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44화 결정적 계기

현재 반태승도 그가 또 한 여자와 놀아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려 벌하는 거로 마무리했다.

처음 반승제가 바람피운 걸 알았을 때는 집안의 법대로 엄중히 벌했기에, 무릎을 꿇리는 건 그와 비길 바 없이 가벼운 벌이었다.

그 말인 반태승의 경계가 아주 느슨해졌다는 것을 설명한다. 단지 결정적 계기 하나가 부족할 뿐.

반승제는 그 계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윤씨 집안.

윤단미는 밤새도록 미친 듯이 굴었다.

사람은 극한으로 분노했을 때 거의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목이 쉬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엄서향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줄곧 초조하게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서 있었다.

“단미야, 무슨 일 있는 거면 다 같이 상의하면 돼.”

윤단미의 입술은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 이전에 당한 굴욕들을 모두 더해봐도, 성혜인이 페니라는걸 알았을 때 느낀 굴욕보다는 덜했다.

자신이 늘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내내 성혜인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던 것이었다.

밤새운 탓에 윤단미의 눈은 퉁퉁 부었다. 그녀는 그 진실만 떠오르면 몸이 부르르 떨려 참을 수가 없었다.

엄서향은 집사에서 예비 열쇠를 갖고 오게 해 문을 열었다.

“너 요 며칠 한 번도 할머님 찾아뵈러 가서 얘기 안 나눴어. 할머님은 너를 가장 지지하는 분이야. 절대 게을리해서는 안돼.”

윤씨 집안 모든 사람은 그녀가 반씨 집안에 시집가기를 바라고 있다.

윤단미는 눈이 시뻘게져서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더는 기회가 없어요.”

‘영원히 기회는 없을 거야. 승제도 곧 알게 될 테니까.’

엄서향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

“단미야, 침착해. 승제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든 너에게는 항상 기회가 있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목표를 이뤄내고 말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야. 그 반재인도 너를 계속 쫓아다닌다고 하지 않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