어요.”“페니 씨, 대표님은 이번 출장에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셨습니다.”하는 수 없이 성혜인은 전화를 끊었다.아무도 데려가지 않았다니, 반승제는 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정말 베팅계약에 서명할 심산인 걸까?어차피 이 결정은 반승제 본인이 내린 거라 성혜인과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그녀는 문득 반승제가 대표 자리에서 해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그와 같은 용모, 능력을 갖춘 사람은 반드시 구름과 같이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하니 말이다. 반승제는 계속 그 자리에서 “신선”놀음을 해야 할 사람이다.만약 어느 날 그가 깊은 “골짜기”에 빠
게다가 베팅 계약에 대해 반승제는 그녀에게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혜인은 반희월에게 사실을 전해 듣고 안절부절못해 하며 이곳까지 왔다.‘정말 내가 여기는 왜 왔지...’성혜인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자신을 비웃었다. 이내 그녀는 직접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오후에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아직 우리 회사 일도 처리하지 못한 게 산더미인데, 내가 무슨 반씨 집안일에 참여하러 와? 나한테는 불필요한 일인데.’호텔로 돌아오니 머리가 어지러워 났고 오후에 또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성혜인은 벌써 몸이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비행기에 오르려고 할 때 해외 뉴스를 한번 살펴보았다.최근 뉴스에 따르면 반승제와 한성 그룹의 대표가 이미 베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불과 10여 분 전에 이곳의 가장 비싼 호텔에서 양측이 서명했는데, 현장의 사진도 몇 장이 유출되었다.사진 속의 임원들 무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렴풋이 아름다운 그림자가 있었다.성혜인은 더 이상 보지 않고, 비행모드를 켠 다음 공항에 들어갔다.제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눈꺼풀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서 침대에 엎드려 곧장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려 꼬박 하루를 자고서야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다행히도, 장하리는 저녁에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몸이 많이 좋아져서 지금 회사에 출근하겠다는 것이었다.성혜인은 자신이 검토한 자료를 그녀에게 보냈다.“안 감독님께 알리세요. 다음 편을 촬영할 수 있다고요. 송아현 씨 쪽에서 시간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여주인공은 여전히 송아현 씨로 갈 거예요. 또, 현재 송아현 씨가 살고 있는 집 주소를 나한테 보내 주실래요? 제가 직접 방문해서 지금 상태를 살펴보려고요.”곧 송아현의 주소가 보내져 왔다.S.M은 현재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모든 연예인은 회사 장래의 돈줄일 수 있으므로 홀대할 수 없다.그리고 그 전에 온시환에게 투자한 돈이 이미 입금되었다. 무려 4000억이 넘는 돈이 말이다. 이건 회사에서 몇 편의
송아현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떨구더니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렸다.“오늘 왜 찾아오셨는지 저도 잘 알아요. 선택을 해보라는 뜻이잖아요, 하지만 한 매니저님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싶지 않습니다.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으세요?”송아현은 손에 든 컵을 내려놓았다.“포기하라는 뜻은 없습니다. 하지만 약속해 줘야 해요, 유명해진 뒤 사석에서 한서진 씨를 어떻게 쫓아다니든 지간에, 그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한 그분에 대한 집념이 드러나면 안 돼요. 아현 씨는 배우입니다, 연기도 잘하시잖아요? 그저 그 연기력을 아현 씨 인생에도 녹여내면 됩니다.”송아현은 눈을 번쩍 뜨더니 참지 못하고 성혜인을 꽉 끌어안았다.“약속할게요! 사장님,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게요!”그러자 성혜인도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한 약속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절대 안 까먹을게요! 사... 사장님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저한테 가장 잘해준 사람이니까요.”감정이 복받친 듯 쉰 목소리로 말하며, 송아현은 감히 성혜인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성혜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아무도 송아현이 그 가장 암울한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그녀는 성혜인이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말하지만, 사실 성혜인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도대체 여태 어떤 나쁜 사람들을 만난 거야...’회사에 돌아왔을 때, 꼭대기 층에 있는 직원들은 여전히 야근하고 있었다. 요즘은 모두가 매우 바빴으니 말이다.성혜인은 장하리를 불러 저녁에 야근하는 모든 사람에게 밀크티를 사주라고 했다.100여 잔의 밀크티가 도착했을 때, 꼭대기 층의 직원들이 순식간에 환호성을 질렀고 성혜인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바깥의 소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렇게 그녀가 계속해서 컴퓨터 속의 자료를 훑어보려 하는데, 갑자기 장하리가 들어와서 성혜인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주었다.“사장님은 위가 좋지 않으니 밀크티 대신
반기범은 핸드폰 너머로 가볍게 웃으며 득의양양해 하였다.“희월이 너도 뉴스를 봤나 보네. 승제가 정말 단단히 미쳤나 봐, 아쉽게도 걔 역시 승우만큼의 그릇이 안 되는 거지.”반희월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반씨 집안에 큰 폭풍이 몰아칠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재벌가 내의 이런 현상은 새로운 줄 세우기와 다를 바 없다. 일단 줄 세우기에 성공하면 그것은 천하에 부귀를 얻는 것이다.하지만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그들이 마주할 것은 끝없는 압박과 배척일 것이다.“오빠, 내가 오빠에게 부탁하는 건 딱 한 가지야. 적어도 승제가 반씨 집안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거. 요 몇 년 동안 BH 그룹의 주식이 승제 때문에 많이 올랐어. 승제의 성과는 아버지보다 나쁘지 않아. 오빠가 나중에 대표가 되면, 수중에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도 모두 승제 때문에 오른 거야.”“희월아, 위협은 뿌리부터 제거해야 하는 거야. 너도 경헌이가 나중에 초라한 도련님으로 변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거잖아?”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남자는 선생님이고, 사람은 정직하지만, 조건이 확실히 좋지 않았다. 만약 남자 집안과 반씨 집안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녀도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자기 가족의 행복을 보장해야만 했다. 게다가 임경헌 그 녀석은 자유롭게 노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인데, 어떻게 그 아이더러 괴로운 나날을 보내도록 할 수 있겠는가.반희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았어.”두 사람의 말에는 반승제의 결말을 정해져 있었다.반희월은 다시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했다.‘승제는 쓰러져도 괜찮을 거야. 충분히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아이니까. 때가 되면 남녀 사이에 일에 대해서도 잘 꿰뚫어 볼 수 있겠지.’반희월은 남편과 사이가 좋았고, 둘은 항상 사랑하였지만, 가끔은 그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그녀는 반씨 집안에서 심지어는 이렇게 인정을 잃어버린 계략을 꾸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그녀는 바로 컴퓨터를 껐다.옆에 있던 유경아는 성혜인이 오랫동안 멍해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물었다.“사모님, 몸이 안 좋으신 거 같은데... 얼굴이 아주 새빨개지셨어요.”성혜인은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만져보았다.‘이렇게 뜨거울 수가.’“괜찮아요. 아주머니, 일찍 쉬세요. 오늘은 별로 뭘 먹고 싶지 않아서 이만 자러 가보겠습니다.”그렇게 욕실에 들어갔을 때, 장하리가 그녀에게 일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장님, 여자 주인공은 이미 정해졌어요. 혹시 남자 주인공도 신인을 쓰실 예정인가요? 제가 이미 그분들의 프로필을 메일로 보냈어요. 아 참, 모든 조연은 이미 정해놓아서 남자 주인공만 캐스팅되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저녁에 안 감독님한테도 연락했습니다, 안 감독님도 준비 다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조금 전 컴퓨터를 꺼버린 바람에, 메일을 확인하려면 성혜인은 다시 일어나야 했다.그러나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더는 움직이기 싫었다.「일찍 쉬세요, 내일 주말인데 요즘 다들 고생이 많네요.」「알겠습니다, 사장님도 편히 쉬세요.」이윽고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성혜인은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졌다.간밤에 그녀는 한 꿈을 꾸었는데, 바로 자신이 결혼식장에 있는 꿈이었다. 하지만 신랑은 반승제가 아니었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손바닥은 어느새 땀으로 가득해 불안함이 끝없이 몰려왔다.곳곳에는 꽃, 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축복이 이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식장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밀렸고, 반승제와 그의 경호원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며 성혜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내가 뭐가 돼?”“혜인아,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왜 모두가 저 사람을 사랑하는 건지.”그는 애정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깜짝 놀란 성혜인은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이마에는 온통 땀투성이였다.서둘러 그녀는 옆에 있는 스탠드 등을 켰다. 꿈속에서 느낀 뼈를 깎는 듯한
간신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거실로 나오자, 새로 입주한 여자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이 집에서 안 살 테니까 제 돈 다시 돌려주세요, 이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누구든 이런 일을 겪으면 무너질 것이다. 하물며 새로 입주한 사람이나 혼자 사는 여성이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보면 누군들 트라우마가 안 생기겠는가.성혜인은 마음이 안정되자 곧바로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미안해요. 집이 이런 상황인지 몰랐어요,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돈은 돌려드릴 거고 이 집은 매물로 내놓지 않을 거예요.”새 주인은 여전히 울고 있었지만, 성혜인의 얼굴색도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겼다.“미안합니다. 저는 처음에 당신이 일부러 그런 줄 알았어요. 예전에 무슨 부정한 짓을 했나 생각했죠. 조금 전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욕하면 안 됐는데... 아무튼 이 집엔 못살게 됐네요.”그녀는 일어난 후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너무 놀란 탓이었다.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은행 쪽에 연락해서 돈을 돌려드리겠습니다.”여인은 그녀가 너무 성가시게 굴지 않는 것을 보고 마치 저주받은 집인 것처럼 서둘러 떠났다.성혜인 역시 잔뜩 놀라 머리가 저릿저릿해 날 정도였다.그녀는 경찰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말하고 나서 포레스트로 돌아갔고 곧바로 고열에 시달렸다.사람이 겁을 먹었을 때 가끔 이러고는 한다. 하물며 심리로 받은 큰 충격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최근 일로 너무 피곤했던 터라 고열이 금세 40도까지 치솟았다.결국, 유경아가 성혜인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그녀는 젖먹던 힘을 짜내 S.M에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간 병원에 입원해 있어 회사에 올 수 없으니 문제가 있으면 장하리와 먼저 상의하라고 말이다.모든 분부를 끝내고 그녀는 곧 기절했다.한편, 해외에 있는 반승제가 호텔 창문 앞에 서서 창문을 열었다.이곳은 아침이었고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하늘가에 무지개가 나타났다.그는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보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