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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그럼, 나랑 해보자

거대한 좌절감에 숨까지 막혀왔다.

“몰라요.”

성혜인의 대답에 반승제는 또다시 문득 차분해졌다.

그는 성혜인을 지그시 바라보며 다른 남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제야 숨이 쉬어지면서 성혜인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럼, 나랑 해보자.”

긴장이 풀리자, 목소리까지 한껏 부드러워졌다.

“대표님은 사실 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성혜인은 반승제가 콧방귀를 뀌는 것을 들었다.

밤거리의 등불은 그리 밝지 않지만, 하얀 피부로 타고나서 어두운 거리에서도 빛이 났다.

반승제는 고개를 떨구고 주위에 행인이 있든 없든 아랑곳하지 않고 지그시 성혜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부드럽기 짝이 없다.

“성혜인, 내가 널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너 스스로가 부정하고 싶은 거야. 내가 널 아무리 좋아한다고 말해도 넌 가장 끝에서 날 부정하고 있어. 나를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고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을 외면하고 싶은 거야. 나를 뿌리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래서 조금 전에 성혜인이 했던 말은 자기에게 하는 말이라고 간주하면 된다.

반승제는 우습기도 하고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내가 널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거였어.”

성혜인은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더니 핑계를 찾았다.

“많이 늦었어요.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

몸을 돌렸지만, 반승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덧붙였다.

“너한테 반지 준 남자 누구야? 그 남자 좋아하는 거지? 사실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서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거 아니야? 나하고 결혼한 이유도 단지 너희 가문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잖아. 나하고 자는 것도 내가 널 만족시킬 수 있어서 자는 거잖아.”

“성혜인, 너 생각보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 내가 널 찾아가지 않으면 넌 절대 날 찾아올리가 없어. 내가 좋아한다고 수천 번이나 말해도 넌 항상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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