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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꺼져

성혜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래도 문을 열기 전 꿋꿋하게 다시 말했다.

“앞으로 이런 일에 다시는 부르지 말아 주세요.”

“꺼져, 알았으니까...”

반승제는 성혜인을 등지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드디어 고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시름을 놓았다.

병실 문을 열자 성혜인은 마침 안으로 들어오려던 간호사와 마주쳤다. 간호사가 눈을 크게 뜬 걸 보니 자신의 모양새가 여간 처참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반승제가 오늘따라 더 열정적이라 몸에 수도 없는 흔적이 남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간호사는 성혜인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욕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반승제가 입원했는데도 끈질기게 찾아오는 여자가 참 뻔뻔해 보였으니 말이다.

“대표님, 상처 소독할 시간이에요.”

반승제는 여전히 몸을 돌리고 있는 채로 눈을 꾹 감았다. 가슴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간호사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붕대를 풀고 험악한 상처를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약을 바르고 새로운 붕대로 갈았다.

이 과정에서 반승제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붕대를 갈고 난 간호사는 그의 어깨에 난 손톱자국을 보고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손톱자국을 매만지다가 뒤에서 그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신경이 예민한 반승제는 간호사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리고 그녀를 확 밀쳤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진세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 바꿔줘.”

간호사는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반승제의 다리를 잡으면서 말했다.

“대표님, 조금 전의 여자는 되면서 왜 저는 안 되는 거예요? 저는 처녀예요. 조금 전의 여자보다 훨씬 깨끗하다고요.”

반승제는 화가 나다 못해 머리가 툭툭 뛰는 것만 같았다.

진세운이 왔을 때 병실 안은 싸늘하다 못해 몸이 흠칫 떨릴 정도였다. 그는 간호사를 내보내고 직접 반승제의 상처를 살펴봤다.

“잘 아물고 있으니까 며칠 지나서 퇴원하면 되겠다. 열도 내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 뇌진탕에 어떤 후유증이 따라올지 모르니까.”

반승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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