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26화 손을 살포시 잡다

성혜인은 차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앞에서 차를 몰고 있는 사람은 심인우이고 반승제는 옆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의 다리는 거의 붙어 있고 얇은 옷감을 넘어 성혜인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차 안의 불빛은 매우 어두우며 지나가는 가로등이 얼굴에 비칠 때마다 그림자가 새겨진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광경에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간다.

차를 타서 지금까지 10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성혜인은 주구장창 핸드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반승제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서서히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성혜인이 한쪽 손을 무릎에 놓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다소 짜증이 났는지 뒤로 의자를 젖히며 지그시 눈도 감았다.

오른손은 휴대 전화를 꼭 잡고 있고 왼손은 무릎에 놓고 있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두 눈을 감은 모습이 조용해 보였다.

반승제는 일 분 정도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어 무릎에 놓여 있는 성혜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온기에 성혜인은 온몸이 굳었고 두 눈을 번쩍 뜨니, 깊은 그의 두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심장까지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손을 빼려고 했지만, 반승제는 손에 힘을 주었다.

성혜인은 애매모호하게 썸을 타거나 교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잠자리를 한 적도 있지만, 모두 반승제의 마음에 따라 한 것이고 종래로 지금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 적이 없다.

성혜인은 다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반승제는 놓아주지 않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거듭 손을 빼려고 하자, 반승제는 깍지를 끼며 더욱 꽉 잡아버렸다.

차 안의 온도도 이에 따라 올라가 성혜인은 더워지며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

회사의 일로 짜증을 너무 부려서인지 어두웠다가 밝았다고 하는 그림자를 지나 반승제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했다.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반승제는 서서히 다가와 고개를 성혜인의 목에 기대었다.

성혜인의 손은 그에게 잡혀 있고 목에는 그의 숨소리로 가득하며 뜨겁기 그지없다.

“대표님...”

말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