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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의사의 진단

조금 전 단단히 겁먹었던 성혜인은 이제야 약간 진정되었다. 그래서 잔뜩 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대표님, 이제 만족해요?”

성혜인의 말 한 마디는 반승제가 품고 있던 폭탄을 완전히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연고를 들고 있는 채로 머리를 들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대표님은 제가 비참해진 꼴을 보는 걸 제일 좋아하잖아요.”

말투가 평소대로 돌아온 성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소원 이루셔서 참 좋겠네요.”

성혜인은 아직도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승제를 경계하는 듯 발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반승제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거만한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새로 생긴 뜨거운 것에 덴 듯한 흔적을 이제야 발견하고는 내려고 했던 화가 가슴팍에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고를 휙 던지면서 차갑게 말했다.

“약 가지고 꺼져.”

성혜인은 묵묵히 침대에서 일어나 연고를 주어들었다. 그리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

성혜인이 진짜 떠나려는 것을 보고 반승제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이 다 반승제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몸 안의 수분은 분노에 들끓다 못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증발될 것만 같았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당기더니 대신 연고를 발라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승제가 상처도 무시한 채 계속하려는 줄 알고 결국 참다못해 뺨을 때렸다.

모든 힘을 다해 때린 성혜인에 의해 반승제는 고개가 홱 돌아갔다. 짝 소리와 함께 입술에는 피가 터지고 말았다. 머릿속은 ‘윙’하고 울려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뺨을, 그것도 여자한테 뺨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반승제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간질간질한 입가를 닦았다. 그러자 손가락에는 붉은색 피가 묻어났다. 그의 눈빛은 금방으로 철창을 벗어날 야수만큼 위험했다. 그리고 홧김에 성혜인을 확 끌어당겼다.

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더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눈빛에는 본능적인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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