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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여보 소리 하나 못 들어본 사이

반승제의 기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눈빛 또한 칼날같이 예리해졌다.

윤단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그리고 반승제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쯧쯧”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두 사람 부부 아니에요? 설마 지금껏 여보 소리 하나 못 들어본 건 아니죠?”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자를 더욱 아래로 누를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윤단미는 당연히 슬픈 표정일 것으로 여기고 말했다.

“참, 그거 알아요? 저 임신했어요.”

성혜인의 눈초리는 파르르 떨렸다. 곁에 있던 장하리는 놀란 듯 머리를 들어 윤단미의 배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단미는 자신만만하게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나서도 데이트 한번 한 적 없죠? 임신은 뭐 꿈도 못 꾸겠네요. 승제가 저한테 그러던데 당신만 보면 구역질이 난대요. 하루하루 이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윤단미의 말을 들은 성혜인은 피식 웃었다. 윤단미는 곧바로 정색하면서 물었다.

“왜 웃어요?”

‘설마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윤단미는 어쩐지 비웃음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침 폭언을 퍼부으려고 할 때 경매가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이때 성혜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한테서 들었어요. 지금껏 단 한 명의 여자만 만난 적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윤단미 씨였던가요? 만약 아니라면 배 속의 아이는 누구의 것일까요?”

“이 미친...”

윤단미는 욕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주변에 보는 눈이 있었기에 여기서 흥분하는 건 그녀의 명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심호흡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 남편이 어떻게 저를 돕는지나 보고 있어요.”

윤단미가 멀어진 다음 성혜인은 곁에 있던 장하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개자식...”

언젠가 자신도 한 적 있는 말인 것 같았기 때문에 성혜인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장 비서는 남자친구 있어요?”

“네, 7년째 만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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