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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누가 더 좋아?

윤단미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반승제의 아내에게서도 못 느꼈던 위기감을 말이다. 반승제가 일부러 이 레스토랑을 선택한 것도, 일부러 페니의 곁에 앉은 것도 전부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이유였다.

그녀는 반승제가 페니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기엔 현실이 너무나도 매정했다. 그래도 다행히 반승제 본인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윤단미는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지난날 연애할 때 반승제의 호감 표시는 비싼 선물을 보내주는 것밖에 없었다. 먼저 손잡은 적도 키스한 적도 없기에 그녀는 반승제가 플라토닉 러브를 지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페니를 삼켜버릴 듯 탐하는 남자가 플라토닉 러브를 지향한다는 건 한낱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페니가 손가락을 다치게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니 당장 어떻게든 죽여버려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반대로 성혜인의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반승제는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일단 차에 타.”

“윤단미 씨는요?”

반승제는 말없이 성혜인의 다치지 않은 손을 잡아 차의 뒷좌석에 태웠다. 조수석에 타면 다친 손이 안전벨트에 닿기 때문이다. 그다음에야 그는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단미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단미야, 넌 알아서 돌아가.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윤단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미친 듯이 따져 물어봤자 반승제의 불쾌감만 살 뿐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저울은 이미 기울어졌다. 윤단미의 발악은 반승제의 마음이 더욱 기울어지게만 할 것이다. 그러니 급해하지 말고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책이었다.

“알았어.”

전화를 끊은 다음 윤단미는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레스토랑에는 서민규 한 사람밖에 없었다.

서민규는 반승제와 성혜인의 은밀한 사이에 관해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반승제가 그에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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