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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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페니의 남자 컬렉션

도송애는 황급히 성혜인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귀하신 분도 못 알아봤네요. 오늘 일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니 계산이라도 제가 할게요.”도송애는 또 활짝 웃으며 반승제를 바라보더니 이어서 말했다.“대표님, 저희는 저쪽에서 얘기를 나눌까요?”반승제는 오늘 협력을 목적으로 도송애와 약속을 잡았다. BH그룹이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본 하나에 투자하는 것으로는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심드렁한 태도로 제자리에 멈춰선 채 성혜인만 바라봤다.‘어제는 신이한이고 오늘은 온수빈이야? 도대체 이 여자는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나야 만족하는 거지?’속으로 묵묵히 생각하고 있던 반승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같이 나가자.”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저 할 일이 있어요.”반승제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도송애가 보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내지는 않고 그냥 성혜인의 옷깃을 정리해 줬다. 그렇다고 한들 그녀가 느낀 것은 배려가 아닌 위협일 뿐이었다.“말 들어.”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승제가 도송애를 따라 룸으로 들어간 후에는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휴지를 뽑아 온수빈에게 건네줬다.“괜찮아요?”온수빈은 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된 것처럼 커피 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성혜인의 질문을 들은 다음에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부자들 앞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톱스타라고 해도 일개 노리개일 뿐이라는 것을 성혜인은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이때 온수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온시환의 전화였다. 이번 기회를 도송애에게서 벗어나는 중요한 기회로 여겼던 그는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작가님, 배우를 왜 갑자기 바꾸게 되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사실은 투자자의 의견이었어요. 영화의 투자자인 반승제 대표님이 남자주인공을 바꾸라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네요.”온시환은 솔직하게 대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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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거짓말은 오해를 낳고

“아무래도 제가 꼴 보기 싫은 듯하시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너... 너...”김경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성혜인에게 삿대질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이미 멀어진 후였다. 그 모습에 화병이 제대로 온 그녀는 결국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다.반씨 저택을 나선 성혜인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따끔거리는 목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말했다.그 길로 중고 시장에 도착한 성혜인은 팔찌를 들고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직원은 팔찌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도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물었다.“이걸... 진짜 파신다고요? 중고로?”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직원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이건 진짜 귀한 물건이라 제가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마침 저희 사장님이 사무실에 계시니, 제가 물어보고 올게요. 여기에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성혜인은 두 명의 직원을 따라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원래의 직원은 조심스럽게 팔찌를 들고 2층의 사장실로 향했다.“사장님, 어떤 여성분이 오셔서 이 팔찌를 중고로 팔겠다고 하시는데 지난번의 보석 박람회의 전시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서 어떻게 해야 할지...”의자에 앉아 있던 사장이라는 남자는 다름 아닌 서주혁이었다. 그는 총기를 만기고 있다가 직원이 들고 있는 물건을 힐끗 봤다.중고 거래 시장은 돈 벌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는 사치품부터 시작해서 불법적인 무기까지 없는 물건이 없었다. 물론 법의 변두리에 가까워질수록 아는 사람만 아는 거래가 진행되고는 했다.“진품이 맞기나 해?”“네, 100% 확신합니다.”“가격은 얼마 정도 하지?”“원래 가격은 400억 원쯤 하겠지만 저희는 300억 원까지 가능합니다.”이 팔지는 전 세계에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만약 경매장에 넘어간다면 천문학적인 가격이 매겨질 수도 있었다.“사들여.”직원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팔찌를 서주혁의 앞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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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바람기 많은 여자

마음속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데 능한 반승제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차가 백화점을 지나고 있을 때 반승제는 문득 머리를 들며 말했다.“차 세워요.”심인우는 급정거하면서 머리를 돌렸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잠깐 선물을 고르려고요.”성혜인이 팔찌를 받았다면 다른 선물도 좋아할 것이라고 반승제는 생각했다. 역시 온시환의 말대로 선물 공세를 거절할 여자는 없었다.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신이한과 만나봤자 얻을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사실 반승제도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는지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성혜인을 더러운 여자라고 내쳐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성혜인은 날마다 남자를 바꾸는 바람기 많은 여자였다. 그런데도 그는 유치하게 재력을 뽐내서라도 성혜인을 신이한에게서 빼앗고 싶었다.반승제는 예쁘게 전시된 목걸이 앞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지난번의 팔찌처럼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지난번의 팔찌는 전시 중인 작품인 반대로 백화점의 물건은 부자들이 고르고 남은 유행 지난 물건이기 때문이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뒤돌아서더니 백화점을 나섰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서 심인우에게 말했다.“보석 전시회 주최 측에 연락해서 선물할 만한 물건을 보내달라고 해요.”심인우는 백미러를 통해 반승제를 힐끗 봤다. 그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반승제와 함께 일한 시간만 해도 몇 년이나 되는 심인우는 그가 얼마나 냉정하고 거리감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은 이토록 조용해 보이는 그도 화가 나는 순간 완전히 돌변해 버리고는 한다.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안 기를 바랄 뿐이었다.“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반승제는 기분 좋은 듯 곁에 있던 서류를 들어 올렸다. 같은 시각, 성혜인은 두둑한 지갑과 함께 다음 할 일을 계획하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성혜인은 온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와 관련된 일을 물었다. 대본 작가가 온시환이라는 것을 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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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반승제의 질투

일이 이미 정해진 이상 온수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 계속 있어봤자 모욕만 더 당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계약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대표는 자리에 앉은 채로 도송애에게 전화해 계약을 축하했다. 온수빈이 아직 듣고 있는데도 말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사무실에서 나선 온수빈은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회사에는 신인도 많고 톱스타도 많았다. 그래도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것은 온수빈이었기 때문에 다들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그는 인간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도송애의 손에 죽을 목숨이 되고 말았다.도송애의 얼굴을 떠올리자, 온수빈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약은 이미 체결되었으니 말이다.온수빈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냥 이대로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죽는다고 해도 도송애의 악행은 밝히고 죽을 것이다. 그는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름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이때 매니저가 곁에서 말했다.“수빈 씨,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아요. 어떻게든 해결 방법이 있을 거예요.”매니저는 온수빈이 죽을지언정 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도송애는 연예계에서 악명이 자자했다. 얼마 전 잠깐 뜬 적 있는 남자 연예인이 집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 도송애 때문에 몸이 망가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업계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온수빈은 그게 바로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도송애는 그를 노리기 시작한 지 한참 되었기에 얻은 다음 무슨 방법으로 괴롭힐지 몰랐다.“수빈 씨, 그냥 강민지 씨한테 다시 연락하는 건 어때요?”매니저는 도송애에게 갈 바에는 강민지에게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강민지가 아닌 성혜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였다.온수빈은 성혜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사실 그는 첫 만남 때부터 성혜인이 좋았다. 하지만 성혜인이 싫다고 하니 그도 별수 없었다.초저녁, 성혜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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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상처받은 마음

온시환은 잠깐 미간을 찌푸렸지만 금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300억 원의 투자금이라면 뭔들 못하겠어요. 근데 페니 씨한테 그 정도의 돈이 있었나요?”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허락만 하시면 내일 바로 입금해 드릴게요.”“온수빈 씨를 좋아해요?”“팬으로서의 좋아함이라면... 네.”온시환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복잡한 남녀 사이만큼 그의 구미를 당기는 것도 없었다.“좋아요. 그러면 내일 오전 9시까지 입금해 줘요. 그러면 바로 온수빈 씨한테 연락할게요.”성혜인은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제가 저녁이라도 살까요?”“아니에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 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서.”온시환은 소파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할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한 그는 아직도 진정되지 못했다.성혜인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부리나케 룸을 빠져나갔다.같은 시각, 반승제의 연락을 받은 보석 박람회의 주최 측은 벌써 선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직접 반승제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배달했다.“대표님, 이건 오늘 새로 받은 신상입니다.”상자는 반승제의 손에 놓였다. 상자를 열고 익숙한 팔찌를 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도 모른 채 주최 측 직원은 설명을 계속했다.“이건 해외의 박람회에서 금방 전시를 끝낸 전 세계에 하나 뿐인 팔찌입니다.”팔찌를 본 순간 반승제는 주최 측이 실수로 같은 팔찌를 보낸 줄 알았다. 하지만 전 세계에 하나 뿐이라는 말을 듣고는 표정이 빠르게 식어갔다.“이 팔찌는 어디에서 구한 거죠?”반승제의 기세에 겁먹은 직원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했다.“실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받은 지 얼마 안 된 제품입니다. 많은 손님이 원하지만 일단 반 대표님에게 가장 먼저 가져왔습니다.”반승제는 크게 심호흡했다. 아직도 화를 내지 않고 덤덤한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그는 심인우에게 카드를 넘겨주고 결제를 부탁하더니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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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심장이 찢기는 것처럼

반승제의 문자를 확인하고 난 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본능이 반승제를 만나러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번의 약속을 빨리 끝내고 관계를 깔끔하게 끊어내고 싶기도 했다.앞으로 성혜인은 SY그룹을 운영하는 데 집중하며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그래야만 이혼한 후에도 잘 살 수가 있었다.정작 호텔로 가자니 반승제가 오늘 밤은 또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굴지 걱정이 앞섰다. 지난 여섯 번 중 그 어느 한 번도 쉽게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큰마음 먹고 호텔에 도착한 성혜인은 1층 로비에 있던 심인우와 마주쳤다. 심인우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가까이 다가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해줬다.“페니 씨, 대표님께서 오늘 기분이 안 좋으셔서 조심해야 할 겁니다.”반승제가 기분이 안 좋다는 말에 성혜인은 약간 올라가기 싫어졌다. 빡친 반승제라면 분명 평소의 냉철함을 잃고 눈이 돌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성혜인이 무서운 듯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심인우가 작은 목소리로 일깨웠다.“지금 안 올라가시면 대표님께서 직접 댁으로 찾아가실 겁니다.”반승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든지 얻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결국 묵묵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반승제의 호텔 방 앞으로 간 후에도 성혜인은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두꺼운 문을 사이 두고도 그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손을 올려 조심스레 노크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서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반승제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칠게 벗어 던진 정장 외투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 헤친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감정 없는 눈빛으로 머리를 살짝 들었다.성혜인은 호텔 측에서 준비한 하얀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반승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다 말고 테이블 위에 놓인 팔찌를 발견했다.반승제는 몸을 일으키더니 팔찌를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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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알 수 없는 감정

반승제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혜인의 턱을 확 들어 올리며 억지로 머리를 들게 했다.“뭘 잘했다고 울어?”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과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야윈 그녀는 얼굴 살이 쏙 빠져서 조금만 힘을 줘도 턱이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반승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손을 놓았다. 감정에 예민한 편이 아니었던 그는 복잡한 감이 들기만 했다. 비록 윤단미와 연애를 해본 적 있기는 하지만 자꾸만 그때와 달리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들었다.‘역시 분노겠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가?’적어도 성혜인 외의 다른 사람에게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는 느낌이 들었던 반승제는 허리의 동작에 힘을 더했다.성혜인은 아주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반승제가 어떻게 하든 이를 꽉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남자가 이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노리고 버틴 것이었다.죽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는 성혜인을 보고 한번 끝낸 반승제는 급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짜증 섞인 손길로 그녀를 침대 위로 내던졌다.“됐어, 나가.”침대 위에 엎어진 성혜인은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벌떡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눈길은 단 한 번도 반승제에게 향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반승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와중에 팔찌가 다시 떠오르자, 그녀가 뻔뻔해 보이기까지 했다. 반승제는 심호흡하고 나서 욕실로 향했다. 성혜인이 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말이다.옷을 입고 난 성혜인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는 늘 그랬듯이 초췌한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샤워를 하고 나온 반승제는 성혜인이 사라진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침대에 묻은 빨간 핏자국을 보고는 액정 깨진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몸은 괜찮아?”성혜인은 몸이 괜찮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그녀는 배가 너무 아파서 곧 정신을 잃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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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의사의 진단

조금 전 단단히 겁먹었던 성혜인은 이제야 약간 진정되었다. 그래서 잔뜩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대표님, 이제 만족해요?”성혜인의 말 한 마디는 반승제가 품고 있던 폭탄을 완전히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연고를 들고 있는 채로 머리를 들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대표님은 제가 비참해진 꼴을 보는 걸 제일 좋아하잖아요.”말투가 평소대로 돌아온 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소원 이루셔서 참 좋겠네요.”성혜인은 아직도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승제를 경계하는 듯 발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반승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거만한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새로 생긴 뜨거운 것에 덴 듯한 흔적을 이제야 발견하고는 내려고 했던 화가 가슴팍에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고를 휙 던지면서 차갑게 말했다.“약 가지고 꺼져.”성혜인은 묵묵히 침대에서 일어나 연고를 주어들었다. 그리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성혜인이 진짜 떠나려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다 반승제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몸 안의 수분은 분노에 들끓다 못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증발될 것만 같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당기더니 대신 연고를 발라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승제가 상처도 무시한 채 계속하려는 줄 알고 결국 참다못해 뺨을 때렸다.모든 힘을 다해 때린 성혜인에 의해 반승제는 고개가 홱 돌아갔다. 짝 소리와 함께 입술에는 피가 터지고 말았다. 머릿속은 ‘윙’하고 울려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뺨을, 그것도 여자한테 뺨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반승제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간질간질한 입가를 닦았다. 그러자 손가락에는 붉은색 피가 묻어났다. 그의 눈빛은 금방으로 철창을 벗어날 야수만큼 위험했다. 그리고 홧김에 성혜인을 확 끌어당겼다.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눈빛에는 본능적인 두려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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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반승제만 모르는 진심

“그래요?”반승제는 덤덤하게 손을 빼내면서 말했다.“이만 돌아가 보세요.”의사는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BH그룹의 대표씩이나 되는 반승제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도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다른 말 없이 부랴부랴 호텔을 나섰다.반승제는 1층 로비에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 지금의 얼굴로 온시환이나 서주혁을 만나러 간다면 평생 놀림감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새벽 다섯 시까지 1층에서 화를 삭이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갔다.방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래서 반승제는 성혜인이 당연히 지하 주차장을 통해 떠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으러 침실에 들어가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작은 몸짓이 보여 우뚝 멈춰 섰다.누구는 화가 나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누구는 방안에서 속 편하게 쿨쿨 자는 것을 보니 겨우 진정됐던 화가 또다시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반승제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이불을 거뒀다. 성혜인을 당장 쫓아낼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손바닥만 한 얼굴이 살이 빠지면서 더욱 작아진 것이 안타까웠다.결국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줬다. 그리고 옷장 앞으로 가서 오늘 입을 정장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거실 테이블 위의 서류만 챙겨 든 채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반승제를 기다리고 있던 심인우는 그의 얼굴에 난 선명한 손자국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동시에 성혜인이 아직 살아있기는 한지 걱정되기도 했다. 태생이 오만한 그는 한 번도 홀대받은 적 없었다. 여자에게 뺨을 맞는 일은 더욱 없었다.심인우는 운전대를 꽉 잡은 채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페니 씨는 괜찮아요?”페니의 얘기가 나오자, 반승제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가슴 속의 폭탄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시끄럽게 울려대는 것 같았다.“안 괜찮아요. 장례 치르게 관이라도 준비하던가요.”심인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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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소설 속의 악녀가 된 것 같은 기분

“오늘은 안 돼.”온시환은 귀를 의심했다. 진세운은 일보다도 우선순위에 있을 정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다른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는 잠깐 말없이 머리를 굴리다가 확신이 서지 않은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설마 누구한테 뺨 맞고 자국이 남아서 못 오는 건 아니지?”역시 온시환은 괜히 최고의 극작가가 아니었다. 이토록 허무맹랑한 일을 단번에 맞추는 것을 보면 말이다.반승제는 순간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온시환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자지러지도록 웃었다.‘웃겨 죽겠네, 진짜. 반승제 너도 여자한테 당하는 날이 있구나.’반승제는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곁으로 던지면서 심인우에게 말했다.“핸드폰을 바꿔줘요.”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바로 새 핸드폰을 준비하러 갔다....같은 시각, 샤워하고 난 성혜인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호텔 직원이 마침 배식카를 밀고 나타났다. 직원의 뒤에는 때 아니게 나타난 윤단미도 있었다.윤단미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목에 빨간 흔적을 가득 달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성혜인도 윤단미가 이곳에서 나타날 줄은 모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직원이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이건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아침 식사입니다.”직원은 배식카를 남겨 두고 멀어져갔다.윤단미는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반승제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특히 성혜인의 목에 남은 흔적에 뺨을 맞은 것만 같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반승제가 누군가의 몸에 이런 흔적을 남기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해 봤기 때문이다. 윤단미는 반승제가 인간계의 욕구란 전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윤단미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승제의 침대에 올랐다고 해서 설마 결혼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건 아니죠?”성혜인은 윤단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애써 냉정한 척하는 모습이 웃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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