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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건드려서는 안 될

“면적에 따로 요구가 있을까요?”

“너무 작지만 않으면 돼. 붓 씻기 편하게 화장실도 있었으면 좋겠군.”

예상 밖의 요구에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벽은 가장 간단한 흰색이면 좋겠어. 또 다른 화가의 작품을 걸어야 하니까 따로 자리를 내줘. 인테리어도 작품이 돋보이게 해주고 국내와 국외 두 가지 파트로 나눠줘.”

나라에 따라 화풍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 화가들의 화풍이 유독 독특해서 반승제의 요구는 중요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난 초상화는 싫어.”

그 말인즉슨 화방에 걸 작품 중에 초상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성혜인은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어쩐지 할 일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반승제는 고용주였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너도 스승님의 제자니까 그림을 고르는 일은 너한테 맡길게. 대략 8점 정도만 있으면 돼.”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대표님의 소장품 중에서 고를 생각은 없으신가요?”

반승제는 수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이 일을 쉽게 해결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요즘 어떤 작품을 살 수 있는지 주의 깊게 봐줘,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마침 얼마 후 경매가 있다고 들었는데 너도 같이 가자. 경매에 아마 그림도 나올 거야.”

성혜인은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공적인 일이었기에 싫다고 해도 허락해야 했다. 지금껏 쌓아온 명성을 네이처 빌리지에서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매에 나온 그림은 대부분 수백억 원씩 했다. 반승제는 8점 정도를 요구했으니 화방에 걸 그림에만 2000억 원 정도를 쓰게 될 것이다.

반승제는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 경매는 3일 후에 바로 있었는데 주최 측에서는 최소 4점의 미술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경매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지만 성혜인과 함께라면 경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3일 후에 경매가 있네. 너도 따라와.”

이는 제안이 아닌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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