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무슨 태도야?!’반승제는 운전대를 꽉 잡더니 홧김에 페달을 꽉 밟아버렸다. 그렇게 BH그룹의 사무실에 도착한 다음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윤단미는 기다리다 못해 집으로 돌아갔다. 반재인이 지각할 때부터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반승제가 금방 조사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반재인이 잡혀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반희월에게 연락했다.반희월에게 아들이라고는 임경헌 한 명밖에 없었다. 반씨 가문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줄곧 가문과 동떨어져 지냈다. 반희월도 성격이 부드러운 편이라 집안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윤단미는 초조한 마음으로 반재인이 답장을 주기를 기다렸다. 그가 자신을 팔아버리지는 않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이때 반승제가 전화를 걸어왔다. 윤단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승제야...”전화 건너편에서 반승제는 서류를 훑어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반재인은 네가 부려 먹은 거야?”“승제야, 난...”“오늘 일로 다시 페니를 찾아가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넌 집에서 형한테 뭘 받았는지나 생각하고 있어.”윤단미는 화가 나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내가 그 여자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몰라?!”“그 여자가 너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는 모르는 거야? 혹시 네가 진짜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윤단미는 말문이 막혔다.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다. 만약 반승제와 싸우게 된다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만 벌어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분노를 꾹꾹 억누르면서 피비린내가 맴도는 입으로 말했다.“알았어. 페니는 찾아가지 않을게.”반승제는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윤단미는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그리고 방안에서 부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산산이 깨부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밖에 있는 사람 아무나 불러왔다.“디자이너 년의 집안 상
반승제가 이토록 중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진세운은 바로 최근 들었던 한 소문이 떠올랐다.“혹시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한다는 디자이너야?”반승제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손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절대 후유증이 남아서는 안 돼. 그러니 오늘 밤에 바로 와줘.”“그냥 병원으로 오라고 하면 될 거 아니야.”사실 반승제는 성혜인을 호텔로 부를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다친 손 외에는 별다른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핸드폰을 사이 두고 진세운은 반승제의 꼼수를 알아차린 듯 씩 웃었다. 그도 마침 도대체 어떤 여자가 반승제의 정신을 쏙 빼놓았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다.“좋아. 오늘 저녁 9시, 그쯤이면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반승제는 진세운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성혜인에게 연락했다.핸드폰 화면에 떡하니 뜬 반승제의 이름을 보고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받기 싫다고 생각했다.“여보세요.”“오늘 저녁 9시. 유명한 의사를 불렀으니까 호텔로 와. 너 많이 걱정했잖아.”조금 전 금방 병원에서 진세운과 만나고 온 성혜인은 이미 마음을 놓고 있었다. 강민지의 말로 진세운은 제원에서 가장 유명한 외과 의사이니, 반승제의 호텔에 가봤자 별다른 진찰은 받지 못할 것 같았다.“됐어요.”“...내 친구랑 이미 얘기 끝냈어. 외국에서 상도 많이 받은 애라 후유증이 남지 않게 잘 봐줄 거야.”“손은 괜찮아요.”“이미 다 얘기 끝냈다니까?”성혜인은 포레스트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그녀는 빨리 내일 경매를 위해 준비해야 했다. 무슨 영문인지 일 년이나 밀린 경매 뒤에는 무시무시한 내막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내막은 아마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만 알 것이다.“네이처 빌리지의 건이 아니라면 이만 끊을게요.”반승제는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넌 왜 항상 잘 해줘도 고마운 줄은 모르는 거야?”뚝.성혜인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포레스트에 들어간 다음에는 저녁 식사에 국물을 빼달라고 유경아에게 당부
반승제는 설씨 가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해외로 이민해서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흑백 영화로 시작해서 지금으로 발전하기까지 어디에서나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모스카 시상식도 그들의 재력으로 운영되는 것이었다.설씨 집안에는 아들 둘, 딸 하나가 있었다. 두 명의 아들은 또 성격이 완전히 반대되는 것으로 유명했다. 큰아들은 반승제가 해외에 있을 때 만나본 적 있는데 조용하고 점잖은 것이 벌써 완벽한 후계자의 모습을 갖췄다. 둘째 아들은 비록 직접 만나본 적 없지만 해외에서 카사노바로 꽤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만약 설씨 가문의 딸이 친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여러 세력이 동요할 것이다. 영화판을 주름 잡는 설씨 가문의 HW그룹이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한때 회장인 설의종이 살해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어차피 공부는 진작 끝내고 졸업증까지 받았어. 그래서 자료 찾기 편한 국내로 일찍 돌아왔지.”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의 집안일에 그다지 관심 없었기 때문이다.“시환이 말로는 BH그룹이 영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그러면 너도 이제 설씨 집안사람이랑 만나게 되겠다.”진세운은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약품 상자를 들어 올렸다.“나는 출근하는 동시에 설씨 가문 친딸의 소식까지 알아봐야 해서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그러니 미스 애지중지한테는 병원으로 직접 오라고 해.”진세운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버렸다.문이 닫힌 다음 반승제는 서류를 내던지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윤단미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강동의 땅에 관해 물었다.“승제야, 우리 세한이 내일 입찰에 참여할 건데 네가 보기에는 얼마에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반승제가 대답하려는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성혜인이었다.반승제의 눈빛은 순간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단미가 무엇을 물었
반승제는 성혜인의 말을 무조건 신뢰했다. 그래서 그녀가 꽤 훌륭한 거래를 제안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손을 쓰지 않는다면 성씨 가문에서 갖은 수를 써가며 질척댈 것이기 때문이다.“너 성씨 집안이랑도 인연이 있었어?”“네.”반승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성혜인을 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더해졌다.“너...”반승제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 반태승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무래도 반재인 때문에 전화를 건 듯했다.반승제는 성혜인을 풀어주더니 정장 외투를 챙겨 들고 몸을 일으켰다.“네가 원하는 대로 일단 단미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게.”핸드폰은 반승제가 받을 때까지 걸 기세로 끊임없이 울려댔다. 그가 바빠 보이기에 성혜인은 따라 일어나면서 말했다.“바쁘신 것 같으니 저도 같이 나가요.”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반승제는 성혜인의 뒤통수를 잡고 집요하게 입을 맞췄다.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빨아들일 것처럼 말이다.‘오늘따라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왜 이래?’성혜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반승제에게 기대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지만 반승제는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 엘리베이터는 반승제의 전용 엘리베이터였기 때문에 따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이 계속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반승제의 몸에서 나는 옅은 향수 냄새는 성혜인의 코끝에서 맴돌았다.반승제는 한참 후에야 성혜인을 놓아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심 비서를 따라 집에 돌아가.”“택시가 편해요.”성혜인은 원래 반승제에게 어디에 가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반승제의 핸드폰은 지금도 끈질기게 울려대고 있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 여간 급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성혜인은 그를 오래 잡아두고 있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먼저 일 보러 가세요.”반승제는 차에 올라타다 말고 머리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봤다. 어쩐지 평소와 달리 깊은 눈빛이었다....반씨 저택에 도착한
반태승은 잠깐 분을 삭이다가 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눌렀다.“됐다. 그것도 다 제 복이지, 뭐. 언젠가 그놈이 후회한다고 해도 난 도와주지 않을 거야.”“그럼 도련님을 진짜 밤새 무릎 꿇게 하실 겁니까?”“당연하지. 내일 날이 밝은 다음에 쫓아내.”말을 마치자마자 반태승의 핸드폰이 울렸다. 성혜인에게서 온 전화였다.반태승은 순간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전화를 받았다.“혜인아.”“할아버지, 강동의 땅에 관해 묻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내일이면 경매가 열리는데 일 년 동안 방치된 것이 이상해서요. 원래 투자하려고 했던 회사들도 전부 포기했던데, 혹시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마음 같아서 반태승은 성혜인을 저택으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문밖에 있는 바보 같은 놈 때문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그 일이라면 이미 네 아버지한테 말했다.”‘네 아버지’라는 사람이 성휘인지 반승제의 아버지인지 헷갈렸던 성혜인은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뒤늦게 반승제의 아버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땅은 상업을 발전하는데 아주 맞춤한 땅이야. 지하철을 뚫기도 편하고 주택구를 만들어 투자하기도 편하거든. 일 년 전에는 명문 초등학교도 세울 계획이라고 하던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다들 나떨어진 모양이구나. 우리 업계에서는 시간이 금이라 일 년이나 기다릴 사람은 없어. 만약 강동 땅을 살 생각이라면 나는 아파트를 세우는 걸 추천한다. 학교도 백화점도 수도 들어가기 편할 테니 말이다. 별장은 무조건 밑지는 장사일 테니 하지 말거라.”“지하철 개통과 학교 건설 계획은 아직도 유효한가요?”“지금 다시 하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하철이면 몰라도 일단 초등학교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되어 버려서 주변에 학교가 하나도 없거든. 당분간은 아파트를 세운다고 해도 좋은 값을 받지 못할 거야. 안 그래도 위치가 안 좋은데 지하철은 또 언제 생길지 모르니, 개발도 쉽지는 않을 것 같구나. 이 소식도 다음 달쯤이
성혜인이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건 반태승 때문이었다. 반태승은 이 세상에 얼마 없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반태승은 언제나 그녀를 믿어줬고 SY그룹의 1차 융자도 많이 도와줬다.1차 융자 다음에는 2차 융자가 있었다. 솔직히 만약 성혜인이 이때 이혼을 했다면 너무 목적 있는 여자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둔 것은 모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성휘도 지금 같아서는 3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성혜인은 보여주기식의 결혼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SY그룹으로 그에게 보답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제 떠날 때 속이 편할 것이다.성혜인은 손을 들어 미간을 눌렀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성휘의 친딸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 성휘는 죽기 전에 친딸과 만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난번 서천에 갔을 때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성혜인의 능력으로 3개월 안에 24년 전의 일을 조사해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그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성혜인은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직접 입찰에 참가하겠다고 말하기 위한 전화였다....이튿날 아침.오늘 무조건 윤단미와 마주치게 될 것이기에 성혜인은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는 물론이고 옷까지 잔뜩 껴입었다. 원래의 몸매를 가리기 위해서 말이다. 널찍한 외투는 아무도 그녀가 손을 다쳤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전부 가려버렸다.경매장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보였다. 이번 입찰 건은 기껏해야 몇천억 원짜리였기 때문에 원래 같으면 기자들의 시선을 끌 수 없었다. 오직 대기업이 참가해야만 기사로 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장하리와 함께 입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장내에 앉아 있는 윤단미를 발견했다. 윤단미의 주변에는 세한그룹의 임원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번 입찰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반대로 SY그룹을 대표하는 성혜인은 장하리만 데리고 왔다. 임원진이 아직 완전히 결
반승제의 기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눈빛 또한 칼날같이 예리해졌다.윤단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그리고 반승제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쯧쯧”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두 사람 부부 아니에요? 설마 지금껏 여보 소리 하나 못 들어본 건 아니죠?”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자를 더욱 아래로 누를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윤단미는 당연히 슬픈 표정일 것으로 여기고 말했다.“참, 그거 알아요? 저 임신했어요.”성혜인의 눈초리는 파르르 떨렸다. 곁에 있던 장하리는 놀란 듯 머리를 들어 윤단미의 배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단미는 자신만만하게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은 결혼하고 나서도 데이트 한번 한 적 없죠? 임신은 뭐 꿈도 못 꾸겠네요. 승제가 저한테 그러던데 당신만 보면 구역질이 난대요. 하루하루 이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윤단미의 말을 들은 성혜인은 피식 웃었다. 윤단미는 곧바로 정색하면서 물었다.“왜 웃어요?”‘설마 내 말을 안 믿는 거야?’윤단미는 어쩐지 비웃음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침 폭언을 퍼부으려고 할 때 경매가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이때 성혜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한테서 들었어요. 지금껏 단 한 명의 여자만 만난 적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윤단미 씨였던가요? 만약 아니라면 배 속의 아이는 누구의 것일까요?”“이 미친...”윤단미는 욕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주변에 보는 눈이 있었기에 여기서 흥분하는 건 그녀의 명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심호흡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당신 남편이 어떻게 저를 돕는지나 보고 있어요.”윤단미가 멀어진 다음 성혜인은 곁에 있던 장하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개자식...”언젠가 자신도 한 적 있는 말인 것 같았기 때문에 성혜인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장 비서는 남자친구 있어요?”“네, 7년째 만나고 있어
한편, 안에서는 윤단미의 보디가드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전했다.“어제 부탁하신 페니 씨에 관한 자료, 사실 어젯밤 이미 다 알아봤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이라 저희 쪽 사람들에게 다시 조사해달라 했는데 여전히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윤단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결과요?”보디가드는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페니 씨 진짜 이름이 성혜인입니다. 반 대표님 서류상의 그 아내 말입니다.”윤단미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그럴 리가요!”그녀의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 순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러자 윤단미는 서둘러 목소리를 낮췄다. 얼굴을 창백해진 채로 말이다.“그럴 리가요, 같은 사람일 리 없어요. 다시 한번 조사해와요!”‘성혜인 그 여자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심지어 승제 본인조차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인데... 승제가 지금 페니한테 흔들리고 있고, 만약 성혜인이 진짜 페니라면, 승제가 지금 자기 아내를 좋아하는 거잖아?!’온몸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마음도 시리기 그지없었다.“이미 저희 쪽 사람이 두 번이나 조사해봤습니다. 정말 아주 자세하게 모두 조사했는데 확실하다고 나왔어요. 저도 정말 믿기지 않지만, 결과가 이렇습니다.”보디가드는 곧바로 윤단미에게 자료를 건네 보였다.윤단미는 손가락마저 떨려 심지어 구토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성혜인의 자료에는 영어 이름 페니, 제원대학교의 학생, 주영훈의 제자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눈앞이 새까매진 윤단미는 하염없이 입으로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손에 있던 자료들을 전부 찢어버렸다.“아아아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윤단미는 미친 듯이 앞에 있는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RI그룹의 임원이 와 서둘러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말렸다.“윤단미 씨, 주변에 아직 기자들도 있습니다.”안색이 곧 어두워지더니, 윤단미는 보디가드의 보호 아래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