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07화 알 수 없는 감정

반승제는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혜인의 턱을 확 들어 올리며 억지로 머리를 들게 했다.

“뭘 잘했다고 울어?”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과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야윈 그녀는 얼굴 살이 쏙 빠져서 조금만 힘을 줘도 턱이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반승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손을 놓았다. 감정에 예민한 편이 아니었던 그는 복잡한 감이 들기만 했다. 비록 윤단미와 연애를 해본 적 있기는 하지만 자꾸만 그때와 달리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들었다.

‘역시 분노겠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가?’

적어도 성혜인 외의 다른 사람에게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는 느낌이 들었던 반승제는 허리의 동작에 힘을 더했다.

성혜인은 아주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반승제가 어떻게 하든 이를 꽉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남자가 이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노리고 버틴 것이었다.

죽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는 성혜인을 보고 한번 끝낸 반승제는 급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짜증 섞인 손길로 그녀를 침대 위로 내던졌다.

“됐어, 나가.”

침대 위에 엎어진 성혜인은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벌떡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눈길은 단 한 번도 반승제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반승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와중에 팔찌가 다시 떠오르자, 그녀가 뻔뻔해 보이기까지 했다. 반승제는 심호흡하고 나서 욕실로 향했다. 성혜인이 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말이다.

옷을 입고 난 성혜인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는 늘 그랬듯이 초췌한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반승제는 성혜인이 사라진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침대에 묻은 빨간 핏자국을 보고는 액정 깨진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몸은 괜찮아?”

성혜인은 몸이 괜찮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그녀는 배가 너무 아파서 곧 정신을 잃을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