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2266 챕터

제521화 그러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그러나 그도 자신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목졸라 죽일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조금 아까웠다.그는 이 고집스러운 표정을 보며 계속 키스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그때, 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페니야.”서민규였다.예민한 반승제는 성혜인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이 굳어버렸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서둘러 반승제를 밀어냈다.“민규 씨?”성혜인은 서민규를 부르더니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서민규는 그녀와 반승제를 번갈아 한 번씩 쳐다보았다.“괜찮아?”그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성혜인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고, 조금 전 그의 각도에서 봤을 때 그녀는 분명 반승제에게 강압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서민규는 반승제에게 미움을 살 수 없어 그저 한번 인사를 건넸다.“반 대표님.”반승제는 조금 전 성혜인에게 물린 혀가 아파 말을 하는 것도 고통스러웠다.그때, 성혜인이 입을 열었다.“민규 씨, 우리 그만 가자.”그녀는 단지 돌아가 쉬고 싶었다. 요 며칠 계속 자신의 손을 걱정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다.서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를 뜨려는데 반승제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조금 전 페니와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남편이 되어서,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서민규의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반승제를 마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반승제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서민규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성혜인은 침착한 말투로 반승제를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방금 반 대표님이랑 네이처 빌리지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그녀는 반승제를 향해 웃었다.“얘기가 끝났으니 반 대표님께서는 협력업체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가 보셔도 됩니다. 윤단미 씨도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반승제는 손으로 입가를 닦았다. 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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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성혜인은 그를 보지 못한 채 열심히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었다.그녀는 손을 다쳐 오른쪽 손은 잠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죽을 떠먹는 것 외에, 새우는 모두 서민규가 까고 그녀의 앞에 있는 작은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포크로 찍어 먹기만 하면 됐다.반승제가 자리에 앉자 윤단미도 그제야 그를 따라 들어왔다. 성혜인을 발견한 그녀의 눈동자는 움츠러들었고 안색도 순간 보기 안 좋게 구겨졌다. 딱 봐도 페니가 이곳에 있으니 반승제가 이곳 레스토랑에 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소비 수준으로 이런 곳에 올 일이 전혀 없을 테니 말이다!윤단미는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 말할 수 없어 반승제의 맞은편에 가만히 앉았다.그때, 종업원이 걸어오더니 그들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손님, 어떤 음식을 드시겠습니까?”반승제는 성혜인네 테이블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불과 2미터 남짓이었다.“저기랑 같은 거로 해주세요.”이 말을 들은 윤단미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웃는게 웃는게 아닌 얼굴로 입을 열었다.“승제야, 나 다른 거 먹고 싶어.”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성혜인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했고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왜 여기에서까지.’메뉴판을 든 반승제는 곁눈질로 성혜인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보지는 않고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다.윤단미는 그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줄 알고 다시 한번 반복했다.“다른 거 먹자. 나는 그 세트 별로 먹고 싶지 않아.”그러나 반승제는 그저 메뉴판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그는 마치 성혜인 테이블과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겉보기에 무뚝뚝한 그는 윤단미가 뭐라 말했는지는 아예 듣지도 못했다.일 분 후, 종업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걸어왔다.“죄송합니다, 손님. 이 테이블이 이미 예약이 된 건데 직원의 실수로 제때 알려드리지 못했네요. 예약한 손님들이 곧 오신답니다. 지금 레스토랑 안에 다른 빈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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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성혜인은 짜증이나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대표님이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건 본적 없는것 같은데. 뻔뻔한 게 아니라, 멘탈이 강한 건가?’이런 레스토랑의 젓가락은 옆에 있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는 일회용 젓가락 머리를 꺼내 속이 빈 젓가락을 끼워 넣어야 했다. 보통 포차 같은 데에서 이런 일회용 젓가락을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일반 일회용 젓가락보다 많이 친환경적이었다.반승제도, 윤단미도 사용할 줄 몰랐다.윤단미는 젓가락을 “팍”하고 테이블 위에 던지며 혐오의 눈빛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여실히 드러냈다.반승제는 곁에 있는 성혜인의 젓가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을 다쳐 줄곧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했기에 젓가락은 옆에 두고 사용하지 않았다.그는 그 젓가락을 갖고 오더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했다.성혜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화가 난 어깨는 세게 들썩거렸다.맞은편에 앉아있는 서민규는 난처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혜인의 서류상 남편으로서 반승제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화를 내자니 반승제에게 미움을 살 용기가 없고, 안내자니 이 가짜 신분이 머리 위에 있어 이렇게 침묵을 지키는 것 도리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그는 이 미묘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곁에 있는 윤단미를 도와 젓가락을 끼워 주었다.그러나 윤단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여기에 참견할 필요 없어요.”서민규는 윤단미가 반승제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윤단미에게도 미움을 보일 수 없어 감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이윽고 성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단미의 앞에 있는 젓가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럼 단미 씨는 손으로 드세요.”윤단미는 성혜인이 이런 짓을 하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얼굴이 굳어서는 입을 꽉 깨물고 있어 피가 나고 있었다.‘빌어먹을 년! 죽여버릴 년!’그녀는 무섭게 성혜인을 째려보며 바로 손을 들어 성혜인의 뺨을 내리치고 싶어 했다.‘도대체 어떻게 승제를 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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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얼굴이 다 빨개졌어

식탁보에 가려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혜인은 몹시 수치스러웠다.그러나 한 손은 다쳤지, 한 손으로는 국을 마시고 있지 해서 도무지 그를 막을 수 없었다.게다가 성혜인이 조금 전 술까지 뿌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승제의 체면을 구겼으니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이건 분명 복수하려는 걸 거야.’성혜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테이블 아래의 광경을 들킬까 봐 두려워 숟가락을 꽉 쥐고 국을 마시지도 못했다.맞은 편에 있는 서민규는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는 서둘러 물었다.“페니야, 열나는 거 아니야? 얼굴이 다 빨개졌어.”성혜인은 입술을 꽉 깨물어 고개를 저었다.반승제는 그녀의 오른편에 앉아 오른손으로는 국을 마시고, 왼손은 성혜인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밖에서 보기에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성혜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만 빼면 말이다.국을 한입 떠 마신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혀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조금 전 성혜인이 깨문 건 절대 장난으로 한 게 아니었다. 국을 마시니 혀는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 아파져 왔다.그는 무심코 왼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움켜잡더니 뒤로 기댔다.그러고는 가볍게 물었다.“서천에서의 일은 다 해결됐나요, 민규 씨?”서민규는 반승제가 직접 먼저 물어봐 올 줄을 예상치 못했다.“아니요, 최근에는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없어서, 모레쯤이면 다시 돌아갈 것 같습니다.”“그쪽 공사장 사람들하고 지내는 게 많이 힘드시죠?”반승제는 담담한 말투로 말하면서 성혜인의 다리에 있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상사의 물음에 서민규는 자세를 바로 고쳐잡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진짜 공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다들 너무 바빠서 교류할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반승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더욱 깊숙한 곳으로 손을 뻗어 넣었다.“제가 듣기로 공사장에 일하는 많은 분들이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하던데, 장기간 밖에 있다 보니 바람피울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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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왜 저를 쫓아 나오셨어요?

성혜인은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있었는데 어떨 때는 각각의 핸드폰에 카드를 하나씩 넣었고 가끔은 두 장의 카드를 한 핸드폰에 넣기도 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까치발을 들어 가져오려고 했다.그러자 반승제는 일부러 손을 높게 들며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진짜 일할 때만 쓰는 번호야?”“아뇨.”말을 끝마치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화면에는 SIM1 카드로 걸려온 전화가 보였는데 그 위에는 신이한이라고 쓰여 있었다.SIM1은 그녀의 개인 전화번호였다. 신이한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 두 전화번호를 다 알고 알려주었다.반승제는 신이한이 걸어온 전화임을 발견하고는 바로 끊어버렸다.그러고는 자신의 번호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화면에는 SIM2 카드로, 반 대표님 전화가 왔다고 알림이 떴다.한 명은 신이한, 다른 한 명은 반승제, 그녀가 누구와 더 친한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렸다.반승제는 화가 나 웃음을 터뜨렸다. 이 순간만큼은 그도 정말 수치스럽기 짝이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입술을 꽉 깨문 채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꼭 다문 입은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아 보였다.“개인 전화번호는 뭐야?”‘신이한도 아는데, 나는 안돼?’성혜인은 어두운 얼굴로 왼손을 벌렸다.“핸드폰 돌려주세요, 반 대표님.”어째서인지 반승제는 자신의 심장이 누군가에게 찔린 것처럼, 혀에 난 상처보다도 더 아파 났다.이런 기분은 정말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그는 핸드폰을 휙휙 넘겨보며 나머지 카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때, 성혜인이 힘껏 그의 발등을 짓밟았다.그는 아파 몸을 흠칫 떨었고 얼굴도 조금 구겨졌다.그렇게 핸드폰은 그녀의 손에 되돌아가고 말았다.성혜인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빠르게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반승제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죽구두를 봤고 거기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남아있었다.‘술 뿌리고, 내 신발을 짓밟고, 내 앞에서 단미 젓가락도 버리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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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누가 더 좋아?

윤단미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반승제의 아내에게서도 못 느꼈던 위기감을 말이다. 반승제가 일부러 이 레스토랑을 선택한 것도, 일부러 페니의 곁에 앉은 것도 전부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이유였다.그녀는 반승제가 페니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기엔 현실이 너무나도 매정했다. 그래도 다행히 반승제 본인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윤단미는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지난날 연애할 때 반승제의 호감 표시는 비싼 선물을 보내주는 것밖에 없었다. 먼저 손잡은 적도 키스한 적도 없기에 그녀는 반승제가 플라토닉 러브를 지향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페니를 삼켜버릴 듯 탐하는 남자가 플라토닉 러브를 지향한다는 건 한낱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페니가 손가락을 다치게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니 당장 어떻게든 죽여버려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반대로 성혜인의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반승제는 말투도 부드러워졌다.“일단 차에 타.”“윤단미 씨는요?”반승제는 말없이 성혜인의 다치지 않은 손을 잡아 차의 뒷좌석에 태웠다. 조수석에 타면 다친 손이 안전벨트에 닿기 때문이다. 그다음에야 그는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단미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단미야, 넌 알아서 돌아가.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윤단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미친 듯이 따져 물어봤자 반승제의 불쾌감만 살 뿐이기 때문이다.마음의 저울은 이미 기울어졌다. 윤단미의 발악은 반승제의 마음이 더욱 기울어지게만 할 것이다. 그러니 급해하지 말고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책이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다음 윤단미는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레스토랑에는 서민규 한 사람밖에 없었다.서민규는 반승제와 성혜인의 은밀한 사이에 관해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반승제가 그에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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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두 가지 단점

“대답해.”성혜인이 대답을 주지 않자, 반승제는 더욱 힘을 더했다. 그 와중에도 손은 건드리지 않도록 한 손으로 받쳐주고 있었다.“페니 넌 다 좋은데 안목이 나쁜 것이 문제야.”성혜인은 아예 눈을 꼭 감았다. 반승제가 빨리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쳤다고 봐주는 것인지 오래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끝난 다음 땀을 닦아주기도 했다.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큰일이었기 때문에 반승제는 크게 움직이지도 못했다. 비록 반승제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성혜인은 한 번을 쉽게 덜어냈으니 이득인 셈이다. 이렇게 8번째를 끝내고 그녀는 핸드폰을 힐끗 봤다. 시간은 아직 새벽 두 시였다.“네 개인 번호 진짜 안 알려줄 거야?”반승제가 또다시 손을 뻗어 자신의 핸드폰을 잡으려고 하자 성혜인은 아예 핸드폰을 가방 속으로 넣어버렸다.반승제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만족스러운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만약 그가 원한다면 손쉽게 성혜인의 번호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성혜인이 먼저 알려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기분 좋게 끝내 놓고 왜 갑자기 차갑게 구는 건데?’반승제는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무책임한 바람둥이처럼 침대에서 내리더니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바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입었다. 하지만 속옷 후크는 어떻게 해도 잠기지 않았다. 한 손으로 풀 수 있는 속옷 후크를 한 손으로 잠글 수 없다는 것이 처음으로 슬픈 순간이었다.성혜인은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쪽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는 반승제에게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먼저 부탁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래 구경만 하려 했던 반승제도 결국 상처만 받고 말았다.성혜인이 여섯 번째 시도에도 실패했을 때 차가운 손가락이 등에 닿고 후크가 잠겼다. 그녀는 말없이 옷을 마저 입으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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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인테리어 취향

잠에서 깨어난 다음 성혜인은 장하리의 연락을 받았다. HS그룹과의 계약서가 체결되었다는 연락이었다.BK과 HS와의 계약이 있으니 SY그룹은 전보다 훨씬 걱정을 덜었다. 지금은 그저 임원진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젊은이들로 만들어진 후보 명단이 있기는 하지만 얇은 한 장의 이력서 외에는 그들에 대해 알아갈 방법이 없었다.“사장님, 곧 있으면 경매가 열릴 거예요. 전 사장님이 계획한 사업 확장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해 강동 땅을 입찰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경매예요. 경매 날짜는 내일인데 여러 기업이 참석할 것이기에 제대로 준비해야 할 거예요. 사장님이 잊으셨을까 봐 말씀드려요.”성휘가 아직 사장이었던 시절 확실히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비록 성혜인은 계획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최 측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기에 경매에 참석은 해야 할 것이다.“경쟁사는 메일로 보내드릴게요.”성혜인은 컴퓨터를 열자마자 윤씨 가문의 세한그룹을 발견했다. 세한은 부동산 사업을 위주로 하니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당연했다.장하리는 또 메일에서 지난번 SY그룹과 세한그룹이 일으킨 소동으로 인해 이번 경매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보탰다. 혹시라도 윤단미와 성혜인 사이에 트러블이 일어날까봐 말이다.“경매는 장 비서가 대신 가줘요.”장하리는 물론 알겠다고 답장했다.성혜인은 아침을 먹고 나서 BK사의 전화를 받았다. 설계도를 바꿔야 하는지 원래대로 진행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였다.네이처 빌리지의 공사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성혜인은 지난번 2층에 화실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명백한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기다리는 중이었다.성혜인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또다시 걸어보자 통화 연결음이 잠깐 들리다가 뚝 하고 끊겨버렸다. 누가 봐도 일부러 받지 않는 것이었다.그녀는 화를 내면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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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건드려서는 안 될

“면적에 따로 요구가 있을까요?”“너무 작지만 않으면 돼. 붓 씻기 편하게 화장실도 있었으면 좋겠군.”예상 밖의 요구에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네.”“벽은 가장 간단한 흰색이면 좋겠어. 또 다른 화가의 작품을 걸어야 하니까 따로 자리를 내줘. 인테리어도 작품이 돋보이게 해주고 국내와 국외 두 가지 파트로 나눠줘.”나라에 따라 화풍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 화가들의 화풍이 유독 독특해서 반승제의 요구는 중요한 것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그리고 난 초상화는 싫어.”그 말인즉슨 화방에 걸 작품 중에 초상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다.성혜인은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어쩐지 할 일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반승제는 고용주였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너도 스승님의 제자니까 그림을 고르는 일은 너한테 맡길게. 대략 8점 정도만 있으면 돼.”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대표님의 소장품 중에서 고를 생각은 없으신가요?”반승제는 수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이 일을 쉽게 해결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요즘 어떤 작품을 살 수 있는지 주의 깊게 봐줘,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마침 얼마 후 경매가 있다고 들었는데 너도 같이 가자. 경매에 아마 그림도 나올 거야.”성혜인은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공적인 일이었기에 싫다고 해도 허락해야 했다. 지금껏 쌓아온 명성을 네이처 빌리지에서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경매에 나온 그림은 대부분 수백억 원씩 했다. 반승제는 8점 정도를 요구했으니 화방에 걸 그림에만 2000억 원 정도를 쓰게 될 것이다.반승제는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 경매는 3일 후에 바로 있었는데 주최 측에서는 최소 4점의 미술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경매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지만 성혜인과 함께라면 경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3일 후에 경매가 있네. 너도 따라와.”이는 제안이 아닌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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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고귀하신 윤단미 씨

성혜인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마치 영혼을 잃은 것처럼 초점이 흐릿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붕대가 뜨거운 물에 닿아 상처가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을 끌어당기면서 그녀가 들고 있던 유리 파편을 빼앗아 던졌다. 다행히 다른 한쪽 손이 유리 파편에 베지는 않은 듯했다.“붕대가 약간 젖었을 뿐이니까 새 걸로 바꾸면 괜찮을 거야.”반승제는 성혜인이 걱정할까 봐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게 이해했는지 피식 웃으면서 반승제를 밀어냈다.“약간 젖었을 뿐이라고요? 대표님이 보기에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겠죠. 제 한쪽 손 따위가 고귀하신 윤단미 씨의 얼굴보다 중요할 리는 없을 테니까요.”성혜인의 오해에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랐다.반대로 윤단미는 반승제가 성혜인부터 걱정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승제야, 봤지? 저 여자가 내 얼굴을 그어버리려고 했어.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악독할 수가 있어?”윤단미의 말에 성혜인은 속이 다 메슥거렸다.“악독이요? 윤단미 씨, 제를 평가하기 전에 일단 정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손을 다친 날 왜 윤단미 씨도 마침 손을 다치고, 또 마침 의사를 차지했죠? 저는 윤단미 씨의 얼굴을 다치게 하지 못했지만, 윤단미 씨는 제 손을 다치게 했으니 악독이라는 말은 윤단미 씨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성혜인의 눈빛에는 반승제와 윤단미에 대한 증오로 가득했다.“저와 대표님은 그냥 거래하는 사이일 뿐이에요. 그러니 윤단미 씨의 질투는 대표님한테 직접 얘기해요. 뭐든 저를 골탕 먹이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요.”반승제는 어두운 눈빛으로 윤단미를 힐끗 봤다. 그러자 윤단미는 겁먹다 못해 입술이 다 파르르 떨렸다.“나... 나 아니야. 승제야, 믿어줘.”성혜인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빨리 진세운을 만나 상처를 봐달라고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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