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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저는 성혜인과 이혼하고 싶습니다

반태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내가 맞춘 모양이구나. 너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구나. 그럼 이번 일을 내가 혜인이에게 알리지 않은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시선을 아래로 내린 반승제는 눈빛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자신이 기다려온 결정적 계기라는 걸 알아챘다.

“할아버지, 저는 성혜인과 이혼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 번도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이 말이 나오자 병실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반승제는 반태승이 반대하며 자신을 질책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천천히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마음대로 해라. 네 마음속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 하니 너도 혜인이에게 어울리지는 않아. 그런데 BH그룹이 SY그룹 융자를 두 차례나 도운 일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그 아이가 바로 이혼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나에게 3개월의 기한을 제시하더구나. 그러니 3개월 후에 너희 모두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렴. 그때가 되면 서로 상관없이 사람이 되는 거야.”

이 일이 해결되기까지 적어도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던 반승제는, 반태승이 이리도 빨리 답장을 줄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반태승이 아마도 자신의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고 더는 꾸짖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각 반태승은 어느새 병실 문 입구에 다다랐는데, 문을 열며 또 한마디 덧붙였다.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여자를, 제가 어떻게 후회하겠어요.’

“안심하세요, 할아버지.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반태승은 그의 굳건한 태도를 보고 성혜인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없을 것이라 여겼다.

‘못난 놈, 혜인이 몸까지 가졌으면서 큰소리치기는. 그래, 나도 더는 상관 안 하련다.’

반태승이 떠나자, 반승제는 곧 심인우에게 물었다.

“페니는요?”

“그날 서주혁 씨께서 대표님을 병원에 데려다준 뒤로, 회장님께서 오셨고, 반씨 집안사람들이 몇몇 방문했지만, 페니 씨는 오지 않았습니다.”

‘안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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